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학의 정의 / 생물체의 의식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
심리학을 어원상으로 보면 사이키(psyche)의 학문이라는 말로, 즉 ‘마음의 학문’이라는 뜻이 되지만 그렇다고 심리학을 마음의 학문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심리학이 연구대상으로 삼는 ‘마음’이라는 것은 다의적(多義的)인 동시에 다차원적(多次元的)이기 때문에 이 마음의 어떤 측면, 어떤 차원을 대상으로 삼는가에 대해서는 시대적으로도 입장과 학파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각 학파나 시대에서 제기하는 정의라는 것 또한 꼭 같지는 않다.
예컨대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마음의 탐구는 전적으로 마음을 구성하는 실체는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이른바 영혼심리학이었고, 근세 이후 경험적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부터는 우선 마음의 경험적 측면인 ‘의식’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의식심리학이 대세를 차지했는데, 그것과는 대립되는 심적 작용(心的作用)의 연구가 심리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작용심리학도 출현하였다. 이윽고 행동주의가 대두하자 직접적으로 경험되는 의식을 배격하고, 행동관찰에서 접근하는 심리학을 제창함으로써 ‘행동의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제기하였다.
2. 심리학의 연혁
마음의 학문도 다른 여러 과학과 마찬가지로 그 원류는 그리스 시대에서 출발하였다. 그 당시의 사상으로서는 사물과 마음을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지 않았으므로 마음도 물적인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여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찾는 데 골몰하였다. 후에 이르러 이와 같은 마음의 실체를 ‘영혼’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나 영혼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탐구는 사변적(思辨的)으로 추론하는 데 그쳤다. 그리하여 심리학은 영혼탐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성격 또한 형이상학적인 것이었다.
형이상학적 심리학의 시대는 고대로부터 중세에까지 지속되지만 이윽고 르네상스기를 맞이하자 학문은 형이상학적 ·종교적 해석에서 해방되고 경험적으로 고찰하는 기운이 싹트더니 우선 자연탐구에 있어 코페르니쿠스 등의 업적이 나타나게 되면서 철학계도 그 영향을 받았으며, 17∼18세기에는 영국에 경험주의를 신봉하는 일군의 학자가 출현하였다. 그 중에서 J.로크, 하트레, 밀 부자(父子), 베인, 스펜서 등은 심리학까지도 경험적인 고찰을 시도함으로써, 여기에 철학에서 독립한 ‘경험적 심리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들에 의하면 마음은 본시 백지(白紙)인데 외부의 자극으로 감각이 그려지고 감각에서 관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념의 결과를 좌우하는 법칙은 연상(聯想)의 제법칙이라고 설파한 데서 이를 연상심리학이라 했고, 그들은 연상학파로 불리었다. 연상학파가 제기한 마음은 감각 ·관념 등의 ‘의식’이었고 영혼과 같은 초경험적인 마음의 연구는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경험심리학은 ‘영혼을 빼낸 심리학’으로 탄생하였다고 랑게가 말할 정도였다.
그 후 C.볼프의 능력심리학(能力心理學), J.F.헤르바르트의 표상역학(表象力學) 등이 나타났으나 영, 헬름홀츠, 뮐러, 베버 등의 물리학자 ·생리학자가 물적 현상을 관찰함에 있어 외계(外界)의 자극과 그것을 감수(感受)하는 감각과의 관계, 그리고 양자를 중개하는 생리과정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관찰의 손을 뻗쳐 자연과학에서 하고 있는 실험법을 적용시켰고, G.T.페히너가 그 업적들을 묶어 《정신물리학요론》(1860)을 저작하기에 이르자 심리학도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실증적 과학이 될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생리학을 공부하고 헬름홀츠 교수의 조수를 역임한 W.분트는 라이프치히대학의 교수가 된 뒤 1862년 ‘실험심리학’의 창시(創始)를 선언하였으며, 1879년 세계 최초의 심리학 실험실을 창설하였는데 이로써 심리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과학 이전의 상태였던 경험적 심리학은 실험법의 도입으로 본격적인 과학에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분트는 심리학을 정의하여 ‘직접적인 경험의 학문’이라고 하였는데, 직접적인 경험이란 경험에서 직접 나타나는 것, 즉 의식을 말하며 그것을 당사자가 자기관찰 또는 내관(內觀)을 함으로써 의식의 특성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분트는 의식은 감각과 감정 두 종류에 속하는 심적 요소로 조직되었다고 주장하고 요소관(要素觀)에 바탕을 둔 구성심리(構成心理)를 제창했는데 그 학설은 많은 제자를 통해 전세계에 퍼졌다.
이와 같은 의식심리학의 조류 속에서 이색적인 것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며 그는 의식을 표층(表層)과 심층(深層)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고, 심층은 표층의 의식내용이 억압되어 무의식상태가 된 관념과 욕망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심층심리학의 사상은 그후 심리학 속에 침투하였고 현재 임상심리학 기초이론으로서 중요시되고 있다. 분트와 같은 시대 사람인 브렌타노도 경험적 입장의 심리학을 주창하였으나 그는 분트의 심리학을 자연과학 추수(追隨)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고 심리학의 과제는 의식과는 별도의 원리에 지배되는 ‘심적 작용’의 연구라고 하여 의식심리학과는 대립되는 입장을 주장했다.
이 작용심리학은 제자인 C.슈툼프에 의해서 발전되어 심적 작용의 특성이 연구되었으나 의식내용의 출현에 대해서는 종래의 학설을 인정하고 절충적인 관점을 취하였다. 슈툼프의 문하를 거친 M.베르트하이머, K.코프카, W.쾰러 등에 의해서 제기된 게슈탈트학설에서는 작용심리학이 의식과 심적 작용을 별종의 규제원리에 의존한다는 견해를 수정하여 의식의 내용은 어떤 경우이든 심적 작용을 통해서 구현된다고 보고 작용면과 의식면을 통일한 ‘심적과정(心的過程)’을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그 뒤 역학설(力學說)과 장이론(場理論)을 도입해서 발전시켰고 K.레빈이 이에 가담함으로써 욕구행동(慾求行動)과 사회심리에 신생면을 열었으며 현대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에서도 20세기 초에는 분트 심리학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분트보다 10세가 젊은 W.제임스는 프래그머티즘 사상을 근거로 한 기능주의(機能主義)심리학을 제창했는데 이 입장은 J.듀이, J.R.엔젤 등에 계승되어 미국 심리학의 전통이 되었다.
기능주의도 의식을 문제로 삼았는데 분트류의 심리학을 심적 요소의 심리학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의식의 기본적 효용을 규명하는 심리학으로서 의식이 생활상(生活上) 짊어질 기능이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것이었다. 이 기능주의 진영에서 J.B.웟슨이라는 이단자가 나타나서 종래의 일체의 의식심리학적 입장을부정하고 행동주의를 고취하였다. 의식이란 그것을 체험하는 자에게만 알려지는 개인적 또는 주관적 사실이므로 그것을 소재로 해서 만드는 심리학도 주관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의식심리학을 부정하는 첫째 이유이며, 다음에 의식을 내관(內觀)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인 성인에 한하기 때문에 이상자(異常者)나 어린이나 동물 등은 연구대상으로 할 수 없는 것이 큰 약점이라고 했다.
그것과는 반대로 행동일 경우에는 어떤 생활체(生活體)이건 제3자로부터 객관적으로 관찰되고, 그리하여 공공적(公共的) ·객관적 사실을 입수할 수 있다며 ‘행동’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의 수립을 기도하였다. 그러나 웟슨이 추구한 행동의 법칙은 자극과 직결되는 반응을 정립시키는 것이었고, 그 법칙을 행동의 기본단위인 분자적(分子的) 행동에서 찾으려 한 점 등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기도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의 근본주장은 후배 학자들의 공명을 받았고, 그리하여 그 학설은 수정되어 신행동주의(新行動主義)로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신행동주의 학설에서는 생활체에 주어진 환경조건과 거기서 생기는 행동을 중개시키는 변수(變數)를 생각했고 이것을 중개변수라는 이름으로 삽입시킴으로써 행동의 법칙은 확립되는 것으로 보았는데, 중개변수는 욕구, 기타 반응경향 ·반응금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론구성의 방법은 ‘행동과학’의 방법으로서 근래 심리학 이외의 인문과학 ·사회과학에서도 채택하기 시작하였다.
그 밖에 영국에서는 연상학파의 뒤를 이어 골턴 등의 개인차(個人差) 연구가 발전하였고 각종 정신능력과 개인차를 측정하는 검사법이 안출되었으며 이윽고 통계학이 도입됨으로써 오늘의 검사법과 조사법의 기초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정신의학의 샬크의 영향을 받은 P.자네와 T.A.리보 등에 의해 정신이상에 관한 연구가 진척됨으로써 히스테리와 노이로제 등의 원인분석과 그 치료법이 시도되었다. 그것은 오늘날의 임상(臨床)심리학의 선구적 구실을 하였다.
3. 심리학의 연구부분과 기초부분
과학적 지식체계를 구축하려는 기초연구는 앞에 기술한 바와 같은 연혁의 과정을 거쳐 현대에 이르렀고, 전에는 한정된 연구영역에만 적용되던 실험법이 거의 모든 분야에 넓혀졌으며 연구법의 발전에 따라 기초부문은 급속적으로 발전하였다. 지각(知覺) ·기억 ·욕구 ·정동(情動) ·사고(思考) ·학습 등의 분야로 대별되고 전체로서 심리학의 자율적인 체계를 수립하려 하고 있는데 인접 과학과의 제휴도 밀접해지고, 자극의 특성에 관해서는 물리학, 생리적 기초에 관해서는 신경생리학 ·중추생리학과의 제휴가 밀접하게 이루어졌다. 다른 한편 실험계획이나 결과의 처리법에 관해서 수학(數學)의 적용도 크게 발전하여 각종 심리과정을 수식(數式) 모델로 표현하려는 시도도 진전되었다. 이론적으로도 전과 같이 각 학파의 입장에 구애되지 않고 탐구하려는 경향이 제시되었다.
4. 심리학의 종류
심리학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동물심리학】 비교심리학으로서 생물 발달의 단계에 따라 각 동물의 행동성능을 알고 동물을 이해하며 발달심리학적 지식을 얻으려는 연구와, 인간연구의 보조로서 인간 대용(代用)으로 동물을 실험의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두 방향으로 크게 나눈다. 전자의 경우에는 동물의 생태학적 연구와 제휴하여 본능적 행동을 연구하고 혹은 인공사육(人工飼育)의 동물은 특수환경과 자극 속에 두고 행동의 변용(變容)을 조사하는 일 등이 행해지며, 후자의 경우에는 뇌(腦) 각부의 절제(切除)나 전기자극에 의한 뇌기능의 고찰 학습실험(學習實驗) 등에 크게 공헌하였다.
【아동심리학】 유아(乳兒) ·유아(幼兒) ·학동(學童)의 각 발달단계에서의 아동심성의 연구는 발달심리학으로서도 중요하고 또한 교육상의 필요에서도 그 연구는 바람직하여 비교적 오래 전부터 개척되는 부문이다.
【청년심리학 ·노인심리학】 아동으로부터 성인으로 옮겨가는 시기인 청년의 심리에 관해서는 연구가 늦은 편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점차 연구가 충실해지고 있다. 정신적 이유기(離乳期)라고도 하는 청년기는 자아(自我)가 확립되는 시기이며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노인에 관한 연구는 청년보다도 더 경시되는 상태에 있었으나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어 노인층이 증가함에 따라 연구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미개인의 심리학】 아동 → 청년 → 성인의 계열연구가 개인발달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미개인 → 문화인의 계열 연구는 인류의 계통발달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주목을 받았는데, 여기서는 원시심성(原始心性)의 구명이 행해진다. 분트의 민족심리학이 선편(先鞭)을 쳤으나 그 후에는 문화인류학과 협동하여 고찰되고 있다.
【퍼서낼리티 심리학】 인간의 개성을 형성하는 측면은 지적(知的) 방면을 나타내는 지능과, 정의적(情意的) 방면을 나타내는 성격(性格) 또는 기질(氣質)이라고 하겠는데 이것을 종합한 의미로 퍼서낼리티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하며 또한 지능을 제외한 성격적 개성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지능연구는 A.비네가 지능검사(知能檢査)를 개발한 이후 행해졌는데 인자분석(因子分析) 등의 적용으로 지능인자의 발굴이 시도되었으며, 근래에는 창조성의 연구도 주목되었다. 성격연구는 유럽에서의 정신의학자와 정신분석학자를 중심으로 하는 유형론적(類型論的) 연구가 선행했는데, 이어 미국에서는 심리학자에 의한 특성론적(特性論的) 연구가 진행되었고 특성론을 기본으로 한 유형의 탐구도 시도되었다. 심리학이 인간지(人間知)를 부여할 목적의 학문이라면 퍼서낼리티를 분명히 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며, 그래서 이것은 중요한 연구부문인 것이다.
【사회심리학】 집단의 한 성원(成員)으로서 행하는 행동은 개인으로서 행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마련인데 그것은 집단의 특성에 맞고 개인이 얼마만큼 그 집단에 심리적으로 소속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계의 사회행동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에서는 현실의 사회집단을 그대로 대상으로 삼아 조사 분석하는 거시적 연구방향과, 인위적으로 특정 구조를 갖춘 집단을 구성하여 실험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미시적 연구방향이 있는데 두 가지 방향에서 다같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자는 사회학과의 제휴가 밀접하며 후자는 심리학의 독무대라 할 수 있다.
【응용심리학】 기초적 ·이론적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응용부문의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교육심리학 ·산업경영심리학 ·범죄사법심리학 ·임상심리학 등이 각각 사회의 요청에 따라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들 분야 가운데 근래 크게 변모한 것은 산업심리학으로서 인간의 생산성 향상에서는 작업환경의 정비나 임금 문제보다도 대인관계의 적절화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인적 조직(人的組織)의 개선을 꾀하는 경영심리학이 추가되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작업환경을 인간능력에 적합시키는 인간공학이 보태어졌다. 임상심리학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발전한 부문인데 사회생활상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사람이 증가하므로 그 대책과 치료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연구자도 급속히 팽창하였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