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蘇軾)-화자유면지회구 (和子由澠池懷舊)(자유의 ‘면지 회구’에 답함)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의 방황은 대체 무엇과 비슷한가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그것은 날던 기러기가 눈의 흙탕을 밟는 것과 같다
泥上偶然留指爪(이상우연유지조) 흙탕 위에 우연히 발자국을 남겼어도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날아간 기러기 동쪽으로 갔는지 서쪽으로 갔는지 어찌 알겠는가
老僧已死成新塔(노승이사성신탑) 그때의 노승은 이미 죽어 새 돌탑이 되었고
壞壁無由見舊題(괴벽무유견구제) 벽은 무너져 예전 우리가 쓴 글씨는 볼 수도 없다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그대 지난 날 괴로운 여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가
路長人困蹇驢嘶(노장인곤건려시)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쳐 절름거리던 나귀 울부짖었나니
*소식[蘇軾, 1037 ~ 1101,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 쓰촨성(고대에는 촉蜀이라 불리던 땅)의 미산현 출생]은 중국 송대의 문인으로 소식, 소철(蘇轍) 형제는 아버지 소순(蘇洵)과 함께 ‘삼소(三蘇)’라 불리며 당송팔대가의 일원이 될 만큼 문장을 널리 인정받았고, 그가 태어난 해에 그의 고향에 있던 미산의 산천초목이 모두 말라 죽었는데, 그가 죽자 다시 초목이 소생했다는 데 이는 그가 미산의 정기를 한 몸에 타고났다는 것을 웅변해 준다고 하고, 급격적인 정치 혁신을 주장하는 신당파에 반대하다 정적의 공격으로 오대시안을 겪으며 하옥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인재는 아끼는 신당파의 영수 왕안석의 구명운동으로 풀려나 황주자사로 좌천되었는데, 당시 황주 지역에서 돼지를 맛있게 먹는 법을 몰랐던 것을 시인이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요리를 개발하여 널리 보급시켰으며, 소주자사로 재직중에는 항주 서호에 제방을 쌓아 치수사업을 하였고, 아내 왕불과는 결혼 10년만에 사별하였는데, 아내를 애도하면서 쓴 강성자江城子는 중국 전체 도망시悼亡詩를 압도하는 명작으로 인구에 회자되었으며, 호방하고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정치적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저서로 “동파전집”이 있습니다.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편저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제목 그대로 시인의 동생 소철(蘇轍)의 ‘면지를 회고하며 자첨(子瞻) 형에게 붙임’이란 시에 화답한 작품으로 수연(제1,2구)와 함연(제3,4구)에서는 인가사의 덧없음을 기러기가 눈 흙탕 위에 남긴 발자취에 비유하고 있고, 그런 인생에 대한 회의가 경연(제5,6구)에서는 인생무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시인은 절대로 비관론자가 아니기에 미연(제7,8구)에서는 지난 날을 회고하며 즐거움에 잠겨 보려 하는 것이라 합니다.
*형식 : 칠언율시(七言律詩)
*和(화) : 화운(和韻), 남의 시와 같은 운을 써서 시를 짓는 일
子由(자유) : 시인의 동생 소철(蘇轍)의 자
澠池(면지) : 하남성에 있는 지명
懷舊(회구) : 옛날을 생각함, 5년전 아버지와 동생과 셋이 여기를 지나간 데 대한 회고
知何似(지하사) : 대체…할 것인가
鴻(홍) : 큰 기러기
雪泥(설니) : 눈으로 뒤범벅이 된 진 땅
那(나) : 何와 같음
老僧(노승) : 5년 전 여기를 지나가며 신세진 노승으로 이름을 봉한(奉閑)이라 했다
新塔(신탑) : 노승이 죽으니 화장하여 돌탑에 모셨다.
舊題(구제) : 5년 전 여기의 절 벽에 썼던 필적
往日(왕일) : 지난 날, 5년 전의 일
記(기) : 기억함
蹇驢(건려) : 절름거리는 노새
첫댓글 형과 아우의 멋진 시의 향연...
어려운 시절에 위로가 되는 시의 댓구에 아름다움이 가득합니다~~~~
네, 말씀처럼 형제의 우애가 참 부럽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