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의 소식지(news letter)에 한 소아정신과 의사가 자폐증치료에 대한 갈등을 피력했다. 자신이 의뢰 받은 소아환자들 가운데 자폐증이라고 진단한 아동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까하는 고민을 하면서, 기존의 미국 학교당국에서 시행하는 평가를 통하여 IEP(individualized educational plan)에 따라 자폐아를 위한 특수교육과정에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을 제외하고 소아정신과의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자폐아동이 공격적이거나 자해행동과 같은 심한 이상행동을 보일 때, 그 아동의 상태에 따라 행동조절을 위한 정신약물치료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폐증이라는 소아정신과 질환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하여 자폐아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무엇을 권유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얘기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고려할 지도 모르는 치료적 선택으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UCLA에서 자폐아들을 강력한 행동수정요법을 통하여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Dr. Lovaas의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al analysis)을 이야기했으며, 그리고 수 년전 미국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산하기관에서 자폐증치료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저명한 소아정신분석가이자 소아발달이론가으로 알려져 있는 현재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의 소아정신과 임상교수인 Dr. Stanley Greenspan을 언급했다.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발달장애가 있다고 의심이 될 때, 정확한 진단과 함께 올바른 치료에 대한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치료에 있어서 제대로 된 치료기관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서 치료의 경과와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그 동안 자폐증의 치료에 있어서 여러 가지 치료모델 등이 소개되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a.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al analysis)
b. TEACCH
c. Dr. Stanley Greenspan의 치료모델
Dr. Stanley Greenspan의 모델은 필자가 1999년 초 한국자폐학회 학술대회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였으며, 그 이후 199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에서 저명한 자폐증 전문가인 미국 시카고대학 소아정신과의 Catherine Lord, Ph.D.가 자폐증의 대표적인 치료모델들 중 하나로서 Dr. Stanley Greenspan의 치료방식을 재확인함으로써 이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다.
필자는 자폐증의 치료방법 중 Dr. Stanley Greenspan이 주장하는 자폐증 치료방식인 comprehensive integrated treatment program을 소개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치료모델이 자폐아의 치료에 도입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에 대하여 자세히 논하고자 한다.
II. Stanley Greenspan이 이해하는 자폐증
1. Dr. Stanley Greenspan은 자폐아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발달영역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첫째, 모든 아동은 개인만의 발달영역에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Dr. Greenspan은, 한 아동이 보이는 발달상의 특성이 자폐증의 기준에 맞는다고 할지라도 개인에 따라 발달상의 어려움은 전혀 다를 수 있고 아동에게 붙여진 장애명이 아니라 실제로 아동이 개별적으로 어떤 발달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그의 시각은 아동의 발달을 보다 통합된 현상으로 파악한다. 흔히 우리가 아동의 인지발달을 얘기할 때 정서발달과는 독립된 영역으로 구분하여 얘기하지만, Dr. Greenspan에 따르면 인지의 발달, 정서적 통합능력, 감각전달기능, 언어의 발달 등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통합된 준거로서 이해될 수 있다. 즉, 모든 발달영역은 상호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준다.
셋째, 자폐아의 증상과 문제행동은 아동이 감각/정보를 외부로부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조절하고 통합하여 전달하는 능력, 운동기능의 적절함, 그리고 정서적 통합 능력 등에 이상을 나타낼 때, 그로부터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넷째, 아동과 부모사이의 상호작용 혹은 관계형성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발달상의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관련해서, Dr. Greenspan의 시각은 아동과 관련된 문제의 중심을 아동으로부터 아동과 어른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동시키고 또한 주된 초점을 “어떻게 아동에게 어떤 특정분야를 학습시킬 것인가?”의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아동과 상호작용을 하고 관계를 형성해서 아동이 친밀감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적절하게 맺는 능력을 형성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로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아동의 관계형성능력이나 가족 구성원으로부터의 애정과 협조는 아동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참고적으로, Dr. Greenspan은 자폐아라는 표현보다는 관계형성과 의사 소통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a child with severe difficulties in relating and communicating)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