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자전거로 산을 오른다.

[멋진녀석]

		MTB, 자전거로 산을 오른다!

  자전거의 새로운 장르인 산악자전거(MTB)는 197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해 지금은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는 80년대 중반 소개되었고 약 10만 명이 즐기고 있다. MTB는 일반자전거와 달리 소재와 부품의 강도, 정밀도가 훨씬 뛰어나고 27단 기어를 갖춰 깜짝 놀랄 만한 험로도 오르내릴 수 있다. 자연친화적이면서 건강에 유익하고,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며 스릴 넘치는 MTB는 SUV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자전거는 1790년 프랑스에서 원시적인 형태가 발명된 이후 200년 이상 발전해 왔다. 하지만 2세기 넘게 발전해온 기계나 탈것 중 자전거처럼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드물다. 두 바퀴는 처음 그대로이고, 핸들과 페달도 형태와 방식이 조금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다만 프레임과 부품을 만드는 소재는 크게 발달해 왔다.

  그러다 1970년대 들면서 자전거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바로 ‘자전거가 산으로 간 사건(?)’이다. 험로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뿌리박혀 있을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젊은이들이 산으로 끌고 올라가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이것이 산악자전거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는 게리 피셔(Gary fisher, 1950∼)는 산악자전거의 개척자로 불린다. 12살 때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동해온 그는 70년대 초 동네 형들을 따라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탬(Tam) 산을 자전거로 오르내렸다. 그때 탄 자전거는 평범한 생활 자전거였다.

  1974년은 산악자전거의 원년으로 불린다. 게리 피셔는 스윈(Schwin)사의 비치크루저라는 자전거를 산악용으로 개조했다. 급경사도 올라갈 수 있도록 변속기어를 달고, 튼튼한 타이어와 강력한 브레이크로 무장해 산악지형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모두 달릴 수 있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최초의 산악자전거였다. 게리 피셔는 1979년 자전거 제조회사 ‘Mountainbikes’를 설립하는데, MTB(산악자전거)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미국 서부에서 태어난 산악자전거는 곧 미국과 캐나다 전역으로 퍼졌고, 80년대는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로 알려졌다. 침체기를 맞았던 세계의 자전거산업은 자전거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산악자전거의 등장으로 부흥기를 맞게 된다. 이제 자전거는 도로뿐 아니라 산에서 탈 수 있게 되어 장소를 가릴 것 없는 전천후 교통수단이면서 레포츠 도구가 되었다. 국내에는 80년대 중반 미군과 미국 여행객을 통해 들어왔다.

   MTB는 이제 겨우 29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타는 방법과 종류도 늘어났다. 지금은 자전거 종류만도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다운힐(Down-hill), 프리라이딩(Free-riding), 트라이얼(Trial)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크로스컨트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면이 험한 산과 들을 다니는 타입으로, 가장 인기 있고 흔한 유형이다.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모양의 프레임은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과 카본, 티타늄 등으로 만들고, 험로에서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와 강력한 브레이크를 갖추고 있다. 대개 앞바퀴에는 서스펜션(충격 흡수장치)이 달려 있다. 뒷바퀴에도 서스펜션이 달린 제품이 있지만 충격흡수기능을 최소화해 무게부담을 줄인다. 기어는 앞쪽 크랭크에 3단, 뒷바퀴에 9단을 사용해 총 27단을 쓴다. 자전거 무게는 9∼12kg 정도로 아주 가볍다.

  다운힐은 말 그대로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다. 험한 내리막을 고속으로 안정되게 달릴 수 있도록 충격흡수기능이 좋은 서스펜션을 앞뒤 바퀴에 달고, 타이어도 모터사이클에 가깝게 두터운 것을 쓴다. 프레임 역시 크로스컨트리용보다 튼튼하다. 브레이크 성능이 특히 중요해서 기능이 뛰어난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는데, 전체적으로 무게가 늘어나 대개 16∼20kg에 이르고 기어는 7단뿐이어서 언덕을 오르는 것은 힘들다.

  프라라이딩은 자유롭게 즐긴다는 뜻인데, 최근에 각광받는 스타일이다. 쉽게 말하면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자전거 모양은 다운힐용과 비슷하다. 앞뒤 서스펜션의 작동거리는 다운힐보다 짧지만 기어는 27단을 갖춰 웬만한 오르막도 올라갈 수 있다. 자연 속의 험로와 바위, 도심의 계단과 난간 등지에서 즐기는 거칠고 위험한 장르다. 트라이얼은 크로스컨트리용과 비슷한 자전거로 도심의 계단이나 둔덕에서 즐기는 일종의 묘기용 자전거다. 크로스컨트리용과 유사하지만 프레임 높이가 낮고 튼튼하다.

  국내 MTB 인구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대부분 크로스컨트리를 즐기고, 나머지 다운힐과 프리라이딩, 트라이얼 인구는 많지 않다.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기본장비가 있다. 험로에서 타야 하므로 약간 위험하고, 테크닉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장비가 꼭 필요하다. 가장 먼저 자전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초보자는 크로스컨트리부터 시작해야 하며, 입문용의 경우 80∼100만 원 선이 적당하다. 이 정도면 알루미늄 프레임에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부품들을 갖출 수 있다.

  요즘은 10만 원대 자전거에도 MTB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MTB를 흉내 낸 것일 뿐, 이런 자전거로는 절대 산을 타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전문 산악용 자전거를 골라야 한다. 값비싼 것은 완성차의 경우 1천만 원이 넘는 것도 많다. 살 때는 전문숍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MTB 전문숍은 전국적으로 많이 있으며 인터넷 쇼핑몰도 많이 운영 중이다. 초보라면 경험자나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전거 다음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안전장비인데, 헬멧과 장갑 그리고 보호대다. 험로에서 한 번이라도 넘어져 본 적이 있다면 보호장비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도 헬멧을 쓰는 것이 좋다. 헬멧만 쓰면 자전거 타다 넘어져도 크게 다칠 일은 드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용 헬멧은 땀을 잘 발산하고 통풍이 쉽도록 구멍이 많이 나 있으며, 스티로폼을 압축해서 만들어 아주 가볍다. 한 번 큰 충격을 받으면 교환해야 하고, 가능하면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컬러가 좋다. 국산과 수입품이 있으며 5만 원대부터 30만 원대까지 값은 천차만별이다.

  장갑도 필수 안전장비다. 자전거에서 넘어질 경우 먼저 손으로 바닥을 짚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용 장갑은 충격을 받기 쉬운 부분에 패드가 들어 있어 보호효과가 크다. 손가락이 나오는 반 장갑보다는 손가락을 모두 덮는 긴 장갑이 안전하다. 2∼6만 원 주면 살 수 있다. 보호대는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정도가 있으면 된다. 넘어질 경우 주로 충격을 받는 부위가 바로 이들 무릎과 팔꿈치 등 네 군데의 관절 부위다. 또 보호대를 착용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줘서 테크닉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글도 안전장비에 든다. 튼튼한 프레임에 충격에 강한 렌즈를 끼운 스포츠 고글은 넘어졌을 때나 튀어 오른 잔돌로부터 눈을 보호해 준다. 일반 선글라스와 달리 안경테와 렌즈가 얼굴윤곽을 따라 구부러져 있어 착용감이 좋고 바람에 눈물이 마르는 것도 막아 준다. 10만 원 이상 가는 제품이 믿을 만하다.

  이밖에 화려한 컬러의 자전거 전용 유니폼을 입는 것도 좋다. 눈에 잘 띄어서 자동차 운전자나 보행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 또 기능성 섬유를 사용해 땀을 잘 배출하고, 건조가 빨라 자전거 타기에 좋다. 신축성도 뛰어나서 예리한 충격을 받아도 잘 찢어지지 않아 부상을 줄여 준다. 상하를 따로 팔며 각각 5∼10만 원 정도다.

  산악자전거 전용 신발과 페달도 필요하다. 클립리스 페달은 신발과 페달을 고정시켜 페달링 효율을 높여 주고, 점프도 쉽게 할 수 있다. 초보자에게는 위험하므로 평지에서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 사용해야 한다. 전용신발은 5∼20만 원, 페달은 4∼15만 원이다.
험로에서 타는 일이 많으므로 웬만한 고장은 혼자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의 메커니즘과 정비요령은 까다롭지 않아서 조금만 연습하면 대부분의 고장을 손볼 수 있다. 가장 흔하고 곤란한 고장이 펑크인데, 간단한 공구와 펌프, 패치만 있으면 누구나 수리할 수 있다.

  자전거 대부분을 손볼 수 있는 전용공구세트는 5∼7만 원이면 구할 수 있고, 펌프는 휴대용 2∼3만 원, 스탠드형 3∼6만 원 정도다. MTB는 일반 자전거와 공기주입 밸브가 달라서 전용 펌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요즘 모델은 고성능 변속기와 브레이크 시스템, 첨단 구조의 서스펜션 등 개인이 손보기 힘든 부분도 많아서 살 때 A/S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에 실을 수 있는 전용 캐리어도 유용하다. 차에 실린 MTB는 멋과 자유를 뜻한다. 어떤 차종이든 캐리어를 달 수 있으며 15∼3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자전거를 아예 타지 못하는 상태에서 산악자전거에 입문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자전거 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일반 생활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어도 산악자전거에 입문하려면 새로운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혼자 산에 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산악자전거는 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올바른 자세와 기술을 배워야 한다. 산에서는 펑크 같은 트러블이 생기기 쉬우므로 기본적인 정비와 점검 요령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정보들은 인터넷상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동호회에 가입해서 익히는 것이 좋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고,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 실력이 금방 늘게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게 되면 산악자전거의 코스는 전국의 모든 산이 대상이 된다. 걸어가기도 힘든 험한 등산로나 돌길을 제외한 웬만한 등산로는 모두 산악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또 산악자전거라고 무조건 타고 다니라는 법은 없다. 힘들고 코스가 험하면 들쳐 메거나 끌고 가면 된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날 만한 좁은 산길을 싱글트랙(single track)이라고 한다. 이밖에 우리나라 산에 많이 나 있는 임도(林道)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노면도 부담이 없어 초보자가 즐기기에 좋다.

  물론 산악자전거라고 꼭 산에서만 탈 필요는 없다. 산악자전거로 일반도로와 골목, 집 주변의 공원에서도 탈 수 있다. 산악자전거는 험로와 장애물에 강하기 때문에 일반도로와 자전거 도로에서도 생활자전거보다 더 가뿐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산악자전거는 전천후 자전거라고 할 수 있다. 속도는 사이클에 미치지 못하지만 탈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 미국에서는 MTB 대신 ATB(All Terrain Bike, 전천후 자전거)로 부르기도 했다.

  좀 더 익숙해지면 트라이얼에 도전해 탈 수 있는 영역을 더욱 넓힐 수도 있다. 트라이얼 테크닉을 익히면 도심의 계단과 공원의 벤치 등에서도 묘기를 부리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산악자전거는 산과 도심, 일반도로 어디서든 탈 수 있는 대자유를 준다. 이처럼 땀 흘리며 얻는 ‘자유의 확대’야말로 산악자전거의 진정한 매력이다.

[관련기사] 산악자전거를 타고 즐길 트레킹 명소

>> 산 정상에서 만나는 야생화 세상! 가을 트레킹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