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현신부-
옛날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동물 사냥을 잘하는 사냥꾼이 한 명 살았습니다. 그는 하루에 사냥을 나가면 많은 짐승을 잡아서 그 짐승들을 장에 내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사냥꾼은 산으로 올라갔는데 그 날 따라 산에 안개가 잔뜩 끼고, 멀리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냥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산으로 계속 올라갔습니다. 아니라 다를까 정오가 되기까지 한 마리의 동물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만 두고 집으로 갈까 하다가 물이 흐르는 폭포수 밑에서 점심이나 먹고 내려가려고 했던 사냥꾼은 멀리 폭포수 있는 곳에 웬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소리를 죽이고 물체를 바라보았습니다. 틀림없이 움직이는 동물이었습니다. 멀리 있고, 안개 때문에 사슴인지, 곰인지, 늑대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동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총을 짐승에게 겨냥하여 조심스럽게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정확하게 명중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동물은 쓰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총을 쏘았습니다. 역시 그 동물은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이상한 나머지 사냥꾼은 폭포수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사냥꾼은 기절하듯 놀랐습니다. 거기엔 어미 곰이 커다란 바위를 들고 있었고, 그 밑에 아기 곰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어미 곰의 이마와 가슴에선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니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아기 곰들이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바위를 든 순간 총을 맞았으나 아기 곰들이 죽을 것을 염려한 어미 곰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바위를 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미 곰은 아기 곰들을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호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 돌아 가시 전 못내 사랑하시던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밤을 지세우시며 제자들에게 고별사를 발표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이 계명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첫째가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삶 속에서 따뜻하고 그윽한 눈길로 그들을 부르셨고, 공생활 중에 하느님 아버지와 성령과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의 모습을 그들에게 확연하게 드러내셨고, 그들과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자기를 완전히 내어주는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더 나아가 죄 많은 인간들을 완전히 사랑하기 위해 십자가상의 희생제사를 통해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되는 영원한 생명에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바로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세상 안에서 드러났으며, 이것을 제자 공동체가 구현하도록 당부하고 계십니다. 비록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떠나셨지만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제자 공동체는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 실천의 방법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되고, 그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주님께서 전해주신 계시의 핵심을 알아듣도록 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계명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을 통제하는 중심적이고도 핵심적인 계명인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 존재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힘입어 제자들은 그들의 공동체를 사랑의 공동체로 가꾸어 나갔고, 그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였듯이 우리 역시 우리가 몸담고 있는 본당 공동체에서 나만, 내 가족만이 아닌 모든이와 함께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를 구현해 나아갈 때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하느님과 나, 나와 너, 그리고 나와 자연 모든 만물과 함께 하는 관계성 속에서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계명을 충실히 이행해 나아간다면 새로운 우리 자신들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