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밑 돌 틈 사이로 비집고 나온 나팔꽃 한 송이 담벼락 가파른 절벽을 기어 올라가면서 연보랏빛 스피커 켜고 나팔 불고 있다 아침마다 팽팽하게 터지는 말 어서 눈 떠 봐 아침이야 기상나팔 불어대는데 꽃이라면 나 정도는 돼야지 한나절도 못 버티고 저러다가 말걸, 쯧쯧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백일홍이 비웃고 있다 뿌리 내리기 힘든 곳에서 땅으로 줄기 뻗으며 넝쿨손 휘저어 아침이면 피었다가 슬며시 이 몸 숨기지만 덧없는 사랑이라 하지 마라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하는 법 그대 영혼 속에 다발로 번지고 싶은 내 아픈 영혼의 팽팽한 나팔소리 들리는가 질긴 힘줄로 칭칭 감고 올라 아침마다 내 사랑 만천하에 알리는 수밖에
<시작노트>
나팔꽃은 한 나절 피었다가 빨리 지는 꽃으로 돌담에 뿌리내려 꽃 피운 나팔꽃이 참 가련하다. 건너편에 백일홍이 100일 동안 자태를 자랑하며 서 있지만 백일홍 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면 이 척박한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낼까? 아침이면 피었다가 슬며시 이 몸 숨기지만 덧없는 사랑이라 하지 마라. 아침마다 내 사랑 만천하에 알리고 싶다.
김임백
동아연합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달성문인협회, 한국문학인협회 이사, 한국시낭송회 이사, 한국문학인협회문학상 대상, 허균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박화목문학상, 황희문화예술상, 제 4회 한국시낭송회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통일부장관문학 대상, 대한민국 창조 新지식인 문학부문 대상. 동아연합신문 시문학상 대상, 동아연합신문 시낭송상 대상 수상
시집 : 『햇살 비치는 날에』,『부화를 꿈꾸며』 외 공저 다수 이메일 : beck3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