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화) 오전 11시.
5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여의고 풍진(風塵) 많은 세상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초등학교 동창 영희로부터 전화다.
“어~~, 영희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잘 지내긴~~, 옷장사 때려치우고... 아는 사람이 택배가 돈을 좀 번다하길래
오후에 택배일 하는 분 만나기로 했따~~... 니 책은 잘 팔리나~~?”
“책은 안 팔리고,, 땅이나 집 사겠다는 사람 없고... 내도 주글맛이다.
오후에 내도 택배일하는 사람 같이 만나보자......”
오후에 우체국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택배업을 하는 정우물류(주) 이부장을 만나
일하는 방법과 수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천여만원 돈을 들여 차를 구입해 바로 택배일을 하는 것은,
일의 성격도 잘 모르겠고 금전적인 문제가 부담스러웠다.
우선은 설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일을 해보자고 결정.
1월 14일(수).
원당에 사는 영희가 화정동에 사는 내를 아침 7시 50분에 픽업하여,
일산 백석동에 있는 ‘고양일산우편집중국’ 에 8시 도착.
수산시장의 살아 펄떡대는 생선들과 상인 경매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그렇게 시끌벅적거리지는 않았지만, 집중국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며 산더미처럼 쌓인 배달물품들을 각자의 지역에 배송키 위해 나르고 정리하는 모습.
분주함 속에 생동감~~!
오늘 우리가 배달해야할 물품은 68개.
사수 하기창님의 일에 대한 요령과 주엽동 문촌마을 1 ~ 6 단지의 설명을 들었다.
영희의 트라제에 반 정도의 물건을 싣고 1.2.3단지를 돌아 배송을 마치고 점심식사.
운동을 하고 난 후의 밥이라 꿀맛이었다.
나머지를 싣고 4.5.6단지에 물품을 배달하고 배달한 결과를 컴퓨터에 등록을 마치니 5시 30분. 할만했다.
15일(목) 77개. 16일(금) 130개. 17일(토) 126개.
시간이 지날수록, 설이 가까워질수록 배달물량은 늘어났고 사과 배 귤......
묵직한 선물 박스들이 늘어나, 일은 점점 힘들어졌고 퇴근시간은 캄캄한 한 밤중.
18일은 일요일인데도 쉴 수가 없었다.
터진 입술, 쑤셔대는 몸을 이끌고 또 문촌마을을 휘잡고 댕기며 배달을 하는데~~,
밤 8시 10분경에 드디어 사고가 터졌다.
310동에 물품을 전달하고 나오는데, 308동에 배달갔던 영희로부터 다급한 목소리
“기범아 308동 앞으로 빨랑와봐~~, 경비가 미쳤나봐~~.......”
뛰어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경비 아저씨가 그것도 ‘완장’이라고~~,
자신에게 제대로 보고도 않고 들어갔다며, 연약한 여자 배달부라고 무시(?)하면서
폭언과 작은 완력(腕力)까지 행사한 상황였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스런 상황. 서로 보듬고 위로하고 격려해줘야 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우째서 말도 안 되는 싸움박질을 해야하는지~~(?).
사과할 것을 정중히 요청했으나, 또 잘났다며 목소리를 키우길래 멱살잡이까지 하면서
내도 실력행사....... 영희의 신고로 달려온 경찰들의 중재로 겨우 사태 수습.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면서 고생이 많다” “고맙다”....... 며 따스한 말을 주는 경비도 주인도 있고,
“늦은 시간에 무신 배달~~?” “경비실이 뭐 창고야...”...... 하문서 힘 빠지게 하는 주인도 경비도 있고.......
똑같은 상황에서 전혀 상반된 반응.
말 한 마디의 중요성과 ‘행복은 내안에 있다’는 진리를 절감하는 시간들였다.
19일(월)은 18일이 일요일였기 때문인지 배달물량도 많지 않아,
68개를 돌리고 잠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20일(화)은 사수 하기창의 예상대로 부피도 무게도 엄청난 박스선물set로
일이 장난 아님을 실감했다.
오밤중인 12시까지 배송을 마치고 컴퓨터에 결과를 등록하고
새벽 1시 20분에 집중국을 나서는 몸과 맘이 녹초~~~!
집중국을 나서서 우회전을 틀고 또 우회전을 받아 U턴을 해야하는데,
그만 우회전 한 번에 바로 좌회전~~!?!???.........
나를 향해 달려오는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껌뻑거리며 급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하면서,
술 취한 차처럼 내차를 피해 달아났다.
‘미친 놈들 아냐~~?! 왜 저리 역주행을 하문서 난폭운전을 하고 지랄들이야?
젊은놈들이 목숨걸고 역주행경주를 하는 겨~~?...’... 생각중인데~~.......
“야~~ 니 주글려고 미쳤나? 빨랑 좌회전해서 빠져나가~~~......”
영희의 소리 지름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하게 좌회전을 틀어 골목으로 빠져나왔다.
“내는 저놈들이 미친놈들인줄 알았는데, 내가 미친놈였네~~ㅎㅎㅎ.
햐~~, 이거 이거이~~ 택배하다 개주금 당할뻔했따~~! 휴~~~ㅋㅋㅋ.
야~~, 술처먹고 역주행했다는 사람 얘긴 들어봤는데~~ㅎㅎㅎ......
저 양반들 엄청 놀래께따~~~ㅋㅋㅋㅋㅋ........”
운전대 잡고 처음으로 겪은 모험(?)에 간담이 서늘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월 21일(수). 온몸이 뻑적거리고 천근인 몸뚱이.
늘어지게 자고 싶었지만 내가 퍼지면 하기창님과 영희가 엄청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럴 순 없었다. 끼역끼역 일어나 우유 한 잔을 마시고 고양이 세수. 기다리는 영희의 차에 몸을 실었다.
“야~~, 내는 몸뚱아리가 뿌셔지는 것 같은 데~~, 니는 괜찮나~~?”
“내도 힘들다.. 하지만 야채장사 할 땐 이것보다 더 힘든 날도 많았다.
삼일을 한 잠도 못자고 헤맨 날도 있어~~ㅎㅎㅎ.......”
고생이라고는 해보지 않다가 급작스런 남편의 주검으로,
식당일 야채장사 옷장사 그리고 택배까지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영희가 참말로 멋지고 대견스러웠다.
똑같이 힘들고 짜증날텐데, 내는 꽤재재한 옷을 입고 일하는데,
영희는 언제 빨래를 하는지 늘 깨끗한 옷을 입고 보온병에 커피도 끓여오고
샌드위치도 맛나게 만들어오고...... 매사에 긍정적이라고 자신하는 나지만,
영희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집중국의 마당은 널찍했지만, 워낙 차량들이 복작거려 무척이나 비좁게 느껴졌고
정신을 살짝 놓으면 접촉사고의 위험이 따르는 곳.
손창배 사장(택배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영업자)이 어둠속에서(저녁 7시 20분 경)
그만 실수를 해, 영희의 차 운전석 뒷문짝을 들이받았다.
수리는 명일 하는 것으로 하고 닫히지 않는 문짝을 테이프로 고정시켜 임무 완성.
1월 22일(목). 영희의 차는 문짝을 교환해야하는, 입고해서 토요일에 받아야하는 상황이고,
좀 더 크고 묵직한 스타렉스 9인승이 렌트되었다.
영희의 차와는 달리 스타렉스는 뒷좌석을 양옆으로 걷어 올릴 수가 있어
훨씬 많은 짐을 쉽고 편하게 싣고 내릴 수가 있어 좋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일을 하는데 사수 하기창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20일 오후 5시 10분에, 306동 101호에 곶감 두박스를 경비실에 배달했다고 기록되있는데,
수취인이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306동에 달려가 경비실에 문의해보니, 장부를 보여주며 받은 것 없다는 난감한 상황.
101호 아주머니 달려와 송장번호 보여주며 곶감에 칡즙... 돈으로 따지자면 엄청난 금액.
‘곶감 맛도 못보고 십여만원을 물어내야하는 겨~~?!..ㅈ됐따~~~ㅜㅜㅜ’...
우찌된 일인지를 되집고 있는데, 생각은 나질 않고... 집중국으로 가 송장번호를 뒤져
누가 누구한테 보내는 것인지를 알아보려는데, 경비아저씨가 달려와 차를 두드렸다.
“그제~~, 201호에 배달하는 거라면서 두박스 주고 간 것.
지하실에 보관중인데, 그것 아닌지 모르것네~~?........”
뛰어 내려가 확인해보니, 송장번호와 수취인의 성함이 딱 들어 맞었는데,
호수와 수취인의 전화번호가 틀렸다.
“아~~. 아저씨는 다른 것은 다 기록해놓으시고 이건 우째서 기록을 안한거야요~~?
깜짝 놀랬짜나요~~~.”
“201동 부부가 외국에 여행을 가서 한참이 지나야 오기 때문에 기록을 안했찌~~.......”
101호 아주머니 “ㅎㅎ바쁜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내는 주소를 제대로 불러줬는데~~,
보내시는 분이 잘못 적었네요~~~!?......”
1월 23일(금)은 누군가가 스타렉스 뒤트렁크 우측 하단부분을 살짝 들이받고 사라져
살짝 짜증 받고 임무완수.
1월 24일(토). 미끌거리는 눈길을 뚫고 50개를 배달하고 나니, 오후 2시 20분에 종료...
카센타를 운영하는 후배에게 문의해보니 판금하는데 6만원.
4시에 영희 차를 돌려받고, 스타렉스를 인도하면서 8만원에 합의.
11일 동안 둘이서, 1100여개 배송하고 110여만원(한개 배송수입 1000원) 벌어서,
기름값 사고비용 빼고 나니~~, 90여만원. 반으로 나누니 45만원 벌었네요~~!ㅎㅎㅎ.
많이 벌었나요~~?ㅎㅎㅎ.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돈 벌기 정말 어렵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고 생각해요~~~!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웃음 가득한 연휴 보내세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AD00E497C05D91B)
'웃음은 만병통치약' 읽으시고~~,
재미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기축년 엮으세요~~~^&^~~~~~.
첫댓글 힘은 들었어도 보람은 있으셨을 것 같네요...저도 가끔씩 동생이 바쁘다고 호출하면 가서 색다른 일을 해본적도 있답니다...몸은 힘들어도 누군가를 도울수 있었다는 면에서 보람도 있지요...새해에도 많이 웃는![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거운 일만 가득하세요...^^*
ㅎㅎ감사합니다.. 예~~ 몸은 힘들었어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구심 충족, 그리고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씩씩한 영희의 모습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아주 보람되고 멋진 경험였어요~~!ㅎㅎㅎ... 로즈마리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11일 동안에 두분이 1100여개 배송하고 110여만원 기름값 사고비용 빼고 90여만원. 반으로 나누니 45만원.. 너무 적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셨는데 한사람이 11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 힘내시고 올한해에는 부자 되십시요...^^
ㅎㅎ소담님께서 아주 예리하시군요~~!... 저도 살짝 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님의 말씀대로 110만원은 벌었어야하는 건데~~ㅎㅎㅎ... 긴데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좋은 경험였답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지요~~!ㅎㅎㅎ... 소담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배달하는 일도 넘 힘들군요? 11일 동안 일해서 45만원은 적긴 하네요~하지만 친구 영희씨와의 추억과 돈으로 환산할수 없는 경험담은 잊지 못할것 같네요~열심히 사시는 지삐님과 영희님께 박수 쳐드리고 싶네요~힘내세요!ㅎㅎ
ㅎㅎ고맙고 감사합니다... 센스님께서~~ 센스있게 제대로 짚어주셨네요~~!ㅎㅎㅎ... 보상이 살짝 적었다는 생각였구요~~!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경험였다는 것에서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답니다~~!ㅎㅎㅎ...센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