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ley63 : 결혼을 앞둔 강석과 단아를 위해 [16] | ||||||||
1688 | 2009-03-18 | 추천 : 4 / 신고 : 0 | 조회 : 4082 | 스크랩 : 1 |
일단 무쟈게 기니까 긴글 싫어하시는 분들은 패쑤~~~~~~~~~
이제 강석이와 단아가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오늘 점심약속이 있었는데,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돌아보면서 댓글을 읽어보고, 또 댓글을 달다가 강석이와 단아가 결혼하겠구나,...하면서 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어서 꽁트(?)로 한번 써 보았습니다. 점심이 비록 만난 한정식이 아닌 혼자서 식은밥에 된장찌게였지만 읽어보시고 우리 멋진 텔존식구들이 재미있으시다면 더이상 만난 한정식에 미련 버리겠습니다.
(그녀의 집짓기)
“정우야~ 정우야~!” 주말아침부터 또 철진은 어제 늦게 귀가해 동이 튼지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들 정우를 불렀다. 철진이 정우를 깨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주방에서 녹차를 끓이던 지수는 자기도 모르게 녹차물을 잔이 아닌 접시에 부을 뻔했다. 지수가 찻잔을 들고 거실로 나가는데, 정우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하품을 하면서 나왔다. 동그랗게 눈을 뜨려고 애쓰는 정우의 표정에서는 아빠가 자신을 왜 부르셨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오늘은 과연 몇 분이나 걸릴까 하는 것이 오직 궁금할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늘 그렇게 철진의 말은 “정우야~!”로 시작해서 무서운 사회에 대한이야기와 부모님이 널 사랑하고 걱정한다는 말,... 다음에 자신의 어린시절이야기로 살짝 가지를 친후, 그 가지는 또 가지치기를 다시 반복하면서 영영 길 잃은 어린양마냥 제자리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보! 벌써 1시간이 다 되가고 있어요. 자다 일어난 애 데리고,...” 이런 지수의 말에 결국은 부모님은 널 사랑한다는 간단한 말로 그날의 다사다난한 가지치기가 막을 내리곤 한다.
지수의 남편 철진은 TV를 보다가도 뭔가를 보면 “정우야~”를 외쳤고, 또 때로는 “여보~”를 외치곤한다. 그렇다고 철진이 TV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서재에서 책을 읽기도 하는데,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도 “정우야~!”를 외치고 또 “여보~”하고 부르고는 그 순간 읽다가 생각난 이야기, 또 티브이를 보다가 뉴스나 다큐프로에 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집안 식구들에게 주의를 주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철진이 지수나 정우를 부를 때마다 지수는 찬장위에 얹혀있는 알록달록한 여러 모양의 접시들에게 자꾸 눈이 가곤 한다. 지수의 싱크대 찬장에는 여러 종류의 그릇들이 있는데, 지수는 결혼 후부터 병적으로 크고 깊은 그릇을 좋아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수의 손이 무디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야채를 버무리던지 소스를 버무릴 때, 그릇이 작거나 얕으면 자꾸 밖으로 재료들이 빠져나오려고 해서 지수는 크고 깊은 그릇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몇해전 지수는 나중에 이쁘게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용인 향린동산에 전원주택지를 하나 사놓았다. 그러던 중에 친정어머님께서 당신의 친정어머님께 물려받은 항아리 몇 개중 딸들에게도 하나씩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말에 지수는 얼른 달라고 해서 사람 키보다 더 깊은 항아리를 집에 가져다 놓고 흐믓해 했었다. 그 큰항아리를 가져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지수를 보고 지수의 언니 지연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왜 그걸 가져가려고 하느냐고 물었었다. “형부처럼 마음이 크고 깊은 남자랑 사는 사람은 이해 못해! 난 이렇게 크고 깊은 항아리가 필요하다고,..” 이렇게 아리송한 대답을 하면서 큰항아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었다. 오래된 그 항아리를 가져와서 아무것도 담아 놓지도 않으면서 애지중지 매일 닦아주는 지수의 모습을 보던 철진이 물었다. “당신은 그 항아리가 그리도 맘에 드나?” “그럼요,...나중에 향린동산으로 집짓고 이사 가면 장독대에 이항아리만 있어도 든든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우리집에 있는 접시들을 모두 치워 버릴꺼예요!” “뭐? 그건 또 무슨소리야 그 항아리랑 접시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알 수 없다는 듯이 운동 약속이 있다고 나가는 철진의 뒷모습을 은밀한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면서 지수는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우아한 고은아처럼 따스한 햇살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어느 날 친구들과 점심모임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쉬고 있는 지수에게 철진의 친구인 용하에게 전화가 왔다. “정우엄마~ 이번 주말에 동기들 부부동반 모임 있는데 오실꺼죠?” “아~ 그래요? 근데, 왜 저한테 그걸 물으세요?” “아~ 동기 녀석들이 정우엄마가 오면 자기와이프들을 데리고 가는데, 정우엄마 안나오면 그냥 남자들끼리만 모이자고해서요. 오실꺼죠?“ 지수는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최대한 쑥쓰러운 듯 용하씨 부인도 뵌지 오래 됬으니 가겠노라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임의 화제는 세무사 사무실을 하는 종철씨의 해설에 따른 지수의 재테크 성공에 대한 무용담과 또 장가 잘 들었다는 철진을 향한 부러움을 토로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개중에는 자기 부인에게도 재테크의 비결을 가르쳐 주라는 말을 직접 부인 눈치도 안보고 하는 겁 없는 남편들도 있었다. 지수는 높아지고 싶으면 자신을 낮추라는 성경말씀을 지키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사람처럼 최대한 신랑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갖춘 말로 남편 친구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별말씀을 다 하세요,..제가 잘해서 그런가요? 절 믿고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 하도록 허락하고 배려한 우리 신랑 덕 이지요”
모든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지수역시 한때 이쁜 커피잔에 몰입을 해서 많은 커피잔들을 사 모은적이 있다. 그런데, 우찌된 영문인지 잔들은 어렸을 때 정우가 깨고, 지수가 설거지를 하다가 깨고, 또 자연스레 귀가 나가서 버리게 됬지만, 아직도 이쁜모양 때문에 미련이 남아서인지 그잔으로 커피를 마시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잔을 받치는 접시만이 내가 예전에 저런 잔에 커피를 마셨었다는 증거로 남아있다. 철진의 동창모임에 다녀온 후 지수는 무슨 큰 마음이라도 먹은 듯 씽크대 찬장을 청소하면서 필요없다 싶은 커피 받침대를 모두 꺼내어 박스에 담아서 주방 한켠에 밀쳐 두었다.
“사모님! 저 손소장인데요,..부탁하신 설계도면 나왔거든요,..” 손소장은 30대 초반의 아가씨처럼 보이는 아줌마 건축사이다. 지수가 손소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외모도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 설계를 할 때 내부를 여성입장에서 동선을 편리하면서도 집안이 정돈된 느낌이 되로록 설계를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건축사와 건축주는 집을 짓기 시작하여 마무리가 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하게 지수와 손소장은 호흡을 맞추어 왔었다. 손소장은 설계도면에 관한 설명을 마친 후 지수가 집을 지으려는 곳과 가까운 곳에 전원주택을 설계해서 시공 중인 곳이 있으니 가보자고 지수에게 권했다. 신축중인 그 집은 길 쪽에서 보면 일층 차고와 이층과 3층이 주택인데, 뒤 산쪽에서 보면 차고가 지하이고 일층과 이층으로 설계가 된 집인데, 앙상한 철근으로 엮어서 기틀을 마련해 놓고 거푸집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오늘은 콘크릿트를 치는 날이었다. 큰 레미콘 차에 콘크릿트 반죽을 실고 와서는 철근과 거푸집 사이에 쏫아 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전에 승마장에서 본 큰 말이 배설물을 쏫아내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장화를 신은 일꾼들이 구석구석으로 잘 섞이고 들어가도록 계속 무슨 기구들을 가지고 젓고 있었다.
“참 재미있지 않아요? 철근은 인장력에 강한 반면에 압축력은 제로거든요,..근데, 콘크릿트는 압축력에 강한 반면에 인장력이 거의 없거든요,... 다행인건 이철근과 콘크릿트가 상호 부착력이 아주 강하다는 거예요,.. 두 재료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아주 강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멋지지 않아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손소장이 운전을 하면서 지수에게 말했다. “그러네요,...꼭 우리네 결혼 생활 같네요” 무심코 한마디 던지고는 지수는 스스로 뜨끔했다. “호호호 그리고 또 하나 중요 한건요. 선팽창계수라는 게 있거든요,..좀 전문용어이긴 하지만 재료가 늘어나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 한 건데, 둘 이상의 재료를 하나의 재료로 합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게 그거거든요,.. 근데 이두재료는 선팽창계수가 10만분의 1로 거의 같다는 거예요. 정말 천생 연분이 아닐 수 없지요?“
지수는 손소장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서는 옷도 갈아 입지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며칠전에 씽크대 찬장에서 꺼내어 박스에 담아두었던 커피 받침대들을 다시 꺼내어 씽크대 찬장에 진열해 놓았다.
*주석* 압축력: 물질 따위에 압력을 가하여 그 부피를 줄이는 힘. 인장력: tensile force (영어) . 물체에 당기는 방향으로 외력이 작용하였을 때 물체 내부에 생기는 축방향의 힘. *압축력은 콘크리트가 부담하고, 인장력은 철근이 부담하도 록 한다.
PS: 사랑하는 강석이와 단아가 서로의 단점을 잘 보완하여 철근과 콘크릿트처럼 멋진 결혼생활 하길 바랍니다. | ||
꼬리말 쓰기 |
sonobella | 일빠????? ㅋㅋㅋㅋㅋㅋㅋㅋ | [2009-03-18] | |||
kyon | 2빠 하겠음당 | [2009-03-18] | |||
kyon | volley님..ㅋㅋㅋㅋ 말씀하신데로 디게 기네용,그치만 다-읽었어요 정말 울강스기와단아가 철근과콘크리트처럼 잘 융화되서 알흠답게 잘살기를.... 그동안 너무 우덜 진을빼서 기력이쇄진됐음당 | [2009-03-18] | |||
volley63 | 4자 시조 읊다가 식은 밥먹고 오늘은 이글 쓴거로,..땡쳐요 | [2009-03-18] | |||
쥐방울 | 저두 철근과 콘크리트글을 읽으면서 강석과 단아를 생각했어요..뭐든지 강단에 연결시켜 보려 는 제자신을 보면서..웃기도하고 슬프기도하고 그러네요..비록 식은밥에 된장찌개 드셨지만 그덕에 전 좋은글 보게 됐네요..나중에 기회되면 맛난 한정식 사드릴께요..^^ | [2009-03-18] | |||
완소girl | 와우!! 대단하십니다!!!!!ㅎㅎ | [2009-03-18] | |||
미리내 | 철근과 콘크리트라 하면 그냥 딱딱하고 거칠고 별볼일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이렇게 서로 부족한점을 보완하여 더 강해진다고 풀어주시니 왠지 막 정이가네요...결혼생활이란게 혼자 서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니 울 강단은 서로 가엾게여기며 잘 위해주리라 믿습니다..울님들이 이케 응원하고 있으니...^^ | [2009-03-18] | |||
정향나무 | 청탁받으면 바로 실을 수 있겠네요. 근데 꽁트 고료 무쟈게 쌉니다. 그런 것에다 저런 값비 싼 주제를 넘기기엔, 아깝습니다. 앞부분 읽고서....왜 울 남편이 저 집에 가 있지? 잠깐 의 혹의 눈초리를 번득였습니다. ㅎㅎㅎ | [2009-03-18] | |||
하얀집의 무수리 | 나 이런이런...이젠 건축공학까지 공부해야 합니까? | [2009-03-18] | |||
정향나무 | 약간의 자전적인 냄새가 풍깁니다. 전에 한번 흘리신 건전한 투자자 얘기도 들어있고, 언제 재테크 강의도 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친구들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습니다. 넌 왜 사니? 법 때문에, 옆에 있던 다른 친구도 대답했습니다. 밥 때문에...결혼을 유지하는 두 개의 축 이 밥과 법이었습니다. | [2009-03-18] | |||
정향나무 | 발리님의 결혼이 적어도 밥 때문이 아님을 경하드립니다. 전 밥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놓친 적 이 있었거든요. 강석과 단아만은 오직 일생 못말리는 사랑으로, 환장할 그리움으로 살아가 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맞이에다 꽁트까지 올려주시고...그대가 이 텔죤의 방파제입니다. | [2009-03-18] | |||
volley63 | 반신욕하고 들어왔습니다.가영폐인질 하느라고 피부가 장난이 아니라서 피부회복에는 반신욕 이 최고라서요,..쥐방울님, 완소걸님 미리내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얀집 무수리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 주석 달았습니다.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ㅋㅋ 그리고 정향나무님, 사 실 저 꽁트가 뭔지도 모릅니다. 근데, 이글은 | [2009-03-18] | |||
volley63 | 그냥 제가 하고싶은 말을 쓰려고 보니까 너무 딱딱해져서 좀 부드럽게 살을 붙여야겠기에,.. 써놓고 보니 수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영 감상문도 아니고,..그래서 그냥 제맘대로 꽁트라 고 붙였습니다 님이 말씀하신 법에 저촉안되겠지요? 자전은 30%만 자전입니다 남편부분요 ㅋ ㅋㅋ저기나오는 지수는 저에 비해서 너무 | [2009-03-18] | |||
volley63 | 지적이고 우아합니다. 전 터프 그자체입니다. 전 지수에 비해서 승질 드럽습니다. 우리신랑보 고" 당신 좀 그릇좀 어떻게 늘리는 방법없을까? 그릇이 종재기만하니까 그렇게 조바심을 치는 거야! 소양이 부족한 거라고,.."이럽니다, 저 아주 못된 부인이지요? ㅋㅋㅋ | [2009-03-18] | |||
사고치지마 | ㅎㅎㅎㅎㅎ 스승님...제자 왜 웃는지 아시지요? ㅎㅎ 그림이 그려지는 꽁트(?)입니다..글로 단상 남기셨으니 짧은 꿈이라도 꾸어야겠군요...ㅎㅎ | [2009-03-19] | |||
깊은사랑 | 와~ 대단하시네요...철근과 콘크리트의 비유...압축력과 인장력...선팽창계수...강단의 천생 연분...^^ | [2009-06-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