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字)로 광주(光州)나 광주(廣州)로 표기를 하거나 전라도 광주나 경기도 광주처럼 접두어(接頭語) 같은 도명(道名)을 사용하여야 구별이 되는 지명(地名)이 있다. 고성(高城)이나 고성(固城)으로 표기를 하던지 강원도 고성이나 경상도 고성처럼 접두어(接頭語) 같은 도명(道名)을 붙여 구별하여야 한다. 최북단 (最北端 ) 강원도 고성(高城)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 3조에 의하면 고성은 최북단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성은 대한민국 최북단의 땅이다.
달포 전에 미리 숙소 예약을 했는데 출발 며칠 전의 TV에서는 '이래도 갈거냐?'는 듯이 그 곳 폭설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소를 바꾸던지 날짜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도 강행하기로 했던 것은 비수기 회원 가격으로 네 집 인원의 하루 숙박료가 고작 6만원에 불과한 매력 때문이었다. 금요일 퇴근하고 출발하였더니 늦은 열시를 넘기고 숙소에 도착해진다. 프론트에서 방의 방향을 선택하라는데 잠시 망설였더니 바닷가보다는 설경을 권유하면서 골프장 쪽으로 방을 배정해주었다.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침이 되니 설국(雪國)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안그래도 더위를 타는 체질인데 잘못 세팅된 난방온도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계란까지 풀어 만든 떡만두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햇살이 깊숙히 파고들 즈음에 숙소를 나왔다.
푸른 제복과 함께 했던 3년의 내 기억 다발 속에는 건봉사라는 아련한 곳이 자리잡고 있다. 그 곳을 일정의 첫번째로 잡아놨었다.
금강산 건봉사(乾鳳寺)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등 20개의 사찰을 말사(末寺)로 거느렸던 거찰(巨刹)이었던 건봉사는 이제 설악동 신흥사의 말사(末寺)가 되었다. 19세기 말 산불로 전소되어 겨우 복원하였으나 그나마 한국전쟁 당시 철저한 파괴가 그 원인이다.
내가 동부전선에서 군복무를 했던 그 당시에 건봉사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민통선 안에 자리잡고 있어 1988년까지는 민간인 출입이 불가능 했던 것이다.
'찍을 게 참 많지요?' 지나가던 스님 한 분이 내게 던진 말이다. 신도도 아니지만 합장을 하고 여쭈었다. '석탑도 전쟁을 피해가지 못했나요?'
지금의 부도전(浮屠田)에는 50개의 부도가 남아 있는데 원래는 2백 개가 넘는 부도와 탑비가 있었다고 하니 무엇인들 온전 했을까.. 한국전쟁 이전의 모습 중에 유일하게 남이 있는 건 불이문(不二門)뿐이다. 건봉사에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를 간직하고 있다. 원래는 양산 통도사에 보관했던 것을 임진왜란 때 일본에 강탈당한 것을 사명대사가 사신으로 건너가 포로 3천명과 함께 찾아와서 이 곳 건봉사에 사리탑을 만들고 모신 것이라 전한다.
화진포(花津浦)에는 한국 근대사에 나오는 세 사람의 별장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 별장, 부통령 이기붕 별장 그리고 김일성 별장.. 처음 가본 건 아니지만 2,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별다른 감흥없이 다시 한번 들러봤다.
겨울의 거진항은 한산하고 붐비지 않아 호젓해서 좋았다.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잘려진 한반도의 허리 아래에는 민속마을로 지정된 여섯 마을이 있다. 아산 외암마을, 순천 낙안읍성, 안동 하회마을, 제주 성읍마을, 경주 양동마을 그리고 고성 왕곡마을이 그것이다. 20세기 근대사에서 전통 마을이 해체된 사건들을 꼽으라면 일제의 통치, 한국전쟁의 파괴 그리고 새마을운동의 개발일 것이다. 최북단 고성 죽왕면에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여 '오봉1리'라 불리는 곳에 왕곡마을도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포만한 점심을 먹고서 도착한 왕곡마을은 온통 흰 눈으로 덮혀 있어 차를 세워둘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멈추어야만 했다. 친절하게도 관리 사무실에서 나온 여직원이 팜플렛 하나 들고나와 안내를 해주었다. 무심코 팜플렛을 훑어보다 한 구절에 내 눈은 한참이나 멈췄다. '왕곡마을은 강릉 최씨, 강릉 함씨의 집성촌으로 50여 동의 가옥이 밀집, 보존되어 있다. 고려말 두문공 72인 중의 한 사람인 함부열이 조선왕조 건국에 반대하여 간성으로 은거한데서 연유되었다고 전해진다'....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록이 있어야 하고, 신화가 역사로 되려면 기록과 유물이 있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되는 트로이 전쟁은 3,000년이 넘게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기원전 13세기에 일어난 트로이 전쟁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무대가 되어 신화로 존재하였다. 무려 3,000년이 지난 19세기(1870년) 독일의 하인리히 슐리만이 터키 서북부 해안에서 트로이 유적을 발굴함으로써 비로소 인류 최초의 전쟁역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기록에 의존하고, 유물로 보충하는 것이다.
두문동 72현은 고려(高麗)가 망하고 조선(朝鮮)이 개국하자 불사이군(不仕二君)의 뜻을 품고 두문동(杜門洞 )에 들어가 충절(忠節)을 지킨 고려의 충신 72명(七二名)을 말한다. 고려말 개경의 두문동 제현(杜門洞 諸賢)들의 사적을 모은 책인 려조충렬록(麗朝忠烈錄) 서문(序文)에 고려말의 충신 72인과 새로 찾아낸 2인을 합하여 74인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명단에는 함부열이란 이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려말 공양왕의 최측근이었던 함부열은 조선의 개국을 반대하여 고성군 간성으로 내려왔고 그의 손자 함영근이 왕곡마을로 들어옴으로써 마을이 시작된 게 맞지만 두문동 72현 중의 한 사람은 아니란 뜻이다. 내 몫은 거기까지였다. 잘못된 부분은 수정을 하거나 삭제를 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적어도 복귀하는 날의 아침은 일출을 담을 계획이었다. 고성의 일출이 낯설겠지만 그 곳에도 일출 포인트는 존재한다. 위도 38도 21분 30.39, 경도 128도 30분 29.93 ...일출시간 07 :09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세팅된 알람보다 30분 늦게 눈이 떠졌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복귀하는 길에 들려 볼려고 백담사를 하나 아껴 뒀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15리 떨어진 경내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5, 6년 전 가을에 붉게 물든 그 계곡길이 좋아서 한시간 반이 걸린 그 길을 걸어왔었는데.. 늦은 폭설에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 결빙이 되어 셔틀버스도 얼어 있었다. 바리케이트 밑에 걸린 작은 안내판 : '모든 차량 통행금지'
일출도 그랬고, 백담사도 그랬고.. 너무 억울하여 들른 곳이 양평 용문사였다.
용문사에 내 감흥을 불러일으킬 고당(古堂)이 있어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양평 용문사에는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신라의 마지막 왕세자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설과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녔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렸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리고 그 안내간판의 밑에는 '수령 : 1,100년' 이라고 친절하게 적어놨다. 의상대사는 7세기의 인물이고, 마의태자는 신라가 몰락하는 10세기의 인물이니 마의태자 설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내가 만일 다른 나라에서 사진을 했다면 그건 단지 자연(自然)만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 국토가 박물관인 우리나라에서의 내 사진 속에는 역사(歷史)도 함께 담아지는 것이다.
庚寅 二月
撮影 JMS
終.. 敏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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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성'하면 몇 년전의 산불이 생각나....이제는 나무도 자랄만한큼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으련만.......움직이며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쓴 글과 사진이 정말 좋네요~~~즐기면서 사는 '인생'이 한껏 부럽기도 하구~~~감정이 살아있는 산, 바다, 항구, 사찰, 민속마을, 천년의 은행나무, 그리고 그 속안에 있는 민섭의 행복.......
자 선생님도 매주 여기저기 다니시고 할거 다 하고 사시자나요............풉
아마 저 '두문동'에서 '두문불출'이란 말이 나왔다구 하던데..고려 선비들의 충절...얼마전 동네의 고려의 최영장군 묘에 다녀왔는데....'명을 쳐라"라는 기개의 말이 귓가에 맴 돌더라...묘는 작고 초라한 듯, 가까운 곳에 있는 고려 윤관장군 묘의 비하면 ..아마 후손들의 차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반란,개국, 피의 살육...고려 선비들의 충절, 고려 무사들의 기개를 잠시 생각해 보네요.....'명을 쳐라~~'
아죠 사극을 찍으세요.....
듣고보니 그러네....ㅎㅎ.....'멜로' 하나 부탁해요~~
왜 이리 시끄러운가 했도니 두 고구미가 이바구 까구 있었눼~ 그래도 6,7년 전에 함 봤다고 항상 반갑도롸~
토토님의 사진과 글을 보다보면 안가봤으면서도 꼭 저 사진 속 공간에 내가 있네요.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다음에는 토군과 같이 함 가자고 해봐....니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어디를 가냐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가냐도 중요한 듯...글타고 내 좋아하는 걸 강요하기도 글코...아는 만큼만 즐기고 삽니다~
큰아이 네사,작은아이 두살때 갔던 기억이 새롭네...그때는 여름이었는데 겨울의 느낌은 또 다르구..
속초에 사는 친구 덕에 가끔 들리는 동해안인데 이번엔 숙소를 고성으로 정하면서 덕분에 내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까지 훑어 봤구...
내가 소싯적에 원통에서 군생활을 했었는데....덕분에 강원도 구석구석 안가본곳도 없고....간만에 고성을보니 그때 생각이 잠시........설경이 참 멋지다....
2XX 31R 3BN HQ S-2 ㅇㅋ?
진지함 ...여유.................참 멋지다
항상 토요일에 갔다가 일요일에 복귀하는데 이번엔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일요일에 복귀...훨씬 더 여유로웠고 다음에도 이렇게 갈듯.. 아마도 5월엔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안동(安東)'을 갈려고~
아..나두 바로 전에..영천 친척집에 문상 갔다가 시간과 경비를 조금이라도 보상 받아야지 하는 의미로...일부러 돌아 돌아 주마간산식이지만 '안동' 댕겨왔는데.....근데 난 왜, 가슴이 안뛸까.....흠~~
서울에서 친정까지 국도로 쭉 가다보면 안동이 중간거리......안동 첫머리부터 팔순노모 호물호물 거리는 얼굴이 더욱 세차게 가슴 뛰게하고 설레게하는데....흠~ 유당이 뛰는 가슴은 딴 곳에....^^
토토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오랫만에 네 글을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사진을 잘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도 멋진 사진들이 눈에 띄는구나.... 글은 더 말 할것도 없고....
안보던 사이에 완장 하나 찾네? 축하한다 해야할 지..욕보라고 해야할 지...암튼 축하~
정말 오랫만이네,,,,,,덕분에 구경 잘하고 간데이~~
톰 소여도 글코, 헉클베리 핀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멋진 구경 잘 햇네..^^ 저런덴 같이 가지 꼭 영계들만 데리고 가냐 ㅋㅋㅋ
니는 여전히 몰입을 못하고 읽는구나..분명 누구랑 갔는지 적어놨고만 ㅎㅎ~
글도 사진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두번째 사진은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내로망.. 일곱번째는 설레임 그리고 마지막 그림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에 맘한편이 싸해지고
가슴속에 가득했을 것같은 뿌듯함이 부럽습니다~
두번째? 골프장 회원권 비수기 가격으로 하루 숙박비 6만원~
지금도 허리 28인겨![?](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ㅇ ㅣㅈ ㅔ 29인치 입오..민갱이도 많이 컸겠네?
얼굴은 그때하고 똑같이 벨로 안이쁘고,![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나이는 여섯살이고, 튼실하게 잘 컸다고들 주변에서 그러데,, 잘먹어 체격도 좋고, 아주 씩씩한 여장부로 성장할것 같아 맘이 흐뭇하다고 경남이 통화되거든 전해줘,
올라온 어디 사진 보니깐 야무지게 컸도만~ 산도 잘 타는 듯 보였고...갱남인 요즘 공부하니라 바쁘나봐 못본지 한참 됐어.. 안죽으면 볼날 있겠지~
다 늙어 뭔 공부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나도 더 공부할 계획 있다고 전해주,, 무슨공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악기공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원래 공부란 게 늙어 잠 안올때 하는거얌..늙어 잠도 없고 힘도 없는데 머할건데? 공부나 해야쥐~ 나도 그때 할 공부는 쪼금 남겨뒀어
무슨 악기 공부하는데? 난 요즘 드럼이 땡기도만..인류 최초의 타악기..션하쟌어~
그나저나..음방은 아예 없애버렸어?
니네 둘이 다방가서 이바구 하세욤..
내가 갔었던 고성이 맞겠지? 느낌이 완전 달라서..토토덕에 다시 가보네..ㅎㅎ 쌩~유~~^^*
고성엔 언제 다녀왔수? 놓친 백담사가 아직도 약오른데...싹이 돋아나면 다시 갈려고..고속도로 뚫려서 홍천까지 금방이쟌우~ 홍천 담에 인제..
고성엔 3년쯤 됐지..화진포에서의 밥은 잊지못하쥐이..ㅎㅎㅎ 헌데 토토는 사지만 찍지? 나눠주는 건 안하냐구우,,아오.기다리다 목빠졌으~~`
니네 둘도 다방 가서 이바구 하시고....
여행을 다녀온듯 추억속에서 머물다 갑니다...
고마워요^^*
ㄴ ㅐ가 ㄷ ㅓ 고맙지요~
오랜만에 꾸벅........... 건제한걸보니 반갑네
덩달아 나두 흔적...
ㄷ ㅣ프야~ 요기 다방에서 이바구 까시는 두분 요 있돠~ ㅋ
메인화면에 사진 깔려고 했더니 잠과놨넹~~~흠!.....멋있수!!
이정도면 고성 안가보고도 가봤다고 사기칠정도요..^^..구경잘하고 가요^^
함께 여행을 다녀 온듯 하네..사진과 글...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