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들를 참이면 꼭 좀 들러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매번 일을 하다가 일이 끝나고 나서 전화를 하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들러달라고 합니다.
참 까다롭게도 만남의 조건을 제시하기에
엊그제는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일은 제껴두고 먼저 그 친구에게 들렀습니다.
저를 보면 대단한 이야기라도 할 것처럼 굴더니
커피 한 잔 끓여 주며 기껏 한다는 소리가 '끼니는 거르지 않냐?' 입니다.
사내놈들은 어찌 어릴 때나 늙어 쭈구리 상태에서나 입에 올리는 것은 어찌 뼈때리는 이야기 뿐입니다.
글로 보시는 분은 친구의 멘트는 세심한 배려라고도 보실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친구가 하는 이야기는 엄니가 걱정으로 하는 이야기하고는 다릅니다.
상당히 비아냥이 섞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못지 않습니다.
'너는 끼니걱정을 하냐? 원래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걱정한다고 하드만....
걱정말어~ 니 오빠는 삼시세끼 뿌라쓰 간식까지 챙겨먹는다~'
세 끼를 꼬박 먹는 비결은 뭐다?
예....준비입니다. 아침먹고 설겆이 전에 점심 준비해 놓고
점심먹고 이딲기 전에 저녁 준비해 놓고
저녁먹고 간식 먹기 전에 다음날 아침밥을 준비해 놓는 겁니다.
준비는 다음을 챙겨야 할 아주 기가막힌 무기입니다.
할 일이 많은 날, 오전 내내 불안한 마음에 아무 일도 못하고
컴 앞에서 홈쇼핑 페이지만 촛점없이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만날 사람이 많으면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할 일이 많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일단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작업은 페인팅!!!
당장 해야 할 주요한 일은 아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눈에 거슬렸던 요트 엔진의 커버부분을 도색하기로 했습니다.
도색하고자 하면서 왜 키조작부분을 찍었는지 모릅니다.
암튼 페인트 작업을 해놓으니 멋드러 집니다.
어선 발판 보조박스를 나무로 만들었다가 다시 수정작업을 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어선 발판은 강한 햇살과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기에 쉬이 썩습니다.
역시나 투명 페인트로 도색을 합니다.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그라인더 리튬이온 배터리 교체작업입니다.
이 일은 영암에 배터리교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영암까지 다녀오는 일도 만만치 않고
가서 맡기면 현장에서 즉석으로 교체가 되지 않고 추후에 다시 찾으러 와야 합니다.
아니면 택배로 맡기고 택배로 찾아야 하는데.....그게 부담입니다.
고민고민하다가 서투르지만 제가 직접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작업대상은 계양 그라인더 18V 3.0Ah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바닥에 있는 볼트 네 개를 풀고 나니 뚜껑이 열립니다.
뚜껑을 완전 해체합니다.
니켈박판으로 연결된 18650 축전지입니다.
배터리 갯수는 10개인데 두 개씩 병렬연결되고
한 쪽 면을 찍었으니 공평하게 뒷쪽 면도 한 컷!!!
일단은 리튬이온 18650 배터리를 구매해야 합니다.
메이커 제품은 개당 5,000원 수준인데 인터넷을 검색하니
비메이커 차이나 제품으로 개당 2,600원 수준입니다.
열 개를 주문합니다.
계양 배터리의 내용물도 차이나 제품으로 채운 듯 합니다.
배터리 주문까지 마쳤지만 하나가 빠졌습니다.
예...맞습니다. 스폿 용접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스폿 용접기를 구매하게 되면 몇 번 사용하지 않을 듯 해서
가급적 저렴한 것으로 택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예전과 달리 특급택배의 경우 배달 기간이 5일 정도
소요된다는데 기대해 봐야 겠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존 중고 배터리 케이스가 있다면 도전해 봐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오후를 손에 잡히는 일꺼리부터 처리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은 조금도 줄지 않고 그대로 입니다.
결국은 일부 작업의 준비만 열심히 한 격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날씨가 매우 좋다는 겁니다.
저는 이 좋은 날 좋은 사람들 만나러 갑니다.
오늘 만남이 우리의 인연으로는 끝입니다.
요리교실 쪼꼬만 귀요미 강사와 동기생들입니다.
그들은 오늘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기억 속의 어느 지점에서 예고없이 톡톡 튀어나와
저를 즐겁게 해 줄겁니다.
제 개인카페에 올렸다가 퍼나르는 글이오니 댓글은 무시하고 가셔도 됩니다.
첫댓글 멋진 남자
축하드립니다.
배울게 참 많습니다 ㅎ
스폿 용접까지 하시는군요
저런 밧데리 용접은 저도 해본적이 없어요..
이유는 하겠다고 공방( 수리 취미인 사람들이 모이는곳) 에 가져가니
심심한데 잘 되었다고 자기들이 해주더군요
전자제품 수리한다고 배는 갈라 놨는데 아마 수리 못할거 같네요
ㅋㅋ
제가 중학생 때 화숙이라는 첫사랑만 안 만났으면 전자제품 수리도 곧잘했을거에요
공업담당 선생님이 김기만 선생님이라고 저를 너무 예뻐라해서 그리도 잘가르쳐 주셨는데 사랑에 빠진 꼬맹이는 중학공업책을 보며 화숙이 얼굴만 떠올리고 있었네요
@빅샤인 이름 따라 간다고 김기만선생님은 저에게 기만 당해버리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