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방식 재건축 확산...신탁사 공략법도 제각각
도시정비 시장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 공략을 위한 신탁사들의 행보가 갈리고 있다. ‘시행자 방식’과 ‘대행자 방식’ 중 재건축 사업의 진척에 따라 사업 참여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부동산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재건축 사업을 이끄는 것이다. 사업 기간 단축을 통한 속도성, 조합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투명성, 원활한 자금 조달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부동산신탁회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된 이후, 국내 11개의 신탁사 중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등은 정비사업 전담조직을 꾸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탁사들이 수주한 사업지를 살펴보면, 엇갈린 행보가 나타난다.
‘시행자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이다. 이 방식에서 신탁사는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되기 이전 단계인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재건축 사업의 시행자로서 사업의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 조합을 완전히 대체하기 때문에 전체 소유주의 4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탁사가 땅을 위탁받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반면, ‘대행자 방식’은 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을 이룬 중간 단계에서부터 신탁사가 참여한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사업지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조합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신탁사가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이 이러한 방식으로 재건축을 이끌고 있다.
시행자 방식과 대행자 방식의 사업지를 모두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탁사는 한자신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자 방식의 경우, 신탁사가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만큼 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크지만 주민들의 의견이 모이기 어렵고 대행자 방식에 비해 사업지를 장기간 관리해야 해 리스크가 동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행자 방식을 고려하는 사업지는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정체돼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운 사업지가 대다수”라며 “시행자 방식에 비해 분양성이 낮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탁사 관계자는 “특별히 시행자 방식이나 대행자 방식을 가려서 수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게 나뉘어 각사별로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신탁 방식 재건축의 확산세가 빠르기 때문에 올 연말이 되면 신탁 방식 재건축으로 추진되는 사업지가 전국적으로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