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7월 28일 화요일, 맑음.
사막의 새벽은 느낌이 비슷하다. 파란색 새벽빛에 붉은 빛이 함께 감돈다. 겔 뒤에 있는 양떼 축사 주변에 양들이 앉아서 아침을 맞이한다. 부지런한 주인 여자는 염소젖을 짠다.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끓여 먹으니 너무 맛있다. 남은 김을 곁들여 아침을 먹는다.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스틱 빵은 먹기 힘들다. 아직 몽골 사람이 덜 된 것 같다. 아침 8시에 출발이다. 짐을 단단히 꾸렸다. 오늘은 울란바토르에 들어간다. 주인아주머니는 짧은 부츠에 반바지를 입은 멋쟁이다. 딸인지 여동생인지 모르지만 Erdendalai 마을에 데려다 달란다. 함께 타고 출발했다. 제법 집들이 있는 마을에 도착한 것은 달리기 시작하여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제 사막도 적응이 되었는지 감흥이 없다.
새로운 마을, 사람들이 보고 싶다. 마을에 도착해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었다.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 썰렁한 마을이다. 또 달려간다. 언덕 너머 또 언덕이다. 초록색 들판이 나타난다. 아내와 여선생들은 그냥 잔다. 우이레 기사도 졸면서 운전한다. 졸 때는 속도가 20~30km로 떨어져 그냥 달려간다. 비틀거리며 달려도 사고도 없다. 다니는 차도 없고, 쳐 박을 고랑도 언덕도 없다. 서는가 싶으면 또 눈을 떠서 속도를 낸다. 잘 달리던 차가 또 비틀거리며 속도가 줄어들면 또 자며 운전한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웃기기도 하다. 11시경에 겔에 도착했다. 식당이란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끝 날이라 긴장이 풀어져서 모두 힘이 없다.
식당 겔은 그냥 겔과 같다. 겔 한가운데 난로가 있고 침대 자리에 식탁이 있어 난로를 보고 모두 앉았다. 먼저 난로 불에 수태차를 끓여 밥그릇에 한 사람씩 준다. 뜨거운 수태차가 몸속으로 스며 내려가니 피곤했던 육체가 살아나는 기분이다. 마시고 또 마셔도 좋다. 주인아주머니(할머니)가 요리를 시작한다. 큰 가마솥에 쌀을 씻어 밥을 하는데 냄새가 너무 좋다. 밥이 익어가는 시간에 겔 내부에 매달아 놓은 양고기를 잘라내 잘게 썬다. 또 감자와 홍당무도 같은 크기로 잘라낸다. 며느리 같은 젊은 처자가 요리를 돕고 손녀 딸 하나가 들락날락 한다. 우이레 기사가 겔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몽골의 겔은 원시시대부터 이용했단다. 사람들이 동물을 잡아먹거나 잣과 과일 등을 따 먹기 위해, 풍요의 땅을 찾아서 자주 이동했다.
유목민들의 겔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몽골 겔은 인간의 첫 가옥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관계의 수백 년 동안의 역사를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가옥이다. 그렇지만 겔의 현대 모양은 3천 년 전에 사람들이 에스기(양털로 만든 펠트)를 만들어서 천장을 에스기로 덮고 문과 환기창을 에스기로 가리게 된 그때부터 만들어졌다. 먼저 1m 높이 문짝을 세우고 바드 나무 장대를 방사형으로 세운다음 겨울에 서너 장을 덮는다. 더울 때는 걷어 올리면 시원하다. 몽골 겔의 구성은 유목민의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유목민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계속 방목지를 이동해야 되므로 이 가옥은 뜯거나 설치하기에 쉬운 조립식이어야 했다.
부품들이 작고 가벼워야 한다. 이것을 모두 충족한 가옥이 몽골 겔이다. 총 무게가 250kg 정도다. 여름에는 강가에, 겨울에는 양지바른 곳에 친다. 몽골 겔은 구석이나 예각이 없다. 즉 지구를 닮은 모양이다. 이것은 격자벽체, 서까래, 환기창, 출입문으로 구성되어있다. 다른 건물과 달리 진흙이나 시멘트가 아니고 위에 것들은 다 나무로 만들어 조립해서 겔이 만들어진다. 겉에는 양털로 만든 에스기로 덮으면 세 개의 끈으로 묶는다. 겔 안은 안방이고 침실이자 손님방이고 부엌이다. 겔 중앙 화덕은 겨울에는 난방용이고 요리하는 불이다. 동물의 배설물을 말려서 연료로 사용한다. 제주도 마라도에서 소똥을 말리는 모습이 생각난다.
몽골의 겔은 중앙아시아의 변덕스러운 기후와 결합되어 만들어진 환경적응 산물이다. 몽골 겔은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것은 겔의 원 모양과 관련이 있다. 원 모양은 온도를 최대로 유지하기에 몽골 겔의 중앙에 난로를 놓으면서 혹독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다. 또 집 형태로써 가장 간편하게 설계되었으며 이동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몽골 겔이 에스기로 이루어진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유목민 몽골 인들이 에스기의 좋은 성질을 잘 알고 있다. 기후의 변화에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양털의 미크론이라고 하는데 확장과 수축의 놀라운 기능이 온도조절을 해주고 있다. 겔은 공기 교환이 가장 잘 되는 가옥이다.
출입문과 환기구 천장을 통해서 공기의 흐름이 자유롭다. 겔 밑으로 맑은 공기가 들어오고 탁한 공기는 겔 중앙 위에 있는 환기창으로 나가게 된다. 또 겔은 사람들을 습병에 걸리지 않게 한다. 양털로 만든 에스기는 기름질이 많아 외부에서 습성을 투과시키지 않으며 습기를 마르게 하는 성질이 있다. 겔은 또 깨끗한 가옥이다. 예부터 아르갈(말린 소똥)의 연기가 스며들면 에스기와 반응이 일어나 많은 양의 Ag(은)이 생겨나 여러 가지 독성을 제거해 준단다. 또 겔은 조립식이라 지진에 강하다. 세우는 방향이 지구 자장 방향과 직선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심한 병이 걸리지 않는다. 직접 자보며 체험해 보니 겔의 진가를 알 것 같다.
겔은 문을 항상 남향으로 설치한단다. 시계가 없어도 겔 천장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으로 시간을 알 수 있다. 해시계 역할을 한다. 낡은 시계가 11시를 가리키는데 해시계도 딱 맞다. 겔 중앙에 있는 난로의 연통은 겔 천장으로 나 있다. 연통 중간에 철판이 꽂혀 있어 화기를 조절한다. 할머니의 요리는 이제 막바지다. 또 하나의 가마솥을 난로 위에 얹더니 먼저 홍당무와 감자를 볶는다. 양고기도 함께 넣어 볶는다. 다 볶은 후에 이제 막 뜸 든 밥을 주걱으로 퍼서 양고기 가마솥에 담는다. 여기까지는 군침이 돌게 진행되는데, 여기에 또 식용유를 잔뜩 붓는다. 주걱으로 잘 섞어 그릇에 담아 케찹을 뿌려준다. 반찬은 없다. 양고기 볶음밥 한 그릇이다.
뜨겁게 금방 요리해 주니 좀 느끼하지만 맛있다. 겔 내부의 살림살이는 별개 없다. 오래된 라디오, 색 바랜 사진들, 낡은 옷장도 하나 있다. 양고기(머튼)요리는 정말 많이 먹는다. 속이 든든하다. 손녀딸에게 선물을 주고 식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식당 겔 주변도 멋지다. 이제 멀리 돌산이 보인다. 2,500투그릭이 두당 식사 값이다. 잘 먹고 이제 또 달려간다. 12시다. 약 한 시간정도를 달려서 멋진 바위산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첫날 울란바토르를 출발해서 고비사막 투어를 시작하여 처음 점심을 먹던 호수가 있는 돌산이다. 돌산과 어우러진 평원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한 폭의 달력 사진이다.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헤어질 우이레 기사와도 사진을 찍었다.
초록색 벌판이 펼쳐진다. 길도 많고 넓다. 평원의 풀은 거칠다. 제법 키도 있다. 이제는 다 왔다는 생각에 맘이 설렌다. 차가 고장 나지 않고 잘 달려주었다. 포장도로가 나온다. 차들도 어디서 왔는지 몇 대 함께 간다. 언덕을 올라가는데 경찰이 검문을 한다. 경찰의 권위가 제법 느껴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옛날 같은 느낌이다. 내려오는 차도 올라가는 차도 모두 경찰 앞에 절절매는 분위기다. 별일 없이 통과하니 도로 비를 받는 곳이 나온다. 800투그릭 이다. 영수증도 없고 기계도 없다. 손으로 수급한다. 공항 가는 길에 들어선다. 언덕위에 공사 중인 체육관이 눈에 익는다. 이제 차들이 밀린다. 주유소에 들어가 연료를 보충한다.
주유소 건너편에는 한글로 공생유치원이라고 씌어 있는 예쁜 건물이 보인다. 몽골 국기와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드디어 울란바토르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기사의 수고에 감사해 10,000투그릭을 표시했다. 무뚝뚝하지만 듬직한 아저씨다. 잘 살길 바래본다. 숙소에 들어가니 집에 온 느낌이다. 출발 전에 묵었던 숙소를 또 자게 되었다. 오후 4시경에 도착한 것이다.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배낭에서 옷을 꺼내 세탁을 하니 흙탕물이 나온다. 숙소에 주렁주렁 빨래를 널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숙소의 김 사장은 바쁜 중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재미있게 얘기해 준다. 이곳에 와서 성공담을 얘기해 준다. 교회생활의 하나님의 은혜를 들려준다.
미국의 슈퍼볼 복권을 기대한단다. 왜냐하면 슈퍼볼 보다 더 확률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예수를 믿는 것을 보고 더 믿음을 갖게 되었단다. 신나게 이야기 하다가 사무실에서 부르면 총알같이 달려간다. 생각이 긍정적이고 진취적이어서 좋다. 이제 출출하다. 저녁식사를 하러 시내로 나왔다. 이제 울란바토르 시내도 편안하다. 소고기 구이와 밥으로 맛있게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길거리에 앉아있는 전화기로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분당 150투그릭 이다. 3분이니 450투그릭 이다. 무사히 고비사막에서 돌아온 것이 꿈만 같다. 코피 터져 죽다 살아난 고비사막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침대에 누웠다. 모기 한 마리가 윙윙 거린다. 살아있으니 들을 수 있는 모기 소리다. 투어 비는 두당 170달러다. 숙박비와 식비는 경비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