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갈 곳은 지천인데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날이 아직은 따뜻하여 야외 작업하기에 그만입니다.
할 일 중에 한 가지가 필요없는 나무를 베어 버리는 일입니다.
잘라내야 할 나무는 아름드리인데 손에 쥔 톱은 겨우 35센티 남짓한 접이식 톱입니다.
사내놈 허벅지 두께만한 나무 정도야 힘쓰면 자를 수 있습니다.
게으른 티를 내느라고 낫으로 툭툭 쳐 내면 될 찔레나무를 일일이 톱으로 자릅니다.
얼마나 관리를 안했는지 찔레나무 밑둥이 거짓말 쪼매 보태서 용문사 은행나무 밑둥에 버금갈 만큼 거목입니다.
찔레나무 가시는 앙칼지게 역으로 낚시바늘처럼 솟구쳐 있어 아무리 조심해도 손을 찔립니다.
따가움에 손을 움추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처연한 그림이 있습니다.
소나무 굽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입니다.
그 그림이 갈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푸르른 빛으로, 그리고 허리 굽은 자세로 사람을 매혹시키더니
무심하게도 냉정하게도 말라 죽어 있습니다.
왜일까?
가까이 가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애틋한 눈으로 살펴보고 뜯어 보고 분석해 봅니다.
가만..... 어릴 때 머리에 곰발(부스럼의 전라도 표준어)이 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한동안 머리에 동전만한 크기로 땜통이 남아 놀림을 당했는데
이 가여운 소나무에도 땜통이 나 있습니다.
누군가가 소나무에 외력을 가한 흔적은 없습니다.
소나무 자체에서 그런 증세를 보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땜통에 송진이 나온 흔적이 없습니다.
아핫..... 소나무의 에이즈라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렸나 봅니다.
인터넷에 재선충병으로 검색을 하니 해당 소나무가 보이는 증세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할 일도 많습니다.
그 와중에 광산구청에 전화해서 소나무 재선충 발생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광산구청 직원들 바빠지게 생겼습니다.
저도 덩달아 귀찮게 되어 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밭 일대가 갑자기 훤해 질 것 같습니다.
편히 기대고 있던 책상을 갑자기 누군가가 빼버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 밭에는 소나무가 네 그루 밖에 없습니다만..주변 일대가 울울창창 소나무 숲입니다.
네 그루 중에 나머지 세 그루는 멀쩡해 보입니다만
멀쩡한 아이들마저 제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서 재선충병이 퍼졌는지 황당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따뜻한 날씨와 가뭄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첫댓글 오모낫... ?
ㅎ
웃을 일은 아닙니다만...
소나무 재선충이 아니고
소나무좀벌레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재선충이면 불길처럼 번질 터인데
똑 그 나무만 말라 죽었습니다.
재선충 베어야하는데.,
소나무를 중심으로 빙돌려 망을치고 닭을 몇마리 놔먹이면 소나무 벌레나 재선충은 박멸 됩니다.
벌레가 땅에서 부화하여 나무를타고 올라가려할때 닭들이 다 쪼아잡수셔 버리니 병이 커질수 없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