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 인터뷰-'조선족의 한족화, 결코 방관할 수 없다'
[속보, 인물] 2003년 11월 28일 (금) 00:51
11월 26일로 2천4백명 조선족동포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13일이 지났다. 동포들의 체력이 견딜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매우 조마조마하다. 이미 조선족동포 5천6백40명이 국적회복신청과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들의 요구는 단 한가지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단식 도중 탈진해서 응급치료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3일째 단식투쟁을 하며 국적회복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선족 교회 서경석 목사를 만나 조선족 국적 회복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평소 힘차던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먼저 최근 국적회복운동을 비판하며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해성 목사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김해성 목사는 1999년, 외국국적 동포를 정의한 조항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어쩔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했던 300여만명의 중국, 러시아 동포를 배제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 김해성 목사는 한국국적 회복운동이 조선족 동포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견해를 밝히고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러시아, 중국 내 동포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재외동포법 운동을 했을 때 중국 동포들은 재외동포법 운동에 비판적이었어요. 재외동포법을 중국정부가 반대하니까 중국 동포들은 중국 정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민주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중국 정부인데 동포들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의 말을 따라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었고요. 현재 중국 정부는 재외동포법, 국적회복운동 모두 반대하고 있어요. 만약 재외동포법으로 해결되면 그걸로 해결하지 굳이 국적회복운동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국에 있는 동포에게 피해가 간다는 논리는 재외동포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을 포기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극렬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도저히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재외동포법에 관해서 중국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정부는 국적회복 운동에 관해서도 사회분란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소란이 일어나니 안된다는 이유는 반대명분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논리없이 그야말로 막연한 이유 아닙니까.
조선족 동포 문제는 역사적 연원이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를 가지고 얘기하지 않으면 정부 인식을 바꿔놓을 수 없어요. 바로 조선족 동포도 우리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당당한 존재라는 사실을 중국, 한국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인식시켜야 하는 겁니다. 정부 관리들은 '조선족 동포들은 외국인 노동자다'라고 생각하는데 이 벽을 무너뜨릴 방법은 조선족 동포가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는 걸 인식시키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근본문제를 제기해야만 한국 국민들 인식을 바꿀 수 있어요. 재외동포법 논리로는 이같은 상황을 변화시키기 힘들다고 봅니다.
- 현재 국적회복을 위해 단식 중인 조선족 동포는 몇 명이나 되고 건강은 어떤 상태인가요?
1100여명 정도 됩니다. 하루에 100여명씩 실려가는 상황이에요. 심각합니다. 병원에 실려갔다 온 사람들은 단식에서 제외시키고 있어요.
-조선족 동포는 우리에게 어떤 사람들인가부터 말씀해주시죠.
조선족동포들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도저히 한반도에서 살 수 없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의 후손입니다. 해방 후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전부 귀국했지만 유독 만주로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어요. 北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면서 귀국길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948년 제정된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에 의해 전부 한국국민이 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한국국민임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요. 일제치하에서는 상해 임시정부에 세금까지 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상해임정의 법통을 이어 받았다면 당연히 이들 상해임시정부의 국민들을 한국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했어요.
- 조선족 동포를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인식해야 할 듯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 이제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없으면 중소기업이 空洞化되어 국민경제가 심각하게 위협당할 정도잖아요. 그렇다면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올 때 같은 핏줄인 조선족이 들어와야 사회적 후유증이 최소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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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을 위해서도 조선족동포가 필요합니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일등공신이 바로 조선족입니다.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자기들은 조선족처럼 기업진출을 위해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고 하잖아요.
- 조선족 국적회복 문제가 과거에 해결될 수 없었던 이유가 지금 상황에서도 타당한가요?
92년 한중수교 직후에는 조선족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실업난도 문제였고 안보상의 문제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정부당국은 처음에는 혈통주의에 입각하여 모두를 포함시켰으나 중국의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조선족들에게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정부가 왜 이렇게 쉽게 굴복했는가. 조선족들은 우리들이 힘이 없어서 한국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무시와 천대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어요.
- 조선족 동포들에게 한국국적을 허용하면 모든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 하지 않을까요?
동포에게 국적을 주어도 막상 취득할 사람은 전체의 삼분의 일(약 60만명)을 넘지 않을 겁니다. 중국에서 잘사는 동포는 국적을 취득할 이유가 없어요. 국적을 취득하면 중국에서의 기득권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정을 모르는 한국에서 단순노동을 하기보다는 경제적 기회가 더 많은 중국에 돌아가 크게 활동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 때문에 동포들에게 국적을 주어도 대량입국 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만일 입국자가 몰리게 되면 적절하게 속도조절을 하면 되요. 이를테면 성년이 되어야 국적취득이 가능하도록 하고, 매년 국적취득이 가능한 인원수를 한정하고,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게 우선적으로 국적을 주고, 과도기 조처로 먼저 영주권을 획득한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국적을 주도록 하면 됩니다.
-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중국정부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거나 조선족 동포 사회가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일견 보기에 이 운동이 조선족의 중국 내 지위를 약화시키고 조선족 동포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조선족의 지위가 더 강화됨을 알 수 있어요. 조선족동포들이 다른 선택의 길이 없으면 중국인으로부터 무시당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으면 중국정부는 빠져나가는 조선족을 잡기 위해서도 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외국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조선족 동포사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염려도 맞지 않습니다. 조선족 동포사회의 존속여부는 우리말의 유지여부에 있어요. 조선족과 비슷한 시기에 고향을 떠나 연해주에 정착했던 고려인은 1938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할 때 3천명의 동포지도자들이 총살당하는 바람에 民草들만 살아 남았고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말을 유지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고려인은 조선족처럼 한국에 몰려오지 못합니다. 조선족사회는 민족지도자들이 있어서 마을마다 조선족 학교를 세우고 우리말을 철저하게 지켰어요. 그런데 쌀값이 하락하면서 농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어 도시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동포들은 도시에서 직장을 구할 정도로 중국말을 잘하지 못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유일한 길은 한국가는 것이었습니다. 동포들이 돈을 천만원씩 쓰면서 한국으로 오게 된 이유가 여기 있어요. 동포들이 투철한 민족의식을 가지고 말하자면 우리말을 철저하게 유지한 죄로 지금 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 요즘 중국 내 조선족 동포들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조선족 마을이 붕괴되면서 조선족 학교의 80%가 문을 닫아 조선족 어린이들이 급속도로 우리말을 잃게 되었어요. 게다가 동포들이 한국에서 차별과 천대를 받고 추방까지 당한 후에는 중국사람으로 살 수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아이들을 한족학교로 옮겨 악착같이 중국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동포들이 우리말을 잃어버리면 그들은 더 이상 우리 동포가 아니게 되요. 우리말을 잃어버리면 곧바로 漢族사회에 섞여 사실상 漢族이 되고 맙니다. 미국으로 간 조선족동포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조선족 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코리아 타운을 찾아가지만 한족학교를 나온 사람은 차이나타운을 찾아갑니다. 동포들이 우리말을 잃게되면 조선족 사회는 소멸되어버리고 맙니다.
출생률 저하도 심각해요. 지난 십 년 간 조선족 아기 출생률이 사 분의 일로 줄었습니다. 국제결혼해서 한국으로 간 여성의 숫자가 크게 늘고 도시로 가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조선족여성의 숫자가 늘어 임신가능한 여성이 사분의 일로 줄었기 때문이에요. 또 하나는 중국정부가 '조선족의 漢族化'정책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기 때문입니다. 중국정부는 특별히 연변자치주에서만 祖國觀, 歷史觀, 民族觀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조선족의 미래는 길어야 20년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 그러면 '조선족의 漢族化' 흐름을 돌려놓을 방법이 있는 겁니까?
해답은 바로 동포들이 원하면 한국국적을 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족은 자기 자식에게 악착같이 우리말을 가르칠 겁니다. 자식이 成年이 되어 한국국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길만이 조선족사회의 漢族化를 막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중국에서 살 한국인이 백만 명까지 늘 겁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일 것이고요. 이들 한국인이 기존의 조선족과 함께 어우러져 코리아 타운을 만들어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국적을 준다고 해서 조선족 사회가 약화되지 않습니다.
- 조선족의 국적회복운동은 한 중 외교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고 상당한 신경전을 피할 수 없을텐데 대안이 있습니까?
중국정부는 실제로 반대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이 운동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요.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 등 해외로 빠져나가 華僑가 되었는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중국은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를 모두 중국 국적자로 간주하여 동남아의 십여개 국가와 '이중국적 해소조약'을 체결, 화교들에게 중국국적 선택의 기회를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정부는 1950년대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계기로 하여 1958년에 당시 수교관계에 있던 북한당국과 '조선족의 이중국적해소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여 재중동포들의 의사에 따라 중국국적과 조선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어요. 지금 중국에 있는 수천명의 북조선국적 교포가 존재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화교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보장해주고 북한에 대해서도 국적회복의 기회를 보장해 주면서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 겁니다.
더구나 우리는 <조선족의 漢族化>를 결코 방관할 수 없어요. 이들은 우리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우리민족의 資産입니다. 이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둘 다 말할 줄 아는 사람들로 남아있는 것이 우리민족을 위해 너무도 필요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조선족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다함께 하는 민족으로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일 겁니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은 중국을 등지는 운동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처음 서울조선족교회가 중국국적 포기운동을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차원의 아이디어였을 뿐 우리는 그 운동을 실행한 바가 없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국적회복운동이라는 명칭조차도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찾기 운동으로 바꾸었습니다.
- 재외동포법으로 동포들을 돕는 것도 불가능한데 국적회복은 가능할까요?
어차피 시간이 걸릴 일이면 정공법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재외동포법으로 문제를 풀기는 힘들어요. 그렇지 않아도 중국정부와의 현안이 많은데 중국정부와 등질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라는 근본적인 권리를 주장해서 인정해달라는, 정면 돌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재외동포법으로 풀든 국적법으로 풀든 정부에게 맡기자는 겁니다.
- 해외 동포의 국적 취득에 관한 외국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독일의 경우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2차 대전과 냉전으로 서독으로 올 수 없었던 해외거주 독일인은 동독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주지의 국적을 취득하고 2차 대전 이후로도 수십 년 동안을 살아 왔어요. 통독 이후 국외 거주하던 독일인들이 독일로 귀국하였고, 독일은 1988년에서 1991년 사이에 통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헌법상 규정된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 100만명의 독일인들에게 기존의‘귀환자를 위한 법'을 확대 적용하여 일괄적으로 독일국적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귀국 독일인들의 대부분이 독일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죠.
러시아의 경우도 참조할만 합니다. 2003년 10월경 블라디미르 조린 러시아 민족문제부장관은 '러시아는 이중국적을 인정하고 있고 관련국가별 사안으로 별도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히고“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경우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어요. 또 작년 12월 외무부의 무랍스키 아시아국 영사과장은 '다민족국가인 러시아내에서도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적의 국민들에 대한 이중국적과 시민권 부여문제가 하원에 계류중”이라며 “고려인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차원의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요. 이처럼 재중동포와 비슷한 처지인 고려인들에 대해 러시아에서도 이중국적 부여문제에 대해 의회에서 심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죠.
헌법소원을 제출한 5천6백명의 동포들 중 2천4백명이 지금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중에는 임신 3개월의 몸으로 시어머니한테서 쫓겨나 불법체류하고 있는 여성도 있고 유일한 혈육인 딸이 한국에 시집오면서 따라온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다. 신장투석 중인 여성도 있고 그동안 번 돈 4천만원을 몽땅 한국인에게 사기당해 올데 갈데 없는 아주머니의 탄식도 들린다. 이들 모두 단식을 통해 한국사람들에게 절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단식을 끝내게 할 수 있을까.
-취재하다보니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단식까지 해야 하나요?
저는 그동안 조선족 동포들에게 중국으로 돌아가서 '민족적 주체성을 가지고 잘 사시오' 하고 설교해 왔어요. 그러한 내 말을 들으면서 동포들이 상당히 섭섭해했죠. 그래도 나는 내 생각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년 9월 연변 자치주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선족 동포사회의 미래에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되었어요. 도저히 중국에 돌아가 잘 살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찾아주는 운동을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때부터 나는 이 문제를 위해 글도 쓰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그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돌려줄 것을 역설하고 다녔습니다.
노무현대통령에게는 그 분이 후보시절 경실련 토론회에 오셨을 때 20분간 이 문제를 설명했어요. 고건 총리께는 일부러 찾아가서 이 문제를 상세히 설명했고요. 강금실 장관, 청와대 수석 등 주요 정부 인사들에게도 찾아가서 설명했습니다. 국회의원도 스무명에게 설명하고요. 모두들 머리를 끄덕거리며 내 의견에 일단 동의를 표하더군요. 그런데 그리고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나중에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동포들이 행동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행동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4년 이상 된 사람들은 돌아가야 한다고 그들을 은근히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동포들의 반응은 '전혀 아니올시다'였어요. 동포들의 간절한 눈빛 ... 그들은 도저히 돌아갈 처지가 아님을 내게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졌어요.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일이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찾기 운동임을 깨달았죠.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영영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11월 15일 후에는 사람들은 잠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동포들에게 국적회복운동을 제안하고 '여러분이 행동하지 않는 한 아무도 여러분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여러분의 문제를 제기하십시오!'하고 선동했습니다. 지금까지 동포들은 차별과 천대를 받으며 눈물과 한숨 속에서 살아왔어요. 이 모든 고통은 한국이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돌려주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식에게 또다시 눈물과 한숨을 넘겨줄 것입니까? 아니면 결단을 하고 조선족을 위대한 민족으로 만들겠습니까?'하고 나는 동포들에게 도전했어요.
- 그러면 단식하는 동포들의 건강이 걱정인데 어떻게 해야 그 분들이 단식을 끝내게 할 수 있겠습니까?
단 한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는 점을 한국정부가 인정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몇 가지 점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첫째는 이번에 헌법소원을 내는 국적회복신청자들로 하여금 판결이 나올 때까지(판결은 6개월 내로 나오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원래 소송 중일 때는 출국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중인 많은 동포들이 보호 일시해제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정부가 이들 헌법소원을 낸 동포들에게 인도적 조처를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딱한 사정이 있는 동포들은 중국으로 추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금년 3월 31일 당시 불법이었던 사람들은 다 구제하면서 3월 31일 당시 합법인 사람은 구제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으므로 이들도 구제해야 합니다. 넷째 친척방문으로 입국해서 3월 31일 이후에 불법이 된 사람은 원래는 취업관리제로 얼마든지 합법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인데 정부가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법으로 빠졌으므로 이들을 구제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회에 계류중인 국적법 개정에 국회가 늑장을 부리고 있어 국제결혼을 했다가 신랑측의 귀책사유로 이혼된 사람들이 추방당하게 되었는데 국회는 이 국적법개정안을 즉시 통과시켜 이들이 억울하게 추방당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 서목사님 하시는 운동이 불법체류를 근절하려는 정부 의지를 흩트리는 결과를 빚지는 아닐까요?
우리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동포들의 불법체류가 합법으로 전환되어야 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어요. 우리나라가 불법체류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이 있는 한 이로 인한 국익의 훼손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조선족사회를 생각하더라도 합법체류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불법체류를 합법체류로 전환하려면 이에 따른 대책이 정교하게 마련되었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95%를 합법으로 유도하고 나머지 5%이내의 불법체류자를 혹독하게 처벌하는 방법을 써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는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해 배려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4년 이상된 사람들은 무조건 나가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의 25%(약 10만명)이 추방당해야 했고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 필요로 하는 사람의 문제가 사방에서 제기되고 이로 인해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시키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구제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불법체류자에 대해 혹독한 규제를 해야 해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이 길만이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의 문제만 해결해주면 우리는 얼마든지 정부에 협력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부가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일정표를 알려주면 우리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서경석 목사는 한때 재외동포법 운동의 선봉장에 서서 활약했었다. 서목사는 '현재 조선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 자체가 약한 상황에서 재외동포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역사적인 연원을 따져 조선족 동포의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라는 근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라고 요구해야만 정부 관료들과 국민들의 조선족 동포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목사는 이러한 전략을 '정공법'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정공법'이 있기 때문에 김해성 목사의 논리도 통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첫댓글 어느 신문에 난 기사인가요?
저는 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네요. 국적포기 문제는 순전히 홍보차원의 아이디어였다니.... 이 말에 얼마나 많은 동포들이 기대감을 가졌을 것인데.. 이렇게 가볍게 말을 하다니요. 상황에 따라 본인이 유리한 대로만 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