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이 있는 주간..
월요일부터 심장이 쫄깃~
과거 함께 즐겨 걸었던,
옛 길벗님들의 추억도 생생하고..
느릿해진, 일상의 삶을 또 쬐어야 겠다는 생각에
삶의 기저(맨 밑바닦) 부분을 긁어올리려던 차에..
금요 무박을 떠났습니다.
추석 연휴 땐, 자녀들과 아내에게 점수 따논 것도 있어서,
이참에 써도 좋겠다 싶었고..
군산으로 향하는 심야버스를 탑승하였습니다.
나의 친구는 나다.
나의 스승도 나다.
나의 제자 또한, 나다.
라는 기치로..
저 스스로의 깃발을 돌돌말아 배낭에 넣은 양 ..
시계도 없고, 휴대폰도 없이 떠난,
적막강산의 45키로 여정 (나중에 알바해서.. 10키로 추가되는 득템까지~^^)
군산터미널 도착하여 북진..
일단, 바닷가.. 금강 입구에 도착해서.. 한없이 졸리기만 한 컨디션이란 진단 결과에 따라
일단 몸 누일 곳 부터 찾았습니다.
근데..
모기..
원주민(모기) 분들의 심기 불편하단 민원이 쇠도하여..
결국, 동쪽으로 향합니다.
금강 하구둑을 향하여..
지도는 머릿속에 출발전에 외워둔 게 전부
군산경찰서 등등의 관공서 중앙로를 새벽 2시~3시에 지나며..
버스 정류장 벤치에 배낭을 배게삼아 눕고..
고단한 도시인의 몸을 지방 소도시 시내버스 벤치에 머릴 누이자니..
처량하면서도, 본래의 수준에 맞는 처소에 온듯하여.. 차라리 홀가분~
경찰관이 깨우시고.. 추우실까봐 깨웠다고..
(쩝~ 더워요.. 그냥 가셔요.. 하려다가.. 말 길어질 거 같아서.. )
일단, 자리 피하기..
금강하구둑 도달 직전.. 급 브레이크 소리..
트럭 두 대의 멈칫..
우리집 애완견 "바둑이" 군과 같은 모양의 비명횡사.. 현장 목격..
트럭 기사분이.. 저의 눈치를 보며.. 부둥켜 앉고, 길가 가로수 밑에 아이를 놓으심..
안절부절.. 제 속마음은 오락가락.. 유기견일 찌라도 교통사고 낸 분은..
인근 병원으로 호송해야 되는 법률이 있지는 않은지..
목엔, 익숙한 목줄도 채워져 있었는데..
아마, 동내 아이(견공)께서.. 새벽에 잠시 바람 쐬러 나오셨다가 참변 당한듯..
내 몸 가누기도 힘겹고 졸려워서,
3~4 차례 보이는 벤치에 몸을 기대며.. 금강휴게소.. 주변 공원을 또 경탄을 금치 못하며 걸었네요.
볼 일이나 유람차,
논산, 서천, 익산 근처 지나시거든
금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새벽녁에 꼭 들려보서요~
철새축제로 한창 관리중인 이곳 공원의 강변길을 추천합니다.
나 처럼 뵈지만, 금새 사라질.. 허상의 나
*(최근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관한 책 중, 불교파트를 읽는중.. 영향 받은듯) *
새벽.. 여명 좋아하는 길벗님의 삶을 또한 축복해 주었습니다.
노우 휴대폰
노우 시계
뙤약볕.. 그 메마르고 무미 건조한 특유의 맛
국도 일곱개 모다 걷기를 추천합니다.
요령은 9년 경력자인 제게 다소 있사오니, 기회 닿는대로
동행을 권면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저 앞
흰옷 입은 78세 노인분의 이야기..
이 날은, "충남도민 체육대회"가 인근 읍내에서 있었고, 막걸리 몇잔 얻어 마시고.. 귀가하려던 중..
집을 그만 잃어버리셨다고 합니다. 취기오른 채.. 국도 뙤약볕을 비틀거리며 걸으시는데..
빠른 제걸음으로 금새 따라 잡게 되어.. 스쳐 지나려는데.. 먼저 뒤돌아보시며,
흥산초등학교가 어디냐고.. 물으십니다.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고, 취기어린 붉은 얼굴에 더위와 갈증으로 더욱 힘겨워 보여..
일단 물좀 드시겠어요? 하며.. 제 2리터 물통을 드렸더니.. 극구 사양..
제가 억지로 권했더니.. "아유.. 내가 돈이 없어서 그라쟤~ " 하십니다.
길에서, 물 얻어 마시면서.. 돈이 없어서, 물 한 모금 달란 말을 못하셨다니.. 제 속이 울컥 했지요.
저 또한 55 키로가 되어버린 알바 10키로 이후의 여정이어서.. 마음이 다소 급했으나,
(상경후, 딸과 도보 합류키로 약속한 터라.. 속히 상경하고파.. 아침,점심 두 끼니를 거른채 맞는 오후 3시 상황..)
제가 흥남면까지 가서 버스를 탈 계획이므로,
제 추측으론 면사무소와 동명이니.. 저와 같이 직진하자 했으나,
치아 빠진 사투리 말투로.. 난처해만 하시더군요.
다행히, 지나가는 오토바이 할아버지 한 분께 사정을 전달해 드리고.. 저는 탈출..
몇마디 나누던 중.. 자기 나이가 이른야달(78)인데, 이 동네서 나고 자랐는데..
도무지 길을 모르겠다고.. 어이없어하시고, 두려워하시는 모습이..
윤봉길 의사 자서전 .. 자기 조상 무덤을 못찾아 발을 동동굴렀다는 일화가 생각나서..
걷기를.. 속히 한국 국민 모두에게.. 전해드려야나.. 하는, 부담스런 마음을 동실거렸답니다.
걸을 때, 입이 침이 단내가 나고..
턱이 굳어지는 뻐근함 가시게 하려고..
곧잘, 강아지 풀을 입술로 동글거리며, 걷습니다.
곧 사라질, 허상의 나..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나라는 존재..
읽으며 걷는 불교철학 어록들을 되뇌이며, 묵상하며..
삶을 나름으로 정립해둔 선배들의 글 너머를 상상하며 걸었습니다.
뙤약볕..
그 고요함.. 단순함..
시계 없고, 휴대폰 없이 걸었던 독특한 여정였습니다.
동물들의 사체를 곧잘 보게 됩니다.
곤충들도 많구요.. 길을 잃고, 울먹이는 한 노인도 보았지요..
홍산면에서 공주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서..
작년에 걸었던 기억을 상기하며, 버스 밖 풍경을 눈으로 지워 나갔습니다.
조만간엔, 경주~문무대왕릉 (국도4번 동단 끝)을 걷겠네요.
초대합니다.
금요일 밤에 밤차를 타고, 경주에 내리 신 후,
국도 4번 따라서.. 동쪽 끝으로 향하겠네요.
문무대왕릉.. 거기의 여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은 어디를 더듬게 될까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씨앗이 인(因, 원인할 인) 이고,
흙이 연(緣, 만날 연) 이라고 풀이된.. 인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러분 내면의 씨앗되는 그 자아와, 저의 씨앗되는 자아가..
길이라는 흙 닮은 여정에서.. 설령 인터넷 공간일 찌라도.. 이렇게 만난 인연에 감사드리며,
예술 작품을 대하듯.. 찬찬히.. 음미하며, 읇조리며.. 되뇌여 봅니다.
낯선 길에서, 우리 또 뵈옵기를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브라보, 그 대 두 발~ ^^
첫댓글 남쪽지방 시골은 요즘 모기가 극성이라니... ! 경주에서 감은사지 가는 길은 그토록 예쁘다고 소문난 길인데 여지 걸어서 간 적이 한번도 없네요.
오랜만에 여행맛이 물씬 나는 후기를 올리셨네요! 브라보~~~!!!
시계없이, 폰없이, 나홀로 ~~
더 많이 읇조리고 되내이고 맘깊숙이 들락날락 했으리라 감히 상상해 봅니다.
강아지 목줄, 칠십야닯 할아버지 특별한 조연들도 만나셨고 그 누구보다 자기에게 물을게 만다던 어린지만 단단한 친구 모습도 스치워지네요.
나누어 주셔서 이래저래 상상해 봅니다.
사진찍는데는 도가 트셨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