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서 자다 깨어보니/김기택-
배 위에서 잠이 들었다
바람소리에도 흔들렸고 물소리에도 흔들렸다
망망대해 나 혼자였지만
물소리 바람소리 사방에서 소란스러웠다.
오래 전부터 들어온 소리처럼 편안하였다.
바다처럼 커다란 아가미로 숨쉬었다.
출렁거리는 들숨 날숨마다
무수한 햇빛 방울이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갑자기 파도가 커지고 높아지더니
배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전동차 안이었다.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 낀 채 서 있었다.
나는 선 채로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거친 파도소리를 내며
급제동으로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김기택 시인 약력>>
*1957년 경기 안양시 출생
*안양공업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영문과를 졸업. 경희대학교대학원 국문과 박사.
*1989년 한국알보 신춘문예에 시 '가뭄' '꼽추'가 당선되어 등단
*1995년 제1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2001년 제46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4년 제11회 이수문학상 수상.
*2004년 제4회 미당문학상 수상.
*2006년 제6회 지훈문학상 수상.
*2009년 상화시인상 수상.
*2007년에 ‘대산-UC버클리 한국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가.
첫댓글 귀한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