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5일장 3일8일

[이근원]

일산 기차역 앞, 옛날 일산 읍내였던 곳, 그러니까 일산의 원조격인 이 곳엔 상설시장이 있지만

매월 3 일, 8 일, 13 일, 18 일, 23 일, 28 일마다 오일장이 섭니다.

신도시가 생기고 대형 마트들이 들어선 이후, 명맥만 유지한 채 점점 초라해지던 오일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사람 사는 맛과 멋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나 봅니다.

몇 년전에 비해 오일장 규모가 몇 배로 커졌습니다.

값도 쌉니다. 말만 잘 하면 덤도 듬뿍듬뿍 줍니다.

작은 화분 두어 개 산 다음, 작은 일년초 화분 하나 덤으로 챙겨 담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손님과 얘기 나누던 주인장, 공짜로 하나 더 줬을까요, 아니면 도로 빼앗었을까요?

^-^

시장에선 가지가지 먹거리 골라먹는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막걸리, 소주 한 잔 걸치는 재미도...

요즘 아이들은 잘 거들떠 보지도 않는, 옛스러운 과자들이지만 찾는 이들이 있나 봅니다.

반투명 속 보이는 고기만두부터 쑥물 든 찐빵까지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동글동글한 도너츠도 바로바로 튀겨내 만들어 줍니다.

시장에 뻥튀기 강냉이 장수가 없으면 팥고물 없는 찐빵이죠.

아, 물론 엿장수 또한 마찬가집니다.

마음씨 좋은 대감님표 엿장수 아저씨, 할 일 없이 기웃거리는 노인을 보자 슬쩍 엿 하나 집어줍니다.

농촌이 아니라 그런지 이 곳엔 손님이 뜸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신발 파는 곳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고무신이 안 보입니다.

정말 싸긴 쌉니다. 어떤 옷은 천 원에도 팝니다.

할머니들이 푸성귀 조금씩 가지고 나와 파는 곳입니다. 계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밭더덕을 산더덕이라 속이며 우기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조금씩이나마 사주고 싶은 푸성귀전입니다.

별것들도 많습니다. 정말 없는 거 빼곤 다 있습니다.

어떤 이가 와서 주인장에게 묻습니다.

"간이 나쁜데 뭘 먹어야죠?"

"아, 헛개나무도 좋고 인진쑥도 있는디~ 뭘로 드릴까?"

^-^

일산 오일장,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