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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산악회 산행입니다.)
1. 산행 참가 산우
총동문산악회 선후배 산우 58명(7회~34회)
2. 산행 시간
1)첫째날
배내고개(750m) 13:30
능동산(981m) 14:00
샘물상회 14:50
재약산 사자봉(1,189m) 15:30
천황재 (978m) 15:50
재약산 수미봉(1,108m) 16:20
고사리 분교터(재약산 습지보호지구) 17:00
죽전고개(867m) 17:40
배내골 18:10
2)둘째날
배내고개(750m) 08:30
배내봉(966m) 09:00
간월산(1,083m) 10:20
간월재(900m) 10:40
신불산(1,209m) 11:35
신불재 12:00
영축산(1,081m) 13:00
단조 습지(청수좌골 갈림길) 13:40
배내골 15:20
3. 산행 落穗
이름도 이색적인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늦가을의 우수와 낭만에 흠뻑 젖어 있겠구나.
형님께서 동문 산우들의 良識을 위한 마음의 糧食인 冊을 여러 권 전해주시고자 아침 일찍 압구정동에 나오셔서 격려를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 골짜기가 타는 배(舟)가 떠나는 곳이라 하고, 봄이면 흰 배꽃(梨)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이고 어머니의 뱃속(腹)과 같이 아늑하다고도 하는데 아무려면 어떤가.
산길이 처음부터 급한 오르막을 이루어 능동산으로 올라가지만 나무 계단이 놓여있어 예전보다 걷기가 수월하다.
나무 계단에 사그락사그락 낙엽이 밟히는 소리와 그 촉감이 좋다. 헐벗은 나무와 낙엽 밟히는 소리가 깊어진 늦가을이 이미 떠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삼십 여분만에 돌탑이 서있는 능동산에 닿아 한숨을 돌린다. 능동산은 영남알프스 가운데쯤에 자리한 요충지라 할만하다.
임도와 능선길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산길이 벌써 높아졌는지 능선의 사방으로 영남알프스의 산간 지대의 시원한 전망이 때이르게 펼쳐지기 시작하여 그윽하고 묵직한 봉우리들과 깎아지른 깊은 협곡의 모습에 눈이 시원해진다.
남동쪽으로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는 사자평과 재약산 사자봉, 수미봉의 암릉이 우뚝하고 북쪽으로 가지산, 운문산의 모습이 구름에 빗겨 아련하다.
남서쪽으로 내일 올라갈 신불산,간월산, 영축산의 묵직한 봉우리들이 은근한 눈인사를 보내온다. 산길이 조금씩 높아질수록 영남알프스의 진면목이 점점 뚜렷해지는가.
쇠점골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간단하게 마음의 점을 찍고 편안한 길을 계속 간다.
얼음골 부근에서 올라온다는 케이블카 공사장을 지나고 억새밭이 펼쳐지는 대평원의 입구에 닿는다.
이곳에 천황재와 사자평으로 향하는 억새밭 사이의 지름길이 있지만 風光도 좋고 걷는 맛이 좋은 능선길을 제대로 걸어 사자봉에 닿기로 한다.
억새 평원의 입구에 이미 쇠락한 모습의 키 작은 억새들이 조금 남은 홀씨를 퍼뜨리고자 바람에 흔들려 은색 물결과 갈색 물결을 함께 만들고 있다.
늦가을 햇살에 솜털을 반짝이며 흔들리는 억새꽃에서 쓸쓸한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저렇게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인가. 최후의 순간까지 꿈을 퍼뜨리듯 씨앗을 퍼뜨리는 억새의 모습이 비장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들도 결국 꿈처럼 사라지는 것인가.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고 약초를 캐러 올라다녔을 얼음골 삼거리를 지나 밋밋한 재약산 사자봉 비탈을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발걸음 내내 알프스의 동서남북 산봉우리들이 쫓아오고 산자락의 억새 평원은 넓어져만 간다. 기울어진듯한 이등변꼴인 사자봉의 모습이 웬지 영험하고 신비한 분위기이다. 부드러우면서 강한 모습인가.
구름 걸린 저 팔공산에서 主君 왕건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여덟 장수의 거친 숨소리가 아직도 바람결에 전해지는가.
긴 나무 계단을 타고 임도로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고사리 분교터의 밀생한 억새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 새벽 갈증으로 잠을 깬다. 숙취가 있는듯 몸이 무겁다.
동기들과 해장 라면을 끓이고 매운 국물을 훌훌 둘이켜 속을 달래고 산행 준비를 하자니 아침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구수한 아침 원두 커피의 맛이 제법이다.
오늘 간월, 신불, 영축 세 봉우리를 넘고 풍성한 억새밭 사잇길을 걸어 청수좌골로 내려오는 산길이 17km 남짓이다.
영남알프스 남부 능선에 우뚝우뚝 솟아 오른 肝月, 神佛, 靈鷲 세 봉우리는 그 넉넉한 품에 넓은 억새 平原을 안고 있어 우선 느긋하고 여유롭기도 하거니와 산이름의 뜻도 제각각 絶妙하고 함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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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하는 배내골에서 어제와 비슷하게 계단을 밟아 배내봉 오르막을 올라간다. 삼십분 정도 1.7km 길이의 오르막에서 250m 정도 고도를 높이며 땀을 흠뻑 흘리니 무거운 몸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다.
배내봉 직전 전망이 좋은 헬기장에서 지나온 길을 살피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능동산 너머 가지산 쌀바위와 가지산 정상, 운문산이 아침 안개에 살짝 가려있고 서쪽으로 어제 올랐던 재약산 사자봉과 수미봉이 둥실 떠올라 소리 없는 성원을 보내주고 있다. 오늘 산행 내내 따라올 알프스 산군들의 얼굴이다.
곧 배내봉에 닿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깝고도 먼듯한 네 봉우리을 유심히 살피니 벌써 深山幽谷에 들어선듯 하다. 서늘한 바람에 몸을 잠시 맡겨 몸과 마음을 위한 擧風의 시간을 갖는다.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산길은 잎이 떨어진 철쭉 군락 사이를 요리조리 돌아들어 간월산을 향해 흘러간다.
산길이 약 1,000m 높이에서 잔잔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동안 좌우로 펼쳐지는 영남 알프스 山中의 壯快한 조망을 즐기며 편안한 발걸음을 옮긴다. 산중의 경치가 제대로 깊어지고 그윽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 저 아래 멀리 빽빽한 도시의 모습과 가지산 너머 울산쪽의 스모그는 아주 부담스럽다.
왼쪽으로 일견 위태로와 보이는 천길 낭떠러지를 끼고 좁고 그윽한 산길을 계속 걸어 가며 간월산을 올려다 본다. 912봉 넘어 능선을 타고 간월산까지 고도를 200m쯤 올리려면 조금 고된 시간이 되려나.
간월산 오르막에서 30여 분 제대로 땀을 흘리니 예전 보다 정상석이 하나 더 서 있는 간월산 정상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肝月은 우리가 익숙치아니한 古語와 연관되어 넓고 이롭다는 뜻이라는데 정설은 없는 듯하다.
바위턱에 걸터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시원한 산바람의 기운을 만끽한다. 높은 산의 기운이 전해지는 느낌인가.
바로 앞에 신불산이 솟아 있고 산 아래쪽으로 대피소와 돌탑이 있는 간월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왼쪽 간월재 릿지에 암릉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감나무에 감 열리듯 다닥다닥 열린 모습이다. 간월재까지는 승용차가 들어 오니 조금은 번잡한 풍경이다.
산자락에 펼쳐지는 억새밭의 풍광을 즐기며 간월재로 내려선다. 간월재 안내판에 간월재의 억새 개체수가 줄어들고 생육이 부진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판이 붙어있다. 그저 평화롭게만 보이는 억새밭에도 시련이 있는 것인가.
간월재의 돌탑을 살핀 후 신불산 오르막을 올라 간다. 계단이 놓여져 있어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올라 간다. 정상 능선에 닿으니 신불산 정상 돌탑이 왼쪽에 보이고 산길이 왼쪽으로 꺾여져 나간다.
영남알프스 제2봉 신불산 정상에서 茫茫한 신불평원의 억새밭을 내려다보며 영남알프스 산중이 선사하는 늦가을의 풍광을 만끽한다. 고려 말 이 봉우리에서 정치에 뜻을 둔 신돈이 <내가 부처다>라고 외쳤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어찌된 연유인지 정상 돌탑이 일부 무너져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눈앞에 누런 色調의 광활한 신불평원이 여러해살이풀 억새를 몇해 동안 모아 그대로 간직한 채 나그네의 눈길과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산길마다 산등성이마다 퇴색한 억새 군락이 뒤덮고 있으니 이곳의 가을이 빨리 지나가고 있는 느낌인가.
위태로운 신불 릿지에서도 암릉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알록달록하게 보인다.
돌탑에 기대어 간단한 요기를 하고 남은 음식은 혹시 배고픈 산짐승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길섶 양지녁 바위위에 올려놓는다.
신불산을 떠나기 아쉬워 다시 깊어진 알프스 산중을 살펴본다. 눈앞에 솟아오른 영축산과 지나온 재약산을 눈여겨 보고 또 북쪽의 가지산을 되돌아보고 억새밭 사이를 걸어 신불재로 내려선다.
신불재 약수터에 동기들이 모여 먹고 싶은 산중의 라면을 끓이는 줄도 모르고 그대로 영축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억새밭 사이로 여유롭게 흘러가고 눈앞의 영축산 줄기도 시살등을 향해 유장하게 흘러간다.
밋밋한 억새밭 언덕길을 계속 걸어 오늘의 끝봉우리인 영축산에 닿는다. 부처님이 雪山 說法을 하였다는 독수리 날아오르는 히말라야 봉우리 이름을 영축산으로 통일했다는 것이다.
남쪽 산자락의 백운암과 통도사를 떠올리며 잠시 그윽해지는 마음으로 영남알프스 南端에서 바라보이는 영남 알프스 山群의 전모를 살펴본다. 한눈에 펼쳐지는 산겹겹 솟아나고 물골골 흐르는 깊고도 유장한 알프스 산중의 풍광을 가슴에 담는다.
오늘 이 발길을 멈추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저 멀리 加智山 너머 石南寺로 내려가 飄飄한 발걸음의 山僧의 자취를 더듬어보고도 싶고 雲門山 너머 운문사로 내려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도 싶고 아니면 영축산 아래 通度寺로 내려가 부처님 말씀을 듣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싶은가.
이틀 정도 더 머물며 경주 남단 고헌산(1,032m)에서 운문령까지 하루 산행을 하고 이틑날 운문령에서 가지산(1,240m)를 올랐다가 운문산(1,118m)으로 하산을 하면 영남알프스 7개 산군 의 산길을 모두 걷는 셈이 될 터이다.
억새밭길을 다시 걸어내려와 단조 습지터로 들어서 청수좌골로 내려가는 산길을 찾는다.
높은 산중에 물 흘러 고이는 억새밭이 이색적이다. 작은 언덕에 보이는 산길을 이정표 삼아 늪지를 건너니 작은 너덜 지대가 나오고 청수좌골로 향하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산길 고도가 배내골까지 700~800m쯤 낮아지는듯 한데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길의 흐름이 의외로 부드러워 청수좌골의 쏴아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길을 간다. 곳곳에 산죽밭이 푸르다.
계곡물과 산길이 만나는 곳에서 얼굴을 씻으니 오늘 알뜰한 추억을 남기는 산행이 끝난다.
돌아오는 길 밀양에 들러 구수한 돼지국밥에 밥 한 술 말고 소주 몇 모금 들이켜 산행의 회포를 푸는데 술이 미진하고 형님과 아우 사이의 인생사 회포를 더 풀고 싶다면 서울 가는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章
20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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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꾸준히 산행을 통하여 건강을 지키는 남선생께 경의를 표합니다...
남령대단하십니다 다읽지는못했지간 인생을계획적으로건강히사시는모습 보기좋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