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용문사 주차장 → 매표소 → 전적비 → 유격장 → 헬기장 → 용문봉 → 싸리재 삼거리 → 가섭봉 → 장군봉 → 상원사 → 절고개 → 용문사 → 용문사 주차장'의 12.2km 구간을 8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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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龍門山]
높이: 1,157m
위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 다음으로 높으며, 북쪽의 봉미산, 동쪽의 중원산, 서쪽의 대부산을 바라보고 있는 용문산은 산세가 웅장하다. 남서쪽 능선으로 장군봉, 함왕봉, 백운봉이 이어진다. 용문산은 험난한 바위산으로 정상은 중급자 이상의 산행코스이며 옛 이름은 미지산(彌智山)이다.
용문산 정상은 이전에는 출입 금지 지역이었으나 2007년 11월 개방되었다. 정상은 시야가 확 트이며 용문 들녘, 유명산, 중원산, 도일봉 등의 높고 낮은 산자락이 시야에 펼쳐진다.
용문산 남동쪽 기슭에는 거찰 용문사가 자리하고 있고 일대는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어 각종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용문사는 신라 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되었다는 유서 깊은 고찰, 경내에는 보물 제531호 부도 등 문화재가 여럿이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용문산은 교통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청량리에서 열차를 이용 용문역에서 내려 산행할 수 있는 철도산행지이기도 하다. 용문산이 수도권에서 가까워 인기가 있지만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러 가거나 관광지로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등산객보다 많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4월 두 번째 일요일인 14일은 양평 용문산의 용문봉에 오르기로 했다. 용문산은 2017년 9월 친구들과 오른 산이라, 산행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다시 오를 예정이 없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용문봉에 관해 알게 된 후로 용문산행 계획을 다시 세웠다. 용문봉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건 용문산의 다른 봉우리와 달리 암릉과 암봉이라 쉽게 갈 수 없는 봉우리로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코스라는 산행기를 우연히 보고서다. 해서 용문봉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구글링으로 용문봉 산행기를 여럿 찾아보고, 그걸 토대로 용문봉에서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과 장군봉, 상원사를 거쳐 용문사 주차장으로 환 종주하는 코스 계획을 세웠다. 코스의 중심은 용문봉이나, 용문봉만 오르기에는 거리가 너무 짧아, 역시 미지의 봉우리인 장군봉까지 이어달리기로 해, 용문산 정상도 코스에 포함됐다. 상원사나 용문사는 하산 구간에 있는 절로 당연히 방문할 예정이나, 용문사는 산행이 아니라도 몇 번 방문해, 이번에는 상원사 위주로 살펴볼 생각이다.
지난주 일요일 다녀온 포천 가리산[산행기]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산행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어, 그동안 딱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몇 번 일정에 올라왔다. 하지만, 비 등으로 날씨가 좋지 않거나, 갑자기 다른 일이 발생해 매번 뒤로 밀렸던 산행이나, 지난주 가리산에 이어 이번 주 일요일 또한 다른 일이 없어 용문봉에 오르기로 했다. 약간은 위험한 암릉과 암봉이라는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 따라, 그에 맞는 등산화를 준비하는 거 외는 다른 산행과 같다. 다만, 간편한 점심을 위해 김밥을 준비해야 하는데, 연신내나 불광동에서 사 갈지, 작년 중원산행[산행기] 때와 같이 용문역 부근에서 살지 결정하지 못했다. 당일은 영상 19~25℃, 바람은 2~3m/s, 종일 맑다는 일기 예보라, 약간 더울 거로 예상돼, 평소와는 달리 얼린 보리차를 준비할 예정이다. 하산주야 당연히 용문사 유원지 식당 중 하나에서...
연신내역에서 7시 8분 3호선을 타고, 옥수역에서 경의·중앙선 용문행 열차를 탈 예정이라,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잤으나, 늘 그렇듯이 5시경 기상해 볼일을 보며, 미세먼지 상황과 혹시 날씨 예보에 변한 게 있나 확인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보통'. 기온은 최고 25℃에서 28℃로 높아졌고, 그 외의 변화는 없다. 고로 조망은 괜찮으나, 산행하기에는 전날 예상보다 더 덥다. 아니, 지난 일요일 포천 가리산행 때보다[산행기], 더한 된더위 지옥을 맛볼 확률이 높다. 이에 대비해 산행 중 마실 식수로 보리차를 생수병에 넣어 얼린 500mL와 냉장한 보리차 650mL를 준비했다. 또한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다 빼고, 배낭 대신 그 꼭 필요한 것만 넣은 숄더힙색으로 바꿨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연신내로 가기 위해 6시 50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구산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연신내로 향해, 연서시장에 들러 김밥을 사고, 역으로 내려가 7시 7분 열차를 타고 옥수역으로 향했다. 당연히 열차 내에서 책을 읽을 거라, 내려야 할 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하철 앱으로 내릴 역 알람을 설정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용문역 도착이 9시 20분이다. 해서 산행 계획을 확인했다. 용문역에서 용문산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이 9시 20분이라, 원래 계획에 의하면, 용문역에 9시 11분 도착이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됐다. 열차 시간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2월 13일이니, 그 사이 배차 시간이 변한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원래 시골 버스가 정시 운행이 쉽지 않아, 정류장 도착에는 약간 오차가 있으니, 그 오차를 믿어 보기로 하고, 계속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하차 알람에 따라, 옥수역 한 역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빠르게 환승이 가능한 문으로 갔다.
열차가 옥수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같이 내린 몇몇이 뛴다. 응? 나도 뛰어야 하나 생각하며 속보를 걷고 있는데, 벌써 경의·중앙선 승차장에서 승객이 올라오고 있다. 그럼 뛰어봐야 소용없기도 했지만, 당연히 하행이 아니라 상행 승객이라 생각해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용문행 승차장으로 내려가며 보니, 열차가 막 출발한다. 고로 9시 20분 용문역 도착 열차도 놓쳤다. 3호선 열차가 예정된 시간에 옥수역에 도착하지 못한 결과다. 시장이 바뀌고 나서, 지하철 시간도 믿을 수 없는 나라가 돼버려, 이제는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하나 빠른 배차의 열차를 타야 한다는 사실을 잠깐 망각한 게 대형 사고로 나타났다. 어쨌든 다음 열차는 8시 17분, 용문역 도착은 9시 45분이다. 혹시나 했던 9시 20분 버스는 물 건너갔다. 해서 구글링으로 다음 버스 시간을 찾아봤다. 10시 5분이다. 예정보다, 늦기는 했으나, 산행은 할 만해, 기다렸다 다음 열차를 타고 용문역으로 향했다.
역시 예정인 9시 45분보다 2분가량 늦은 9시 47분경 용문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내려, 10시 5분 버스라 급한 거 없어, 화장실에 들른 후 역에서 내려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 시간표를 확인했으나, 10시 5분 버스는 없고, 가장 빠른 게 10시 35분이다. 다행히 처음 타려고 했던 용문역 기준 용문산행 버스는 9시 20분이 아니고, 25분이라, 만약 예정대로 환승이 이루어졌다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어쨌든 돌아버리는 순간이다. 저 버스를 탄다면, 아무리 빨라도 11시 산행 시작이고, 산행에 8시간 30분의 소요 시간을 책정했으니, 19시 30분에 끝난다. 용문산에서 출발하는 용문역행 버스 막차는 19시 25분! 여차하면 대중교통으로 집에 못 간다는 얘기다. 해서 코스를 줄여 용문봉만 오를지 고민했다. 그런데, 벌써부터 불볕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이 폭염 지옥을 뚫고 용문봉만 오르는 건 다음을 기약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역으로 다시 올라가, 귀가 시간이나 좀 줄여볼까 하고 무궁화 열차 시간을 보니, 10시 32분이라 포기하고, 10시 17분 경의·중앙선을 타기 위해 승차장으로 내려가서 보니, 타야 할 열차는 승차장에 대기 중이나, 출발까지는 10분 정도 남았다. 그리고 배가 고파, 승차장 의자에 앉아, 영서시장표 김밥을 먹었다. 이후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며, 마누라에게 사정 얘기를 하자, 그럼, 둘이 외식이나 하자고 해, 단골 고깃집에서 빨갱이를 반주로 배가 터지게 점심을 먹는 거로 실패한 용문봉 산행을 대신했다. 이후 하나하나 실패 요인을 검토한 결과, 산행 계획은 평일 지하철 시간을 기준으로 세웠으나, 실행은 일요일 하는 바람에 생긴 오류라는 거 알았다. 사실 평일인 월요일 진행하려던 산행이었으나, 일요일밖에 시간이 안 되는 친구와 같이하기 위해 일요일로 변경하면서, 대중교통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게 패착이다. 친구가 나왔다면 같이 낭패를 볼 뻔했다.
지난 4월 14일 평일과 공휴일의 열차 편수와 운행 시간이 다르다는 걸 망각하고, 용문봉에 오르기 위해 양평역까지 갔다가, 용문사행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걸음을 돌려 바로 집으로 왔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산이 아니라, 5~6월 중 다시 시도하기로 했던 걸, 5월 두 번째 목요일인 9일 오르기로 했다. 원래 매주 목요일은 대기업 안내산악회 오지팀과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에 오르는 게 고정 일정인데,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지 중 하나인 용문봉에 오른다. 물론 안내산악회 오지팀도 목요 무박으로 부산 월음산, 달음산, 천마산, 함박산, 아홉산, 일광산 종주 산행이 잡혀 있었으나, 산행 닷새 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바람에, 그 일정이 비어, 지난번 착오로 오르지 못한 용문봉에 오르기로 했다. 용문봉 산행은 날짜만 달라졌지, 나머지는 변한 게 없어, 모든 걸 그대로 진행한다. 다만, 날짜가 변했으니, 날씨도 변해, 종일 맑고 기온은 영상 14~20℃, 바람은 2~4m/s로 오히려 지난 4월 14일보다 시원해, 불볕더위에 시달리지는 않을 듯하다.
2 – 1
연신내역에서 7시 8분 열차를 타면 되는 산행이라, 6시경 기상하면 되는데, 버릇이란 게 무서워, 5시경 일어나, 볼일을 보며, 다시 날씨를 확인했다. 날씨는 전날 용문산 산악날씨 예보와 달라진 건 없고, 미세먼지는 '좋음', 초미세먼지는 '보통'으로 시야가 약간 방해받을 듯하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얼려두었던 생수 한 병과 보리차 한 병 그리고 냉장실에서 보리차 650mL를 배낭 옆 주머니에 넣었다. 6시 40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오지 산행에 맞게 신발장에 고이 넣어두었던 중등산화는 아니나 중등산화와 비슷한 등산화를 꺼내 신고 구산역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갔다. 그러다, 무언가 허전해 바지 뒷주머니를 만져보니, 지갑이 없다! 낭패다.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건 용문봉 산행을 다시 다음으로 미룬다는 의미라, 그대로 버스를 타고 연신내로 갔다. 그나마 다행은 일정보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와 은행에 들를 시간이 있는 거다
카드 없이 핸드폰의 은행 앱으로 현금 인출이 가능해 ATM기에서 비상금을 뽑기 위함인데, 은행의 문이라는 문은 다 밀고 당겨봤는데, 안 열린다. 영업 전이다. 그때 ATM 운영시간이 7시부터라는 걸 어디선 본 듯하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일단 연서시장으로 갔다. 현금, 카드 다 없으나, 핸드폰이 있어 김밥집으로 가 핸드폰 페이 결제가 되는지 물었다. 된단다! 요즘은 핸드폰만 있으면 뭐든 되는 세상이다. 해서 김밥 한 줄 사서 주머니에 넣고, 연신내역으로 내려갔다. 유유자적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승객들이 뛰어오는 모양새가 열차 시간이 됐다는 뜻이나, 7시 8분 차를 타는 게 목표라, 유유자적 내려가서 보니, 막 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6시 59분 열차로, 구파발에서 출발했음에도 빈자리가 없고, 서 있는 승객도 많아 그대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지나 7시 3분 열차가 들어왔는데, 대화발이라 서서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해서 당연히 그 차도 보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주머니에 있던 김밥을 배낭에 넣는 등 다시 배낭을 추렸다.
구파발발 7시 8분 열차가 시간에 맞춰 들어왔는데, 역시 빈자리가 없고, 서 있는 승객도 꽤 된다. 맞다, 오늘 평일이다! 빠른 환승을 위해 2호 차에 타, 텅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앉았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도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다음 역이 옥수역이라는 방송에 자리에서 일어나, 1호차로 갔다. 그리고 옥수역에 도착하자마자 열차에서 내려, 용문행 열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면서, 다음에 이용해 볼 생각으로 그 통로에 있는 김밥집의 메뉴를 살펴봤다.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와 김밥이 있는데, 정작 필요한 포장 김밥이 없어, 다음에도 이용할 일은 없을 듯하다. 그 김밥집을 지나, 경의·중앙선을 타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자, 막 도착한 열차가 있다. 열차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음에도, 뛰는 승객이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역시 열차 시간은 믿을 게 못 된다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서둘러 열차에 탔다. 상행이 아닌 하행 열차라 빈자리가 좀 있어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열차 내 LED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용문행이 아니라, 팔당행 급행이다. 용문행은 다음 열차다.
이렇게 된 마당에 팔당까지 빠르게 가서 용문행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해서 느긋하게 책을 보다가, 가끔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며 가, 8시 17분경 이 열차의 종점인 팔당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당연히 내린 곳에서 다음 차를 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같이 내린 승객 모두가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타고 온 차가 문을 열어둔 채 그대로 있다. 무언가 이상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노년의 안내원이 있어, 용문행은 어디서 타는지 묻고, 알려준 승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8시 23분에 들어온 옥수에서 타려고 했던, 용문행 열차를 탔다. 아직 가야 할 역이 많이 남아, 역시 책을 보다가 밖의 경치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용문역으로 가, 9시 13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후 열차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른 후 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과연 여기서 용문사행 7-4번 버스가 정차하는가도 이번 산행에서 해결해야 할 궁금증 중 하나다.
지난번 여기서 집으로 되돌아갔을 때,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버스 정류장의 시간표는 믿을 수 없다고 했었고, 나 또한 시골에서 몇 번 겪었던 일이라, 일단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표에는 9시 25분이라고 했는데, 만약 안 오면? 축협 앞으로 가봐야 늦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며 양평 욕을 엄청나게 할 거다. 그런데, 다행히 9시 25분이 다 되자, 저쪽에서 7-4번 버스가 오는 게 보인다. 궁금증 하나는 풀었다. 그리고 버스 시간표는 믿을 수 있다. 막 들어온 버스를 탄 후 와이파이가 되는 차라, 패드로 유튜브 뉴스를 보고 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 패드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보니, 거의 모든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서 창밖을 보니, 평범한 도로상의 정류장이 아니라, 유원지 정류장이라 깜짝 놀라, 여기가 용문사인지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라, 서둘러 배낭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 시각이 9시 43분으로 용문역에서 20분도 채 안 걸린다는 얘기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벽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버스 시간에 따라 산행의 코스와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간표에 의하면 우리가 타고 온 버스의 용문사 출발 시간이 9시 40분으로 3분 늦게 종점에 도착했다. 뭐 그 정도야 이해할 만한 범위 안이다. 이후 느슨하게 묶었던 등산화 끈을 조이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터치한 후 GPS 동기화가 끝나고 뜨는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58.5m, 용문봉 높이를 970m 정도로 알고 있으니, 고도차는 810m 내외로 꽤 높은 산이다. 물론 용문산의 정상인 가섭봉은 1,157m로 1,000m가량을 올려야 하나, 가섭봉을 갈 수 있을지는 미지의 용문봉 능선의 상태에 달려있어, 벌써 고도차를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2 - 2
용문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건 맞는데, 앞서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전적비 뒤로 등산로가 있는 거로 나온다. 그런데, 전적비의 위치를 알 수 없어, 두 개의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용문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아예 없다. 그리고 자체 지도를 가진 앱의 지도에는 용문봉 들머리와 중원산 들머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들머리는 용문사 방향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한다. 작년 중원산에 올랐을 때 애초 용문사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해서 당시에 여러 지도를 검토해 부근의 등산로와 길을 약간은 알고 있어, 일단 중원산 들머리를 목표로 아래로 내려갔다. 물론 용문사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전적비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겠지만, 들머리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정보가 명확한 지도를 따라가기로 했다. 정류장에서 내려가자, 로터리 중앙에 서 있는 이정표에 중원산은 더 내려가지 말고 좌회전하라는 방향 표시가 눈에 띈다.
당연히 그 지시에 따라, 좌회전해 도로를 따라가자, 막다른 집이다. 그리고, 그 뒤 산기슭에 산으로 향하는 인적이 보인다. 정규 등산로는 아니고, 산꾼이나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철창에 갇혀 있는 개가 조용한 거로 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길로 다니는 듯하다. 그 인적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려고 보니, 마른 나뭇가지로 길을 막은 게 눈에 띈다. 물론 그 옆으로 또 다른 인적이 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여기서도 벌어진다. 그리고 그 아래는 아주 잘 조성된 무덤이다. 즉 마지막 집 뒤가 무덤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일단 숲으로 들어서자, 동네 뒷산답게 오고 간 인적이 너무 많다. 그중 위로 올라가는 걸 택해, 9시 57분경 거의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가 있는 능선에 도착했다. 전적비 뒤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아닐까? 해서 다음을 위해 하산할 때, 전적비의 위치를 확인하기로 하고 능선 위 등산로에 들어선 후 좌회전해 용문봉으로 향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없는 아주 잘 만들어진 등산로를 따라 위로 가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아직 용문봉으로 향하는 정규 등산로 전이다. 그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갈림길로 용문봉은 좌회전해야 해, 좌회전해 위로 가는데, 벌써 등산객이 위에서 내려오면 일행에게 빨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는 그 일행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통통하다. 그걸 보고, 너는 좀 운동해야겠다고 하자, 멋쩍은 듯 일행이 그 몸매에도 안 올라간 산이 없단다. 어쨌든 등산객이 아니라, 산책 나온 마을 주민이다. 그들과 헤어져 다시 50여 미터를 가자, 오른쪽에는 수조로 보이는 거대한 통이 있는 사거리다. 아니 정확히는 오거리다. 그런데, 모든 길이 꽤 넓다. 그중 하나는 임도로,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의 흔적도 있다. 당연히 용문봉은 직진이라, 직진해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등산로에 쭈그리고 앉아, 막 캔 나물을 다듬고 있는 노년의 산꾼이 나를 보더니, 군인이 훈련 중이라 못 간다고 알려준다. 본인도 용문봉으로 향하다가 포기했단다.
오늘이 목요일 평일이다. 군인도 업무를 보는 날이고, 병의 업무야 훈련밖에 더 있나?! 낭패다!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그 노년의 산꾼이 훈련장 직전 우회하는 길이 있다고 알려준다. 해서 일단 위로 올라가자, 철조망이 길을 막고 부대장 명의의 '출입 금지' 경고문이 거기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철조망 너머로는 훈련이 끝나고 쉬고 있는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유격장의 각개 전투장이다. 그 모습을 보니,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가 이해됐다. 등산로가 아니라, 훈련장을 위한 군사 작전로다. 군이 훈련을 안 할 때는 훈련장을 통과해서 용문봉으로 향하나, 훈련할 때는 유격장을 우회하는 길로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수시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우회하는 길을 따라 위로 향해, 10시 14분경 군사로로 다시 합류하는 지점에서 아래를 보니, 오염지를 건너는 그네가 보인다. 상황으로 봐서 그게 유격장의 끝이다.
이후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지는 군사로로 계속 가자, 왼쪽으로 철조망이다. 고로 지금 군사시설 내에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철조망을 넘어간 흔적이 있어, 그곳을 통해 군사 지역에서 민간인 지역으로 넘어간 시각이 10시 19분이다. 군사지역을 벗어나 계속 위로 가자 그나마 등산로 같던 길도, 희미한 인적으로 바뀐다. 산꾼이라 자처하는 사람도 용문봉이라는 봉우리가 용문산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여기 온 사람도 드물어, 그나마 그 인적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아, 무조건 능선을 따라가며, 수시로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은 중간중간 산악회에서 나뭇가지에 매단 리본이 보인다는 거다. 그런데, 지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덤봉'을 지났다는 걸 알았다. 비탐방 전문 앱은 ‘딴봉’이라 표기하는 봉우리다. 낙엽 쌓인 급경사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적이 있으면 그걸 따라, 없으면 길을 만들며 오르다가, 도저히 이 상태로는 오늘 중 산행을 마감할 수 없을 거 같아,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지게 작대기를 만들어 그것의 도움을 받았다.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산을 오르다가, 느낌상 첫 번째 고지나 다름없는 헬기장이 멀지 않아 보여,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네이버 지도에 등산로는 없지만, 봉우리는 표시되고, 자체 지도 앱은 등산로, 봉우리 다 표기하는데, 헬기장은 비탐방 전문 앱의 지도에만 나온다. 고로 오지 산행 때는 네이버 지도를 베이스로 하는 앱을 사용했다가는 조난하기 딱 좋다. 어쨌든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헬기장으로 향해, 10시 48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산세로 봐서 진행 방향의 소나무 숲 위로 보이는 봉우리가 용문봉이다. 그런데, 고도차에 의한 착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보기에는 쌍봉으로 보인다. 급경사를 올라오느라,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타는 듯해, 배낭 옆 주머니에서 얼린 보리차가 든 빨갱이 페트병을 꺼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녹은 걸 마셨다. 그리고 수건을 꺼내, 땀을 닦은 후, 그걸 잘 접어 땀이 눈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머리에 묶었다. 그나마 햇볕이 뜨겁지 않아, 산행에 방해가 될 수준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10시 50분경 턱까지 차오르던 숨을 가라앉힌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용문봉으로 향하다가, 왼쪽 울창한 숲사이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번 산행 코스 중 마지막 봉우리인 장군봉이다. 그리고 50여 미터를 가자, 능선 위로 바위와 암릉이 보이기 시작해, 용문봉 너머까지 계속된다. 물론 등산로는 그 바위를 우회하나, 반대쪽의 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바위나 암릉이 아니면 등산로를 버리고, 그리로 전진했다. 당연히 바위와 암릉에 오르니, 주변이 잘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고도가 높지 않아, 울창한 숲이 방해하나, 왼쪽으로 용문산의 주봉이자 상봉인 가섭봉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기묘한 바위 등을 사진에 담고, 가끔은 암릉 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가는 동안, 어디에도 이정표나 안전시설이 없고, 인적이라고는 어쩌다 보이는 산꾼이 흘린 쓰레기와 산악회 리본이 다라, 현 위치를 알기 위해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그러다, 용문봉이 멀지 않아, 보여 두 앱의 지도를 같이 확인했다. 맞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녹음이 아름다운 울창한 숲 사이로 희미하게 실루엣이 보이는 건 용문봉일 확률이 높다.
11시 57분 암릉을 타고 가다가 오른쪽 숲 밖으로 뻗어 나간 바위가 있어, 그리로 갔다. 예상대로 전망대로, 작년에 오른 중원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 능선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중원산, 뒤는 도일봉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전진해 삼각형으로 벌어진 틈 사이로 봉우리가 보여, 지도를 확인했다. 용문봉으로 등고선 확인 결과, 고도를 80m 정도 올려야 한다. 거리는 멀지 않아 보이는데, 높여야 할 고도가 높다는 건 급경사라는 얘기다. 어쨌든 바위와 암릉을 즐기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했다. 산꾼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기는 하나, 용문봉이 947m라는 게 대세다, 그럼, 한국에서는 꽤 높은 봉우리다. 고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암릉과 바위가 전망대라, 가쁜 숨을 가라앉힐 겸 가던 길을 멈추고 보이는 걸 사진에 담았다. 그러다가 앞에 보이는 암릉으로 끝까지 갔다가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게 쉽지 않아, 되돌아오기도 하면서 정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오르다,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지점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19분 앞선 산꾼이 정상석을 대신해 ‘용문봉, 947m’라고 쓴 바위가 정상에 버티고 있는 용문봉에 도착했다. 용문봉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산행 주목표를 달성했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어,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도 먹고 좀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해서 일단 정상석, 아니, 정상 바위의 용문봉이라는 글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바위로 올라가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후 연서시장표 김밥을 꺼내,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허기를 채웠다. 멍청히 김밥만 주워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이라, 김밥을 먹는 동안, 느낌이 이상해, 두 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두 지도의 용문봉 높이가 다르다, 그거야 뭐 그러려니 하는데, 두 지도 다 여기가 용문봉이 아니라, 용문봉은 조금 더 가야 한다. 이와 관련된 산행기를 본 듯하다. 즉 아래 헬기장에서 본 쌍봉이 맞다. 여기는 해발 947m로 그 중 첫 번째 봉우리다. 해발 971m로 여기보다 높은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다.
배도 채웠고, 충분히 휴식도 한 다음이라, 나무에 걸어 두었던 배낭을 내려 둘러메고, 12시 43분 진정한 용문봉을 향해 출발했다. 봉우리로 가는 길목 전망대에서 이번 산행에서는 처음으로 안테나가 솟은 가섭봉의 모습을 방해받지 않고 볼 수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그걸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봉우리로 향해, 12시 46분경 쌍봉 중 더 높은 봉우리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도 앞선 봉우리와 같이 바위에 누군가 글을 썼을 거로 생각하고 찾아봤으나, 없다. 정확히는 혼자 서 있기도 힘든 정상이다. 해서, 비록 조금 낮지만, 앞선 봉우리에 용문봉라고 기록한 듯하다. 그래도 여기가 정상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두 앱의 지도를 캡처했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정상에서 가섭봉 방향으로 수 미터 가자, 전망대로, 용문산의 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섭봉에서 오른쪽 한강기맥을 따라가다가 아래로 움푹 들어간 고개가 문례재다. 그걸 사진에 담고, 문례재로 향하는데, 나는 매단 기억이 없는 내 명의의 리본이 있어,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문례재로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에서 올라올 때보다 더 험하고 위험해, 조심조심 가야 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본 무명의 봉우리에 오른 후, 뒤로 돌아 주변의 산세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문례재까지의 거리를 예측하기 위해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가다가, 1시 18분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문례재고, 왼쪽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나, 그 방향에 달린 리본을 자세히 보니, 산악회 리본이 아니라, 이정표다.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라, 어느 산꾼이 '용각골 옛길'이라고 쓴 리본을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앞산 산꾼이 사용한 과거 지도를 보면, 용문사로 바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지만, 요즘 지도에는 없다. 애초, 선배 산꾼의 산행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기면 내려가려고 했던 탈출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한강기맥 위의 폭산 또는 문례봉이라 부르는 봉우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다시 길을 재촉해, 1시 20분 비박터로 보이는 곳을 통과했다.
느낌상 비박터를 지나자, 문례재가 멀지 않아 보여, 지도를 확인했다. 현 위치와 문례재가 같은 등고선 내에 있다. 고로 기복은 20m 내라는 얘기고, 거리는 대략 50m 내외로 생각된다. 해서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진했다. 그리고, 1시 23분 이번 산행 처음으로 공식 이정표가 있는 싸리재 갈림길에 도착했다. 즉 문례재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따르면, 작년 9월 중원산행 때 올랐던[산행기] 싸리재까지는 5.5km,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은 0.9km 거리다. 그리고 이정표 기둥에 '한강기맥' 명패가 붙어 있고, 누군가 그 명패에 문례재라 적어놨다. 0.9km라면,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30분 내에 오를 수 있는 거리다. 말인즉 다 왔다. 해서 가섭봉 도착 목표를 2시로 잡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나마 잘 다듬어진 등산로로 가섭봉으로 향했다. 물론 길목에 바위가 있으면 우회하지 않고, 바위를 넘고, 암릉 위로 갔다. 그렇게 이정표에서 10여 분을 가자, 너덜이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물소리가 난다. 정상이 멀지 않았는데, 물소리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등산로에서 벗어나 물소리를 따라갔다.
1시 37분 정상이 멀지 않은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작은 계곡을 발견했다. 계곡이라기보다는 도랑이라 불러야겠지만! 어쨌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런 때를 대비해 배낭 멜빵에 매달고 다니는 잔으로 계곡물을 받아 목을 축였다. 그리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너덜 위로 난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왼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조용하다. 해서 잘 못 들었나, 다시 길을 재촉해 올라가자 다시 소리가 들린다. 즉 내가 멈추면 소리도 멈추고, 내가 움직이면 소리가 다시 들려, 동영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촬영하며 올라가다가, 고라니로 보이는 동물이 뛰어 도망가는 장면을 촬영하기는 했는데, 너무 빠르고 거리가 멀어, 잘 구분이 안 된다. 어쨌든 이번 산행 처음 보는 동물이다. 물론 새 종류를 제외하고! 그렇게 노닥거리며, 정상을 향해 가다가, 1시 49분 이정표 따위는 없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상식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직진하는 게 맞는데, 그 방향으로는 인적이 거의 없고, 나뭇가지에 'J3 Club'의 리본만 외롭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등산로인 왼쪽에는 다양한 산악회의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직진은 가섭봉 정상에 있는 안테나의 주인인 군부대로 가는 거고, 왼쪽은 그걸 우회하는 길이다. 그래도 명색이 기맥 종주를 하는 대간꾼이라면, J3 Club 리본을 따라가는 맞으나, 기맥에는 관심 없는 나는 사서 고생할 이유가 없어 좌회전했다. 그런데, 그 길도 가끔 인적이 끊어지는 게, 기맥 종주자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비록 우회하는 길이라고 해도, 정상을 향해 약간씩 올라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려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이 길을 선택한 걸 후회했다. 해서, 갈림길에서 300m가량 온 지점에서 급경사 능선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사실 등산 앱의 지도에는 우회로는 없고, J3 Club의 정상을 넘는 길만 표시된다. 즉, 기맥만 표시하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적 없는 낙엽 쌓인 급경사 능선으로 올라, 그나마 좀 완만한 곳에 도착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위로 보니, 안테나가 보인다. 정상이다. 그리고 그 아래 무언가 인공물이 있는데, 뭔지 명확하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그런데, 오르는 곳곳에 깨진 술병이 널려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금복주 병도! 고로 여기저기 흩어진 술병 조각은 아주 오래된 거다. 그런 것도 기록으로 남기며 계속 위로 올라가자, 거의 쓰러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철조망이다. 당연히 철조망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와중에 철조망 내부에 산악회 리본도 달려 있다. 그리고 길을 가며 보니, 오른쪽은 철책 왼쪽은 철조망이다. 그런데, 철책도 관리를 하지 않는지 쓰러진 곳이 많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라는 생각이 굳어, 자신 있게 철조망과 철책 사이로 정상으로 향했다.
물론 철조망과 철책 사이의 길?로 가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네이버 지도에는 길은 없고, 왼쪽에 용문산이 있을 뿐이다. 비탐방 전문 앱의 지도는 정확히 기맥을 따라가고 있다. 지도상의 기맥이 직선으로 나타난 건, 철책을 따라가야 해서?! 어쨌든 급경사를 가다가 쓰러진 철책에 걸려 주저앉은 게 하필이면, 여기까지 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지게 작대기 위라, 그게 두 조각났다. 해서 그 두 조각을 쓰러진 철책 옆에 나란히 두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이번 산행에는 다른 지게 작대기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위로 보이는 초소로 향했다. 초소를 지나며 내부를 보니, 빈 음료 캔 예닐곱 개가 뒹굴고 있다. 와중에 녹슨 것도 있는 거로 봐서 꽤 오래전 거다. 그런데, 이 초소의 용도를 생각해 보니, 버려진 군사용이다. 그럼, 부대가 철수했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여기저기 달린 산악회 리본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잠깐 헤맨 후 다시 위로 올라가다가,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충격이 너무 강해 비명과 욕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뭐가 발목을 잡았는지 살펴보니, 아래로 길게 늘어진 팽팽한 철사다. 그런 철사가 한두 줄이 아니다. 철사의 용도가 뭘까? 지뢰?! 결과적인 얘기나 마당바위 계곡에서 씻으려고 옷을 벗어보니, 넘어진 충격으로 오른무릎과 왼팔꿈치가 깨졌다. 다리 곳곳의 사소한 상처는 셀 수도 없고! 아프다고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어 털고 일어나, 다시 철책을 따라 위로 가는데, 어느 순간 왼쪽도 철조망이 아니라 철책이다. 응? 이건 DMZ의 이중 철조망 구조인데?! 뭐든 경사가 너무 급해 뒤로 돌아 가쁜 숨을 고르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눈에 띈 봉우리가 있어 자세히 살펴봤다. 용문봉에서 볼 때 가섭봉이 쌍봉으로 보이는데, 그중 낮은 봉우리다. 그런데, 저기를 오른 기억이 없어,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J3 Club을 따라가지 않아서라는 걸 깨닫고 다시 후회했다.
숨 고르기가 끝나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왼쪽으로 등산객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 왔다! 신이 나서 철책 사이의 길로 가는데, 무언가 길을 막는다. 그 무언가가 뭔지 자세히 보니, 잡목 사이 그늘에 설치된 윤형 철조망이라,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바지는 이미 그 가시에 걸려, 뒤로 물러서는 순간 조금 찢어졌다. 해서 빈틈이 없나, 철책 사이를 오가며 살펴봤으나, 없다! 그렇다고 윤형 철조망을 넘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정도로 관리하는 구간이라면, 철조망을 통과한다고 해도,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는 거라 문제가 된다. 그럼, 아까 엎어졌던 곳으로 돌아가, 두 번째 철책 밖으로 가서 다시 올라와야 한다. 아주 짜증 나는 순간이나, 대한민국 산꾼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말인즉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중간에 탈출구가 있을 거다. 그걸 기대하며, 뒤로 돌아 두 번째 철조망에 붙어 20여 미터 급경사를 내려가자, 예상대로 탈출구다.
그 탈출구로 빠져나간 후 다시 뒤로 돌아 위로 올라가자,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난 바위 전망대로, 중년의 여성 셋과 남성 한 명으로 구성된 팀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어디서 오는지 묻는다. 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래로 보이는 용문봉을 가리키며 저기서 왔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거 같아, 숨을 고른 후 다시 용문봉을 가리키며, 용문봉에서 왔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용문봉도 있냐?'라고 다시 묻는다! 예상했던 바다. 나도 중원산에 오르기 위해 산행기와 지도를 검토하다가 알게 된 봉우리다! 그들이 떠난 후 혼자서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한 감회에 젖어, 전망대에서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담았다. 그런데, 그중 가섭봉과 쌍봉을 이루는 봉우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갈림길에서 J3 Club의 리본을 따라 직진했어도, 그 봉우리가 철책 내, 즉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에 있어 오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정상은 지금은 허물어진 과거 건물의 잔해만 남아 있을 뿐으로, 공군이 KT에 이 지역을 넘겨주고 철수한 거 같다! 참고로 그 봉우리 바로 뒤 높은 게 한강기맥 상의 폭산 또는 문례봉이라 물리는 봉우리다.
감상과 기록이 끝나고, 정규 등산로로 들어가기 위해 정상 방향으로 가자, 눈에 익은 갑판 등산로다. 2017년 9월 마당바위 코스로 가섭봉으로 오른 등산로다. 그 길로, 정상으로 향하며 보니, 조금 더 간 곳에 또 전망대라 그리로 가봤다. 그런데, 보이는 건 앞선 전망대와 다른 게 없다. 오히려, 오른쪽 암벽 덕분에 오른쪽이 가려져, 시야가 더 좁아, 구경만 했다. 이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2시 25분에 용문산 정상석과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철 구조물이 있는 용문산 주봉이자, 상봉인 가섭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바위 전망대에서 만났던 팀과 좀 전에 오른 두 명의 등산객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거나,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그들이 인증 찍는 걸 구경하고 있는데, 팀의 남성이 부탁해 단체 사진과 그의 인증을 찍어준 후 내 인증도 남겼다. 그리고 아래 정자와 같이 용문봉의 모습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에서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용문산 등산 안내도를 살펴본 후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배낭 옆 주머니에서 오이를 꺼내 그중 한 조각을 먹었다. 이후 아래로 내려가다가, 철책에 매달린 다양한 산악회의 리본도 기록으로 남겼다. 와중에 갑판 계단을 내려가는데, 배낭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계단 사이로 떨어진다. 뭐가 떨어졌나, 계단 사이를 보니, 30% 정도 남은 보리차가 든 생수병이다. 해서, 온몸을 계단 사이로 쑤셔 넣고, 물병을 주워 원래 있던 배낭 옆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손도 안 댄, 얼린 생수병이 없다. 아마, 철책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이에 용문산신이 빼간 거 같다. 산신이 원한다면야! 그리고 더 내려가, 2시 39분 장군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장군봉까지, 1.4km, 한강기맥 갈림길은 150m를 더 내려가면 된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1.4km에 불과한 장군봉으로 향해야 하나, 2시까지 가섭봉 도착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교통편이나, 뜨거운 햇살을 고려해 장군봉을 다음으로 미루고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강기맥 갈림길이 150m를 더 내려가야 한다는 이정표를 보니, 비록 고생은 했으나, 바로 치고 올라온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이 없을 거 같은 갑판 계단을 내려가는데, 문자가 도착했다고 핸드폰이 울려 확인하니, 작년에 실패해 올해 다시 도전하는 1박 2일 설악산행에 관한 문자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대피소 예약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후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용문봉과 기묘한 바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내려가, 3시 8분 상원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갈림길에서는 용문봉과 가섭봉에 오르느라, 깨지고 까지고 고생했으니, 당연히 그나마 편한 상원사 방향을 택하는 게 정상이나, 용문산에서 흘린 땀은 용문산으로 돌려줘야 해, 계곡의 마당바위 방향으로 좌회전해 내려갔다. 상원사 방향보다 거리로는 300m 짧다는 건 그만큼 경사가 급하다는 얘기다. 예상했던 급경사 돌길을 내려가며, 2017년에는 어떻게 이 길로 올라왔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어쨌든 그 길로 조심조심 내려가, 3시 18분 계곡에 도착했다. 그리고 계곡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계속 가, 3시 28분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흘린 땀을 돌려줄 만한 소를 찾았으나, 적당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 마당바위 앞에 그런 소가 있어, 거기서 땀을 씻고, 윗도리는 깨끗이 빨아 입었다. 물론 등산객이 오가는 길목이라 아래는 변함이 없다.
땀과 먼지, 엎어져 깨진 상처에서 나는 피를 용문산에게 돌려주고,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좀 작아 보이는 것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며 다시 내려갔다. 그러다 용문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배가 고파 나머지 한 조각의 오이를 꺼내 먹으며 가, 4시 18분 상원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위의 갈림길에서 상원사 방향을 선택하면, 여기서 만난다. 그 갈림길에 도착하자, 지금까지 돌길이었던 등산로가 고속도로 수준의 흙길로 바뀐다. 그 바뀐 산책로로 유유자적 내려가, 4시 23분 용문사 은행나무에 도착했다. 이 은행나무 잎이 녹음을 띠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거라, 기분이 묘했다. 해서 그것만 사진으로 담고, 용문사는 몇 번 방문했고,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어, 바로 하산했다. 해탈교를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여기도 흔들다리다. 대한민국 지자체 중 흔들다리가 없는 지자체도 있을까? 그런데 여기는 과거에도 있었나? 기억이 안 난다. 그렇지 않아도 포장도로로 내려가는 게 마음에 안 들던 차라, 흔들다리를 건너 흙길로 하산했다.
4시 39분 다시 포장도로와 합류해 내려가며 보니, 주차장이 멀지 않다. 그럼, 다음 산행을 위해 여기서는 전적비의 위치를 확인해야 해, 왼쪽을 주시하며 내려갔다. 4시 39분 용문사 일주문을 통과한 후 왼쪽을 주시하며 가자, 매국의 시대에 독립운동 기념비가 보여, 그리로 가 자세히 살펴본 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4시 42분, '용문산 관광안내도'에서 전적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아래에서 전적비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났다. 고로 버스정류장에서 주차장으로 올라오면 된다. 전적비 위치를 확인한 거로 이번 산행의 대부분 숙제를 해결했고, 이제 가장 중요한 배를 채우는 숙제만 하면 된다. 해서 주차장을 나가, 보도에 늘어선 메뉴를 확인하며 식당가를 따라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갔으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대로 더 가면 끝이라 초조한 가운데, 그중 한 집의 ‘더덕불고기’라는 생소한 메뉴에 끌려, 그 식당으로 들어가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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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48분 식당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은 후 기록 중인 등산 앱의 기록 마침을 터치해, 트랙 록을 종료했다. 이후 이번 산행의 트랙과 통계를 대충 훑어보고, 평균 속도가 3.03km라는 것에 놀랐다. 산행 중 음성으로 알려주는 소요 시간과 지나온 거리로 계산한 속도인 2.5km 내외와는 큰 차이가 있어, 다른 통계를 보니, 휴식이 1시간 37분이다. 그럼, 이해된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많이 쉬었나? 어쨌든 지금은 배를 채우는 게 중요해 그건 잊어버리고, 주인장이 가져다준 차림표를 자세히 봤다. 하산주 안주 겸 늦은 점심으로는 처음에 있는 '더덕불고기 산채정식'이 딱 맞다. 그리고 더덕과 불고기의 조합도 궁금했다. 물론 1인분 주문이 되는 음식이라 감사하며 그걸 주문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오면서, 냉장고에서 빨갱이 한 병과 잔 하나를 들고 왔다. 그러자, 주인장이 묵무침과 작은 감자전을 한 장 가져다 다. 원래 정식에 포함된 건지, 서비스인지 정체가 궁금한데, 서비스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조금 있으니, 밑반찬이 깔리는데 반찬 가짓수에 놀랐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저 반찬을 다 때려 넣고 비비면 산나물비빔밥이다. 와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된장찌개다. 이후 더덕불고기가 나와 식탁 중앙의 화로에 놓고, 조리를 시작한다. 이건 빨갱이 한 병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의 안주다. 결국 빨갱이 하나를 더 주문하고, 풋고추 있으면 몇 개 달라고 했다. 그렇게 술도 다 마셔가고, 18시 20분발 버스 시간도 있고 해서, 막판에는 큰 그릇을 부탁하자, 비비려고 그러는지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그릇을 가져다주며, 식탁에 있는 게 비빔용 고추장과 참기름이라고 알려준다. 해서 남은 밥과 손을 안 댄 반찬은 빼고 남은 반찬을 다 때려 넣고, 산나물비빔밥을 만들어 깨끗이 비운 후 핸드폰 페이로 결재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다시 한번 핸드폰만 있으면, 현금, 카드 다 필요 없다는 것에 감탄했다.
아직 버스 시간까지는 10분 정도 여유가 있어,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본 후, 버스정류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그리고 6시 20분 정각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용문역으로 향했다. 양평 7-4번 버스가 용문역에 들르는 것과 통과하는 두 종류가 있는데, 18시 20분 차는 용문역에 안 들리는 걸로 알고, 그 전이 축협 앞 정류장에서 내려 용문역으로 걸어가는데, 그 버스가 직진하는 게 아니라, 역방향으로 좌회전한다. 깜짝 놀라, 시간표를 확인했다. 내가 잘못 본 거다. 어쨌든 걷지 않아도 좋을 1km가량을 걸어, 6시 42분 용문역에 도착해, 승차장으로 가자, 문산행 열차가 대기 중이다. 해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갈아타기 가장 좋은 제일 뒤 칸에 탔다. 빠르게 가르면 옥수역에서 갈아타야 하나, 힘든 산행에 빨갱이까지 두 병을 마셔, 푹 자고, 퇴근 시간이라 만원 열차를 피하기 위해서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갈아타야 할 역을 지나치지 않게 여러 조치를 한 덕에, 제대로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6호선으로 갈아탔다. 와중에 임산부 배려석 바닥에 있는 글이 눈에 띄어 읽다가, ‘합계 출산율 어쩌고’ 하는 글은 옥에 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6호선이라, 역촌역에 내려 집에까지 걸어가려니, 그것도 피곤해, 응암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구산역으로 갔다. 구산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해, 9시 30분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종료했다. 물론 씻은 후 늦은 저녁을 먹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세 끼는 먹어야 하는 인간이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장군봉을 뺀 '용문사 버스정류장 → 중원산 가는 길 → 마지막집 → 무덤 → 저수조 사거리 → 유격장 우회 → 유격장 끝 → 철조망 → 덤봉/딴봉 → 헬기장 → 용문봉 1 → 용문봉 2 → 문례재/싸리재 갈림길 → 용문산 정상/가섭봉 → 장군봉 갈림길 → 상원사 갈림길 → 마당바위 → 용각골 → 상원사 갈림길 → 용문사 → 용문사 버스정류장'의 17.63km(산길샘) 코스를 7시간 동안 탐험했다. 이동 5시간 23분, 휴식 1시간 37분! 그런데, 휴식 1시간 37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그에 따른 ‘평속 3.03km’도! 휴식은 많아야 30분 내외, 6시간 30분 이동이 합리적이다. 고로 평속은 2.71km 정도라 생각된다. 이거 ‘산길샘’도 믿을 수 없으면, 대중적인 ‘트랭글’로 돌아가야 하나?
앞선 산꾼이 산행기에서 언급한 이상으로 암릉과 바위 타는 재미가 좋은 용문봉 산행이다.
초미세먼지가 '보통'이라 그런지, 가까운 곳의 시야는 좋았으나, 먼 거리를 약간은 흐렸다. 하지만, 보고 싶은 건 다 본 산행이라 날씨에 대한 불만은 없는 산행이었다.
암릉과 바위 타는 걸 즐기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달려봐야 할 봉우리다. 다음은 이번에 포기한 장군봉부터 백운봉까지 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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