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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우리말 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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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게시판 스크랩 "500회의 자리에 제가 있어서 감사해요" <우리말 겨루기> 사회자 엄지인 아나운서
서요한 추천 0 조회 934 14.01.20 10:30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말 겨루기의 사회자 엄지인 아나운서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을 유쾌하고 재미있는 질문으로 풀어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제1 한국방송KBS1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되는 〈우리말 겨루기〉가 그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봐야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지만, 10여 년의 세월 동안 방송 500회를 맞이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방송의 제일선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우리말 사랑에 울고 웃었던 〈우리말 겨루기〉의 사회자 엄지인 아나운서를 만나 보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500번의 도전

 

〈우리말 겨루기〉 500회를 맞이하는 소감을 들려주세요.

그동안 거쳐 간 사회자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할 때 500회를 맞이한 것에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매일 하는 방송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500회를 맞이했다는 건 엄청난 거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은 저희 방송국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아요. 방송을 500회 하려면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 팀에서도 10주년과 500회 중 뭘 더 기념해야 하나 고민했었어요. 결국 우리말에 재미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프로그램을 500회나 만들어 왔다는 것 자체가 무척 뜻깊은 일이기에 500회를 기념하게 됐어요. 조금 아쉬운 건 〈우리말 겨루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을 직접 뵙고 같이 축하하지 못하는 점이에요. 〈우리말 겨루기〉는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방송이니까요.

 

〈우리말 겨루기〉의 진행을 맡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사적으로 가볍게 말씀을 드리자면 어머님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는 거예요. 〈우리말 겨루기〉를 제일 많이 보시는 분들이 어머님들이시거든요. 그 전에는 제가 〈스포츠 뉴스〉를 오래 했기 때문에 남자분들이 많이 알아보고 좋아해 주셨는데, 지금은 밖에 나가면 어머님들이 “우리말 겨루기 잘 보고 있어요”, “나도 나가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요.”, 아니면 “내 딸도 도전할 거예요.” 이렇게 말씀을 하세요.   공적으로는 〈우리말 겨루기〉를 진행하면서 아무래도 우리말 관련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년 이맘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글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연속극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피디님과 함께 표창도 받았어요. 굉장한 영광이었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우리말에 관해 새롭게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우리말을 공부하는 처지였다면, 이제는 문제를 내고 분석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잖아요. 이렇게 처지가 바뀌면서 문법이나 어휘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쳐지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단,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해야 한다.’ 하는 예외 조항들이요. 이런 부분들은 이해한다기보다 외워야 하는 부분이라 어렵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을 합리적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갖게 됐어요. 물론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 학문적인 접근 방법은 잘 모르지만, 우리말을 많이 접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좀 더 쉬워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할 때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이 있지만 〈우리말 겨루기〉는 '우리말'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러니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는 순간만이라도 우리말에 관심을 조금 더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요즘 사람들은 우리말을 막 쓰잖아요. 영어를 쓰면서 과시하기도 하고, 함부로 말을 줄이고, 또 정체 모를 말도 많이 하고.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우리말 겨루기〉는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돼요. 이때는 보통 저녁 식사를 마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인데 '공부한다'고 여겨지면 아무래도 보기 싫겠죠. 너무 어렵다 여기지 마시고, ‘와, 저 사람은 이런 걸 맞히네’라고 생각하시거나, 아니면 문제를 같이 풀어 가면서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말 겨루기〉가 꽤 쉬워졌어요.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단계에서야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개 나오지만, 그 외에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을 주로 문제로 내고 있어요. 우리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벽에 기대여 환하게 웃고 있는 엄지인 아나운서의 사진


 
우리말 겨루기의 진행을 하면서 우리말의 어려운 부분을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바꿀 수는 없을까 고민하기도 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으신가요?

아쉽게 탈락한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한 1~2년 된 것 같아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출연자는 구두를 닦는 직업을 가진 분이셨어요. 저희 아버지 연배 정도 되었는데, 정말 우리말을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대기실에 조그만 종이에 삐뚤삐뚤하게 적은 것들을 가져와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많이 아시더라고요. 제가 여쭤 봐도 모르는 게 없으셨고요, 주변에서는 이미 만물박사로 통하던 분이셨어요. 충분히 달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달인 직전에 떨어지셨어요. 또 한 친구는 중학생이었는데, 이 출연자도 달인에서 아쉽게 떨어졌어요. 어려운 가정에서 동생까지 돌보면서 출연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 줬죠. 우승하는 분들은 꼭 사연이 있어요. 〈우리말 겨루기〉는 조작 같은 게 전혀 없거든요. 어떤 방송은 출연자들도 가리고, 문제 난이도도 조절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정말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도 출연자 중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연을 가진 분들도 많이 있어요. 한 문제만 더 맞히면 달인이 되는데 못 맞히는 거예요. 그럴 때면 제가 답을 가르쳐 드리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워요. 사실 저는 입만 열면 가르쳐 드릴 수 있잖아요. 근데 그러면 안 되니까 애가 타죠.

 
‘메모하다’ 대신 ‘적바림하다’는 어떨까요?

 
기억에 남는 문제가 있으세요?

너무 많은데요.웃음 우리가 막 썼던 말이나 외래어인 채로 그냥 쓰는 말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굳이 순화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우리 고유어도 꽤 많아요. '메모하다'라는 말 대신 쓸 수 있는 우리 고유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적바림하다'예요. 참 예쁘죠? 〈우리말 겨루기〉 덕분에 재미있고 예쁜 우리말을 저도 참 많이 알게 되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의외로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요.웃음 녹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요. 최소한 세 시간은 걸리고 네 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거든요. 녹화 내내 구두를 신고 서 있다 보니 그게 좀 힘들어요.웃음 저뿐만이 아니라 출연자들도 많이 힘들어해요. 작가님들이 너무 높은 구두 신고 오지 말라고 사전에 출연진에게 말해 줄 때도 있어요.

 
방송할 때 실수하신 적은 없나요?

출연하시는 분들이 재미있는 답을 쓸 때가 종종 있어요. 출제 문제 중에 '다리', '팔걸이'라는 단어를 듣고 '의자'라는 답을 찾는 연상 문제가 있어요. 그날 문제의 도움말 중에 '김'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한 분이 답을 '해표'라고 쓰고, 또 어떤 분은 '양반'이라고 쓴 거예요. 그 순간 너무 웃겨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답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럼 웃음이 터져서는 멈추질 않아요. 제가 잘 웃거든요. 이게 심해지면 울어요. 그런데 한 번 울면은 멈추기가 힘들어요.웃음

 
'메모하다'라는 말의 뜻을 가진 우리말 '적바림하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엄지인 아나운서


노력하고 열심히 했더니
없던 능력도 생기더라고요

 

아나운서는 우리말을 잘 사용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잖아요.
아무래도 내가 너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건 아닌가 후회했던 적은 없으세요?

실은 우리말 때문에 중간에 길을 포기한 적이 있었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꿈이 아나운서였거든요. 대학에서도 준비했지만, 사실 전 수학, 과학 쪽을 더 잘했고 국어와 외국어 쪽이 점수가 잘 안 나와서 고생했어요. 그래서 ‘이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고시에 도전해 볼까 싶어 책도 사고, 신림동 고시촌도 가 봤는데 역시 아나운서가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미친 듯이 해 보면 결국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 보니까 우리말이 언어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요구한다기보다 정말 우리말에 관심이 있으면 되더라고요. 전 글을 쓰고 언어를 표현하는 부분에 부족함이 있었는데, 노력하고 열심히 했더니 없던 능력도 생기더라고요.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원하면 내가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생기는 것 같아요.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다 〈우리말 겨루기〉로 왔을 때 걱정되지 않으셨나요?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리고 처음에 너무 힘들었어요. 사회자가 급히 교체되면서 제가 인수인계를 완벽히 못 받았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죠. 〈우리말 겨루기〉는 제가 아나운서가 되기 전부터 정말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어요. 방송 애청자로 한석준 아나운서와 통화를 했을 정도로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우연찮게 한석준 선배의 후임으로 제가 이어 가게 된 거예요. 그 중압감이 엄청나더라고요. 퀴즈 방송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한 6개월은 녹화하기 전에 잠도 못 잤어요. 지금은 조금 적응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서……. 항상 제가 우리말과 겨루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우리말 겨루기〉는 저한테 있어 가장 보람 있는 방송이고, 또 녹화장에서 가장 즐거운 방송이에요.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을 원하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해 주세요.

바뀐 〈우리말 겨루기〉는 초반에는 순발력, 후반에는 고유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요. 너무 어렵게 공부하지 않으셔도 돼요. 갑자기 어려운 고유어를 찾아본다거나 외운다거나 그런 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 평소에 내가 잘못 쓰는 표현들, 예를 들어 ‘바람/윗첨자바램’, ‘할게요/윗첨자할께요’를 사용할 때 ‘아, 이건 잘못된 거지.’ 하면서 제대로 사용해 보세요. 아마 스스로 똑똑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드실 거예요. 이런 부분들만 실천해도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는 <쉼표, 마침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요. <쉼표, 마침표.>. 500회의 방송에 보내 주신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유난히 더 고단한 월요일 저녁마다 〈우리말 겨루기〉와 함께 하루를 편히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엄지인 아나운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착한 방송 〈우리말 겨루기〉. 500회라는 놀라운 방송 횟수는 그만큼 우리말을 사랑하고, 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우리말 겨루기〉가 우리말 파괴가 심각한 이 시대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는 등대가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

 

엄지인
한국방송KBS 아나운서. 1984년 출생. 2007년 한국방송 33기 공채 아나운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체험 삶의 현장〉, <역사 스페셜>, 〈KBS 뉴스5〉, <2012 런던 올림픽 중계> 등의 사회를 맡았고, 현재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 〈KBS 스포츠 9〉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의 제5대 사회자로 2010년 5월부터 활약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아름다운 우리말의 바르고 정확한 쓰임을 알리고 있다.
 
글 _김소라 / 사진 _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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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1.20 14:47

    첫댓글 엄지인 씨 정말 예쁘네요...

  • 14.01.20 14:52

    대한민국 여자 아나운서 중 제일 예쁘고 아름다운 아나운서가 엄지인 아나운서 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말 겨루기 500 회 맞이, 아자아자!!,^^

  • 14.01.20 16:08

    똑.소.리.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정말 똑소리 나는 嚴智仁 아나운서. 항상 고맙습니다. 그리고 건투를 빕니다.^^

  • 14.01.20 18:59

    제 딸하고 같은 84년생이라 더 정감이 가네요~

  • 아나운서 중 최연소였었지요.풋풋함에서 이젠 원숙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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