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20, (2월 스터디)
<이것저것 놀이>
○소재[은유]: 아내의 마음 =헛개나무
○왜[동일성]: 숙취 해소, 보호 해 준다
○원관념[주제]: 아내의 마음
○보조관념[제재]: 헛개나무
○형상화[창작]: 헛개나무 이야기로 남편의 간보호를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을 그려낸다.
헛개나무
끝자리가 2일, 7일인 담양 오일장에 갔답니다.
숙취 해소, 간 튼튼 효자, 라고 상자 깍대기에 삐투름히 써진 헛개나무 앞 자기소개서를 읽다가 웃음이 터집니다. 누가 저 위대한 소개서를 써 주었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헛개나무의 진짜 자기소개서를 소개하자면 이렇답니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 기록된 바에 의합니다.
"헛개나무는 가을이 되면 열매 대궁이 비대해지면서 산호 모양이 된다. 이것을 약으로 쓰며, 맛이 달아서 사람들이 먹는다. 열매는 숙취를 덜게 하고 간을 보호해주는 약효가 있다. 나무 조각을 술독에 넣으면 술이 물로 된다."
참으로 훌륭한 '헛개나무'지 아니한가요.
그렇다면 주저할 게 뭐 있겠는지요.
숙취 해소, 간 보호 효자 헛개나무 열매를 사 들었답니다. 술과 친한 남편의 간을 보保해 준다니 벌써 흐뭇하게 웃음이 나고 고맙기조차 합니다.
효능과 효과, 음용 방법을 적어놓은 설명서 한 장까지 넣어주시는 어르신께 여쭙니다.
“어르신, 약주 좋아하시나요?”
“암만, 좋아하제!”
“하하, 혈색이 좋고 짱짱하게 보이시는 게 이 헛개나무 열매 차를 드셔서 그런가 봅니다.”
“글제글제, 물 한 잔 하실라요?”
화목난로 위에는 귤도 구워지고 있었고 그 옆 주글주글한 노란 주전자를 툭 건드십니다. 미리 따라놓은 작은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니 어쩐지 속이 개운합니다.
어서 집에 가서 팔팔 끓여 남편에게 마시게 할 욕심으로 바삐 서둘러 갑니다. 술이 과하게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 헛구역질하는 남편이 떠오릅니다.
‘헛개나무 조각도 빨리 구해 봐야겠네, 물처럼 순해진다니 거참 신통하기도 하지. 정말 술이 순해질까요? .'
첫댓글 박준이라는 시인이 있어요.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로 일약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랐던 작가입니다. 이분이 얼마 전 ‘세상에 시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답니다.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 도서관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 온 한 어린이의 순진무구(純眞無垢)한 물음이었대요. 박준 시인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실감 나는 답을 전하고 싶었던 까닭에 한동안 망설이다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세상에는 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요. 덥다, 배부르다, 저 옷 갖고 싶다. 등등. 하지만 또 이 세상에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이 있지요. 슬프다, 고맙다, 서운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이런 부족함을 채우고자 사람들은 말 대신 노래를 하고 시를 쓰는 것이랍니다.”
시인의 답에 울컥 감동합니다
오늘의 차꽃 시인님의 시가 그렇습니다. 헛깨나무라는 시재(詩材)를 통해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애틋한 마음을 그려냈으니까요. 한 때 ‘남자들이 마시는 차’로 연매출 120억원을 기록했다는 제약회사도 있었지요. 어떻게 보면 가장 통속적인 헛깨나무차가 시인의 매직을 거쳐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멋지게 탄생한 겁니다. 그것도 약간 유머러스한 배경을 깔아서 독자들에게 상큼한 마음을 선사합니다. 독자들은 마치 맛깔 나는 음료를 마시듯 시인의 능란한 시어에 자연스레 동화되고 맙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재미있게,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깊이 있게 쓴 시란 이들 두고 한 말일까요? ㅎㅎ
다정한 선생님,
선생님이 오늘 주신 말씀에 저는 또 시의 존재를 크게 품고 이 길을 가겠군요.
크게 고오맙습니다.
쉽게, 재미나게, 깊이있게.. 뭐가 더 필요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