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주] 가루지기 523회
* 열두번 극락얼 갔다온당깨
역시 잡년은 잡년을 알아보기 마련이었다.
뜨끈한 장국밥 한 그릇을 코끝에 땀방울까지 송글 송글 매달면서 맛 있게 비워낸 옹녀가
소매끝으로 콧잔등을 훔치며 싱긋 웃자 인월 삼거리 주모가 엉덩이를 움직여 조금 당겨 앉았다.
“눈 밑에 그늘이 지고 눈동자가 물기에 촉촉히 젖은 것얼 본깨,
사내 없으면 하룻밤도 못 살 계집겉은디,
어디서 굴러묵다 온겨?
팔령재럴 넘어온겨?
아니면 여원재럴 넘어온겨?”
주모의 말에 옹녀가 눈을 새치롬 하게 뜨고 쏘아보며 한 마디 툭 던졌다.
“사돈 넘말허고 있소이.
아짐씨야말로 몸에서 음기가 폴폴 풍기요.
그 음기로 사내 여럿 절단 냈겄소.”
“흐흐,
내 속에 들어앉았다 나왔는갑네.”
주모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아이구구, 허리야,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주먹으로 옆구리를 툭툭 두드렸다.
어제 서방님의 단단한 살 몽둥이로 얻어맞은 뒤 끝이려니, 믿은 옹녀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아무리 오다가다 만난 사이라고는 해도,
서로가 서로간에 아랫녁 일은 간섭하지 않고 살기로 했어도
서방님과 아랫녁을 맞춘 계집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기분이 영 지랄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 일을 입에 올려 주모와 언성을 높일 일도 아니었다.
자칫 자기가 산내골 변강쇠의 아낙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죽도 밥도 다 놓치게 될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아랫녁 재미는 재미대로 보면서 정사령 놈을 꼬드겨
서방님한테 해꼬지를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일단은 주모와 사귀어놓아야 했다.
“젊으나 젊은 아짐씨가 허리가 아프단 걸 본깨,
살방애 한번 야물딱지게 찌었는갑소이. 서
방님이 기운이 장사인 모냥이제라?”
옹녀가 나도 알 것은 다 안다는 투로 말하자 주모의 눈에 대번에 물기가 고였다.
“장사넌 장사제.
내 주모로 십수년얼 살았고,
사내라면 아랫녁이 닳고 닳도록 만냈지만, 그런 사내넌 첨이랑깨.”
‘아짐씨가 어지간헌 살방애에넌 끄덕도 안 헐 것 같은디,
아짐씨럴 녹초로 맹근 것얼 본깨 대단했던 갑제라?“
“하먼 대단했제.
그 사내허고 살방애럴 찌면 하룻밤에 열두번도 극락얼 갔다온당깨.”
“그 사내가 어디 사요?
이년헌테넌 사흘에 보리죽 한 끼도 못 묵은 사내만 걸리는디,
그 사내럴 이 년도 쫌 만나게 해주씨요.”
옹녀가 침까지 꿀꺽 삼키며 달라붙자 주모가 엉덩이 짓으로 물러앉으며 손을 홰홰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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