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켜진 소아중환자실 영상, 부모 눈물 쏟게한 간호사의 말
김자아 기자
입력 2023.07.18. 13:31
업데이트 2023.07.18. 14:09
소아 간이식 수술을 받은 생후 21개월 아이(왼쪽)의 보호자 A씨가 우연히 찍힌 병원 소아중환자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의료진은 아이에게 수차례 다정한 말을 건넸다./인스타그램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아를 애정어린 말과 행동으로 돌보는 의료진의 모습이 공개됐다. 실수로 켜진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이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다.
1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입원 환자였던 아이의 보호자 A씨는 최근 아이 이름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아이가 지난해 11월 간이식 수술을 받고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시절 우연히 포착된 의료진의 모습을 공개했다.
생후 21개월 아이의 보호자 A씨에 따르면 당시 병원은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제한됐다. 소아중환자실 측은 보호자가 카카오톡 메신저가 깔린 휴대전화 공기계를 병원에 주면, 영상통화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A씨 휴대전화로 베이비캠 애플리케이션 알람이 왔다. 병원에 맡겨둔 휴대전화에 설치된 카메라앱이 우연히 켜졌고, 아이의 실시간 모습이 A씨 휴대전화로 전송된 것이다.
A씨는 “딸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다”며 “분명히 베이비캠 앱을 종료하고 전달했는데, 아마 휴대폰을 조작하다 실수로 앱이 켜져 카메라가 활성화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눈을 꿈뻑거리는 아이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번 말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며 “그 날 밤, 몇 분 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고 했다.
의료진이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건넨 이야기들./인스타그램
의료진이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건넨 이야기들./인스타그램
A씨가 공개한 해당 영상엔 간호사로 추정되는 소아중환자실 의료진이 A씨의 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여러 이야기를 건네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 의료진은 몸에 의료 장비를 단 채 누워 있는 아이에게 “예쁘다” “귀엽다” “사랑해” 등의 말을 다정한 목소리로 건넸다. 또 아이에게 가족의 사진을 보여준 듯 “아빠 알아?” “엄마 알아?” 등의 이야기도 했다. 다른 의료진이 근처로 오자 “아까 테이핑하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다”고 앞선 치료 과정에 대해 언급하며 아이에게 “미안해”라고도 했다.
A씨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틈틈이 아이 뭐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로 앱이 켜졌으니 종료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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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은 이외에도 아이의 머리 모양을 매일 바꿔 묶어주고, 콧줄 고정 테이프를 하트 모양으로 잘라 붙여주는 등 아이에게 정성을 쏟아왔다고 한다.
A씨는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했다”며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들을 믿고 맡겨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린다”고 했다. 아울러 “영상 속 간호사 선생님이 누구인지를 몰라 허락을 받지 못했다”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영상을 보면, 꼭 연락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이 치료과정을 힘들어했던 아이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모습./인스타그램
의료진이 치료과정을 힘들어했던 아이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모습./인스타그램
영상 속 의료진은 소아중환자실 소속 간호사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다른 선생님들 모두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데 혼자만 부각되는 게 미안하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A씨는 “아이가 간이식을 수술을 받고 잘 이겨내서 대견하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 소아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인 모든 환아들이 이 아이처럼 회복해서 하루빨리 가족의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영상에는 저의 목소리만 담겨있지만, 어린이병원 의료진 모두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항상 애쓰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글과 영상은 1만5000여명의 공감을 얻었고 여러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공유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네티즌들은 “간호사의 사랑한다는 말에 아이도 힘을 내는 것 같아 보인다” “매일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일상적이고 고단한 일터에서 마음내어주기 쉽지 않을텐데 존경스럽고 감사드린다” “이렇게 사랑으로 돌봐주신 의료진들이 계시기에 아이들이 힘든과정을 버티는게 아닐까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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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평
2023.07.18 13:52:24
기사를 읽는데 왜 눈물이 나려고 하지요? 훌륭한 의료진들 이십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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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hegreat
2023.07.18 13:53:14
약 중에 사랑의 약이 가장 좋으니 그 아기가 사랑으로 빨리 회복 되리라 확신합니다!
답글작성
88
0
소나무
2023.07.18 13:55:51
한 살짜리 아이가 어쩌다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을까? 그 어린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짐작하기조차 버겁다. 이런 힘든 과정을 겪어냈으니 어떻게든 잘 회복되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답글작성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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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잔63
2023.07.18 13:58:28
보건노조 투쟁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 같은 분들 때문에 위안받고 안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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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OLDMANFT
2023.07.18 14:11:34
그대들이 천사이고 이나라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존경합니다
답글작성
19
0
토오루
2023.07.18 14:11:50
이 기사 제목의 반전효과는 기사 내용 못지 않게 극적(?) 이네요. 제목을 접하고, ”어떤 고약한 간호사가 또 탈을 냈구만“ 하고 들어가 보니 정 반대의 내용이 전개 되고, 지레짐작의 울분이 감동으로 반전해 가슴이 뜨거워 집니다. 아~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아기의 빠른 회복을 기원 합니다.
답글작성
17
0
후니안
2023.07.18 14:09:19
감동이네요. 고맙 습니다. 간호사님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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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길동아아
2023.07.18 13:59:36
여의도 돔구장에 300명 다 ?아내고 저런 의료진들을 국회의원으로~~~ 비 민주적 입법폭주 기관차 169명의기관사들 잘 들어라!!! 민 무뇌충들도~~
답글작성
15
0
Nada
2023.07.18 14:01:28
소아과의사와.간호사님은 소명이 없으면 못할 직업 이런 아이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놈과년도 있는데...
답글작성
14
3
진스파더
2023.07.18 14:05:02
고맙습니다.
답글작성
11
0
티롤
2023.07.18 14:15:41
대한민국의 '나이팅게일' 입니다. 마음속 깊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보살피고 있는 아기도 건강하게 하루속히 회복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답글작성
9
0
상사화
2023.07.18 14:15:21
아름다운 사연에 정말 감동했고, 이것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살아 가는 세상이 아닐까요?
답글작성
9
0
주창아빠
2023.07.18 14:15:52
이런 훌륭한 분은 좀 부각되어도 됩니다.... 익명의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7
0
hji
2023.07.18 14:20:27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눈물로 인사 대신합니다.
답글작성
4
0
어사박문수
2023.07.18 14:18:59
데모만 하는 간호사 인줄 알았는데, 참으로 신선한 기사 입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부모곁에서 일상생활을 한다니 축화드립니다.
답글작성
4
0
키마스터
2023.07.18 14:13:25
드라마에서 자기 열받는다고 의료진 멱살 잡는 장면은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오면 안 되는 것처럼 보여지면 안 된다.
답글작성
4
0
소망
2023.07.18 14:28:43
천사가 따로 없네요. 눈물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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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무릉풍경
2023.07.18 14:22:52
간호사님!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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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슈퍼미꾸라지
2023.07.18 14:14:17
아~눈물나 ㅠ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오랫동안 중환자실에 계셔서 병원 분위기를 잘 아는데... 저런 의료진들 칭찬해주고 싶네요.
답글작성
3
0
나라구하기
2023.07.18 14:25:19
인생은 항상 신전의식을 갖고 살아야합니다! 즉 하나님앞에서 하나님께서 지켜보시고 기억하시고 양심을통하여 싸인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살아가야한다는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네이웃을 네몸과같이 사랑하라!!!
답글작성
2
0
큰개울
2023.07.18 14:18:59
천사님, 감사합니다 ㅠㅠ,,
답글작성
2
0
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7.18 14:33:56
진정한 의료인...현대아산병원에는 좋은 의료인들이 많은 것 같네요.
답글작성
1
0
엘리브
2023.07.18 14:33:29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우연히 이루어진게 아니라는 게 확실합니다
답글작성
1
0
솔루션
2023.07.18 14:32:37
그래도 세상이 살 만 하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 마음을 잃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이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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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uqls
2023.07.18 14:34:18
천사님들,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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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Nagune
2023.07.18 14:34:17
아~~눈물이 주루룩~자꾸 자꾸 나온다~ 간호사 선생님~그 아가는 그 말을 알아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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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llegrino
2023.07.18 14:33:06
TOUCH IS THE GOOD MEDICINE. ATTENTION IS THE BETTER MEDICINE. LOVE IS THE BEST MEDICINE. THANKS IS THE GOOD SUPPORT. COMMEND IS THE BETTER CHEER. TRUST IS THE BEST SYMPATHY.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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