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기후가 나타나는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고산기후는 지금까지의 기후구들과는 다르다. 모든 기후형은 기온, 강수량의 월별 분포로 구분된다. 또 대기대순환과 수륙분포, 지리적 위치, 지형 등이 중요한 기후인자였다. 그런데 고산기후의 가장 중요한 기후인자는 해발고도이다. 해발고도로 볼 때 산림한계고도보다 높은 지역의 기후를 고산기후라 한다. 이와 반대로 산림한계고도보다 낮은 지역의 기후는 산악기후라고 한다. 중위도 지방에서는 2,000m 이상 되는 산에서 나타난다.
고산기후는 쾨펜의 기후구분에서 아한대기후나 한대기후에 속한다. 그러나 열대지방의 높은 산은 고위도의 평지와 비교해 볼 때 기온의 연변화가 다르다. 전자는 후자에 비해 기온변화가 현저히 적다. 이와 같이 열대의 고산기후는 온대나 한대지방의 고산기후와도 다르게 나타난다. 약 3,000m 이상의 고산에서는 고산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산기후는 아시아의 히말라야, 유럽의 알프스, 북아메리카의 로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와 뉴질랜드의 남알프스 등에서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산지를 따라 발달하기 때문이다. 고산기후는 같은 위도대를 따라 발달하는 주변 저지대의 기후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차이가 크다.
강수량의 계절분포는 주변의 저지대와 거의 비슷하고, 기온은 주변보다 낮다. 해발고도와 햇빛에 노출된 지면의 크기에 따라 산악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성 기후가 나타난다. 여기에 햇빛의 경사도나 탁월풍에 대한 사면 경사도도 기후 차이에 큰 역할을 한다.
해발 4,344m로 고산기후를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산맥 <출처: (cc) JonathanLamb at Wikimedia.org>
고산기후는 높이에 따라 기후요소가 변한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기온의 하강이다. 통상 중위도 지방의 고도 3,000m 고산지대의 일조량이 적도평야의 일조량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태양열 흡수는 높이 올라갈수록 적어지고 공기의 밀도와 기압도 낮아지기에 기온이 낮아진다.
100m 단위로 측정되는 고도에 따른 온도의 변화율을 온도구배(temperature gradient, 溫度勾配)라고 한다. 고산지대의 평균 온도구배는 0.6℃이며 습도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공기가 건조한 지역의 온도구배는 1℃에 가깝다. 그러나 공기가 수증기 포화상태인 지역은 0.5℃ 정도다. 그래서 고산기후권의 기온이 평지보다 추워지는 것이다.
고산기후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요소는 햇빛에 노출된 지면의 차이다. 햇빛에 노출된 사면과 그늘진 사면에서 만들어지는 양지와 음지 사이에는 기후 차이가 커진다. 특히 중위도 지방의 고산지대에서 뚜렷해진다. 저위도 지방에서는 태양의 일조 입사각이 수직에 가까워 차이가 덜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형적인 굴곡, 햇빛에 노출된 지면의 크기에 따라서도 기후는 변한다.
고산기후의 특징적인 요소가 강수량의 증가이다. 고산지대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공기의 상승기류가 활성화된다. 지형적 대류로 인한 상승기류는 강수구름을 만든다. 따라서 평지보다 강수구름이 더 강하게 발달하고 많은 비를 내린다.
티베트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높은 해발고도에 자리하고 있다.
강수량은 고도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강수량 분포도를 보면 마치 섬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고도는 습도와 기온을 측정해 보면 알 수 있다. 습도가 가장 높고 음지가 많은 숲이 있는 고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눈을 동반한 비가 내리기도 한다. 눈이 두껍게 쌓이면 알베도(Albedo)가 높아지면서 햇빛을 반사한다. 그러면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열이 낮아진다. 눈이 쌓인 지역의 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이유다.
고산기후의 특징은 공기가 희박하고 수증기와 먼지가 적으며, 날씨가 급격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공기 밀도가 낮아 낮에는 대기가 빠르게 가열되지만 야간에는 빠른 속도로 냉각되므로 기온의 일교차가 크다. 그러므로 고위도의 산지에서는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풍향 변동에 따라 날씨도 쉽게 바뀐다. 산악의 날씨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공기가 희박한 고산지역에서는 저지대에 비해 자외선의 강도가 강하다.
고도에 따라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높은 고산에서는 수직적으로 다른 기후가 나타난다. 안데스 산맥을 예로 들어보자.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 동쪽으로는 아마존 분지의 열대우림기후가 나타나고, 서쪽에서는 한류에 의한 건조기후가 나타난다.
해발 1,200m를 넘어서면 아열대기후 환경으로 바뀐다. 해발 2,400m를 넘어서면 온대기후로 바뀌면서 식생도 지중해성기후구의 식생으로 바뀐다. 해발 3,600m부터는 한랭한 중위도 기후의 환경이 되며, 4,800m를 넘어서면 극기후와 같이 눈과 얼음이 연중 덮여 있다.
안데스 산맥 같은 고산지대에서는 수직적으로 다른 기후가 나타난다. <출처: (cc) Marturius at Wikimedia.org>
산지의 남쪽과 북쪽 사면에서의 태양 복사량의 차이도 크다. 북반구 산지의 북쪽 사면에서는 겨울철에 거의 일사량을 받지 못한다. 반면 남쪽 사면에서는 훨씬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 이런 복사량의 차이는 식생분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쪽 사면은 기온이 낮아 증발량이 적기에 식생이 풍부하다. 반면 남쪽 사면은 기온이 높아 건조하여 식생 피복이 약하다.
또한 탁월풍이 불어오는 쪽과 그 반대 사면 간에도 기후 차이가 크다. 바람받이 사면에서는 공기가 상승하면서 강한 비가 내릴 수 있지만 바람의지 사면은 강수그늘이어서 비가 적다. 고산기후를 결정짓는 것 중 하나가 바람의지와 특별한 바람이다. 고산의 높낮이 차는 탁월풍에 노출된 바람의지 사면과 비켜간 바람받이 사면을 만든다. 두 사면의 기후 차이는 강수량, 기온, 습도, 바람의 강도, 난류 등의 차이를 가져온다.
이 외에 고도의 차이와 햇빛에 노출된 지면에 영향을 받아 좁은 지역에 국한된 특별한 지역풍이 불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푄 현상이다. 보라(Bora, 아드리아 북부 해안), 미스트랄(Mistral, 프랑스 남부 해안), 산타아나(Santa ana, 북미의 남부 캘리포니아) 등도 이에 속한다. 바람은 고도가 높아지면 마찰력이 작아져 풍속이 증가한다.
고산지역의 낮은 기온은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중위도나 고위도의 고산지역은 너무 추워 사람이 살기가 어렵다. 중위도 고산지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기온이 낮아서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의 높은 산지는 연중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 있다. 티베트와 히말라야 산지 남쪽 사면의 네팔, 부탄 등은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중위도 지역에서도 해발고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은 산악기후를 보이며 인류가 거주하고 있다.
고산기후도 <출처: 케이웨더>
아래 그림은 비슷한 위도상에 자리하지만 고도가 다른 독일 남부의 뮌헨(447m)과 오스트리아의 손블리크 산(3,105m)의 기후를 나타낸 것이다. 중위도에서 해발고도의 차이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손블리크는 뮌헨에 비해 기온이 크게 낮다. 최난월 평균기온이 뮌헨은 23℃ 정도지만 손블리크는 10℃ 정도다. 강수량의 차이는 더욱 커서 뮌헨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810mm이며, 손블리크는 2,670mm이다. 전형적인 산악의 바람맞이 효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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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왼쪽)과 오스트리아 손블리크(오른쪽)의 기후도. 손블리크의 기온이 훨씬 낮고 강수량이 많다. <출처: 기후학(이승호, 2012)> |
중위도 고산지역에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쌓인다. 이로 인해 다설에 대비한 독특한 가옥구조와 다설을 이용한 겨울철 레포츠가 발달했다. 이에 반해 열대지방의 고산지대는 선선한 기후 때문에 일찍부터 인류의 거주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안데스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고대문명이 발달한 것도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이었다.
적도가 지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에콰도르의 키토(Quito)는 고산기후지역에 발달한 대표적인 도시이다. 그 외에도 중남미의 라파스, 보고타, 멕시코시티 등이 대표적인 고산도시이다. 열대고산지역은 매달 월평균 기온이 15℃ 내외로 항상 봄과 같은 날씨가 이어져 휴양지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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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역의 기후도. 에콰도르의 키토(왼쪽)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오른쪽). <출처: 기후학(이승호, 2012)> |
안데스와 같은 열대고산지역은 기온은 선선하지만 강렬한 태양복사와 낮은 기압, 적은 산소량으로 살기에 불리한 환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옥수수나 밀, 보리, 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다. 주변의 산지에서는 가축을 방목한다.
해안기후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을 따라서 나타나는 기후이다. 해양기후와 대륙기후의 중간적 성격을 띠면서 다소 해양기후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다. 해안은 바다와 육지를 접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풍처럼 어느 방향의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다른 기후가 나타난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에는 해양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대륙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에는 대륙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기온의 연변화, 일변화는 내륙보다 적고 한서(寒暑)의 차이도 적다. 고위도 지방에서도 해안기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서리, 얼음, 눈 등의 출현이 매우 적다. 반면 태풍이 내습할 때 폭풍해일이나 쓰나미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안과 동안에서 나타나는 서안기후와 동안기후가 대표적인 해안기후이다. 동안기후는 대륙의 영향이 크다. 기온의 연교차가 크고 강수량은 여름에 집중된다. 반면 서안기후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온의 연교차가 적고 강수량이 연중 일정하게 유지된다.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은 수증기가 많아 기온의 연변화나 일변화도 적게 나타난다. 한국도 삼면에 해안기후를 가지고 있다. 연교차나 일교차를 그려보면 해안을 따라 낮게 나타난다. 바로 해안기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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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기후와 동안기후지역의 기후도. 서안기후인 영국의 런던(왼쪽)과 동안기후의 특성을 보이는 한국의 서울(오른쪽). <출처: 기후학(이승호, 2012)> |
해안기후는 한류인지 난류인지에 따라 기후가 바뀌기도 한다. 한류가 흐르는 서안에서는 독특하게 해안사막기후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류가 흐르는 해역에는 대기가 안정되어 있어서 강수를 내리는 상승기류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류 연안에는 상대습도가 높아 안개가 끼기는 하지만 강수가 내리지 않아 사막이 발달한다. 대표적인 해안이 북아메리카의 캘리포니아 연안과 남아메리카의 페루에서 칠레로 이어지는 해안, 남아프리카의 서해안 등이다. 모하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 나미브 사막 등이 발달했다.
바다의 해안은 아니지만 내륙에 있으면서 해안기후와 비슷한 기후를 보이는 곳도 있다. 바로 대륙 안의 큰 호수에서 생기는 호안기후다. 북미의 5대호,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 주변 등이 이에 속한다.
해안지방은 내륙보다 일조량이 낮은 반면 습도가 높다. 일부 해안사막지역을 제외한 모든 해안기후지역은 습도가 높다 보니 기온의 일교차와 연교차가 적다. 높은 습도 때문에 밤이나 겨울에 기온이 급강하하지 않는다. 또 낮과 여름에도 높은 습도가 기온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높은 습도로 구름이 많이 생기면서 비가 자주 내린다.
해안기후에서는 연안의 가장자리보다 내륙으로 수 킬로미터 들어간 지역에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이것은 해풍의 영향 때문이다. 대신 연안지방으로는 이슬비처럼 가는 비가 오랜 시간 내릴 때가 많다. 습도가 높다 보니 안개도 짙게 자주 낀다.
바람은 해안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출처: (cc) Gordon F. Smith' partents at Wikimedia.org>
해안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이다. 해안기후지역에서는 육지와 해양의 비열 차이로 낮과 밤에 바람이 바뀐다. 물론 강력한 기압계의 영향이 없을 때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을 해풍이라고 한다. 해가 뜨고 날씨의 변화 폭이 작은 아침에 불기 시작해 낮에 가장 강해진다. 해풍의 범위는 해안선에서부터 육지로 40∼50km까지 나타난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해풍은 사라진다. 그 대신 밤에 육지에서 바다로 육풍이 분다. 해륙풍은 국지적인 해안기후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대륙적인 규모의 바람에는 계절풍이 있다. 대륙과 해양의 비열 차이로 생기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해안기후는 정반대의 기후가 번갈아 나타난다. 겨울에는 대륙성기후, 여름에는 탁월한 해양성기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온대지방은 피서와 피한에 적합하지만 열대지방은 고온다습해 지내기가 어렵다.
- 글
- 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
-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공군 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며,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연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워렌버핏이 날씨시장으로 온 까닭은?], [날씨가 바꾼 서프라이징 세계사] 등 15권이 있다.
주석
- 1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즉 바람이 산의 경사를 따라 상승하는 지역.
- 2
-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반대쪽 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