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무기 제조 회사-7 : 전야
1.리자 호크아이 총기과 부장 비서.
집이라는 것은 사람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휴일에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오늘은 하루 종일 차 연구나 해보려고 했었다.
그 생각을 금요일부터 했기 때문에 친목도로를 이유로 된 머스탱의 데이트도 거절했다. 나 자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순순히 물러났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난 부엌에서 ‘맛있는 차, 독 있는 차’라는 책을 열심히 정독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 리자. 정말 미안한데, 회장님의 자선파티가 있다고 하던데…. 꼭 참석해야 되는 입장이라서 말이야, 리자가 파트너로 와 주겠나?”
“남의 주말을 망치겠다는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갑자기 울린 전화기를 받고 보니 머스탱의 말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화가 조금 치밀어 올라서 내가 뭐라고 하자 그는 마지막 히든 카드를 내밀었다.”
“신국의 값비싼 찻잎과 찻잔세트 줄게.”
어떻게 할까나….
센트럴 무기 제조 회사는 역사가 그렇게 깊지 않은 편이다. 고작 30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편에 속하는 화사다. 이 회사를 설립한 브래드레이 회장은 한 달에 한번쯤 자선파티를 연다고 들은 적이 있다.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조그마한 회사를 이렇게 큰 회사로 키운 것은 그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소는 어디에요?”
”이번 달에는 희한하게도 회사 내에 있는 그 큰 파티장 있지? 거기야.”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스스로도 다스리지 못할 때가 많다. 머스탱의 화려한 조건을 들은 후에 나는 가기로 결심했다. 뭐, 찻잎연구라고 해 봤자, 먹는 사람도 없을텐데….(멋모르는 고객들이나 순진한 회사동료들만 마신다.)
“그나저나 이런 드레스 어디서 났나? 정말 아름다…”
명색이 파티인지라 무엇을 입고 갈까 고민한 끝에 구석에 쳐박아 둔 검은 색 새틴 드레스를 입었다. 그렇게 부풀어지지 않고 몸에 달라붙는 그런 옷. 거기에 머리를 풀고, 화장도 살짝, 붉은 색 루비로 여성스러운 귀걸이와 목걸이로 치장했다. 흐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봐 줄만 했다.
“지나친 아부는 부담스럽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
“아부가 아니라 칭찬이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네가 거기에서 단연 돋보일 거라고 장담하지.”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다. 뭐가 돋보이긴 돋보여? 운전대를 잡고 흥얼거리며 운전하는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 여자가 드레스면, 남자는 정장. 이런 상식으로 그는 검은색 정장을 맵시 있게 입고 있다. 뭐… 괸찮네. 근데 왜 그에게서 눈이 안 떨어지지?
“오늘 정말 찻잎 연구나 하려고 했었어?”
속이 뜨끔했다. 사실 연구라고 해도 책을 뒤적뒤적 거리다가 1시간 만에 구석으로 던지고 마는 게 일상이다. 도대체가 전문적인 용어라서 머리만 더 골치가 아팠다. 내 자존심상 한번은 제대로 읽어 보았지만….
“물론이에요.”
대충 얼버무리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파티장은 자선파티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했다. 곳곳에서 여담을 나누는 고위관리들과 공연하러 온 밴드, 반짝거리는 샹들리에와 그 아래에서 오만하게 보이는 부인들 등은 상류층 파티라는 생각을 더욱더 굳혀 주었다.
“호오…. 아름다운 아가씨군요. ”
처음 이런 곳에 와 보아서(전의 상사들은 모두 여자여서 이런 기회는 없었다) 몰래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 때 어디서 많은 본 남자가 다가왔다.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중년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뒤에서 나를 따라 들어온 머스탱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회장님? 아, 맞다. 이 남자가 회장이었지. 회장은 나와 머스탱을 보고 의마심장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둘이 참 잘 어울리는군. 이 참에 사귀는 것은 어떤가? 이쪽 아가씨는 참 아름다운데, 내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작업을 걸만할 거야. ”
“하하하, 참 회장님도.”
머스탱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회장이 참 정력적으로 사시는 군. 뒤에서 노려보는 부인이 안 보입니까?
“농담이야, 농담. 자자, 그럼 가난한 기아아이들을 위해서 돈 좀 기부 좀 하게나. 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고 회장은 다른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회사 전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회장부터 문제가 있구만…. 위선적인 웃음으로 호호, 하하거리는 고위직 관리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 이왕 왔으니까 즐기려고 했지만 저런 모습들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좀더 자선파티라는 이름으로 괜찮은 파티인 알았는데…. 저런 인간들은 기부금 있는 쪽으로는 눈길 한 번 안 준다. 이게 무슨 자선 파티야!
기분이 저기압으로 내려가서 근처의 바로 걸음을 옮겼다. 기부는 무슨 기부. 내가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기부가 제대로 전달될지나 의문이다.)
“리자, 어디가?”
내 어깨를 붙잡은 머스탱을 고개를 돌려서 잠시 쳐다보았다.
“제가 어디 가는데 꼭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
그 말에 그는 어깨에 올린 손을 치우며 내 뒤를 총총히 따라왔다. 이 남자도 술을 마실 건가? 바의 의자에 앉아 유리잔을 빠드득 소리가 나도록 닦는 바텐더에게 칵테일 하나를 주문했다. 폭소소리가 갑자기 들리길래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스갯소리라도 한 모양이다. 그 웃음소리도 가식 같다.
“괜히 왔네….”
화려한 기술로 칵테일을 만든 바텐더가 나에게 칵테일을 내밀었다. 얇은 잔을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야?”
말없이 나를 보고 있던 머스탱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나는 잔을 탁 내려놓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직설적으로 말하죠, 여기 온 거 지금 후회해요. 저런 인간들과 어울리려고 온 게 아니에요.
그냥 청소나 할 걸, 위선적인 모습들 보기 싫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건가?”
“죄송하지만 그냥 찻잎과 찻잔세트를 받지 않아도 되요. 전 지금 집으로 가겠습니다.”
마지막 칵테일 한방울까지 목구멍으로 넘기고 자리를 떴다. 우와아…. 무슨 칵테일이 농도가 세? 눈앞이 어지럽다.
“그럼 나도 한 마디 말하지.”
한마디는 무슨 한마디?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닫음’단추를 누르고 있던 내 쪽으로 온 그가 닫혀지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손으로 잡아서 열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나도 이런 것 오기 싫었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좋겠군.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지금 내가 이 나이에 이 자리에 올랐으면 계속 이 자리를 유지시키도록 해야 돼. 싫어도 이런 가증스러운 파티에 와서 얼굴도장이나 찍고 그래야 된다고! ”
….할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온 그는 머리를 한번 긁적거리고,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버튼을 꾸욱 눌렀다. 말하고 행동이 다르잖아!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가 쳐다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회장한테 얼굴 내밀었으면 됐어. 그리고 리자도 아파트에 데려다 주어야지.”
뭐야? 근데 아직도 걸리는 게 있다.
“그럼 이렇게 싫어하시는 파티에 저를 파트너로 데려간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 물음에 그는 잠시 흠칫했다. 잠시 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에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너무 목소리가 작아서 못 들었지만…. 내용은 안 좋은 게 뻔하다. 왜냐고? 얼굴을 조금 붉히고 있었으니까!
2. 로이 머스탱 총기과 총부장.
까놓고 말해서 난 파티는 좋다. 단지 그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함에 따라서 협오하는 거다.
내 차에 리자를 태우고 그대로 거리로 미끄러져갔다. 창문을 통해서 붉게 물든 석양이 눈이 부시고도 황홀하게 만든다. 옆의 조수석에서 장신구를 떼던 리자가 대뜸 물었다.
“근데… 어디 가시는 거예요?”
“술집.”
“…멈추어 주세요.”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가고 싶은 곳을 정한다는 만물의 이치를 모르다니. 멈춘다고 멈추겠나? 여유 있게 라디오까지 틀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옆에서 강한 무서운 오오라가 풍긴다.
“걱정하지마. 그냥 술이나 한 잔 하지? 어차피 집에 가도 할 일도 따로 없을 거 아냐?”
빨간 신호등이 내 앞에 나타나자 나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무섭게 나를 노려보는 리자를 다독거렸다. 그래봤자 그녀는 팔짜을 끼고 콧방귀를 흥, 하고 뀌지만….
“덮치지는 않을 테니,”
“술을 먹인 후에 무슨 짓을 할 줄은 모르죠.”
이 여자는 속고만 살았나? 나도 엄연한 신사라고! 남자를 전부 짐승 취급한다는 것은 선입견이야! 옆에서 날라오는 만년필을 던지는 그녀를 피하면서 도착지로 힘껏 자동차를 달렸다. 이 차 꽤 비싼데, 이렇게 날려도 되는지 걱정이 고개를 쳐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지로 불굴의 의지로 밟았다.
내가 드디어 차를 세우자 그녀는 튕겨나가듯이 차에서 내렸다. 성질도 급하긴… 내 눈 앞에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가 있다.
“…그냥 가정집이잖아요.”
아담하고도 단란한 2층 단독주택에 왔으니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겠지. 난 그녀에게 미소를 띠우 다음 초인종을 눌렀다.
“이게 누구야?”
안경을 쓴 한 남자가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그는 오랜 내 친구다.
감사과의 휴즈는 그 이름보다는 딸자랑 공처가로 회사 내에 유명하다.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기만 하면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사원들도 꽤 많을 정도로 사진은 언제나 들고 다닌다. 이 녀석하고는 안지가 오래되었다. 대학시절부터의 친구니까 꽤 오래된 셈이다.
집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그레이시아는 접대용으로 나온 과일등을 가지고 나왔다. 대학시절부터 난생 처음 사귄 여자랑 결혼한 휴즈가 나는 부럽기만 하다.
“이야~ 로이 녀석, 이런 미인을 비서로 두고…. 응큼한 짓 하는 거 아냐?”
…그딴 말만 나부렁거리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맥주 몇 캔을 가져온 그는 부인인 그레이시아에 옆에 앉아 있다. 서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게 되는 이인용 쇼파에 나는 리자와 함께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다.
“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 마…”
맥주 한 캔 밖에 먹지 않았는데 얼굴이 벌겋게 된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의외로 술이 약한가 보다. 나는 이 때 그녀를 내 집으로 데려가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난 그녀의 아파트가 몇 호인지 몰랐고, 그대로 휴즈의 집에 있는 것은 조금 그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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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아/ㅁ/..어,..어쩔 수 없는선택;ㅁ;?! <야!) 아아 루나씨 너무 잘 써요/ㅁ/
.........덮쳐 덮쳐 !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