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문학회 2024년 봄 강진 문학기행 특집
다산(茶山)*1과 하피첩(霞帔帖)
남도 끝자락 강진, 유배지를 찾아서다
꽃봉오리 푸른 햇차 내 눈 반가이 맞는
한 하늘 햇살이 열며 소살소살 이야기
천주교 믿는 ‘죄’로 이냥저냥 귀양살이
그리움 짙은 녹색 찻잔에 닳은 촉수
혹독한 배교의 칼날 신앙을 증언했다
몸져누운 아내, 천리 밖 보낸 헤진 예복*2
‘서글피 노쇄했다’ 마음드니 견댈 수 없어
잘라 쓴 핏빛 서첩이*3
원앙새로 훨훨 날다.
*1 정약용의 호 *2 아내 홍씨가 시집 올 때 입은 낡고 빛바래진 예복 치마
*3 경오(1810)9월 다산의 동암(東菴)에서 쓰다
하피첩(霞帔帖)
유배 십 년 노을 빛 치마폭 쓰신 서첩에
‘ 가족 공동체와 결속 소양을 기르고,(첩1) 자아를 확립하고
몸과 마음 닦아 근검(勤儉)하게
살며(첩2) 문과 처세술로 익혀 훗날에 대비 하라는 가르침이(첩3)’
손 가는 대로 훈계한
경구 써 두 아들에게
바라 길 훗날 이 글 감회를 느끼면서
어버이 고운 은택 헤아려 새겨두길
노을빛 치마폭마다
휘돌아 갔을 상념이
아, 빛바랜 치마폭 얽힌 애틋한 사랑이
이백오십 년 넘어 내 가슴 잔잔히 젖는
이 보다 값진 보물이
어디에 또 있을까
세계 빛나는 인물 ‘유네스코’ 첫 등재된*4
온 가족 성령의 평화 안온한 울타리 되신
가족에 엎드린 십 팔 해
그대 빈 등 밟고 갔다
*4 2012년 세계 인물로 루소, 헤르만세,,드뷔, 정약용 4인이 선정 되다.
가락문학 30호 원고
윤슬
(봉암 바다)
햇살에 나부끼다 참으로 기적처럼
어렴풋이 약하게 무심히 반짝이며
빛 알이 잔물결 위로
작은 것들 춤을 추다
아무도 빛을 흉내 낼 수 없는 빛의 향연
흰, 노란색 다이아몬드 이뤄내는 물무늬
깨져도 다시 살아나
일렁일렁 거리다
빛은 군무에 동화돼, 사붓사붓 뛰어들다
참신한 돌고래로 나도 변신해 버리듯
확, 허울 벗어 던지며
자유론 영혼이 되다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며 잦아지다
물결의 하모니는 빗살의 마술사다
저 멀리 이끌려가도
나는 서럽지 않다
빛남이 삶의 시간 내 안 나를 만나게 하다
혼자 사는 세상 아닌, 은근히 주는 어울림
윤슬의 빛 시간 속에
나도 한 몸이 되다
나로 돌아가야 할 켜켜이 쌓은 삶을
기억의 창고 안에 저장해 놓고 싶다
찬란한 바다의 환희
다시 만남의 약속을...
아라 가야국*1을 순례하다,
낙동, 남강 줄기로 자립 잡은 ‘맹주 국’*2
바람의 강 마이산(未伊山)을 넘고 다시 또 넘어
진달래 피고 진 산야
왕의 잠에 닿았다
아침 빛 찬란했던 제국의 옛 위엄이
세월만큼 무거운 먼 혈족이었던 겨레
뚝뚝 진 묵언의 자존
하늘을 노니든가
빛나던 별자리가 때때로 반짝였으나
신라 백제 서로 경계 ‘가야국’을 넘보며
각축전 벌어진 형국
왕관은 가뭇없다
떠도는 대왕의 염원, 멧새 울음 맴돌다
풀잎에 맺혀지는 이슬로 빛나든가
침묵 속 담긴 무용담
다시 말이 깨어나다
*1 1500 전 역사가 숨 쉬는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현 함안
*2 삼국 시대 육 가야 가운데 하나
아라 홍련*
목관이 홀로 되었던 ‘성산 산성’연못 옛 터
발견된 연 씨 받아 피워 놓은 생명의 꽃
칠 백 년 고려의 연씨
부활의 놀라움이
꽃잎 하단은 백색, 중단은 선홍색 끝 부분은 홍색
오늘날 연꽃에 비해 길이가 길고 엷은 빛깔이
고려 때 불교의 탱화
고운 숨결 잇고 이은
무더위에 꿋꿋이 기염을 토해 내는
긴-잠에서 깨어난 고고한 ‘군자 화’라는
종교적 더한 의미로
천 년 입김 걸어오다
흙탕물 속 두어도 더러움 물들지 않고
본심이 깨끗하여 고상한 성품이
인과(因果) 혹독한 물속
혼절하는 꽃이여,
아, 태양도 목말라 돌아눕는 대낮에
진흙 밟고 승천하는 욕진의 번뇌처럼
송.송.송 연꽃의 텃밭
유희하듯 하늘 여내
* ‘아라가야’라는 함안 역사에서 따와 ‘아라 홍련’이라 하다
김만수 출생지 일본 86년 평론(경남대학교 대학원 정지용 시 연구론) 96년문예한국 시조 천료(장순하 선정주 외추천자)
시조집 금담벌의 노래 외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