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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2 얼라 순례 갈무리,
그 <여섯번째>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8/25/나무
8/24일에 했던 세 번의 버스킹과 길벗만남으로 풍성해진 마음안고,
얼라 순례단은 아침 일찍 노딩턴 켄트에 있는 브루더호프(비치그로브 : 너도밤나무)로 향했습니다.
지난 2020년 1월에 생명평화 기도순례로 방문하고 나서 약 2년 반 만의 방문이었습니다.
도착하니 오래된 것 같은 멋진 벽돌집들과 거대한 나무들, 너른 풀밭과 운동장이
브루더호프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반겨주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브루더호프에 가기전 얼라 순례단들이 공부한 브루더호프의 역사와 철학을 정리해볼게요^^
1920년 1차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사회는 어지러웠고 곳곳에 아픔이 많았다고 합니다.
모두들 새로운 사회의 필요성을 느낄 때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양식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그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꾸리게 됩니다.
그들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대공동체의 믿음과 실천을 기초로 두고
사유재산을 갖지 않고, 함께 일하고 기도하고, 아이를 기르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브루더호프에는 밝은누리와 맞닿은 지점이 참 많습니다. 브루더호프 또한 교리나 율법이 없습니다.
사랑만이 유일한 법입니다.
요란하게 기도하거나 말과 글로 가치를 정리하려 하기보다, 말 없이 묵묵히 해내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건 규칙이 아닌 문화입니다.
노동과 교육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의 대화, 의복, 예술 등에서 함께하는 삶,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간다고 합니다.
브루더호프에서 단 하루 밖에 머물지 않았던 얼라 순례단 또한 서로 사랑으로 함께하는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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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는 우선 '충연'님께서 하루 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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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받으니 금세 오전 10시가 되었습니다.
브루더호프에서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티타임을 가집니다.
어르신, 청년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위 사진에 나오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눕니다.
저 또한 차를 받아 마시고 있는데, 어르신들께서 가장 먼저 다가오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가장 먼저 환히 웃으며 악수를 청하셨고, 우리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여러 질문들을 하셨어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니까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주시기도 하고, 함께 천천히 대화해보자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 따스한 눈빛과 배려에서 브루더호프의 분위기를 느꼈어요. 참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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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이 끝나고, 얼라 중에 성인이 아직 안 된 친구들은 브루더호프 고등학생들과 함께 샵(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브루더호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지요...)
조립부터 포장까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공장의 첫 인상은 '조금 어색하다'였지만,
만들고 포장하는 과정 속에서도 두런두런 대화나누며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니
학림에서 울력하는 모습과 참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과물이 목적이 아닌, 더 신명나고 아름답게 살기위해 노동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들을 조금 어색해하던 브루더호프 동생들도 같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저희에게 장난도 치고 궁금한 것들 물어보는 등 참 해맑았습니다^^
마치 마을의 중학생 동생들을 보는 것 같았어요. (실제로 한국나이 15살에서 17살 동생들 이었습니다.)
공장일이 끝나고 점심밥을 먹기 전 까지,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생들에게 브루더호프 마을 소개를 받았어요.
밭도 보고 고등학교를 비롯한 건물들, 말들과 닭들도 구경하고 축구장 배구장들도 보았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한 브루더호프 생활양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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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티타임도 그렇고 밥 먹을 때에도,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인사나누고 대화나누며 교제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함께 마을 이루며 살아도 집 안에만 있으며 혼자 사는 것처럼 살 수도 있지만
매일 얼굴 볼 수 있는 장이 있고, 그 형식이 아름다움을 지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학림에서 지내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습니다.
비록 저희들은 코로나 정황으로 인해 브루더호프 사람들과 섞여서 밥을 먹지는 못했지만,
학생들과 이모삼촌들과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고루 섞여 앉아 자연스레 대화나누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러한 고운 어울림이 가능하니 공동체가 길게 지속할 수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대간의 단절, 분열이 조장되는 순간 어울림은 깨지는데 요즘은 세대차이를 가지고 웃음을 만들어내며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브루더호프가서 중요하게 되새긴 부분입니다.
밥을 먹는 중에는 브루더호프 사람들께서 저희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소리모아부르기를 해주셨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소개를 하셨는데, 그 말은 이미 일상에서 맞추며 지내왔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신나게 소리모아부르는 모습을 보니 저희들도 함께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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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은 얼라순례단은 각자 맡은 일자리로 흩어졌습니다.
콩까는 울력, 내일 먹을 샌드위치 만들기, 하늘땅살이, 장작울력로 모둠지어 떠났습니다.
하늘땅살이 모둠과 장작패기 모둠에서 울력하며 느꼈던 것 나누어주었습니다.
-하늘땅살이
하늘땅살이 울력을 함께할 브루더호프 사람으로, 키 큰 푸른이 한 분이 오셨다. 그 분이 농장을 맡고 있다고 하셨다.
처음 만나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는데, 굳은살로 단단해진 커다란 손이 힘차게 내 손을 잡았다.
그 사람의 삶이 느껴지는 손이어서 참 인상깊었다. 그 분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을 22살 '하임'이라고 소개해주셨다.
하임님을 따라 밭으로 가서 함께 일 해보니 왜 그렇게 손이 단단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무껍질로 두툼하게 덮어놓은 밭덮개 덕에 밭엔 벼과풀처럼 작은 풀들이 자잘하게 있기보단 민들레나 엉겅퀴 같은 큰 풀이 많았다.
하임님은 그런 풀들을 장갑도, 호미도, 낫도 없이 맨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뽑으셨다.
도구 없이 하는 김매기는 낯설었는데 참 새롭고 재미있었다:)
김매기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어보니, 하임님은 하루 대부분을 밭에서 보내신다고 했다.
그분에게선 밭 일을 꼭 해야 한다는 무거운 당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일이 재미있냐고 물어보니,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참 평안해 보였고, 나 또한 따라 평안해졌다.
-장작울력
브루더호프 청년들, 어른들 네분과 함께 일했다.
영국에서는 난방을 화목보일러 같이 나무를 사용해서 난방을 하는 경우 쓰는 나무가 일정량 이상일 때 돈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브루더호프는 그 지원을 받아 나무로 필요한 난방을 하고 있다.
3년-5년이면 쑥 자라서 장작으로 쓸 수 있는 종류의 나무를 잘라오면 전기톱, 기계로 토막내고, 도끼로 장작을 팬다.
나무는 한 1년~2년 정도 말렸을 때 가장 잘 타서 미리 잘개 쪼개놓은 나무들을 쌓아 1-2년을 말린다.
거의 내 키만한 높이로 늘어서서 쌓여있는 장작들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는 패져있는 장작을 수레로 날라 열을 맞추어 쌓는 일을 했다.
장작도 잘 팬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웃으면서 오늘 할 일은 나무를 나르는 일이라고 말해주셨다.
필릭스라는 분과 한 모둠을 이뤄서 장작을 날랐다.
학림에서는 산에서 나무를 톱으로 베어와 생활관으로 쓰이는 구들방에 불을 지필 때 쓴다고 하니 놀라워하셨다.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말이 없어질 때도 있는데, 아무말을 나누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아 좋았다.
그러다가 궁금한게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답하고, 웃고, 또 다시 나무를 나르고… 재미있었다.
한창 일을 하다가 차마실 시간이어서 함께 움직였다.
차 마시는 시간이, 일하던 흐름이 끊기기보다는 숨 돌리고 재충전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순례와서 오랜만에 몸을 쓰니 목장갑조차 반갑고 힘이 오히려 솟았다.
움터에서 함께 하던 나무모심이 그리워졌다. 함께 하는 울력은 생기를 준다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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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티타임입니다.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그렇게 차를 마시고는 마저 일을 조금 더 한 뒤, 얼라순례단은 이제 잔치 준비를 했습니다.
옷을 갖추어 입고 밖으로 나와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광장 같은 곳에 벤치를 반원으로 놓고 앉기 시작했지요.
얼라의 공연은 소리모아부르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얼라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벗들과 함께 손잡고 고개를 넘어가자는' 기도가 브루더호프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불렀습니다.
수안이의 춤으로 평화의 바람과 신명을 돋구고, 마지막으로 사물놀이를 했습니다!!
사물놀이가 끝나니 큰 박수와 함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와서 악수를 청하며 말을 걸기도 하고, 악기를 쳐보기도 했습니다^^
밝은 기운 전하고 또 저희도 많이 받은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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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가 끝나고는 얼라 한, 두명 씩 흩어져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 머무르는 것이었지만 질문 주고받는 시간, 그리고 저녁식사까지 따스하고 단단한 사랑 느꼈습니다.
방문한 가정의 집 소개도 받고 할아버지가 한국 방문한 이야기도 듣고 학교 이야기도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식사로 온 가족과 함께(3대가 함께하는 식사자리 였습니다^^) 식탁에 앉았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 꽃은 계속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물어보신 질문은 '진로'와 관련되어 있었어요.
저가 지나온 길과 생각들을 나누고, 방문한 가정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어머니아버지와 자녀(17살)의 삶나눔을 들으며
단순히 어떤 일을 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가고자 하는 삶과 뜻이 중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사는 곳도 참 많이 다르지만 생명평화를 향한 뜻 품고 열심히 일상을 일구어나가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가정방문이 끝나고는 자연스레 배구장으로 갔습니다.
얼라들과 금세 친해진 브루더호프 친구들이 삼삼오오 오기 시작했고 신나게 배구 했습니다.
그들의 뛰어난 배구 실력에도 놀라고, 함께 즐기고 응원하는 모습 속에서 어느새 서로 든든한 벗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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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를 끝내고 브루더호프 친구들을 따라 가니 동그란 공터 한가운데서 나무가 타오르고 있었고 기타와 카혼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몇쪽!”이라 외치면 다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화음도 아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어요.
이 많은 가사를 언제 다 외웠고 언제 화음은 연습을 한걸까, 신기했습니다.
우리가 밝은누리 소리집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도 이러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루더호프 친구들은 우리가 알 수 있을 것 같은 찬양들을 사람들이 찾아서 같은 노래를 한국어로도 부르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노을 아래서 사람들과 한참을 '한데 노래'를 부르니 이곳이 밝은누리 움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가본 곳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삶을 공유한다면 이렇게 평안한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어느새 모닥불이 꺼지기 시작하고 하나 둘 흩어질 때 얼라 중 한명이 기타를 잡고 함께 ‘해뜨는 데부터’를 불렀습니다.
노래는 몰라도 함께 즐겨주고 귀 기울여 듣는 브루더호프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구성지고, 편안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자연스럽게 모든 노랫말을 다 알고 화음을 맞추는 것이 그들의 삶에 녹아들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브루더호프에서 내내 받았던 기운은 이런 평안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안에 여러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을 곳곳에서 고요히 우뚝 서 있는 키 큰 나무들, 스스럼 없이 인사 건네주시는 마을 분들, 너른 벌판, 그들의 여유 머금은 넉넉한 얼굴 빛에서 평안을 느꼈습니다.
고요하고 차분한 가운데서 밝게 피어나는 행복이 참 좋았습니다.
선물처럼 받은 그 평안한 기운 고마운 마음으로 간직하고,
브루더호프 분들도, 얼라들도, 함께 기도하는 모든 이들도, 더욱 깊은 평안 누리며 행복하길 기도합니다.
그렇게 모닥불 노래마당이 끝나고 얼라순례단들은 브루더호프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들뜨고 기쁜 마음 고요히 가다듬으며 하루를 정리했다지요^^
그렇게 8월 25일이 저물고,
다음날에는 아름다운, '도버 white cliffs'에서 브루더호프 청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내일 오전 9시에 올라올 <#7 도버 해안 순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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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양식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1920년대라는 시공간과 오늘 여기 한몸살이의 문제의식이 맞닿는 이야기네요.
처음 가본 곳, 처음 만난 사람들 속에서 하진이가 마을살이 해오며 느꼈던 것들 떠올리며 되새길 것들 나눠주니 배움이 되어요.
규칙이 아닌 문화로, 당위가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세대간의 어우러짐, 노동의 재미, 울력의 생기.. 공통점 발견하며 모두의 평안과 행복을 비는 마음 따뜻하게 받았어요.^^
느낀 부분 달아주시는 모습에 저 또한 마음 따듯해집니다!
함께함을 늘 기억하며 각자의 장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 펼쳐나가요^^
진~~한 만남 속에서 느낀 하나됨과 평안함이 눈에 들어오네요. 브루더호프에서 지내시는 분들의 눈빛과 표정 속에 담긴 평화도 일상에서 쌓인 힘이겠죠? 동그랗게 둘러앉은 모습이 얼라를 품에 안은듯해요. ^^
얼라들이 브루더호프 지체들과 함께 교제하며 누린 평안함이 글 읽는 내내 저에게도 깊이 전달되네요. 서로 주고받은 깊은 사랑의 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나 봅니다. 가슴 따뜻한 기억 잘 정리해서 나눠주어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