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월 19일 수요일, 맑음.
아침식사는 1회용 컵에 담긴 죽으로 먹었다. 뜨거운 물은 숙소 주방에 준비되어있다. 죽은 먹을 만한데 양이 좀 적다. 역시 죽은 죽이고 밥이 될 수 없나보다. 오늘은 제임스 본드 섬이 키 포인트인 팡아만 투어에 참가한다. 아침 7시에 온다고 한 차가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숙소 앞에서 픽업해 가니 편리하다. 봉고차에 타고 고개를 넘어 푸껫 시내를 지나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많다. 선착장 대나무로 만든 집들에 앉아 출발하기를 기다린다. 옷에 여행사별로 스티커를 붙여준다. 아내와 나는 파란색 스티커를 어깨에 붙였다. 오전 9시 30분이 되니 모두 출발이다. 배 타는 곳 까지 우리는 모두 걸어간다. 인원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안내에 따라 커다란 배에 올라탔다. 우리 배는 40여명이 탔다. 까맣게 그은 늘씬한 가이드가 자기를 소개한다. 개구쟁이 같은, 웃는 인상이 좋다. 자기는 009란다. 재주가 아주 많다. 영어에 한국어도 잘 하고 노래도 댄스도 잘 춘다. 유머도 있고 몸도 가볍다. 그늘진 갚판 위에 모두 둘러 앉아 가운데 탁자에는 차와 쿠키, 바나나 등이 풍성하게 올려져 있고 콜라와 환타는 병으로 맘대로 먹을 수 있다. 아침식사가 부실한 탓에 쿠키와 바나나로 배를 채우니 여유가 있다. 배는 출발해서 바다로, 바다로 달려간다. 넓기보다는 아늑한 느낌이 드는 잔잔한 바다다. Ao Poh 선착장을 출말한지 20분이 지나가 바다 위에 수직으로 세워진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양이 모두 다르지만 뭉뚱한 스타일 들이다. 기암절벽을 모두 갖고 있어 좀 특이하다. 머리털처럼 섬은 모두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멋진 섬들이나 사람들이 내리기에는 거친 모습이다. 바다 바람도 시원하다. 파낙 섬을 지나 홍섬을 보며 더 달려간다. 먼저 도착한 팀들이 카누를 타고 놀고 있다. 우리는 더 달려 제임스 본드 섬으로 먼저 향했다. 제임스 본드 섬 주변에 와서 배는 멈추고 긴 모터보트가 우리를 실러 왔다. 모두 작은 배에 옮겨 탔다. 힘들게 기다리다가 겨우 섬에 배를 겨우 댈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고 나가는 배들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섬에 내렸다. 작은 섬에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앞을 지나 넘어가니 눈앞에 멋진 제임스 본드 섬이 나타난다. 정말 멋지다.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모습이, 주변의 경치와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꿈만 같다. 여기에 와서 직접 보다니. 제임스 본드 섬은 그 본래의 이름이 사무칠 정도로 영화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섬의 태국 이름은 ‘카오 핑 섬’이며 ‘게눈 섬’ 또는 ‘못섬’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가고 있었다. 영화 덕에 이름이 바뀌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섬이되고 말았다. 1976년경에 ‘제임스 본드 섬’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그 이유는 로저 무어 주연의 007시리즈 영화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의 야외 촬영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유 시간을 준다. 우선 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다. 작은 섬이지만 사람들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뒤편에 있는 작은 해변은 석회암의 기암괴석이 엿가락 늘어지듯 바다를 향해 늘어져 있다. 이 해변이 007 영화에서 수상비행기가 폭파되는 장면이 있는 곳이다. 해변에 누워있던 여자 주인공과 키 작은 사람이 생각나는 곳이다. 다시 돌아와서 본드 섬 앞으로 갔다. 영화에서 007과 등을 대고 결투를 벌이던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다.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여러 가지 폼을 알려준다. 아내와 함께 점프도 하고 본드 섬을 손바닥에 올려놓기도 하고, 두 팔로 안고 있는 폼도 잡았다. 선착장 왼편에는 카로 자른 듯 기울어져 있는 사람인(人)자 모양의 바위굴이 있다. 당시 007 감독이 이 바위산을 보고 영화촬영지로 결정했단다. 벽 중앙에는 푸껫 왕족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이 벽에 여자들이 경사면에 등을 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허니무너(신혼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명소가 되었다. 경사면에는 작은 구멍이 두 개 있다.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하면 경사면에 몸을 붙일 수 있어 재미있다. 큰 바위를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재미있게 노는 것도 이제 끝이다. 가이드가 사람을 모은다. 모두 배에 올라타고 다시 큰 배에 옮겨 탄다. 맛있는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뷔페식이다. 커다란 생선과 돼지고기, 통닭튀김(다리), 파파야 파인애플튀김, 볶음밥 등 푸짐하다. 모두 시장한 탓인지 경쟁하듯 식사를 한다. 양보도, 예절도, 남녀도, 질서도, 체면도 없다. 동물 같이 사정없이 먹는다. 배가 차니 이제 사람처럼 여유가 있어 보인다. 수박, 파인애플이 후식으로 풍성하게 준다. 엄청 먹었다. 음식을 풍성하게 제공해 주어서 좋다. 먹고 즐기는 사이에 배는 홍섬으로 왔다. Hong Island다. Hong은 태국말로 방(room)이라는 뜻이다. 왜 방이라고 했을까? 우리는 카누에 몸을 싣고 홍섬을 향했다. 배에는 보트맨과 두 사람씩 타고 간다. 입구는 박쥐동굴을 통과해 들어가야 한다. 머리를 조심해서 동굴을 통과하니 작은 연못 같은, 호수 같은 방이 나온다. 빙 둘러 석회암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어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 낸다. 동남아는 옛날부터 해적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외부에서는 찾기 어려운 라군(Lagoon)이나 바다 동굴들이 예전에 해적들의 근거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라군은 우리말로 석호다. 모래나 산호에 의해 바다와 분리된 호수를 말한다. 카누 사공 겸 가이드는 홍섬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며 사진도 찍어준다. 홍섬 내부는 실제로 깊지 않다. 무릎정도 깊이에 물이 흐리다. 구석에서 투구 게 등을 잡아서 구경시켜주며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태어나 처음 보는 투구 게다. 카누 타는 것도 재미있고 동굴 탐험도 재미있고, 거대한 석회암 바위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도 신기하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뻥 뚫려 보인다. 박쥐동굴을 빠져나오니 잔잔한 바다다. 수백 개의 석회암 바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환상적인 바다 풍경을 연출해 내는 팡아 만은 정말 태국의 보물이고 훌륭한 여행지다. 팡아의 유래는 ‘팡’은 부러지다. ‘아’는 코끼리 상아를 의미한다. 즉 코끼리가 이곳을 지나다가 넘어져 상아가 부러졌다는 뜻이다. 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모두 배에 타고 다시 출발하여 이번에는 파낙(Panak) 섬으로 갔다. 여기서도 똑같이 카누 체험이다. 홍섬보다는 좁고 낮은 느낌이다. 박쥐동굴을 지날 때는 더욱 스릴이 있다. 원숭이도 있고 커다란 맹그로브 나무가 인상적이다. 푸껫은 이제 휴양관광보다는 체험관광으로 바뀐 것 같다. 매년 백만 명 이상이 찾는 곳이니 다양한 놀 거리와 먹거리와 볼거리가 즐겁게 한다. 다시 배에 올랐다. 음료수를 물과 함께 무제한으로 제공해 준다. 투어가이드의 재롱으로 배안이 즐겁다. 노래면 노래, 한국 노래도 잘 한다. 춤도 힙합 댄스로 박수를 받고 익살스러운 게임으로 보는 이와 하는 이를 즐겁게 해 준다. 맥주 두 병을 걸고 쟁반 물을 빨대를 갖고 하는 게임에, 손바닥을 사용해 물을 튀기고 맥주 들고 도망간다. 모두 즐겁게 웃는 사이에 Lawa 섬에 도착했다. 하얀 모래, 백사장이 멋진 섬이다. 물이 얕아 큰 배는 들어가지 못하고 각자 카누를 타고 들어간다. 서양 사람들은 수영을 좋아하여 뜨거운 태양아래 햇빛을 즐기지만, 우리는 뜨거운 태양이 싫다.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쉬는 것도 좋다. 나비와 무궁화 꽃이 많다. 참 정겨운 풍경이다. 시간이 멈추어버린, 정적이 흐르는 곳이다. 다시 배에 올라타서 우리가 출발했던 Ao Poh 선착장으로 온다. 마지막 가이드가 코브라 상자(Tip box)를 소개하고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이미 우리를 태울 봉고차들이 대기해 있다. 투어 하는 사람들은 주로 서양인이다. 가끔 두건을 쓴 회교도들도 보인다. 식사가 좀 곤란해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전과 같이 그렇게 많이 오는 것 같지 않다.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보고, 잘 놀다 온 것 같다. 안다만의 멋진 바다, 팡아만 투어는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 싶은 투어다. 슈퍼에 들러 스프와 빵을 샀다.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샤워를 하고 한 층 올라가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 시원한 숙소다. 위치가 높아 베란다에 나가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저녁 식사로 방과 죽으로 해결했다. 태국 남부로 여행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얀마의 먼지와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