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걱정마, 영어 못해도 괜찮아] 한 달에 5000불 벌게 된 이야기' 의 후속으로, 앞의 글을 읽으시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남입니다.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
오늘은 주말을 맞아 ESL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한국음식 만들어 주겠다고 꼬셔서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더랬죠. ㅎㅎ 처음에는 남자들끼리 모여서 떡볶이를 만들었더니, 여자친구들이 저렇게 일본식(?)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네요. :)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집에 누구를 초대한다던가 한 일이 없었는데,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되었네요.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함께 즐긴다는게, 또 다른 행복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웬지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된 기분이랄까요... ㅎㅎㅎ 다른 분들은 어떤 주말을 보내고 계신가요? :)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숙제인 농장체험기를 드디어 시작하려 합니다! 어찌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농장의 나날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에게 만큼은 모든 것이 색다르고 하루하루가 모험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느꼈던 기쁨, 행복, 슬픔, 절망, 안타까움 그리고 희망. 짧았던 두 달 반 여간의 시간들은 이젠 저에게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시간적 순차에 따라 진행되었던 저번 체험기와는 달리, 이번 시리즈에선 소소한 각 주제별로 나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부족하나마 저의 글들이 농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많은 분들과, 아직 캐나다에 도착하지 않은 예비 깻잎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즐거움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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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owna에서 Summerland로 -!!)
캐나다에 도착한 지 닷새. 여자저차 메일로 농장들과 컨택을 하던 중, 사과 일이라도 해보겠냐는 메일 하나만 믿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Summerland로 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막상 갔을 때 고용하지 않을 경우나, 주소 하나 달랑 가지고 제대로 찾을 수나 있을지에 대해 걱정도 했었습니다만, 그보다는 절박함과 기대감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벤쿠버를 떠나 이곳으로 온 이상 다시 돌아갈 곳도 없거니와, 앞 일이 두려워 행동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렇게 저는 켈로나를 떠났습니다.
(Summerland의 전경)
그레이하운드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의 풍경은 제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환영함, 여기 시골임 ㅋ' 물론 버스 정류장은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저런 풍경이 펼쳐지지는 않습니다만,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어디서든 저런 풍경을 보실 수 있다는... -_-... 적어도 켈로나까지는 제법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고 사람들도 많았기에 '땅덩이가 큰 도시' 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여긴 정말 그냥 시골.... O_O... 농장 체험기를 먼저 올리셨던 분들이 말씀하신 집과 집 사이가 15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ㅠㅠㅠㅠ 오메...
(농장에 가던 중 보게 된 Cherry tree)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정류장에서 농장까지는 걸어서 50분 가량... -_- 군대에서 완전무장이라도 한 것처럼(그러고 보니 침낭에 텐트까지.. 비슷하군요 ㅎㅎ) 어깨는 점점 쳐지기 시작하는데, 어쩌겠습니까 걸어서라도 가야지요 ㅠ 아무리 둘러봐도 버스 정류장은 보이지도 않고, 초면부터 주인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하기엔 의지가 약해보일거 같고(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_-)...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이나 하자는 셈으로 뚜벅뚜벅 걸었습니다만, 역시 힘은 들더군요 :'( 여기서까지 무장 행군을 해야하다니...
그러던 중 난생 처음으로 보게 된 체리나무. 한 번도 체리나무를 본 적은 없었지만, 딱 보니 체리나무란 것을 알겠더라구요. 저 때가 6월 26일. 아직 색이 노랗거나 살짝 붉은기가 도는 것이.. 익으려면 한참 남은 것이 보입니다만, 저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므로 빨간 체리만 보고 금방이라도 익을 거 같아 설랬던 기억이 나네요. :) 혹여 저 농장의 주인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했었는데, 뭐 결국 저 체리를 따게 되긴 했습니다. 저곳도 제 농장 주인의 농장 중 하나였거든요. ㅎㅎㅎ 다시 저곳에 갔을 땐 어찌나 반갑던지...
약 15분 정도 더 걸어야 농장에 도착할 무렵, 차 한대가 저를 지나가더니 갑자기 멈춰섭니다. '응,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나?' 생각했는데, 운전수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제게 묻더군요. 'Hey, are you looking for Carlson farm?' 오, 예스예스!!! 나 거기로 가는 중이야!!! 그랬더니 갑자기 차에서 내리고는 악수를 청하는 운전수. 'Hi, I'm Ken.' 보조석에서는 또 다른 남자가 내립니다. 후에 저의 픽킹 선생님이 되었던 specialist Teno. =D
그렇게 인사를 건넨 후, 자기가 그곳으로 태워주겠다며 저를 이끌더군요. '헉, 이거 나 납치하려는 거 아냐?!' 하는 걱정도 조금 했습니다만 -_-;; , 뭐 이런 곳에서 저같은 걸 납치하겠냐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ㅎㅎ 차가 트럭 형식이라 앞 좌석에만 세 명의 남자가 타게 되었는데, 연신 저를 보면서 자꾸만 웃던 Ken과 Teno. 뭐가 그리 웃긴건지... -_-.... 하긴, 웬 어린티 나는 비리비리한 동양인이 자기보다도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맨 체 쩔쩔 거리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
(My spot♬)
걸어서는 15분 이었겠지만 차로는 3분 거리. :( 덕분에 나름 편하게(?) 도착한 저는 드디어 저의 주인인 Carlson과 대면합니다.
'Hello, I'm Younam. From Korea. Nice to meet you!'
'Hello. I'm Jan. Nice to meet you, too.'
말은 저렇지만, 어라? 눈초리가 어째 별로 반가워 하는 느낌이 아닌데? -_-.... 그도 그럴것이 설마 저같은 비리비리해 보이는게 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겠죠. :'( 게다가 영어는 엉망진창...!! 음, 그래 내가 주인이라도 실망할만 해... ㅠ 하지만 난 뭐든 잘 할 자신이 있단 말이다!!
그래도 저를 단박에 내쫓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저를 이끌고는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던 주인님.. ㅠ 여기가 키친이고, 냉장고, 샤워실, 화장실, 사무실 등등... 어찌보면 시설들이 후질구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만(기준에 따라... 저는 그닥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Oh, that's gooood! great! It's best place!!' 따위의 말을 남발했었더랬죠... 하하 :(
그리고는 앞으로 제가 할 일에 대해 설명해주시던 주인님. 제가 할 일은 Apple tinning으로, 다음 날 아침 7시 부터 일이 시작될 것이라 합니다. 같이 일하게 될 친구로는 Maggie라는 코워커가 있다고 하더군요. '어라? 아까 그 친구들이 나의 코워커가 아니었나? Maggie라면 여자이름 같은데, 여자애가 여기에 있다고?' 떠듬떠듬 낱말을 붙여가며 그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Jan, 저의 첫 캐네디언 친구가 된 Maggie는 누구죠?
Maggie는 3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이곳으로 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으로, 지금은 잠깐 도서관에 간 것 같다는 Jan의 말. 그리곤 제게 가지고 있는 음식이 있냐 묻더니, 오늘은 Maggie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도서관에 갔다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이려나.. -_-? 농장일을 하며 도서관 간다는 이 신선한 충격..!! 여하튼 Jan과 저는 일에 대한 몇몇 얘기를 나눈 후,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으므로 곧바로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안락한 쉼터...♨)
텐트를 치며 계속 드는 생각. 과연 Maggie는 어떤 친구일까. 혹여 내가 낯선 외국인이라 피하는 건 아닐지. 영어를 지지리도 못한다고 무시하는 건 아닐지. 일을 할 때는 코워커가 중요하다던데, 같이 일하기에 좋은 친구일지. 그런 생각들로 걱정스런 마음이었습니다만, 저 만큼이나 그쪽에서도 같은 생각을 할 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드는 지대한 궁금증...!!!
'예, 예쁠까..? -,.-'
...........뭐 그런 생각 속에서 텐트를 친 지 30분. 아니 TV 속에선 치기 쉽다고 그렇게 광고를 해대더니 왜이리 뼈대는 고정하기 어려운건지 ㅠㅠㅠㅠㅠ 오늘 안으로 다 치고 잘 수는 있는 건지 걱정되던 그 때,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수줍은 모습으로 다가오던 한 소녀의 모습. 그렇게 저의 첫 친구 Maggie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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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 To be continued...
첫댓글 뒷이야기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_+ 기대해주세요♬
하하 연애소설같아요ㅎ기다릴게요ㅎ
그녀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날의 하늘, 바람 냄새, 날아가는 새들의 움직임 까지도... '시라노 연애 조작단' 中
하하..!! 기다려 주세요~♪
쓰신 글 전부 정주행 하고 ㅋ 돌아왔어요! 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켈로나 리자이나 모두 매력적인것 같아요! 글쓰신분 또한 매력적이신 것 같구요! ㅋ 저도..영어가 영 젬병이라서 비자만 받아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ㅋ 이글을 보니까 떠나고싶네요! 당장 ㅋ
어이쿠... 부끄러워라... ㅠㅠㅠㅠ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두 곳 다 매력적인 도시이지요. 한국에 계신 동안 고민도 많이 되시겠지만, 그만큼 준비도 잘 하셔서 오시길 바랍니다. :)
아.... 집중하고 있었는데 왜 여기서 끊기나요... ㅋㅋ 너무 짧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하더냐? ㅋㅋㅋㅋㅋㅋ
또 올려주시죠!!!!!!!!!!!!!!!!!!!!!!!!!!! 뒷 이야기가 궁금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조만간 뒷 이야기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희 정모는 언제 모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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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머랜드 좋죠..ㅎㅎ 한달 가량 체리 땄었습니다 저도...
와우! 섬머랜드에 몇 안 계시던 한국분 중 한 분 이시군요. ㅎㅎ 어느 농장에 계셨었나요? 반갑습니다.
농장주인 아저씨 이름을 까먹었네요..-_-;;; 위치가 도서관에서 좌측으로 언덕올라가서 왼쪽으로 방향을꺽어....;;; 이렇게 설명하니..
제가생각해도 어렵네요..ㅎㅎ 자이언트헤드 마운틴인가? 그산 절벽밑에서 캠핑했어요.ㅎ
넘 짧아요~!! >.< ㅋㅋㅋ
곧 이어집니다~!!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