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VNL을 보면서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가 느끼는 점은
국제 배구계의 흐름이 제작년이 다르고 작년이 다르며 올해는 또 다르다는 겁니다.
일본이 막바지 2연패를 당하며 다소 주춤하지만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고
중국도 주팅과 장창닝이 빠져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견고하며
태국도 세대교체를 나름 활발히 해서 우리나라 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이 빠르게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존의 강팀이었던 브라질 미국 세르비아 등도 나름의 세대교체를 진행중에 있구요.
그런 세대교체 가운데서도 플레이 스타일이 기존과 비슷한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좀 더 빨라지고 강해진 나라들도 있고 그런 분위기네요.
그런 상태에서
한국은 주축이었던 3인방이 빠졌고
대회 전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기내용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적어도 프로시즌 중 상위권 성적을 내는 구단의 화력이나 경기력 정도만 가져갔더라도
이 정도의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신체적 조건이 확연히 190대 신체조건을 가졌던
김연경 김수지 양호진 3명이 빠지다 보니
가장 큰 신장을 가진 선수는 정호영과 박정아 선수였으나
신체적 열악함으로 인해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변명을 대기엔
우리보다 훨씬 작은 신장을 가진 일본과 태국의 경기력을 비교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 있어서 암담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VNL 에서만 하더라도 비록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김연경이 빠진 경기에서도 나름 선전하는 모습들이 있었고
미래를 절망적이라고 보기 보단 조금 더 가다듬으면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했겠습니다만
이번 대회에서의 경기 내용은 심하게 이야기 하면 근본이 없는 대회준비..라는 생각이 드는게 너무 잔인한것일런지요.
하여간 잘나가는 팀들과 우리나라의 경기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안되는 점, 고쳐야 할 점등은 따져봐야 겠지요.
1. 수비에서의 몸의 움직임.
신체적 조건이 좋지 못한 일본과 태국의 공통점은
일단 수비력이 우리나라 보다 낫다 이겠지요.
이 두 나라의 수비하는 동작을 보면
일단 왠만해선 수비할때 넘어지면서 받지 않습니다.
공이 몸과 거리가 있으면 최대한 발로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몸이 넘어지면서 좁히려고 하지 않더군요.
발이 코트에 딱 붙어 있지 않고 계속 잔발 스텝으로 서브 리시브 부터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디그 까지
지속적으로 최대한 공식에 대입한 위치 선정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선은 집중하고 있지만 발이 지면에 붙어서 잔발 스텝이 용이 하지 않았고
볼이 몸의 정 가운데로 오지 않으면 발이 움직여서 최대한 가운데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팔을 좌우로 트는 등의 기본적인 자세 자체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거기에 넘어지면서 받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겁니다.
뭐 볼이 짧으면 넘어지면서 받을 수도 있겠죠.
헌데 넘어지면서 받고 다시 일어서서 플레이에 가담하는 제2 동작의 지연시간이 너무 길어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브 리시브를 할때 리베로에게 공이 가지 않고 레프트 두명 중 한명에게 가게 되면
해당 선수는 넘어져서 받느라 정신이 없고
서브리시브가 세터가 점프 토스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게 가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공격 루트가 한명 정도 밖에 안되는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 되더라는 것입니다.
스피드 배구 스피드 배구 하는데 그 스피드 배구를 하려고 하더라도
공격하려는 루트의 선수들이 공격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는 것이죠.
한명이 코트에 넘어져 있고 서로 엉켜 있고. 세터는 나머지 루트를 볼 수 밖에 없고
상대 블러커는 그 루트를 너무도 쉽게 파악하여 대비를 하고
블러커 뿐만 아니라 상대방 수비도 대비를 충분히 하는 것이지요.
서브 리시브가 불안하고 그래서 토스가 양질의 토스를 해주기 어려운 상황에 공격수가 공격준비를 충분히 못하고
루트가 한곳 으로 몰리고
그러다 보니 블러킹에 걸리든 블러킹에 바운드가 되든 수비수가 받든...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여유있는 반격으로 계속 무너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스피드 배구가 되기 전에 일단 공격 루트가 적어도 좌, 우, 빠른거, 후위 이렇게 네 가지가 살아 있어야
블러커가 되었건 상대 수비가 되었건 예측이 어렵고 위치 선정이 어렵고 대비가 안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센터의 속공이나 레프트의 퀵 오픈이나 라이트 아포짓 공격이나 중앙 후위 공격 모두
지켜야 할 블러킹 위치나 수비 위치 선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공격 루트들이 다들 준비가 되어 있고 세터가 누구에게 띄워 주더라도 공격하는 것이 원활한 상태가 되어야
상대방이 곤란해 지는 것이지요.
일본을 보면 늘 수비가 되면 적어도 3개 루트 정도는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속공을 쓸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좌, 우에 중앙까지 늘 공격수들이 세터가 볼을 잡을 때
공격수는 이미 도움닫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게 되려면 수비에서 기본 적으로 발을 빠르게 움직여서 안정되게 볼을 올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볼을 받고나서 그 다음 동작 공격준비든 트릭준비든 기본적인 스텝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동작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헌데 우리나라는 리시브 하나를 견고하게 받는 것 자체가 급급해서 받는 선수들 족족 받으면서 넘어져 있고
일어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니 레프트 뻥 토스 라이트 뻥 토스 아니면 센터 준비 되면 외발 이동 길게....이게 끝이더군요.
2. 스피드 배구는 공격할때 부정확 할 수 밖에 없다?
그럴 수 있습니다.
세터 손에서 떠난 볼이 일관적인 스피드와 높이와 일관적인 네트와의 거리에 해당하는 위치로
볼을 세팅해준다고 치더라도
볼을 패스해주는 선수의 거리 도움닫기 속도 등에 따라 안 맞을 수 있거든요.
일본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팀이라고 백이면 백 다 맞지는 않습니다. 당연하지요.
헌데 그런 경우에 대한 대비훈련이 확실했던것 같습니다.
볼의 높이가 안 맞다던가 스피드가 안맞다던가 한 볼에 대해 공격수는 특정 방향으로
푸시 공격을 진행하고 블러킹 벽에 바운드를 시킨 후
뒤에서 리베로나 다른 선수들이 해당 코스에 바로 자리 잡고 어택 커버에 대해 아주 충실하게 임해주는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반복적으로 공격수들이 블러킹 벽에 바운드 시키는 연습과 수비수들이 어택커버를 해주는 연습을
아마도 열심히 연습을 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동작에서 원활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공격수와 어택커버를 하는 수비수 그리고 그 다음 세터와 다른 공격수들의
기민하면서 원활한 움직임들 볼 수 있었네요.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공격이 좋던 안 좋던 세터가 볼을 올리면 그 볼을 바운드 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어떻게든 뚫어내려는 의지가 강했고
상대의 블러커가 철저하게 따라 붙더라도 강하게 때리려는 의지가 너무 강해보였다는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가 예전 부터 거포 배구에 대한 로망이 강한편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세터가 어떻게든 볼을 팰 수 있게 띄우면 공격수는 개인의 기량을 이용해서 (뚫어내던가 쳐내던가 하는)
포인트를 내려고 하는 의지가 너무도 강한 느낌입니다.
상대방이 견고하게 달라붙을 때 우리 나라 지도자들은 흔히 과감하게 하라는 스타일이 많은데 반해
일본이나 태국의 경우 일단 한번 바운드 시켜 정비하고 세터나 다른 선수들이 적절한 준비를 해서
좀 더 나은 상황에서 좋은 루트로 공격하는 영리함을 보여주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느낍니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준비가 다소 부족한것으로 보이며 공격후에 블러킹에 걸려 어택커버를 하더라도
다음 동작이 되지 못하고 그냥 상대방에게 찬스볼로 넘겨주는 상황이 너무 많이 발생된다는 것이지요.
3. 후위공격은 이제 공격수라면 필수다.
일본의 주포 뿐만 아니라 단신 공격수들도 이제는 후위공격 시도가 많더군요.
아포짓의 후위공격 뿐만 아니라 중앙 후위공격의 빈도가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적지 않은데 반해
우리나라는 너무나 인색합니다.
국내리그에서 후위공격을 시도하는 우리나라 선수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빈도도 극히 적기 때문에
이런점에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 인것이지요.
국내리그에서 지도자들이 좋은 성적을 위해
외국인 선수 몰빵을 하고 국내 선수들의 후위공격 시도에 인색한것
그런 흐름이 결국은 국제대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외국인 선수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파이프 공격이나 후위공격의 시도가 많아져야
결국 수비에서의 수비 자세 또한 선수들 스스로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언제 까지 국내리그 지도자들이 반성을 하게 될런지 안타깝습니다.
4. 콤비네이션 블러킹에 대한 연습 부족.
우리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예전과 비교했을때 비록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나마 선전을 했다고
평가 받는 포지션이 센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움직임으로나 공격으로나 말이지요.
헌데 여전히 아쉬움은 블러킹 능력입니다.
킬 블럭이 아니더라도 상대방 공격을 다소나마 견제해서 수비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블러킹이
다른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센터플레이어의 경험부족일 수 있지만 블러킹은 결국 혼자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두명이상이 벽을 쌓게 되고 두명의 블러커가 손모양과 타이밍 그리고 공격각도를 잘 맞춰서 떠야
그나마 조금이나마 높은 공격을 견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면에 있어서 두명의 호흡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센터와 사이드 블러커와의 호흡. 이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습니다.
반복적이고 많은 훈련량이 있어야 가능 할겁니다.
세터의 블러커 높이에 있어서 아쉬움은 늘 있어왔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특정 선수의 블러킹 뜨는 동작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이야기를 한적이 있어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외에도 아쉬운 부분은 뭐 수도 없이 많겠지요.
공격수의 스윙 스피드와 세터의 토스 스피드
세터나 나머지 선수들의 언더토스에 대한 의존도, 그리고 언더토스의 질
너무나 무모한 수준의 서브미스등등
각 프로팀들의 지도자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용병 선발에 목 매지 말고
다른팀 선수에 대한 군침 흘리지 말고
다양한 방법의 모색으로 좋은 재목들을 도태시키지 마시고
유소년때 선수들을 제대로 못 키웠다면 프로에서라도
좋은 방향으로 성장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용병에 따라 성적이 아주 많이 좌우되는 국내리그와 그에 따른 플레이가 주가 되는 리그에서 위의 3번의 문제는 국제대회의 성적악화와 국내리그의 인기하락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현재의 연봉이 인기와 비례한다면 미래의 우리 선수들이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한해 성적이 엉망이면 지도자는 경질이고 용병뻥 배구로 좋은 성적내는게 현재의 상황이니... 타팀에 비해 우리가 잘하는 장점이 무엇인가가 눈에 띄지도 않고 국제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봐요. 김연경이 돌아왔으니 당분간 국내리그 인기는 어느정도 유지될테지만 장기적으론 암울하네요. 용병제한 라운드도입으로 국내선수들끼리의 플레이에 따라 성적이 어느 정도 좌우될수 있도록 하자고 해봐야 그게 본질이 아니라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도입하자고는 말하고 싶지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