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는 뱀장어, 먹장어(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바닷장어)로 나뉜다. 풍천장어는 뱀장어이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살다가 8~10월에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간다. 난류를 따라 머나먼 태평양 한복판 심해로 나아간다. 산란기에 이른 뱀장어는 등쪽은 적동색의 금속 광택을 띠고 배쪽은 붉은빛을 띤 은백색으로 변하며 가슴지느러미는 황금색, 주둥이 끝은 자흑색을 띠어 욕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이른바 혼인색이다. 이때 소화기관은 극도로 퇴화하고 생식기관만 발달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생식기관만의 뱀장어는 드디어 깊은 바다 속에서 산란을 하고, 죽는다.
온몸을 욕정에 맡겨 스스로 죽은 이 아름다운 어미의 새끼들은 그 어미가 살았던 강을 향하여 여행을 한다. 댓잎처럼 생긴 이 새끼 뱀장어는 난류를 따라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대양의 거친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강으로 향한다. 강에 다다른 댓잎 새끼 뱀장어는 하얀 실뱀장어로 몸을 바꾸는데, 인간들은 이 즈음의 실뱀장어를 잡아다 키운다. 인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실뱀장어는 강으로 거슬러올라가 그 어미가 한 것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되고, 인간의 욕정을 위해 희생될 실뱀장어는 양식장에서 사료를 먹으며 자라다 욕정의 색을 온몸에 드러내지도 못하고 철판 위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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