|
2019. 11. 09(토)
대전을 들러 전주에 내려갔습니다.
대전은 고향이기도 하고
미혼의 아들놈들이 사는 곳이기도 해서 자주 내려가지요.
주말을 이용해서 잠시 들렀다가 바람이라도 쐬고
일요일이나 월요일쯤 올라올 생각이었습니다.
내려가는 고속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냉면 생각이 나는 겁니다.
유성의 연구단지 근처에 냉면을 잘하는 오래된 식당이 있는데
대전에 내려가다 보니 그 집 냉면이 떠오르네요.
4대째 평양냉면을 만드는 전통이 있는 식당으로
냉면 좀 좋아한다는 대전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식당이지요.
오늘 점심은 냉면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휴대폰에 담아 두었던 오래 된 사진이어서 좀 허접합니다.
하지만 맛 하나는 기가 막혀서
평양냉면을 즐기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집이랍니다.
이 집은 가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면발에 메밀함량이 높다보니
치아로도 잘 잘라져서 가위가 필요 없었겠지요.
어떤 냉면집은 냉면사발을 내려 놓으며
"잘라 드릴까요?" 라고 묻거나
아예 가위와 함께 냉면을 내어 오기도 하잖아요...ㅎ
면발도 면발이지만 일단 냉면 좀 한다하는 식당들은
육수에서 승부가 결정 나지요.
육수가 담백하고 입에 착~ 감겨서
찬 육수를 추가로 더 주문하곤 하는 식당이랍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되지요.
그 말에 딱 걸맞게 이름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냉면집을 오가며 대덕연구단지를 지나게 됩니다.
연구단지 주변은 조경이 잘 되어 있고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해서
차가운 냉면 소화도 시킬 겸 잠시 낙엽을 밟아 보기로 했지요.
오후 햇살을 받은 낙엽은 눈이 부시고,
또 유난히 바스락 거립니다.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내게도
따스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 풍경입니다.
사실 서울에서 내려올 때는 전주가 아니라 군산에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경쟁지로 전주 막걸리 골목이 떠오른 겁니다.
군산의 횟집으로 가느냐, 전주의 막걸리 집으로 가느냐
서로 결정을 하라고 미루다가 전주 막걸리 골목으로 가는 것으로 했지요.
군산이야 뭐 내일 올라가는 길에
조금 돌아 들려서 가도 되고 뭐 하루쯤 더 묵고 가도 되었으니....
전주에는 막걸리 골목이라 소문난 곳이 2-3 곳 있습니다.
막걸리를 파는 식당들이 20-30여개씩 모여 있는 곳으로
한 상 가득 기본 안주들을 깔아 놓고 막걸리를 한 주전자씩 주문할 때마다
새로운 안주를 추가로 내어 주지요.
요즘은 먹방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20-30분씩 줄을 서고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술 마시기 딱 좋은 술시에 도착한 그 중에 한 곳,
전주 삼천동의 막걸리 골목입니다.
초저녁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집 저 집 맛이 있을법한 식당을 찾아 옹기 종기 줄을 서고 있습니다.
사실은 저기 용진집에 가려고 번호표를 뽑고 보니
30여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아 승용차로 10분정도 거리의 중화산동에 숙소부터 정하고는
택시를 타고 불이나게 서둘러 왔는데도 그 사이에 순번이 지나가 버렸네요.
다시 30-40분은 대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적당한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섰지요.
집집마다 줄을 선 풍경들이 보이지요?
처음 갔던 그 식당은 대기표라도 나누어 주었지만
대부분의 식당들은 대기 순서를 정하는 번호표조차도 없습니다.
빈자리가 날 때까지 마냥 붙박이로 지키고 서 있어야 된 답니다.
그러니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보면서
맛이 있게 생긴 집을 눈치껏 찾아야 했지요.
여기 막걸리 골목에선 용진집이 원조라고합니다.
삼대천왕을 비롯해 각종 먹방에도 출연했고.....
이런 정보를 입수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기 줄이 길기도 했지만
예전에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한 동료의 문상을 전주로 왔다가
함께 조문을 왔던 일행들과 걸판지게 한 판 벌렸던 곳이기도 했고,
번호표 뽑고 숙소 정하고 오는 사이에 지나쳐 버렸으니 다시 기다리기도 머슥했고
이집 저집 기웃거리다가 적당한 식당을 찾아 줄을 섰지요.
배우 정우성이 다녀갔다는 집으로....ㅋㅋ
내 뒤로는 젊은 아가씨 둘이 줄을 섰는데
막걸리골목 음식을 맛보러 서울에서 일부러 왔다고 하더군요.
"저기 보이는 용진집이 여기 막걸리 골목의 원조랍니다"
하며 하는척을 했더니
"네 알아요, 근데 주인이 바뀌었대요"
하며 내가 모르는 정보까지 알려 주네요...ㅎㅎ
역시, 젊은 친구들이라서 정보력도 한 발 앞서 갑니다.
드디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2인 기준의 커플상은 38,000원부터 출발을 합니다.
저렇게 시작해서 막걸리를 추가로 주문할 때마다
서너가지의 새로운 안주가 추가 되지요.
사실 나는,
여러 종류의 많은 찬이 나오는 식사 스타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음식으로 가득한 뷔페식이라던가
한상에 1-2십만원하며 상다리가 휘어지는 한정식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단품음식을 선호하는 편이지요.
이를테면 뭐,
갈비탕, 순대국, 육개장 같은 단품 메뉴나 간단한 백반식 정도....ㅎㅎ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 상 가득 다양한 찬들이 나오는 식사와
뷔페 같은 곳을 더 선호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wife도 다르지 않아서 종종 그런 식당들에 반강제로 끌려(?)가곤 한답니다.
이 곳 막걸리집도 음식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그런 호기심으로 가 보자고 했을 터 이고요.
기대보다 시원찮다면서 입이 댓발 나왔습니다.
군산으로 가서 회나 먹는건데 당신 때문에 전주의 막걸리골목으로 왔다는 둥
뭐든 잘 않풀리는 일은 내 탓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안주의 수만 많았지 먹을만한 것이 없다며
먹다 말았으니 다른데 가서 막걸리 한 병 더 먹어야 되겠답니다.
그냥 간단하게, 2차가서 한 잔 더 하자하면 될 것을....
빙~빙 돌아서 옵니다.
그래서 찾은 숙소 근처의 포장마차입니다.
이미 배를 채웠으니 처음 먹는 사람처럼 뭘 제대로 먹기도 그렇고
매콤한 오돌뼈에 간단하게 각 1병씩 하는 것으로......
일요일 아침입니다.
전주까지 왔으니 아점은 비빔밥으로 하기로 하고
점심나절이 다 되어 숙소를 나섰습니다.
이왕 가는거 소문난 맛집을 찾아 나섰지요.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성미당과 중앙회관은
40-50m 거리를 두고 한 골목에 위치합니다.
성미당은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하숙영 가마솥비빔밥으로 이름을 바꾼
중앙회관은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 촬영지가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며 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방송의 힘이 참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일요일인데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어디든 이름이 좀 알려진 식당들은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여야 했으니
한 번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생선국수를 잘 한다는 식당이 있어 찾아 갔었지요.
한적하기만 한 시골마을에 국수를 먹겠다고 전국에서 몰려온
50여명쯤이나 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겁니다.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를 주된 메뉴로 취급하며, 지역에서는 제법 소문이 난 식당이었는데
백종원이 진행하는 삼대천왕에 나온 이후로 유명세를 타며 긴 대기 줄이 만들어 졌답니다.
언제 기다리느냐며 그냥 가자는 걸, 다시 오기도 쉽지 않으니 기다렸다 먹고 갑시다, 했겠지요.
무려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팅~팅 불은 국수 한 사발과 도리뱅뱅이를 먹고 나서 하는 말,
“내 앞으로 그 자식 프로그램에 나오는 식당을 가면 사람이 아니다.”
고급인력(?)이 둘씩이나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뭐 있겠어요
30분은 대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보초를 세워두고
기다리는 시간에 근처의 객사길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풍패지관(豊沛之館)은
전주를 찾는 관리나 사신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조선초기의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영빈관 같은 의미의 건물이라 할 수 있겠네요.
풍패지관 옆으로 “객사길” 이라 부르는 차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주변의 작은 골목으로 오밀조밀 상점들이 늘어서고....,
전주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 핫한 거리 입니다.
객사길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에 위치한 전주시의 번화가 중 하나이다.
전주에서 "시내 가자" 라고 하면 이 객사길을 가리키는 경우가 십중팔구이며,
서울의 명동, 종로, 홍대입구, 신촌, 강남역, 부산의 서면, 남포동, 대구의 동성로,
광주 충장로, 청주 성안길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인근에 전주시청이 있고 과거에는 전라북도 도청이 있었던
전주의 명실상부한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서부 신시가지 등 전주시에 다른 대형 신시가지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침체기를 겪기도 했으나, 인근의 한옥마을이 전국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한옥마을 관광객 버프를 받고 전주시 에서도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경관 조성이나 문화시설 확충을 계속하면서 다시 과거의 활력을 회복하고 있다.
객사길의 입구에 '풍패지관'이라는 문화재가 있다.
객사는 조선시대에 왕명으로 벼슬아치들을 묵게 한 일종의 관사인데,
전주의 객사를 '풍패지관'이라고 불렀다.
풍패지관의 뜻은 '풍패지향'에서 따왔는데
풍패는 전한을 건국한 유방의 고향으로,
건국자의 고향을 일컫는 단어로 흔히 사용된다.
즉 전주 이씨인 이성계의 '풍패지향'에 있는 객사 '풍패지관'으로 불리었던 것이다.
지금 이곳은 전주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객사 내에는 '영화의 거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매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영화제 기간이 되면 수많은 인파로 정신이 없으며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이때는 영화제 자원봉사자들인 지프지기가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고 교통 정리를 도맡는다.
전주영화제작소가 있으며 시네마타운과 메가박스, CGV, 전주시네마가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이제 순서가 되었나 봅니다.
그럼 소문난 전주 비빔밥 한 번 먹어 볼까요?
들어가는 입구부터 TV프로그램 출연을 알리는
자랑질(?) 포스터로 도배가 되었네요...ㅎㅎ
자리에 앉으면 14가지 정도의 찬이 기본으로 셋팅되고
된장찌개와 돌솥밥, 그리고 비빔밥 야채와 장을 담은 방짜유기그릇이 나옵니다.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으니 주방에서는 계속해서 돌솥밥을 지어 내겠지만
그래도 밥이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의 기다림은 필수.....
반찬이 모두 먹을만 해서 계속 손이 가더군요.
사람들이 몰리는 소문난 맛집 치고는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밑반찬도 부족하면 여러번씩 추가할 수 있었고요.
살짝 매콤한 맛이나는 잡채와
당근을 말려 인삼정과처럼 조청으로 양념을 하였다는 별미를
2-3번은 더 요청해서 먹고나니 드디어 오늘의 메인음식 돌솥비빔밥이 나옵니다.
된장찌개 색깔이나 비쥬얼이 영 별로다 싶었는데
맛을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집에서 직접 담가서 3년 묵힌 된장이라고
식당 안주인쯤 되어 보이는 분이 설명을 곁들입니다.
평소에 식탐이 많은지라
허겁지겁 먹다보니 비빔밥 사진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아쉽지만 반쯤 먹다말고 한 컷 담아 봅니다.
여기 비빔밥은 밥을 넣고 양념이 잘 섞이도록 오래 비벼줘야 제 맛이 난답니다.
조금 전에 3년묵은 된장이라고 자랑하던 주인장이 테이블을 돌면서
직접 비빔밥을 비벼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 표현으로는 "치댄다" 라고 하는데
밥알과 양념을 계속 치대서 골고루 섞이도록 하는것이
이 집 비빔밥을 제대로 먹는 비법이라고 하더군요.
정성들여 내 놓은 비빔밥을 제대로 비비지 못해 제 맛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테이블마다 돌면서 비빔밥을 치대는 시연을 직접 하게 되었다고 그러더군요.
자기집 음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모습이었다고 할까요.
요렇게 싹 비웠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집 비빔밥은 먹을 만하네, 돈이 아깝지 않아...."
음식이 제법 입맛에 맞았나 봅니다.
그러면서 어제 저녁의 기억을 다시 소환합니다.
“전주 막걸리집 몇 번 와 봤지만 모두 실패야, 앞으로 내가 두 번 다시 막걸리집 오는 일은 없을 거야.”
무슨 대단한 결심이라고, 혼자만 생각하고 있어도 될 것을
왜 나한테 으름장을 놓는 것인지....
무심한 듯, 못들은 척 먼 산만 바라보았답니다.
옛날가마솥비빔밥은 12,000원,
옛날가마솥육회비빔밥은 15,000원입니다.
우리는 옛날가마솥비빔밥을 먹었고요
휴일이나 주말엔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1인당 2,000원을 DC해서 10,000원을 받는다고....ㅎㅎ
여기나 저기나 그 놈에 세금이 문제인 듯 하네요.
그거 아세요?
미식가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 3대 비빔밥은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해주비빔밥이고요
3대 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이랍니다.
경상도 음식 맛이 별로라고 해도
경남 진주의 비빔밥과 냉면이 모두 메달권에 들었네요.
진주라고 하면 옛부터 교방문화를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서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물론 입맛이야 뭐 사람마다 기호를 달리하는 것 이여서
그저 말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담 정도이니 귀에 담아 둘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오늘 이상하게도 냉면과 비빔밥이 모두 등장하게 되어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비빔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음의 행선지는 군산입니다.
가까운 김제의 금산사에 다녀올까 했는데
저녁 비소식 때문에 하늘이 잔뜩 흐려서 포기하기로 하였지요.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날씨 흐린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금산사에 가고자 했던 목적이 사진 찍는거 였는데
볕이 없으면 흔히 말하는 쨍~한 사진을 얻을 수 없기에
그냥, 어제 갈려고 했었던 군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답니다.
뭐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넓게 보면 서울 방향이니까 동선의 부담도 적었고요.
군산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도시이기도 해서
분위기 봐가며 한 잔 더하고 월요일 날 올라갈 생각이었지요.
항구도시 답게 수산물이 풍부해서 이것 저것 장을 보기도 편리하고요.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군산과 서천을 있는 동백대교 아래
군산수산물종합센터입니다.
*^^*
|
첫댓글 가을을 젤로 좋아하는 봄날 인데, 올가을엔 예쁘고 고운 단풍색을 못봤어요.
고문님덕에 참 예쁘고 고운 가을가을한 사진들로 눈호강 원없이 했습니다.
이제 보내줘야겠어요.
올가을도 빠이 빠이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이 특히 아름답지요~
대지를 뚫고 새싹이 나오고 나무가 움을 트는 모습....
녹음 우거졌던 나뭇잎들이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는도 하는데....너무 짧아서 오는듯 지나간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