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 날머리 둘 다 초행인 '포천의 운주사 주차장 → 운악사 → 두꺼비 바위 → 망경대 → 서봉 → 동봉 → 절고개 → 아기봉 → 백호능선 갈림길 → 백호능선 → 가평의 운악산 주차장'의 10km 구간을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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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雲岳山]
정의: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과 가평군 조종면에 걸쳐 있는 산.
내용: 높이 934.7m.
광주산맥의 여맥 중의 한 산으로 북쪽으로 청계산(淸溪山, 849m)·강씨봉(姜氏峯, 830m)·국망봉(國望峯, 1,168m) 등으로 이어져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이룬다. 산의 동북쪽에는 화악산(華岳山, 1,468m)·명지산(明智山, 1,267m) 등의 명산이 있다.
산의 동쪽 사면을 흘러내린 계류는 청계산·명지산 등에서 흘러내린 계류와 합류하여 조종천(朝宗川)이 되어 넓은 하곡을 이루며 남쪽으로 흐른다. 조종면에서 운악산을 오르면 장엄한 무우폭포(舞雩瀑布)가 있으며, 산 중복에는 현등사(懸燈寺)가 있다.
이 절은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고찰로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석등을 발견하고 여기에 재건하여 현등사라 하였다. 그 뒤 여러 번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현재 지진탑(地鎭塔)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다.
또한, 6·25전쟁 전까지 도요토미[豊臣秀吉]의 금병풍이 남아 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운악산은 현등사의 이름을 따서 현등산이라고도 한다. ‘경기금강(京畿金剛)’으로 불리는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산악이 구름을 뚫고 구름 위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암봉의 절경 명산이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4년 4월 셋째 주 토요일 등산방 정기 산행은 포천과 가평의 경계 운악산에 가기로 했다. 운악산은 우리 등산방과 인연이 있는 산으로 2019년 4월 27일 수도권을 벗어난 첫 번째 정기 산행으로 다녀왔다[산행기]. 고로 이번에 가면, 5년 만의 재탐방이다. 운악산이야, 이미 한 번 다녀왔기에 등산방 멤버들이 잘 알고 있듯이 경기 오악 중 가장 수려하고, 철쭉 또한 어느 산에 빠지지 않아, 상춘 산행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명산이다. 그런 만큼 코스도 다양한데, 이번에는 포천 쪽 2코스로 올라, 정상을 찍고 백호 능선으로 하산하는 8km, 4시간 코스 산행을 할 예정이라,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다만, 한 번 다녀왔던 산이라고 해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산이라, 어느 정도 참여할지가 미지수다.
다른 정기산행과 같이 산행 준비를 하고, 하산주는 운악산 주차장 직전의 식당가 식당 중 적당한 곳에서 마실 예정이다. 다만, 상춘 시즌 토요일이라, 빈자리가 있을지 걱정되기는 하나, 참여자가 많아야 다섯 명 내외로 보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와중에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산행 일인 토요일 오후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고로 운악산에 상춘 인파가 많을 거 같지는 않으나, 우리 회원들 또한 선뜻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쨌든 당일 날씨는 단기 예보가 나오는 목요일이나 되어 봐야 그나마 정확도가 높으니, 그때 날씨를 보고, 산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4월 등산방 운악산 정기 산행은 비 소식에 취소하고, 대신 일요일 과천 청계산을 다녀왔다. 그렇다고 계획했던 코스를 버린 건 아니라, 혼자라도 다녀오기로 하고 적당한 날짜를 찾다가, 5월 13일 월요일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 12일 일요일에 오를 생각이었으나, 11일 토 오후부터 12일 일요일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월요일로 하루 연기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산행 날짜가 가까워지자, 일요일까지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는 예보라, 다시 일요일 오를 것도 고려했지만, 토요일 내린 비가 폭우 수준이라, 일요일 산행은 진흙 구덩이를 오를 확률이 높아, 날짜를 변경하지는 않기로 했다. 당일 운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13~22℃, 바람은 1~3m/s로 약간 더울 전망이다. 애초 예상했던 바라, 정기 산행 때 계획했던 대로 준비한다. 다만, 산행 마감 시각이 13시경이라, 김밥을 준비할지는 당일 아침에 결정하기로 했다.
2 – 1
8시 10분 동서울터미널발 사창리행 버스를 타고, 운악산휴게소 정류장에 내리는 일정이라, 연신내역에서 7시 8분 열차를 타면 된다. 해서 전날 저녁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했으나, 늘 그렇듯이 5시도 못 되어 잠이 깼다. 잠을 더 청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 자리에서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새 날씨 예보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기온, 바람, 날씨에는 변함이 없고, 초미세먼지 '좋음', 미세먼지 '좋음'으로 시야가 좋을 거라는 예보다. 이후 목요일 북설악 황철봉 산행에 관해 이것저것 확인하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산행 시작이 9시 20분으로 이르고 코스가 짧아, 소요 시간도 4시간에 불과해 하산해서 점심을 먹으면 돼, 김밥은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해서 평소보다 10여 분 늦게 집을 나서 연신내역으로 향해, 7시 8분 열차를 타고 을지로3가역으로 가, 2호선으로 갈아탄 후 7시 52분경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강변역에 내렸다.
강변역 화장실에 들른 후 동서울터미널로 가 무인 매표기로 8시 10분 운악산휴게소행 버스표를 구매했다. 그걸 사면서 보니, 45인승 버스에 대략 10여 명의 승객이 표를 샀을 뿐이다. 어쨌든 그 표를 들고, 35번 승차장으로 가서 보니, 이미 버스는 대기하고 있으나, 기사가 부재라 차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해서 승차장 의자에 앉아, 기사가 올 때까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것저것 살펴봤다. 그중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지리산행 버스가 출발하는 34번 승차장과 대기 중이 버스다. 지리산행을 위해 저기서 버스를 많이 탔으나 매번 심야라, 밝은 대낮에 보는 건 처음이어서 약간은 신기했다. 물론 포천에 가기 위해 여기서 버스를 많이 탔으나, 오늘 처음 바로 옆 승차장이 지리산행이라는 걸 알았다. 어쨌든 8시 5분경 기사가 도착해 차례대로 버스에 탄 후, 비어 있는 옆자리에 배낭을 두고,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8시 10분 출발한 버스는 예정보다 5분 빠른, 9시 15분경 운악산 휴게소에 도착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운악산휴게소 정류장에 온 건 처음이라, 일단,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후 이용할 일이 있을 듯해 간이 버스정류장 유리 벽에 붙어 있는 포천 버스의 시간표를 사진으로 냠겼다. 주금산에서 출발해 천마산으로 달릴 때도 길 건너 정류장에서 포천 버스로 갈아타고 베어스타운 정류장으로 가면 된다. 이후 핸드폰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터치한 후, 길 건너에서 유혹하고 있는 아까시로 가, 올해 들어 처음 꽃을 따 맛을 봤다. 역시 달콤하다. 끝으로 위성과 GPS 동기화가 완료된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08.4m로 생각보다 높다. 지난 목요일 용문봉 산행의 들머리인 용문사 버스정류장이 158m였으니, 그보다도 높다. 역으로 그만큼 용문봉이 올려야 할 높이가 높은 봉우리다[산행기]! 어쨌든 이번 산행 최고봉이자 운악산의 상봉인 동봉의 높이가, 937m니, 고도차는 729m로, 810m의 용문봉보다는 낮으나, 평균적인 한국 산보다는 높다.
2 – 2
운악산 버스정류장 뒤로 보이는 주차장으로 오르는 거로 산행을 시작해, 주차장을 따라 등산로 입구로 가자, '운악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이번이 두 번째 보는 안내도지만,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봤다. 붉은 선으로 표기된 1코스는 2023년 2월 대기업 안내산악회 산행에 따라나섰다가 오른 코스로, 그때야 운악산이 포천에서 오르는 코스도 있다는 걸 알았다[산행기]. 그리고 당시 이 안내도를 보며, 거리는 1코스와 비슷한데, 소요 시간은 30분이 더 긴 황색 선의 2코스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했다. 거리는 같은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건 더 힘든 코스란 얘기로, 암릉 구간일 확률이 높아, 기회를 봐 황색 선의 2코스도 오르기로 했다. 이번 산행 하산 코스로 계획한 백호능선도 당시 산행 때 알게 된 거다. 해서 당시 인솔 대장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 가장 길지만 소요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한 녹색 선의 3코스도 있으나, 그건 혹시 가평으로 올라, 포천으로 하산할 때 고려해 볼 수도 있는 코스다.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본 후 아스팔트 포장도로 운악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향해, 9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1코스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 옆에는 '위험 구간' 경고문이 서 있다. 물론 2코스를 가리킨다. 작년 운악산행 때, 이 경고를 보고, 다시 운악산에 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다. 두 번째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약간 경사가 있는 도로를 따라 계속 위로 가, 9시 28분 운악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해, '운악산 등산로 가는 길' 이정표를 보고, 놀랐다. 지금까지 등산로 입구가 자연휴양림 입구와 같은 산행에서 입장료를 내지 않고 통과하는 건, 많은 추억이 어려 있는 2023년 7월 인제 매봉산, 칠절봉 산행 후 처음이다[산행기]. 당시는 평일이라, 직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지나쳐서 그랬던 거고, 여기는 아예 입구를 분리해, 등산객은 매표소 앞을 지나지 않아도 된다. 포장도로를 떠나, 매표소 옆으로 난 등산로로 들어서 50여 미터를 가자, 아래에서 본 것과는 조금 다른 안내도가 있어, 기념으로 그것도 사진에 담았다.
안내도를 지나자, 경사는 급한 편이나, 등산로 상태는 아주 좋아,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산 중턱에 ‘운악사(雲岳寺)’라는 절이 있다는 게 기억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운악산의 운악사라면, 당연히 꽤 큰 절일 텐데, 거기까지 차량이 다니는 임도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어쨌든 운악사 덕분에 잘 정비된 등산로로 위로 향해, 9시 45분 연등 행령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운악사가 멀지 않다. 그래도 얼마나 더 가야 되나, 궁금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지도에는 운악사가 없다. 그리고 코스 중간에 '암릉'과 1코스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눈에 띈다. 해서 그 갈림길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을 주시하며, 위로 조금 가니, 119에서 세운 이정표로, 현 위치가 '운악사'다. 그리고 그 조금 위 오른쪽에 해우소로 보이는 간이 건물이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지도에서 본 1코스로 합류하는 갈림길이다. 1코스는 좌회전이고, 2코스는 직진이다. 그런데, 그 돌계단 정상의 이정표는 1코스에 관한 정보는 없고 좌회전하면 운악사라고 알려준다.
돌계단 정상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협곡 사이 절묘한 위치에 있는 암자 수준의 작은 절이 있다. 그 위치의 절묘함에 절로 감탄이 나와, 거기 서서 절을 감상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리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귀를 기울이니 커피 한잔하고 가라고 부르는 거다. 절묘한 위치의 절 구경도 할 겸 해서 아래로 내려가자, 먼저 개가 반겨준다. 그리고 그저 지붕과 식탁, 의자 몇 개가 있는, 왼쪽의 공양간에는 주지로 보이는 스님이 물을 데우며,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해서 먼저 절 구경을 하겠다고 얘기하고 바로 앞에 있는 법당으로 가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돌계단에서 본 제일 뒤의 건물이 산신각이라 생각돼, 그곳으로 갔다. 맞다! 산신각이라, 산신에게도 무사 산행을 기원했다. 이후 그 산신각 뒤로 보이는 폭포를 감상했다. 하나 아쉬운 게 그걸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것과 폭포 아래 1코스로 가는 길이 있을 텐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폭포가 공식 등산 안내도의 '소꼬리폭포'다!
절 구경이 끝나고, 공양간으로 돌아와, 주지 스님이 커피를 타는 동안, 요란하게 짖던 개와 노닥거리다가, 산신각에서 본 초가 떠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맞은편에 세 가지 크기의 초가 놓인 선반이 있어 그곳으로 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따로 마련된 견출지에 '무사 안녕'이라 쓰고 있는데, 스님이 불러 공양간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식탁에 커피와 딸기를 내놓는다. 그리고 10시 예불 준비해야 한다며 자리를 뜬다. 믹스커피야 그러려니 하는데, 지게에 짊어지고 왔을 딸기는 좀 과한 거 같지만, 그렇다고 손도 안 댄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커피를 마시며, 딸기 하나만 집어 먹었다. 이후 아까 준비하다 만 초가 있는 곳으로 가, 시주 후, 초를 들고 절 입구, 일주문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가 초에 불을 붙여, 제 위치에 잘 놓았다. 그리고 그냥 가기 아쉬워 향도 하나 피운 후, 절을 떠나 등산로로 들어서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작년 겨울 1코스 산행 때 감탄했던 무지개폭포와 2코스에 있다는 소꼬리폭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왼쪽을 주시하며, 급경사를 올랐으나, 물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울창한 녹음에 가려 폭포는 안 보인다. 역시 산에서 뭘 보려면 낙엽 진 늦가을에서 겨울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그런데, 무지개폭포야 1코스라 거리가 멀고 중간에 짧은 능선이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바로 아래 계곡에 있는 소꼬리폭포가 보이지 않는 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여겨 계속 계곡 방향을 주시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운악사를 떠나 10여 분을 올라가자, 등산로가 바위 또는 암릉으로 서서히 바뀐다. 물론 경사도 더 급해지고. 그나마 다행은 안전시설이 있는 걸 보면, 포천시에서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안전시설이야 안전시설이고, 지도에서 본 암릉 구간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물론 급경사를 오르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라, 노래를 부르지는 못했다. 10시 20분 서봉에서 1.13km 거리의 이정표를 지나, 갑판 계단으로 올라가자, 왼쪽으로 바위 전망대다.
당연히 그냥 지날 수 없어, 갑판 계단의 안전줄을 넘어, 한 사람이 서 있을 정도의 평평한 바위 전망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왼쪽으로 무지개 폭포 위치를 사진에 담았다. 이후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아직 고도가 낮아 보이는 게 한정적이다. 하지만, 아니 당연하지만, 고도가 높아지고, 방해하는 녹음이 없어도 보이는 건 지금 이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후 바위 전망대에서 뛰어내려, 갑판 계단으로 돌아가, 위로 올라가자, 계단이 끝나고, 급경사 돌길로 바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돌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쉼터 전망대다. 사람이 만든 전망대가 있는 게 아니라, 바위 전망대다. 해서 이번에는 아래 전망대에서 보지 못한, 왼쪽 암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거기에 있는 안내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지금까지 찾으며 올라온 소꼬리폭포는 한참 아래에 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운악사 산신각 뒤 폭포가 떠올랐다. 그거다! 그리고 궁예성터도 지나왔다. 올라오는 동안 성벽 비슷한 걸 본 듯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정상이 멀지 않았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전망대라 그리로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전망대 끝으로 가는데 앞에서 무언가 빠르게 숲으로 도망가, 내려다보니, 뱀이다. 그걸 보고, "깜짝이야! 인마!"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재빨리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빠르게 지나가기는 했으나, 꼬리 정도는 찍혔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놓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그런데, 좀 전 놀라서 소리친 게 기억나,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보다 그놈이 더 놀랐을 거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광합성 중인데, 지구의 기생충 인간이 갑자기 등장했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어쨌든 전망대 끝으로 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후 암릉 구간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찍은 전경의 반복이다. 물론 고도가 높아지는 만큼 보이는 각이 조금씩 다르고, 방해물이 없어 서로 떨어진 모습이 하나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정상을 향해 올라가며, 암릉 구간의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지금 등산로가 암릉의 일부라 생각했는데, 지도상 등고선으로 계산해 보면, 고도를 100여 미터는 더 올려야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200여 미터를 가니, 밧줄이 설치된 암릉이다. 물론 지도상의 암릉은 아직 멀었다. 그래도 이게 암릉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운악산 암릉의 안전시설은 두 가지로, 초기에는 바위에 디귿 형의 철 계단과 밧줄이었고, 이후 바위에 철봉을 박고 밧줄을 연결한 가드를 설치한 듯했다. 그건 포천이나 가평이나 같았다. 물론 나야 가능하면 인공물의 도움 없이 오르려고 시도했고, 어쩔 수 없을 때는 철 계단을 이용했다. 그렇게 올라, 10시 41분 갈림길에 도착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있으나, 비탐 전문 앱에는 없는 갈림길이다. 도대체 어디서 오는 갈림길인지 궁금해 오른쪽으로 가봤으나,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없다. 네이버를 믿은 내가 바보다.
다시 길을 재촉하기 위해 위를 보니, 바위가 가로막고 있고, 그 바위 중간에 아래로 내려온 밧줄이 보인다. 물론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있다. 여기가 지도상 표기된 암릉의 시작인 듯하다. 당연히 네발, 아니 세 발로 바위를 기어 올라갔다. 예상대로 여기가 암릉의 시작으로 서봉 직전까지 이어진다. 사실 운악산 서봉이나, 동봉이나, 아니 운악산 자체가 암봉이라, 암릉은 당연하다. 그래서 경기 5악 중 하나겠지만! 네발이든 세 발이든 우회로를 버리고 암릉을 기어오른 후 중간 전망대에서 가쁜 숨을 고르는 동안, 보이는 걸 사진에 담았다. 암봉이 뒤에 버티고 있어 포천 방향만 주구장창 사진에 담아, 모든 사진이 비슷하다. 물론 정상을 넘어 가평 쪽으로 가면, 반대로 주구장창 가평 방향과 뒤로 보이는 운악산 전경이다. 그나마 포천의 급경사와는 달리 가평은 청룡능선이나, 백호능선이 있어, 뒤로 돌아 운악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10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건 암릉을 우회한 길이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 의하면 15m 전 사부자(四父子)바위를 지나왔다! 사부자바위? 못 봤는데? 해서, 되돌아갔다. 어디에도 안내문은 없고, 다만 추측으로 저 조각난 바위가 삼 형제고, 내가 서 있는 바위가 아비가 아닐지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암봉을 즐기며 가자, 전면에 사각의 바위, 주상절리? 가 앞을 막는데, 일단 그 바위로 가기 위해서는 철 사다리를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암릉 구간과 같은 안전시설이 있는 암릉, 아니 암벽을 기어올라, 그 사각 바위, 기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바위기둥에 올라, 다른 경치는 이미 많이 찍은 거라, 사부자 바위가 있는 곳만 사진에 담았다. 이후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암벽을 기어오르자 또, 전망대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다. 그나마 다행은 여기서는 2018년 3월 낙진, 창우, 흥수와 처음 운악산에 오른 후 다시 가지 않은 애기봉의 모습이 보여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산행기]. 물론 그 능선도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더 잘 보인다.
11시 1분 119가 세운 이정표를 지나며 보니, 현 위치는 8분 능선이고, 서봉 정상까지 0.4km 남았다. 다시 암벽을 기어올라, 11시 10분 바로 앞에 운악산 서봉이 보이는 암릉에 도착했다. 기쁜 마음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서봉으로 향하는데, 쉽지 않은 길이라, 지도를 확인했다. 현재 고도 812m, 그럼. 120m 가까이 고도를 높여야 한다. 등고선으로 보면 100m가 채 안 된다. 고로 GPS 오차가 꽤 크다. 어쨌든 숨을 고르는 동안 뒤로돌아 좀 전에 올랐던 바위기둥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며, 이번에는 네이버 지도를 확인했다. 현재 고도 800.9m, 고로 올려야 할 고도는 130m가 넘는다. 역시 등산 전문 지도와 앱이 조금 더 정확하다. 그런데, 가다 보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배낭 옆 주머니에서 오이를 꺼내 먹으며 가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1코스로 합류 후 정상으로 ,오른쪽은 정상으로 바로 간다. 둘의 차이는 정상으로 바로 가는 오른쪽은 급경사 철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는 거!
오이를 먹으며, 급경사 철 사다리를 오르다가, 잠깐 멈춰 올라온 사다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사다리 정상에 도착하니 또 오른쪽으로 전망대다. 보이는 건 뻔할 거지만, 안 가 볼 수가 없어서 갔다. 그리고 그곳에 간 게 아까워 이미 익숙한 경치라도, 사진 몇 장 찍은 후 거기서 떠나, 다시 등산로로 따라가는데, 감이 이상해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정상이 코앞이다. 그리고 119 이정표에 의하면 서봉까지 0.1km 거리다. 해서 늘 그랬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앞에서 사람의 대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막상 정상이라고 생각한 곳에 도착해 보니, 오른쪽에 갑판 전망대다. 정상 부근의 갑판 전망대? 아, 포천에서 설치한 이정표나, 등산 안내에 있는 '만경대(望景臺?, 萬景臺?)'다! 익숙한 경치지만, 처음 만난 인간이 만든 전망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만경대로 가, 사진 몇 장 남겼다. 결과적으로 좀 전의 바위 전망대까지가 암릉으로, 포천의 2코스 암릉은 거기서 끝난다.
만경대 앞에는 포천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있는데, 거기에도 서봉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0.1km다. 119 이정표에서 2분가량 왔는데, 여전히 100m 남았다! 어쨌든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서봉 정상으로 향해, 11시 41분 2018년 3월 이후 네 번째 서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정상 방향에서 말소리가 났는데,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다. 그리고 말소리는 서봉 정상석 맞은편 숲속에서 들린다. 혹시 아래에 쉼터가 있나?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라,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옆에 있는 안내도로 갔다. 그런데, 안내도가 변했다. 과거에는 '포천 한북정맥 등산 안내도'였는데, 이번에 보니, '운악산 등산로'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나, 과거 산행기를 찾아보니, 2019년 4월까지만 해도, 한북정맥이고, 2023년 2월은 운악산 등산로다. 그런데, 왜? 지금 처음 보는 거처럼 느껴졌을까? 2018년 3월 처음 한북정맥 등산 안내도를 봤을 때 지도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았었는데, 그걸 교체하면서, 운악산 등산로로 바꾼듯하다. 이후 지난 산행 때 올라온 1코스 이정표와 저 멀리 화악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없는 정상이라,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서봉을 떠나며 동봉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정표를 보고 네 번째 놀랐다. 별로 멀어 보이지 않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동봉까지 700m다. 볼 때마다 놀랐으니, 네 번째 놀란 거다. 겨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경사와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를 따라, 동봉으로 향하는데 반대편에서 청춘이 하드를 입에 물고 온다. 응? 혹시 동봉에 아이스크림 장사? 그럼, 막걸리도 있을 텐데? 약간 기대하며 동봉으로 향하다가 지금 걷고 있는 능선이 한북정맥이라는 게 떠올라, 지도를 캡처했다. 그리고 동봉이 멀지 않게 느껴진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가, 동봉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보니, 오른쪽에 가판대가 있고, 그 옆 의자에 앉아 있던 주인장이 인사를 해, 답례를 했다. 예상이 맞았다. 일단 동봉에서 볼일을 본 후 막걸리 한잔할 생각으로 두 개의 정상석을 이어서 촬영했다. 이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긴 후, 막걸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주인장에게 막걸리 한잔 달라고 하자, 잔에 꾹꾹 눌러서 퍼준다. 그런데, 그 시원함에 깜짝 놀라, 어떻게 이렇게 시원한지 물어봤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마늘종과 고추장, 막걸리 조합으로 한잔 마시고 나자, 더위와 허기가 가신다.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물이든 뭐든 유일하게 먹은 게 오이 반토막이다. 막걸리를 마시며, 여기 네 번째 방문인데, 처음 봤다고 하니, 5월에서 10월까지 영업한단다! 앞으로 운악산에 올 일이 있으면 막걸리 영업시간에 맞출 생각이다.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하고, 백호능선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해 절골 방향으로 향했다. 여기서 절골까지는 오늘까지 총 네 번의 운악산 방문 중 세 번을 하산 코스로 잡았다. 절골까지는 완만한 경사에, 전망 좋고 등산로 상태도 괜찮아 갈만하다. 11시 53분 포천 3코스인 대원사 갈림길을 지나, 5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에 가평 쪽에서는 처음 만나는 바위 전망대가 보여, 당연히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왼쪽으로 보이는 운악산의 모습과 전면의 명지지맥을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길을 재촉하다가, 가끔 녹음 사이로 보이는 백호능선과 그 주변을 사진에 담았다.
12시 1분 남근석 갑판 전망대에 도착해, 왼쪽의 남근석을 바라봤다. 확실히 남근석도 낙엽 진 늦가을 이후에 봐야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녹음에 감춰진 바위는 그 형체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200여 미터를 가자, 아래로 내려가는 갑판 계단이다. 절골이 멀지 않다. 해서 두 등산 앱의 지도를 비교해 보니, 절골이 40여 미터 아래로 12시 12분경 도착했다. 절골은 현등사 갈림길로, 지난 2019년 정기 산행 때 여기로 하산했다. 그리고 2018년 첫 운악산행 때는 직진해 애기봉까지 달렸다. 그런데, 비탐방 전문 등산 앱의 지도에는 애기봉이 둘이다. 갈림길 바로 위, 즉 백호능선 분기봉과 이정표나 평범한 지도에 나오는 애기봉, 둘이다. 아, 다들 잘 아는 봉우리는 애기봉이 아니라, 아기봉이다! 이번 산행의 목표 중 하나가 백호능선이라, 직진해 애기봉을 향해 올라, 12시 14분 아기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즉 애기봉에 아기봉 갈림길이 있다. 당연히 거기서 좌회전해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으로 애기봉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12시 17분경 정상을 지나 백호능선에 들어섰다.
능선을 따라가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에 도착해 왼쪽을 바라보니, 미륵바위다. 미륵바위 또한 녹음이 그 절경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전면에는 암봉과 거기서 뻗어 내리는 백호능선이다. 미륵바위가 있는 청룡능선과 전면의 백호능선 사이에는 현등사와 2023년 2월 한창 공사 중이던 흔들다리가 보인다. 도대체 누가 저것 때문에 운악산에 온다는 걸까?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후, 가끔 왼쪽 뒤의 운악산 동봉의 모습을 감상하며 가, 12시 21분 암릉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최근에 안전시설을 보강했는지, 포천 2코스와 같이 과거의 안전시설과 최근 게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시설이 철저해, 암릉을 타는 재미가 반감될 정도라, 이제야 여기에 온 걸 후회했다. 그럼에도 간혹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하며, 암릉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물론 전망대에 올라가 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았으나, 포천 2코스와 같이 계속 같은 사진이라, 나중에는 식상해 그냥 지나친 전망대가 많다. 그렇게 하산하다가,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두 앱의 지도를 비교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백호능선이 없고, 비탐 전문 앱의 지도로 계산해 보면, 날머리까지 대략 1시간 30분 거리다.
12시 38분 약간 경사가 급한 갑판 계단에 도착해 앞에 보이는 암봉을 향해 내려가며, 왜 여기에 갑판 계단이 필요한지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오른쪽 절벽 방향에 안내문이 서 있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봤다. 채석장 발파 경고문이다. 2018년 반대편 능선에서 본 채석장은 채굴이 끝난 거처럼 보였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지금도 채굴 중이다. 12시 44분 하판리 안내소 2.55km 이정표에 도착해 보니, 갈림길이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좌로 난 길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없으나, 비탐 전문 등산 앱의 지도에는 아래 현등사골로 내려가는 길이라 나온다. 갈림길을 떠나, 12시 47분 성벽 비슷하게 자연석으로 쌓은 게 보여, 일단 그 위로 올라가니, 평상이 있는 쉼터다, 과거에는 성벽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주변의 돌로 쌓아 만든 쉼터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얘기로 평상 뒤는 전망대라, 그곳으로 가, 운악산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물론 백호능선의 이름 없는 마지막 봉우리도!
쉼터가 있는 전망대를 떠나 백호능선 마지막 봉우리로 향하는데, 갈증도 나고, 허기도 져, 배낭 옆 주머니에서 남은 반토막의 오이를 꺼내 먹으며 암릉으로 내려갔다. 와중에 봉우리까지 거리를 지도로 확인했는데, 등고선으로 봤을 때 봉우리 직전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쉬운 능선이고, 직전에서 40여 미터를 올라간 후, 왼쪽으로 현등사골을 향해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다.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으로 고개를 향해 내려가자,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갈림길이라,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우회전하는 길의 나뭇가지에 낭떠러지 경고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즉, 오른쪽은 전망대다. 물론 지나칠 수 없어, 우회전해 전망대로 갔다. 그런데, 계속 내려왔으니, 고도가 많이 낮아진 탓도 있겠지만 볼 게 없어, 실망했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는 섭섭해 저 아래로 보이는 마을을 기록으로 남기고 나왔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다시 길을 재촉해, 이번 산행 마지막 깔딱을 힘겹게 올라, 1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백호능선 마지막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하판리 안내소까지 남은 거리는 1.5km!
한국의 유명하지 않은, 아니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 등산로가 거의 그렇듯이 백호능선도 마찬가지라,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금까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경사에 길 상태도 안 좋다. 이래서 과거에는 마감이 좋지 않은 국민성이라는 말도 들었던 거 같은데, 다른 분야는 몰라도 산은 여전하다. 급경사 돌길을 중력에 떠밀려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는 와중에도 왼쪽 뒤로 보이는 운악산과 흔들다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잊지 않았다. 그런데, 동봉을 지나면서부터 흔들다리를 유심히 지켜보며 왔는데, 지금까지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 운악산에서 만난 등산객이 3명에 불과하다! 1시 27분 하판리 안내소 1.1km 이정표를 지난 후로는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속이라, 보이는 게 없으니, 찍은 것도 없이 가, 1시 35분경 물 맑은 현등사골에 도착했다. 계곡을 건너려면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가야 했다. 지난 산행 때 분명 백호능선으로 가는, 계곡 위로 놓인 다리를 확인했는데, 이상했다.
당연히 운악산에서 흘린 땀은 운악산으로 돌려줘야 해, 아래만 제외하고 다 벗을 예정이라 문제 될 건 없었다. 일단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붙인 후 계곡을 건너, 배낭과 등산화 등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다시 씻기 좋은 건너로 와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씻었다. 물론 늘 그랬듯이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서 잘 짠 후 다시 입었다. 끝으로 계곡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그곳을 떠나 위로 가며 보니, 등산로라 생각했던 게 등산로가 아니라, 계곡으로 들어오는 비탐로였고, 앞에서 언급한 다리는 20여 미터 아래에 있다. 그런데, 길은 왜 이 방향으로 있을까? 어쨌든 도로 가드를 넘어, 포장 임도로 들어서 다음을 위해 아래에 있는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깨끗이 판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하산주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하며, 남은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이후 1시 57분 능선 갈림길을 통과하고, 2시 2분 현등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일주문을 지난 후 정면에서 일주문을 다시 한번 바라본 후, 일주문 약간 아래 왼쪽에 있는, 과거에는 지나쳤던 삼충단으로 가 자세히 살펴봤다. 삼충신을 기리는 제단이라. 물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마지막으로 운악산 표지석과 '운악산 종합 안내도'를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운악산을 떠나, 식당가로 향했다. 작년 2월 처음 포천에서 시작해 가평으로 넘어왔던 산행 때, 평일에도 영업하는 식당이 마음에 들어 그 식당을 찾으면 내려가는데, 왼쪽에 출렁다리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작년 7월 개통했으니, 10개월 정도 됐는데, 이렇게 썰렁한 걸 보니, 작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누굴 위한 출렁다리일까? 만든이?! 어쨌든 식당가로 들어서서 보니, 영업 중인 식당이 안 보인다. 그런데 정확하지는 않으나, 작년에 갔던 식당 입구에 직원이 밖을 보고 있어, 영업하는지 묻자, 안에다 대고 뭐라고 한다. 그러자, 남자 주인장이 나오더니 들어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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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7분경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장이 혼자인지 묻더니, 그렇다고 하자, 된장찌개와 순두부찌개만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해서 순두부찌개를 달라고 하고, 자리에 앉으려고 보니, 내부 구조가 작년과 다르다, 그리고 주인도 다르고, 와중에 물을 생수로 주는 건 같아, 처음에는 주인장이 바뀌어 리모델링한 거로 알았다. 어쨌든 식탁 하나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내려놓은 후,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오면서 냉장고에 빨갱이가 없어 이슬이 한 병을 들고 왔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밑반찬이 나오는데, 이게 딱 비빔밥 재료다. 그런데, 차림표에 보면, '비빔 그릇, 고추장, 참기름 추가 - 5,000원'이라 적혀 있다. 그걸 보자, 지난주 용문봉 산행 후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셨던 중앙식당과 비교된다[산행기].
찌개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밑반찬을 안주로 이슬이를 마시고 있는데, 뚝배기가 아니라, 식당 직원이 가스버너를 들고 온다. 그리고 거의 다 끓인 순두부찌개가 담긴 냄비를 그 위에 올려놓는다. 따듯하게 즐길 수 있게 한 건 대단히 만족스러웠고, 찌개 맛도 괜찮았다. 다만, 얼마나 끓였는지, 찌개 일부가 바닥에 눌어붙었다. 해서, 생수를 더 부어, 다시 끓여, 그걸 안주로 이슬이를 마셨다. 그런데, 이슬이가 잘 안 넘어간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태다. 왜 이럴까? 병이라도 걸렸나? 어쨌든 악착같이 이슬이 한 병을 비웠다. 와중에 고사리를 먹으려고 보니, 여름이라 손님에게 시원한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는지 얼었다. 뭐 그렇다고 못 먹을 것도 없어, 얼음 고사리도 안주 겸 반찬으로 잘 먹었다.
마지막으로 번 정도 밥이 남은 공기에 남은 반찬을 다 때려 넣고, 비벼 먹는 거로, 하산주 겸 늦은 점심을 마쳤다. 남은 밥과 반찬이라 큰 그릇이 필요 없고, 애초 고추장을 과히 좋아하지 않고, 참기름이야 나물 무칠 때 충분히 들어갔으니, 더 추가할 필요도 없다. 식당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며 보니, 아래 식당의 간판이 눈에 익다. 찾던 식당이 좀 전에 들른 식당이 아니라, 저 '황토가든'이다. 오늘은 상황 종료고, 이번 산행을 끝으로 당분간 운악산 올 일은 없으나, 갈만한 산이 없고, 암릉이 그리워 다시 오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해, 벽에 붙은 시간표를 보니, 다음 청량리행 좌석 버스는 15시 30분이다. 현재 시각 14시 46분! 44분을 기다려야 한다. 해서 다른 선택지가 있나 찾아봤으나 없다. 왜, 식당에서 버스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등산방 산행 안내 게시판 운악산 계획에 버스 시간이 있으나 그걸 확인할 생각을 못 했다. 했다고 해도, 시간이 틀렸지만. 해서 다음을 위해 수정했다. 그건 그렇고, 44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어딘가 들어가서 하산주 2차를 하는 건데, 정류장으로 내려오며 확인한바, 영업 중인 식당이 없다. 물론 편의점도. 와중에 햇살은 점점 뜨거워져, 머리에 쓰고 다니는 동안 바짝 마른 수건에 다시 물을 적셔 뒤집어썼다. 그리고 배낭에서 패드를 꺼내 책을 읽었다. 시간 보내는 데는 책 보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려니, 건너편 건물 아래 앉아 있던 노년의 산꾼이 길을 건너 정류장으로 오는 게, 버스 도착할 시간이 된듯하다. 그리고 3시 17분 무언가 앞을 쌩하고 지나가 눈을 들어보니, 좌석 버스다.
정류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는 출발 정시인 3사 30분 정류장으로 왔다. 그에 맞춰 그동안 보이지 않던 마을 주민 몇도 정류장으로 와 버스에 탔다.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승객을 태우기도 하고 내려 주기도 하며 청량리로 향해, 4시 15분 대성리역에 도착해 차에 내렸다. 청량리까지 가서 갈아타는 게 편하기는 하나, 과거 그랬다가, 빙빙 도는 버스에 학을 뗀 기억이 있어 대성리역에서 전차를 타기로 했다. 지도 앱의 '길찾기'도 그걸 권한다. 대성리역 화장실에 들려 볼일을 보고, 바짝 마른 수건을 깨끗이 빤 다음 또 뒤집어쓰고, 승차장으로 가 상봉행 열차를 탔다. 빠르게 집에 가는 방법은 상봉에서 옥수행으로 갈아타고, 옥수에서 3호선을 타는 거지만, 두 번이나 갈아타는 게 번거롭고, 퇴근 시간대라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편하게 가기 위해 신내에서 내렸다. 6호선 종점이라 텅 빈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해, 6시 45분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대로 들머리, 날머리 둘 다 초행인 '포천 운주사 주차장 → 운악사 → 두꺼비 바위 → 망경대 → 서봉 → 동봉 → 절고개 → 아기봉 → 백호능선 갈림길 → 백호능선 → 가평 운악산 주차장'의 14.50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51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50분, 휴식 1시간 1분!
기대 이상의 암릉이라, 대단히 즐거운 산행이었다. 와중에 운악사에서 딸기와 커피를 얻어먹은 것과 동봉에서 생각지도 못한 막걸리 한잔한 게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미세먼지가 약간 방해해 포천 너머의 산은 자세히 관찰할 수 없었으나, 범위 안의 산세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가평의 백호능선은 최근에 안전시설을 확충한 듯한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암릉 타는 재미는 포천의 2코스가 더 좋았다. 암릉과 암봉을 좋아한다면, 같은 코스로 달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