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제1호 피아노 조율 명장이신 이종열 조율사가 지은 <조율의 시간>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중 콘서트 또는 리허설을 마친 후 무대 뒤, 밖에서 생겼던 에피소드들 중 짧은 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980년대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마젤이 내한하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유명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마친 후의 한 이야기인데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공연이 끝난 후 연주장 로비로 나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연주가가 있는 반면 그날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척 피곤해하며 사인 요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주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휘자 로렌 마젤이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끝난 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출연자 출입구로 혼자 나가 차에 오르려고 할때 무척이나 얌전하게 생긴 한 소녀가 정중하게 절을 하며 머리 숙여 사인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는 홱 몸을 방향을 바꾸어 소녀를 비켜서 차에 타고 떠나 버렸다고 합니다. 그 소녀는 눈물을 글썽였고 너무 서운해하는 표정을 이종열 조율사가 보았다고 합니다.
사인 받을 사람이 수십명도 아닌 단 한사람이었는데 말이죠..
그 이후로 이종열 조율사는 외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고 사인을 함부로 해달라고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도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로린 마젤. 음악으로는 최고의 사람이었을수 있지만 비단, 위에 사인요청 거절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프라이빗한 이야기 등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로렌마젤과 소녀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며..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 따뜻한 음악가, 지도자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가끔 즐겨보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에 이종열 조율사가 출연한 영상도 함께 올려봅니다~
첫댓글 선생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 소녀가 지금은 무엇을 할지 궁금하군요.,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음악가로 대성했었으면 좋겠다라는 긍정적인 상상을 해 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거절에 전혀 익숙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다가
퇴직후 제법 많은 거절과 좌절을 겪어 보았습니다
상처 또한 꽤 크고 많았죠
그 소녀도 아픔을 뒤로하고 한걸음 성장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