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라이젠2 - 라이젠센뇨지 절에서 산에올라 신사를 보고 계곡에!
11월 9일 아침에 규슈 북부 사가현 사가(佐賀) 시에서 기차를 타고 가라쓰(당진) 를 거쳐서
이토시마시 지쿠젠 마에하라 筑前前原(축전전원) 역에 내려 택시를 타는데.....
후쿠오카 에서는 지하철 하카타역 에서 공항선을 타고 메이노하마 姪浜 (질빈)역에
내려 2분 후 JR 筑肥線 (치쿠비센) 으로 환승해 치쿠젠 마에바루 역에 도착해도 됩니다.
20여분만에 라이젠 센뇨지 雷山 干如寺(뇌산 간여사) 에 도착해 절을 둘러보노라니
문득 오대산 월정사 주석 을 했던 봉은사 조실 인 한암 스님 을 생각해 봅니다.
한암 스님 은 1925년 하안거 후에 “내 차라리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 이 될지언정
봄날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 는 배우지 않겠다” 라는 고별사를
남긴후 오대산 상원사 로 은거 한 이래 26년동안 동구밖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6.25 때는 “나는 여기 앉은채 생사를 맞이 할 것이다”...
1951년 국군이 전략상 상원사 절을 불태우려고 하자
가사 장삼을 입고 단정히 선당에 앉아 상원사 를 지켰습니다.
“항상 절에 거하면서 고요히 앉아 사유하라, 사람들과 휩쓸리지 않으며
무리지어 잡담하지 말라, 바깥세계에 대하여 탐착하지 말라!
음식에 욕심내지 말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라, 모듭 업을 깨끗이 하며
마음에 때 가 묻지 않게 하라, 뜻은 고상하게 지조는 굳게 가져라.
그 한암 의 제자 탄허 스님 은 중용 을 인용해 ”바람이 일어나는 곳을 알고
은미함 속에 드러남을 안다면 함께 덕으로 들어갈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장자 에 忘適之適 (망적지적) 이란 말이 있으니 알맞다는 생각마저 잊고....
만족한다는 생각마저 잊어야 비로소 만족에 도달한다고 설파 했다고 합니다.
발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은 신발이 꼭맞기 때문이요, 허리에 대해 잊어버리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고 시비를 잊는 것은 마음이 서로 합하기 때문 이다.
맞음에서 출발하여 그 어느 것이든 맞지않는 것이 없는 것은
알맞다는 생각 까지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라고도 했다니 새길만하지 않는지?
절 을 나와서는 언덕길을 걸어 하늘을 향해 쭉쭉 곧게 뻗은
스기나무 가 울창한 산을 30분에 걸쳐 오르는 데....
저만치 일본인 노부부 2명 이 먼저 오른 것을 그만 놓치고 나니
사람이라고는 우리 부부 둘 뿐 이라... 고요함 을 느낍니다.
산길에 적막함 이 감돌다 보니 문득 마흔다섯에 늦깎이 로 무대에 선 장사익 이
생각나는데...... 나는 그 나이에 세계 배낭여행에 나서 벌써 마흔몇번 일런가?
그는 국악과 팝, 클래식과 재즈며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세계
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생의 구비구비를 돌아서 살아온 삶 을.....
찔레꽃 이며 봄날은 간다, 님은 먼곳에, 꽃구경과 띠끌같은 세상.....
이슬같은 세상등 "무정형의 자유스러움" 으로 진솔하게 노래합니다.
장사익 에게는 어깨 살짝살짝 너풀너풀 여릿한 춤사위
바람소리, 새소리, 파도소리 가 반주 라고 했던가요?
누가 장미꽃 인생을 바라지 않을까 마는 그는 장밋빛 인생 과는 거리가
먼 논두렁 밭두렁 에 피는 "찔레꽃 인생" 을 살았다고 합니다?
아차산과 오서산이 겹주름 으로 서있는 고향 홍성 에서 갯물 냄새와 새우젓국 냄새
그리고 쪼글쪼글한 갯벌 을 보며.... “낮게, 낮게 사는 법” 을 배웠다고 합니다.
또 그는 “바람 보다 먼저 눕고, 바람 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 처럼 살았다고 김경제씨는 말했으니....
무화과 처럼 “열매속에 속꽃” 을 피우며 그냥 슬퍼 밤새워 목 놓아 진한 속울음 을 울었다.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시인의 시 를 “여행” 이라는 제목으로 꺼이꺼이 뭉툭하게
불렀다니.... 지금 여기 산길에서 들어 보았으면 좋을 것을!!!!
서정춘 은 등단한지 30년만인 1996년에 34편의 시를 모아 죽편 이란
시집을 내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저 “여행” 이라는 시 입니다.
시인의 또 다른 시 "꽃신" 에.....
어느 길 잃은 어린 여자 아이가
한 손의 손가락에
꽃신발 한 짝을 걸쳐서 들고
걸어서 맨발로 울고는 가고
나는 그 아이 뒤 곁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전생 같은 수수년 저 오래전에
서럽게 떠나버린 그녀일까고
드디어 언덕 위에 이카즈키 신사 에 도착해 석사자상 이 지키고 있는 신사 로 들어
서니 여긴 깊은 산중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신관이 상주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카즈키 신사 경내 에 엄청 오래된 나무 가 한그루 보이는데....
저게 바로 수령 900년 된 은행나무 가 맞는 것일러나? 아닌가?
산 정상 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지라 이만 돌아서서는 하산
을 해야 하는데 올라온 길로 내려가는 것은 싱겁기도 해서.....
절에 이르는 지름길 이기도 한 계곡 을 타고 내려오는 데.......
조그만 개천 옆으로는 약초 를 재배하는 밭이 보입니다.
이 계곡은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한적하고 외진 곳이라
강도 라도 만나면 속절없이 당할수 밖에 없어 걱정 이 되지만.....
일본 이란 나라가 "치안" 이 좋은 곳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는데, 도중에 또 다른
신사로 올라 가는 갈림길 에서 일본 청년이 우릴 보더니 반갑게 인사 를 합니다.
청년이 혼자 신사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우리 부부는 다시 절 쪽으로
내려오니 절 뒷켠 인 것 같은데....... 단풍 이 참 곱게 들었네요?
그러고는 계곡의 개울 옆 산 등성이 에 조성된 묘지 를 보는데....... 일본인들은 결혼은 신사 에서 하고
장례식은 절 에서 치른다고 하는데, 물론 결혼식을 식장이나 레스토랑, 호텔에서 한번 더 합니다.
시신을 그대로 땅에 매장하고 봉분을 만들었던 옛날 우리나라와는 달리 거의 100%
화장 을 한후 저런 돌로 된 "가족묘지 안에 유골 가루" 를 넣는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