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심형래씨가 사는 타워팰리스 102평형(C동 4004호)가 지난 8월8일 경매시장에서 낙찰됐다. 이 집의 감정가격은 53원. 남쪽으로 대모산 양재천 등의 조망권이 좋아 타워팰리스 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물건이었다.
낙찰가격은 40억원이었다. 두 번 유찰된 끝에 감정가격의 75.5%선에서 새 주인을 만났다. 침체된 부동산시장 분위기, 주상복합의 인기하락, 중대형아파트 기피 등의 현상을 생각하면 그리 헐값은 아니다.
그런데 낙찰자가 특이하다. 유동화주식회사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추적해 봤다. 알고보니 심씨 집을 담보로 잡고 있는 선순위 근저당(NPL·부실채권)을 매수한 유암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집을 유입한 것이었다.(마침 국내 최대 NPL 매입회사인 유암코와 우리AMC에 아는 사람이 있어 추적은 비교적 쉬웠다)
사연은 이렇다. 유암코는 작년에 NPL 200여개를 1000억원정도에 꾸러미로 사들였다. 그중 하나가 심형래씨집을 담보로 잡고 있는 NPL이었다. 하나은행이 심씨 집에 선순위로 설정한 53억원의 근저당을 내놓자 유암코가 매입한 것이다. 선순위여서 집을 경매에 부치면 53억원을 모두 회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유암코는 NPL을 사들인 후 경매 진행을 마이에셋자산운용에 맡겼다. 유암코의 경우 보통 50억원 짜리 이상은 자체적으로 사후 관리를 하고, 그 이하는 외주를 주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경매 진행과정에서 발생했다. 유암코가 이 NPL을 매입한 가격은 40억원. 감정가격 이상에서 낙찰됐다면 최대 13억원까지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낙찰자가 나서지 않아 두 번이나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격이 감정가격의 64%(33억9200만원)까지 내려왔다. 세번째 입찰에서 누군가 최저가격에 낙찰받아간다면 유암코는 이익은 커녕 6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암코(마이에셋자산운용)는 손실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입찰에 들어가기로 했다.(이를 방어입찰이라고 부른다)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이집의 시장가격은 43억~45억원정도. 투자 원금인 40억원에 낙찰받은 뒤 중개업소를 통해 팔면 3~5억원의 수익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입찰에는 방어입찰자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방어입찰이 없었다면 최저가격은 감정가격의 51%인 27억원까지 떨어지고, 유암코의 손실이 커질 수 있었다.
아직 심씨에 대한 명도는 진행하지 않았다. 10월10일 잔금을 치른 뒤 명도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NPL이 대유행이다. 일부 NPL강사들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 과연 그럴까. 유암코와 우리AMC의 지인은 한마디로 ‘노’라로 잘라 말한다. NPL을 1차적으로 사들이는 회사는 기관투자가들이다. 요즘 은행들의 기본 매각단위가 1000억원 전후여서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관들이 최근 NPL을 매입하는 가격은 채무 원금의 85~95% 수준이라고 한다. 담보로 잡고 있는 물건을 경매에 부쳐 원금을 모두 회수한다고 해도 많게는 15%에서 적게는 5%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거시설같은 간단한 물건이 많이 포함된 NPL은 거의 원금의 90%이상에서 매입한다고 한다. 10%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유암코같은 기관들이 사들인 NPL을 일반인에게 넘길 때는 자신의 마진을 떼고 넘긴다. 개인이 남길 수 있는 이익이 더 줄어드는 것이다.
심지어 심씨 집 사례에서 본 것처럼 1차 유통기관들조차 NPL을 매입해서 손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하게 집값이 급락하는 바람에 1순위 근저당권자도 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주상복합이나 대형아파트가 그렇다고 한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의 지인은 “공장 상가 등의 물건에선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아파트에선 드물지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귀뜸했다.(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