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첫 번째 - 3)
(땅끝탑∼완도 구계등, 2023년 2월 25일∼26일)
瓦也 정유순
항상 맞이하는 오늘이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모든 세상이 새롭다. 밤새 출렁이며 어둠을 삼키던 파도소리는 거대한 바다의 숨소리였던가. 섬 너머로 오메가(Ώ)를 그리며 솟아 오른 오늘의 태양은 땅끝전망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특전이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요한계시 22:13) 항상 끝이 있어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어 끝이 있는 법. 또 다른 오늘을 위해 달마산미황사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다.
<땅끝 일출 - 메버릭 김종우>
미황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올라가면 처음 맞이하는 달마산미황사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문까지 이어지는 108계단이 있다. 아마 이 계단을 밟고 오르내리면서 백팔번뇌에서 벗어나라는 뜻일 것이다. 백팔번뇌가 끝나 사천왕사에 들어서면 중앙에는 윤장대가 자리한다. 윤장대(輪藏臺)를 돌리면 불경을 읽은 것과 같은 의미이며, 글자를 모르거나 불경을 읽을 시간이 없는 신도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불구(佛具)다.
<달마산미황사 일주문>
<윤장대>
사천왕상(四天王像)은 우주의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동방 지국천(持國天)·서방 광목천(廣目天)·남방 증장천(增長天)·북방 다문천(多聞天) 등 사방의 천왕을 사천왕이다. 보통 사천왕상은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든지 입을 악다물거나 포효하듯이 벌리고 있는 모습인데, 이곳의 사천왕은 우아한 귀공자풍 사천왕상이다. 2020년 5월 2일 지금의 사천왕상으로 복장의식과 점안의식을 했다고 한다.
<미황사 사천왕상>
자하루(紫霞樓) 중앙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웅보전(大雄寶殿, 보물 제947호)이 나오는데, 지금은 새롭게 단장하기 위한 불사(佛事) 중이다. 병조판서를 지낸 민암(閔黯, 1634∼1692)이 1692년(숙종 18)에 세운 사적비에 따르면 서역 우전국왕의 인도로 경전과 불상이 가득한 배가 사자포(땅끝마을)에 도착하였는데, 의조화상과 100여 명의 향도가 그 배를 맞이하여 지금의 자리에 절을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미황사 자하루>
749년(신라 경덕왕 8)에 창건된 미황사는 달마산의 품에 안겼는데, 인도에서 금인(金人)이 가져온 불상과 경전을 금강산에 모시려다 이미 다른 절이 있어 소의 등에 싣고 되돌아 가다가 이곳이 인연의 땅이 되어 사찰을 지어 봉안 하였다. 그때 소 울음소리가 아름다워 ‘미(美)’자와 금인을 상징한 ‘황(黃)’자를 써서 미황사(美黃寺)가 되었다. 대웅전 주춧돌에는 연화문(蓮花紋)과 함께 게와 거북문양 등이 새겨져 있어 바다가 가까이 있음을 암시한다. 대웅전과 맨 위쪽에 있는 응진전(應眞殿)은 보물로 지정되었다.
<미황사 대웅보전 - 2018년 5월>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 거북이 - 2018년 5월>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 게(우) - 2018년 5월>
미황사에는 27명 고승의 승탑이 있다. 부도(浮屠)는 불타가 곧 부도이므로 외형적으로 나타난 불상이나 불탑이 바로 부도이며, 더 나아가 승려들까지도 부도라 부르는데, 요즈음은 부도 보다는 승탑으로 많이 부른다. 부도전(浮屠殿)은 미황사 대웅보전 옆으로 부도암 근처에 남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남쪽 부도전에 21기, 서쪽 부도전에 6기가 있다. 이 외에도 부도암에 1기가 있어 총 28기가 남아 있다. 승탑들은 모두 18~19세기에 조성되었다.
<부도암과 부도비(승탑비)>
미황사 부도전 승탑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물고기, 게, 거북이, 귀면(鬼面) 등 다양한 생물이 조각되어 있다. 형태는 탑신부의 형태에 따라 크게 방형, 구형, 팔각원당형, 석종형으로 조성되어 있다. 남쪽 승탑에는 거북이, 물고기, 귀면, 게, 새 등이 새겨져 있다. 특히 서쪽 부도전에서 동물상이 조식(彫飾)된 승탑에는 거북이와 게를 비롯하여 불사약을 찧는 토끼와 사슴 등이 있다.
<불사약을 찧는 토끼>
<귀면>
미황사의 주산인 달마산(達摩山, 489m)은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산으로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능선은 단조로운 산타기와는 달리 계속해서 정상으로만 이어지는 등반으로 멀리 해안 경관을 보는 즐거움이 함께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산이다. 일설에는 모함으로 죽은 달마가 인도로 간 것이 아니라 해남 땅끝으로 왔다고도 하는데, 미황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손에게 달마대사는 또 오라고 손짓 한다.
<달마봉의 아침>
<달마대사상>
버스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완도대교 입구다. 완도대교(莞島大橋)는 해남과 완도 사이에 달도(達島)라는 섬이 있는데, 이 달도와 완도 사이를 잇는 길이500m, 왕복 4차로의 다리다. 다리 모양은 신라후기의 장군 장보고(張保皐)를 상징하는 무역선과 투구를 형상화하였으며, 1주탑 2면식 비대칭 사장교(斜張橋)로 2012년 완공되었다. 이 다리로 인해 완도군과 해남군 사이의 교통여건이 30분 내외로 왕래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완도대교>
도보로 완도대교를 건너 청해진서로를 따라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에 있는 완도수목원으로 향한다. 앞으로 가는 도중에 가끔 뒤돌아보면 서쪽으로는 달마산이 남북으로 늘어서 서풍을 막아주고, 해남의 두륜산은 완도대교와 중첩이 되면서 북으로 병풍을 친다. 어제는 한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휘몰아치던 차가운 바람도 오늘은 두륜·달마산의 병풍(屛風) 덕인지 바람 한 점 없이 온화한 봄바람이다.
<달마산>
<두륜산(우)>
수목원삼거리에서 상왕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약3㎞ 정도 올라가면 완도수목원이다. 완도수목원은 2,050㏊의 광활한 면적에 183과 3,801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거나 이식되어 자라고 있다. 주요시설로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온실,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4계절 산림욕이 가능하며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완도수목원 초입>
이곳은 1991년 조성된 우리나라 유일의 난대수목원으로 난대지방을 대표하는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 조경 및 식·약용가치가 높은 상록활엽수 자생수림이 분포하는 천연의 산림군락지로서 난대성 희귀식물인 사철난, 금새우난, 약난초 등이 자생하고 있다. 식물들의 특성에 따라 분류, 식재된 30개의 전문수목원과 온실, 관찰로 등이 조성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황칠나무>
오후에는 완도읍 정도리에 있는 구계등으로 향한다. 입구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가 있어 이곳을 통과해야 구계등 해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를 통과하면 다도해의 깃대종인 상괭이상이 반긴다. 상괭이는 소돌고래에 속하며 몸길이가 2m 정도 된다. 등에서 꼬리까지 이어진 돌기가 특징적이며, 혼자 다니는 경우보다 주로 2~3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물고기, 오징어, 새우 등을 좋아한다고 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깃대종 상괭이상>
완도읍 정도리에 있는 구계등(九階燈)은 길이 800m, 폭 200m의 갯돌해변으로 명승(1972년 7월 26일)으로 지정되었다. 활[弓]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갈밭이 장관이다. 주민들은 갯돌을 용돌 또는 청환석(靑丸石)으로 부른다. ‘구계등’이란 명칭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이 곳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구경짝지’로 불렀으며, 파도에 밀려 표면에 나타난 자갈밭이 9개의 계단을 이루어 구계등이라 불린 듯하다.
<구계등해변 - 다도해국립공원>
자갈밭의 갯돌(청환석)은 밤알만한 것부터 다양한 크기가 있으며 겉은 매끈하다. 자갈밭의 모양도 큰 풍파가 있을 때마다 쓸려서 수중으로 들어가 버렸다가 다시 해안으로 올라오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에 전개 양상도 그때마다 다르다고 하며,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갯돌들이 서로 몸을 문지르는 소리는 해변의 교향곡으로 변주(變奏)된다.
<구계등 몽돌>
해변의 뒤쪽에는 해송을 비롯하여 감탕나무·가시나무 등 남부 특유의 상록수와 태산목·단풍나무 등이 해안선을 따라 안정감 있게 펼쳐져 있고 숲길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어서 숲과 해변을 오가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안쓰러운 것은 해변의 조약돌 틈에 자라던 느티나무가 2012년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의 피해로 지금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국립공원사무소의 극진한 간호로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어 그래도 맘이 놓인다.
<구계등 숲길>
<치료 중인 구계등 느티나무>
https://blog.naver.com/waya555/223034180893
첫댓글 좋은데 잘 다녀오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