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장님과 알바의 차이는 '호칭' 뿐이다?

[정예요원]

편의점사장님(?)과 함께한 하루밤

편의점의 밤이 궁금했습니다. 아니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후배의 밤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주일 중 제일 붐빈다는 지난 토요일 밤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후배를 찾아갔습니다.
후배는 편의점 알바(아르바이트)는 아닙니다. 어머니가 편의점 사장님이시니 오히려 알바를 고용하는 고용주 입장이지요. 매일 밤마다 편의점을 지키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후배는 평일에도 틈틈이 직장에서 퇴근한 후에 밤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토요일 밤은 아예 전담해서 맡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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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경영 사장, 알바 쓰기도 부담스러워

밤에 일하느라 낮에 힘들어하는 후배가 처음엔 이해가 안됐습니다. “돈 좀 아끼느라 고생하지 말고 그냥 야간 알바 좀 쓰지 그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정을 들어보니 말이 ‘사장’이지 현실은 ‘알바’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후배네는 점포를 갖고 편의점을 하는 게 아니라 편의점 본사 직영점을 위탁 경영하는 거더군요. 처음 계약할 때 낸 가맹비 외에도 매달 월세처럼 임대료를 냅니다. 판매 수익도 본사가 60%를 갖고 가고 나머지 40%가 후배네의 수입이 되는 거라네요. 그러니 한 달 수입 중 낮에 일하는 알바생들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겨우 어머니 인건비 정도가 남는 거지요. 그런 상황에서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야간 알바를 쓰기가 만만찮은 거죠. 게다가 본사와 매년 재계약을 하는데 그때마다 가맹비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후배네는 올해 재계약을 하면서 1천만원을 더 냈더군요.

손님들의 로또와 사장님의 로또

후배랑 함께 토요일밤을 지새보니 수입뿐만 아니라 일하는 것도 알바와 마찬가지였습니다. 편의점은 토요일 오후 6시경부터 바쁘다고 합니다. 로또 추첨을 앞두고 로또를 하거나 지난주 소액 당첨상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몰려 정신없다는 군요. 후배는 가끔 지난 토요일에 로또가 많이 팔려 기분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로또복권 한 장 팔아야 후배네가 가져가는 건 겨우 50원이라네요. 그 50원에 웃고 우는 사람들이 바로 편의점 사장님들인가 봅니다.
로또 특수가 잠잠해질 무렵인 오후 8시 경에 후배네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후배가 알바생과 교대할 밤 11시까지는 편의점 한 편에 있는 라면 등을 먹는 곳에서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요. 그 3시간 동안도 후배는 카운터가 붐빌 것 같으면 얼른 달려가 계산을 하고 틈틈이 청소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판매할 상품들도 아침에만 오는지 알았더니 점심에도 오고 그 밤중에도 오더군요. 물건이 오면 또 바로바로 정리해야 하니 한 명이 카운터까지 보면서 하기엔 힘들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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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을 의자도 없는 편의점 사장님

알바생이 간 후, 후배와 카운터에 들어갔습니다. 후배가 “여기에 기대세요”라면서 내민 건 의자가 아니었습니다. 빵 같은 걸 담는 박스를 세운 거였지요. 카운터에 의자를 갖다 놓으면 본사에 걸린다고 하네요.
지난해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이라는 캠페인을 해서 마트나 백화점 매장에 의자가 생겼다고 하던데 이제 ‘서서 일하는 편의점 알바에게도 의자를’이라는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낮엔 놀지 말고 밤엔 졸지 말라는 뜻일까요. 밤새 일하는 것도 몸에는 무리가 가는 건데 앉지도 말라는 건 정말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의자 다음으로 저를 놀라게 한 건 바로 ‘담배’였습니다. 계산대 위와 뒤 가득 담배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국산과 수입 담배들이 어찌나 많은지 아침이 될 때까지 그 이름들이 입에 붙지 않더군요.
어떤 건 ‘블랙’, ‘블루’, ‘레드’라고 구분하고 어떤 건 니코틴 함량에 따라 ‘1.0’, ‘3.0’, ‘0.1’, ‘0.5’로 나누니…. 흡연의 위험성이 높아져서인지 니코틴 함량이 낮은 ‘라이트’가 대세던데 ‘라이트’면 그냥 ‘라이트’지 ‘수퍼 라이트’, ‘울트라 라이트’는 또 뭐란 말입니까. 뭐, 내용물은 똑같고 케이스에 따라서만 ‘곽’이냐 ‘팩’이냐로 구분하기도 하고, 종류가 11가지나 되는 한국의 담배 브랜드도 있는 걸 보니 담배시장 경쟁이 뜨겁긴 뜨겁나 봅니다. 그 덕에 초보 계산원은 많이 당황했습니다.

밤낮이 따로 없는 편의점 일

한밤중 편의점을 찾는 군상들도 가지각색이더군요. 주변에 역과 모텔들이 있어서 그런지 커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술 취한 분들도 많았죠. 그런 분들이 말을 험하게 하거나 돈을 던지면서 줄 때는 작은 가슴 더 작아지기도 했습니다. 손가락 마디가 잘린 손님도 있었는데 후배는 처음엔 그런 분들을 보고 놀라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후배는 남자여서 그나마 괜찮을지 몰라도 평일 밤 혼자서 편의점을 지키는 후배의 어머니는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물건 계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후배는 끊임없이 무언가 일을 했습니다. 자정이 되자마자 그날 번 돈을 정산해서 본사에 입금할 돈을 맞추고 다음날 들여올 물건들을 발주하더군요. 또 한밤중에 배달돼 온 삼각김밥, 음료수 등을 진열하는 일도 해야 했습니다. 진열도 다 규칙이 있더군요. 새로 배달돼 온 건 뒤에 놓고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건 앞으로 빼는 것은 물론, 상품명이 잘 보이게 오와 열을 맞춰 정돈해야 했습니다. 틈틈이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본사에서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니터링을 불시에 나와 언제든 깔끔하게 정돈이 돼 있어야 한답니다. 물론 고객 응대 멘트들도 본사에서 준 매뉴얼대로 해야 합니다. “어서 오세요. 00입니다.” “맴버십카드 있으십니까?” “현금영수증 필요하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어쩌면 기계적일지 모르는 이 멘트들도 꼭 잊지 말아야 한답니다. 모니터링 점수가 좋지 않을 땐 재계약이 힘들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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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가기 전 후배는 편의점 유리창에 ‘X마스 케이크 판매’ 홍보지를 붙이고 깜박이는 전등으로 꾸몄습니다. 후배는 장식을 하면서 “어렸을 적 친척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추리가 너무 부러워서 크면 꼭 집에 크리스마스추리장식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하더군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금, 토, 일로 이어져 엄청 바쁠 거라면서 후배는 남들은 놀고 데이트할 계획세우기 바쁜 이때 일할 궁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후배가 힘들거라고 염려한 새벽 3~4시를 용케 넘기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한 6시가 좀 안되는 시간, 버스정류장에서 후배의 배웅을 받는데 두 가지 상념에 젖었습니다. 다시 돌아가 아침까지 일할 후배의 어깨가 참 무거워 보이면서도 그렇게 자기의 짐을 무겁다 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고 있는 그가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밤새 밝히는 편의점 불빛만큼이나 후배와 같은 그 밤을 지키는 이들의 내일도 해가 쨍한 밝은 날이길 빌어봤습니다.

[미르코큰로캅]

그렇죠.. 편의점을 시작한 점주님들의 경우 100이면 99명이 시작한거 후회한다고하더라구요
하루도 못쉬고.... 정말 골치아프죠 편의점... 볼땐 쉬워보이지만 이것저것 발주해야하고 정산안맞으면
또 채워야하고 날짜도 매일체크하고.. 물건들어왔는데 손님들 갑자기 몰리면 휴... 힘ㄷ든일잊

[땡깡기술]

지금 다니는 회사 때려치고 파리바게뜨, 아니면 베스킨라빈스나 편의점 할까 했는데..ㄷㄷㄷ 이군요.. 감사합니다.

[애비야~]

제가 회사 때려치고 편의점 하고 있는데.. 재밌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