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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델리.
랄 낄라. Lal Qila. 랄 낄라는 ‘붉은 성’을 의미하는데, 영어로는 레드 포트라 불립니다. 일찍이 샤자하나바드라고 불린 무굴의 수도는 이 성의 서남쪽에 성벽과 몇 개의 성문으로 둘러싸여 발달했는데, 지금도 성문과 성벽의 일부는 차들이 다니는 도로 옆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그림을 보면 야무나 강변에 번성했던 도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는 곳은 찬드니 촉을 마주보고 있는 라호르 문인데요. 파키스탄의 라호르를 향해 지어졌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성문으로서는 우아한 건축물이지만, 군사적 결점 때문에 고심하던 왕자(아들) 아우랑제브가 무미건조한 흙으로 요새를 다시 쌓아 앞을 둘러쌌다고 합니다. 문을 빙 돌아 토산품점이 늘어선 상점가를 빠져나가면 끝에 일반 알현실인 디와니암 Diwan-i-Am이 있습니다. 정면의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왕좌이며 이전에는 이곳에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같은 여러 색상의 보석이 채워져 있었다소 합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야무나강을 등지고 귀빈 알현실인 디와니카스 Diwan-i Khas와 랑 마할 Rang Mahal, 카스 마할 Khas Mahal 등의 궁전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궁전들을 보고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 라는 시를 읊었다고도 하는데 조금은 빈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보석과 귀금속으로 장식되고 아름다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으며, 궁전 내의 수로에서는 맑은 물이 흘렀을 테니 그곳에서 안락하게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진주의 모스크’인 모티 마할 Moti Mahal은 아우랑제브가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위해 자마 마스지드까지 나가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지은 개인용 모스크입니다.
찬드니 촉. Chandni Chowk. 이곳이 예로부터 델리의 중심지로서 번영해 지금도 번화가를 이루고 있는 찬드니 촉입니다. 무굴 시대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거리에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조그마한 생쥐도 지나다닐 수 없을 만큼 혼잡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연꽃을 파는 노점상들과 거리에 자리를 잡은 사진관 등으로 온통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요. 그 속에서 서민들의 활기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가게를 기웃거리며 인도의 군것질거리를 먹으면서 구경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가게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제봉사가 ‘구르타와 파자마를 만들어 입지 않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음식도 델리의 깨끗한 레스토랑보다 싸고 맛있습니다.
큰 길에서 왼쪽으로 미로와 같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무굴 제국 시대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리바 깔란 Dariba Kalan 이라고 부르는 좁은 길은 세공 바자르로, 인도의 전통적인 악세사리를 은의 무게에 따른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찬드니 촉 가운데쯤의 작은 분수가 있는 북쪽으로 들어가면 올드델리역 앞입니다.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면, 왼쪽에 서점과 종이 가게가 모여 있는 아미르 찬드 거리 Amir Chand Marg(옛 이름은 나이 사락)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거리에는 자이나 사원과 힌두 사원, 시크 사원, 모스크 등이 있으며 각각의 신자들이 모여들어 활기를 띱니다. 분수대 맞은편에 있는 구르드와라 시스간지는 터번을 두른 시크교도 가족들로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시크의 관례에 따라서 손수건으로라도 반드시 머리를 가려야 합니다.
자마 마스지드. Jama Masjid. 성과 마찬가지로 샤 자한의 명령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1656년에 완공된 인도 최대의 모스크입니다. 또한 이것은 샤 자한의 최후의 걸작이기도 합니다.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의 조화는 무척 아름다우며, 학 때들이 날아다니는 넓은 경내는 이슬람교도들이 성지 메카를 향해 예배를 올리는 성역입니다.
입구는 세 곳으로 남, 북쪽과 동쪽의 돌계단을 오르면 문이 있습니다. 일찍이 대 반란 때 이 모스크에 집결한 이슬람 전사들이, 흰 속옷으로 몸을 두르고 시내를 제압한 영국군에 대항하여 최후의 돌격을 가해 이 돌계단을 시체로 매웠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오른쪽 계단에 이슬람교 모자나 선물들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해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정면 왼쪽에 있는 미나렛은 올라갈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전망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자마 마스지드의 거대한 돔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랄 낄라의 전모가 한눈에 보이며 뉴 델리와 올드 델리의 시가지도 전망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고 양이나 소의 가죽을 벗겨서 파는 상점들도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스크 서쪽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찬드니 촉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라즈 가트. Raj Ghat. 비폭력에 의한 저항을 주장하며 인도 독립 운동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가 화장된 곳인데요. 1948년 1월 30일 힌두 지상주의자 극우파 청년의 테러로 죽은 이 위대한 혼의 유해는 다음날 31일에 화장되어 힌두교의 관습에 따라 그 재를 강에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곳은 유해나 유골을 안장한 묘는 아니지만 간디지(간디 선생)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소로서, 묘소처럼 참배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거대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잔디위에서 편안히 쉬는 가족들과 연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중앙에 검은 대리석으로 된 사각 제단이 놓여 있어서 그 장소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정중히 성소를 참배하며 제단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제단의 정면에는 간디가 마지막으로 남긴 ‘He Ram(오, 신이시여)’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곳은 인도의 초대 수상이었던 자와할랄 네루가 1964년 5월에 화장된 곳입니다.
간디 박물관. National Gandhi Museum. 사진을 보면 때로는 민중들에게 둘러 싸여 있고 때로는 고독에 잠겨 고뇌하는 간디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전시실 중앙에 있는 유리 상자에는 간디가 마지막 순간에 입었던 소박한 흰색 옷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곳에 남겨진 혈흔이 깊은 감동을 줍니다. 매주 일요일에는 영화도 상영됩니다.
티베탄 꼴로니. Tibetan Colony. 색색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어서 찾기는 쉽습니다. 입구의 벽에는 'Free Tibet', 'Save Panchen Rama' 등의 문구가 쓰여 있어서 그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죠. 캠프는 사원을 중심으로 올드 캠프와 뉴 캠프로 나누어지며 약 300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1987년에 생긴 뉴 캠프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여행사 등이 있고, 혼잡한 델리 시내에서 도망쳐 나온 외국인 여행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는 오락거리는 없지만 피곤하게 하는 호객꾼들도 없습니다.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온화해 보입니다. 음식도 한국인에게 잘 맞는 부드러운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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