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필독서로 권장 당(?)했던 책 중에 하나가 플루타르크 영웅전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일반 사람하고는 백이십퍼센트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를 테면 제기차기를 일반 사람들은 잘차봐야 스무개, 서른개를 차는데
일단 제기를 차기 시작하면 백개는 기본인 장덕이 같은 사람 말이지요.
장덕이는 제기차기 밖에 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어린 맘에는 그들을 닮고 싶고 싶었습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못지 않게 국산 위인전도 건전(?) 서적으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 최영장군 전이던가?? 남이장군 전이던가??
글을 읽는 중에 가슴을 후벼파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장수된 자로서) 결코 이부자리에서 죽음을 맞이 하지 않겠다.
나의 죽음은 말 위에서 맞이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장수가 그 말을 실제 했는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문장인지 모르겠지만
바~~~보 같은 소리라고 여겨집니다.
기왕이면 뽀대나는 서울대 병원이나 삼성병원같은 대형병원의 특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간절한 눈빛 속에
마누라와 자식들, 손주들의 열렬한(?) 저승행 방해공작을 사양하며 눈감는 것이
말 위에서 죽는 것 보다는 백배 나아 보이거든요.
물론 눈보라치는 전선, 폭풍의 바다, 뇌우의 하늘에서 조국을 지키려 산화하신 분들의 숭고함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깁니다만....
어릴 때 그리도 거룩한 이야기에 쉬이 감동먹고 그리 살아 내고 싶었던 저도 이젠 늙었습니다.
모두가 늙는 것이 삶이라 억울할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지만
갈 수록 쪼잔해 지는 모습을 보면 제가 거룩한 죽음보다는 평온한 죽음을 더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손에 비접이 들었더랩니다.
여전히 몸쓰는 작업을 좋아하다 보니 필연적입니다.
초기에 건드리기도 힘들었습니다.
비접이 으찌나 날카롭게 엄지 손가락의 살을 훼집는지...
손톱깎기로 비접박힌 부분의 살을 몇 번 깎아 내다가
핀셋으로 해당 부위를 찝어서 비접을 밀어내기 작업하다가
나름 시도는 해봤지만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상식으로는 외부의 물질이 피부 속에 박히면 내부의 백혈구가 적으로 간주해서 공격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면 비접 박힌 부분이 헐거워지니까 그 때 고름을 짜내며 덩달아 비접도 빠져 나올 것이라 계산한 것이지요.
달디단 잠 속을 헤매다 TV소리에 깨어 이불 속에서 뭉그적 대다가
나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검지로 만지고 있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틀 전 같으면 검지로 만지는 순간 통증으로 소스라치게 놀랐었는데 맹숭맹숭합니다.
염증도 없습니다.
이대로 굳어 버릴 것 같습니다.
이대로 굳으면 비접 박힌 부분을 중심으로 단단해 지는 현상이 뒤따를 겁니다.
이 상태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티눈고를 바를까나? 고약을 발라서 비접부분의 염증을 유도해 볼까나 생각하다가
수술을 하기로 합니다.
준비물은 라이터와 문구용 칼
누워서 문구용 칼의 끝 부분을 라이터 불로 지집니다.
제 또래 중에서 시력으로는 뒤지지 않는데 역시나 늙은 놈 시력이 좋아봐야 한계가 있습니다.
촛점이 잘 안맞는지 비접박힌 부분의 상태가 확인이 안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보니 ...... 더 모르겠습니다.
무작정 비접박힌 부분으로 예상되는 부위를 칼끝으로 포뜹니다.
소 뒷걸음질에 쥐가 밟혔습니다.
하다 보니 비접이 칼 끝에 밀려 밖으로 나왔습니다.
겨우 1.2mm 밖에 안되는 비접으로 생고생을 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합니다.
혼자서도 잘 놉니다.
북방의 오랑캐를 아작내다가 문득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죽기를 소원했던 어린아이는
늙어서 이리 비접을 파면서 혼자서 잘 놉니다.
새벽 포장도로를 달리기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울 아버님도 팔순 때 그러셨습니다.
'내가 말이다. 몸은 팔순이래도 어찌 마음은 여전히 스무살 때 그대로이다'
저는 아직 팔순이 되려면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 먼 길을 여러번 뱅배에뱅뱅 더 돌아야 합니다.
어잇차!!!
비접도 뺐으니 묵혀둔 장검도 세상을 향해서 빼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제 개인카페에 올린 글.....여기저기 퍼나릅니다.
첫댓글 험악한 세상이라 지문사진 올리면 범죄에 노출됩니다 ㅎㅎ
비접이 무슨말인가 궁금 합니다 ㅋ
그러고 보니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을 썼네요.
전라도 사투리인가 봅니다.
나무의 거친 면에서 떨어져 나온 부분이나 가시등 작고 가느랗고 날카로운 이물질을 말하는데요.
지방 표준어도 아니고 우리 동네에서만 사용하던 지역 은어였나?
지역정모 준비에 바쁘시지요?
하는 일 없는 저도 무지 바쁘네요.
@빅샤인 바빠도 모임은 올거죠?
@도안(전주) 도안님 기 받으러 갑니다.
아무리 해가 가고 날이 가도 여전히 탱탱구리인 피부!!
이것은 화장품이나 약제나 인공기술로는 설명이 안되고
오로지 기로 설명됩니다.
기 받으러 가세~~~
@빅샤인
비접이 무엇인가했어요
손이나 발 따위에 박힌 작은 나뭇조각이나 가시(전남)
네이버 검색하니 이렇게 나오네요.
비접의 원 뜻은 병이 나서 다른 곳으로 치료 받으러 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서
뭔일? 했습니다.
비접 : 새로운 단어를 배움니다
저도 어릴적 읽기 귄장 받았던 책을 거론하시니 ~~~
눈이 어두워지니 여러모로 어려움이 걸리네요
비접 날설지 않다 했더니
아랫역이 고향인 남편한테서 까끔 듣던 소리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안쓰는 단어라서 뭔가 했습니다
저두?
비석치기인가 했네요...
학부시절, 중년의 언어학개론 여교수 왈!
네들만 아냐! 나도 오늘밤에 백마탄 왕자님 만나는 꿈 꿔...
그 때는 마흔 넘어 세상이 온다는 걸...
ㅍ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