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경제`는 시장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제영역을 말한다. 빙하 그림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면 위에 보이는 빙하가 시장경제라면 수면 아래 숨어 있는데 대부분의 빙하가 코어경제다. 예를 들면 어떤 변호사의 아이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을 때 자신이 아닌 다른 변호사의 상담을 받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상담을 해주게 되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동일한 상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 개의 상이한 영역이 존재하는데 바로 화폐를 지불해야 하는 시장경제와 화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코어경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역사가 700여 년에 불과한데 비해 가족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코어경제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코어경제 영역 중 가정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활동으로 `돌봄과 양육`, `주부들의 가사활동`이 있다. 돌봄과 양육활동은 한 인간을 전인적으로 성장시키며 시장경제의 생산활동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로 준비시킨다. 주부들의 가사활동은 그림자 노동으로 불리우며 이 사회와 국가가 기능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통계청이 2014년 기준 가사노동에 한정하여 그 경제규모를 측정하여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규모는 361조로 당시 전체 GDP의 24%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너무나 저평가 되어 있지만 이것을 1인당 생산가치로 환산을 하면 710만원이 된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코어경제를 살펴보자. 배려와 상호호혜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활동, 즉 자원봉사 활동은 취약계층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으로, 지역사회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로 도시기능의 유지와 발전의 역사 속에서 함께해 왔다. 이처럼 가사노동의 규모만 하더라도 아주 저평가 되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만약 자원봉사를 비롯한 공동체 영역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합산하게 되면 기존 시장 경제 규모보다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이렇듯 시장경제와 코어경제의 관계는 마치 컴퓨터의 운영체계인 윈도우와 그에 기반해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인 엑셀과 같다. 엑셀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될 경우, 프로그램의 오류가 아니라 그 운영체계인 윈도우가 잘못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눈에 드러나는 시장경제를 위해 코어경제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해온 제로섬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코어경제의 복구와 회생을 위해 시장경제가 책임과 의무를 다할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자연환경을 파괴한 기업이 그 자연환경의 복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자원봉사 진흥 국가기본계획에 의하면 자원봉사자 활동 참여율이 급감하고 있다. 각종 정책의 역기능들과 함께 고물가 마이너스 성장시대 속에서 인구절벽현상, 지방소멸현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우리 사회를 떠받들고 있는 코어경제 영역에 울리고 있는 위기신호다. 미래 이 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고령화 된 자원봉사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족단위나 젊은 세대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원봉사에 자연스레 입문할 수 있는 융복합 봉사컨텐츠의 계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 동구 지역만 해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 선정된 봉사활동 우수사례 및 전국 최초의 실험적 활동 등의 혁신사례가 많다. 이런 사례들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도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세밀한 정책을 세워 무너져 가고 있는 코어경제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