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ㆍ주민ㆍ사회ㆍ기업 `양분 현상`뚜렷…하루에만 4번 `치고받기` 재벌총수 흉상 건립 왜 하나 vs 기업인 조형물 건립 랜드마크화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이 지역 내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로, 기업은 노사로, 시민ㆍ사회단체는 좌우로 분리되는 `편 나누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달 31일 "250억원 을 투입해 울산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 동상을 유니스트 인근에 설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 울산시당이 지난 1일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면서 흉상설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양상은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가 끝나면서 다시 뚜렷해 졌다. 7일 하루에만 울산 진보정당과 민주당 등이 3회에 걸쳐 `250억 기업인 조형물 건립` 반대 기자 회견을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일부 시민ㆍ사회단체가 `재벌총수 흉상 제작`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일부 지역 주민회와 사회ㆍ종교단체가 조형물 건립을 찬성하는 보도문을 발표하면서 맞불을 놨다. 이에 따라 울산상공회의소 회장단이 8일 오전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울산시 기업인 조형물 건립사업 갈등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퍼져가는 모양새다.
정의당 울산시당이 7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인 흉상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시당은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평등으로 서민에게 큰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기업인 흉상을 건립하는 것은 보건, 교육, 주거 등에 사용돼야 할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흉상 제작을 위한 근거 조례인 `위대한 기업인 기념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아직 통과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추가경정예산을 책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라며 "추경예산은 예상치 못한 추가 경비 또는 예산 부족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에는 추경예산의 성격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조례 제정을 위한 사전 공청회나 시민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며 "조례를 제정한 후 사업추진위원회 구성 및 사업추진을 위한 연구사업 없이 김두겸 시장 독단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고 했다. 이어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이는 흉상 건립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서명을 받아 울산시와 시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민선 7기 민주당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울산 민주의정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 건립에 25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김두겸 시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의정회는 "기업인 흉상을 보고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발언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지 북한에 살고 있는지 잠시 헷갈렸다"며 "특히 2차 추경예산의 90%에 달하는 250억원을 쓰겠다는 것은 소중한 살림 밑천을 도박판에 넣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흉상이 건립되면 김두겸 시장은 시민들 가슴 속에 불명예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며 "자신을 위해서라도 흉상 건립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흉상 건립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할거라면, 해당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공개토론을 하자"며 "김 시장은 흉상 건립 사업의 정당성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벌총수 흉상제작을 반대하는 울산시민노동단체도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의회는 재벌총수 흉상제작 예산 250억원을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흉상 건립 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공공성과 실효성이 극히 떨어진다"며 "무엇보다 시민 동의도 없이 특정 재벌 총수를 울산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무리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합리적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며 "김두겸 시장은 기업의 비수도권 투자감소를 기업인 흉상을 제작해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벌 총수가 과연 울산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며 "산업도시 울산을 만든 것은 재벌 총수 몇몇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집중전략과 무엇보다 울산시민,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일부 시민사회 단체는 흉상 건립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암댐 일원 주민, 울산여성팔각회, 교통문화시민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 산업수도 초석을 마련한 기업인 조형물을 건립해 랜드마크화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수도 울산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를 랜드마크로 활용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며 "재정 투입에 기업의 참여 등이 선행되면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의회는 이날부터 개의하는 제239회 제1차 정례회에서 기업인 흉상 건립 관련 조례안,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예산안 등을 심사한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오는 13일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등에 관한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을 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