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만입니다.
11월 22일의 일이었으니
벌써 작년의 일이 되었습니다.
지방에 내려갔다가 상경하는 길에
충주에 들렸습니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식당이
아니, 먹고 싶었던 음식이 있었습니다.
어스름해질 무렵
충주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걸어서 허름한 노포에 도착했습니다.
때는 술꾼들이 말하는 바로 그 술시였으니
좋은 안주에 한 잔 걸치려면
걷는 것만큼 좋은 교통수단은 없었습니다.
소고기로 만드는 편육과
돼지고기로 만든 수육 그리고
평양냉면으로 이름이 알려진
몇 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시장 귀퉁이에 자리 잡은 식당입니다.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벌써 다녀들 갔습니다.
메뉴판이 단촐합니다.
먼저 돼지고기 수육 작은 거 하나
그리고 동부부침을 주문했습니다.
물론 소주 한 병과 막걸리도 함께.....
지방의 소도시 였음에도
다행히 좋아하는 빨강딱지 이슬이가 있어서
더 행복한 저녁 술상 입니다.
돼지고기 수육이 감칠맛이 납니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것이
소주하고 여간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소태생막걸리는 충주지방의 대표적인 막걸리 중에 하나랍니다.
“소태처럼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맛이 쓴 음식이나 약을 먹을 때 흔히 하는 말인데요.
한방에서 껍질과 뿌리, 열매를 소화기관의 약재로 사용하는
소태나무라는 활엽수가 있는데
그 맛이 매우 쓰기 때문에 이런 속담이 만들어 졌답니다.
소태막걸리라고 해서
설마 그 쓰다는 소태나무를 재료로 만들었겠나 했는데,
지명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막걸리를 만드는 생산시설이 충주시 소태면에 있어서
그 곳이 지명을 따라 소태막걸리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한 잔 하는 사이에
동부부침도 나왔습니다.
동부콩을 갈아서 김치와 파를 썰어 넣고
노릇노릇 기름에 튀기듯이 부쳐낸답니다.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이 자꾸만 손이 가게 합니다.
동부콩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어린시절 우리 동네에서는 동부콩을 “돔부”라고 불렀지요.
까만 눈이 붙어 있어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라고도 부르는 동부콩은
콩 중에서 꼬투리가 제일 긴 종류로 길이가 15~20㎝ 정도 됩니다.
시골 농가의 울타리나 밭, 논두렁에서 주로 심었지요.
수확한 동부는 햇볕에 잘 건조되게 널어 말리면 꼬투리가 벌어지게 되는데,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은 밥에 넣어 먹고
완전히 익은 것은 잡곡 또는 고소한 떡고물의 재료로 사용했답니다.
동부와 동부콩 사진을 올려 봅니다.
크기는 팥이나 녹두와 비슷하지요.
술 기운도 오르고 이제
여기 식당의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는
냉면을 먹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ㅇㅇ면옥" 이라는 간판을 단
식당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냉면을 파는 식당들인데요
직접 메밀반죽을 해서 커다란 가마솥 위에
냉면뽑는 기계틀을 올려넣고
직접 면을 뽑는 식당들이었지요.
이 곳도 면을 직접 뽑는 냉면집으로
충주에서는 평양냉면으로 제법 알려진 식당이라고 합니다.
이 집 냉면은
제 입맛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군요.
메밀로 만든 냉면이나 막국수는
잘 한다는 전국에 여러 식당들을 섭렵했는데
여긴 육수가 너무 밋밋하고
밀가루의 함량이 많아 조금 질기고
메밀 특유의 향도 부족하게 느껴지는군요.
하지만 입맛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어서
다른 누군가에겐 특별한 맛이 될 수도 있겠지요.
수십년이 넘도록 명맥을 이어오며
지역의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지까지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드네요.
다음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아삭한 채소들과 겨자소스를 곁들여
냉채처럼 버무려 나오는 소고기편육을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건너편 테이블에
몇 십 년 만에 만났음직한 사내들 둘이
소고기편육을 사이에 두고
술 잔을 주고 받던 다정한 모습을 훔쳐보면서
자꾸만 편육에 눈길이 갔었는데
배가 불러 더는 주문을 못하고 왔던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스마트폰(S8+)으로 담다보니 화질이 조악합니다.
카메라 가방을 챙겨 나셨지만
귀찮음을 이기지 못했음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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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댓글 아 이시간에 왜 봤을까?
냉면 넘 맛있겠다요
그러게요~ 이시간에 우째!
따근한 감자탕이라도 배달시키시지~~~ㅎ
냉면 최애음식인데...
가족들과 다녀와야겠네요.
조심히~~
냉면 잘하는 곳이야 널렸지만 대전에도 썩 잘하는 냉면집이 있어요~
북대전이나 유성IC에서 10분도 않걸리는 거리니
언제라도 오가는 기회 있으시면.... 지번 날려 드릴게요~ㅎㅎ
@화인/박춘호/010-5432-6254 든든하네요~~~
동부부침 첨들어봐요~ 날도 찬데 언능 퇴근해서 부침이나 부쳐먹어야겠네요~
동부콩으로 덕고물을 만드는 것은 봐 왔는데 부침은 생소하지요?
아놔 참.. 또 멋진 맛기행을 봐버렸네.. 오늘 퇴근길에 막걸리랑 전좀 사가야겠네요..ㅋ
고소한 전에 막걸리도 잘 어울리지요~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집에서 마시는 집술이 유행입니다~ㅎㅎ
동부부침 나도 먹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