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장,
행여 아들이 달아날까싶어 걸음을 빨리 한다.
“영인아!
내 아들 영인이지?“
영인은 아빠 앞으로 나선다.
“아빠!”
의태는 말없이 영인이를 끌어안는다.
“잘 왔다. 우리 영인이 잘 왔어!
네가 이렇게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아빠! 미안해요.
이렇게 오래 나가 있을 생각을 아니었어요.“
”이렇게 왔으니 됐다.
어서 들어가자."
의태는 영인이의 손을 꼭 잡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여보!
얘들아, 영인이가 돌아왔다.“
의태의 음성은 온 집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아직 공부를 하고 있던 보라와 아영이 그리고 하늘이까지 각자의 방에서 나와 영인이를 바라본다.
희영이 역시 시어머님의 방에서 나와 영인이를 본다.
“영인아!”
희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영인이를 끌어안는다.
“엄마!”
“오냐!
내 아들,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이렇게 돌아와 주니 엄마가 이제는 살 것만 같다.“
모두들 영인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우선 밥을 먹자.”
희영은 영인이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어디서 제때에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을 것인가?
영인이의 모습은 바싹 야윈 모습이다.
“자, 이제 너희들은 가서 공부를 해라!”
의태는 아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온다.
영인이는 엄마가 차려주는 식탁에서 정신없이 밥을 먹는다.
부부는 그런 영인이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밥을 먹던 영인이는 비로소 부모를 바라본다.
“아빠, 엄마!
죽을죄를 졌습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잠시 하루 이틀 바람이라도 쏘이고 들어온다고 한 것이............“
“그래,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엄마도 아빠도 네 마음을 이해한다.
이렇게 아무 일없이 무사히 돌아와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오늘은 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푹 잠을 자도록 해라.“
부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한다.
이렇게 무사하게 돌아와 준 것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영인이가 이층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부부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떠오른다.
“여보!
참으로 잘 된 일이에요.
우리 영인이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그렇지!
아무 사고 없이 돌아와 준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
다음 날 아침 영인이는 정신없이 잠속에 빠져 일어날 줄을 모른다.
부부는 그대로 두기로 한다.
그동안 얼마나 심한 고생을 했을 것인가?
얼마나 심한 굶주림을 당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온다.
의태는 참으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아이들도 모두 학교에 가고 남편도 출근을 하고 난 다음에 시어머님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다 먹이도록 영인이는 조용하다.
그러나 희영은 영인이를 깨우지 않기로 한다.
영인이는 오후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온다.
“일어났니?”
희영이 환하게 웃으며 영인이를 바라본다.
“엄마!
내가 염치없이 너무 많이 잤지요?“
”염치없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여기는 네 집이고 우리는 모두 가족인데 염치없다는 말을 하면 되겠어?“
”그래도 엄마 아빠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리고 와서..............“
“영인아!
사람은 누구나 그러고 싶을 때가 있는 거란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 실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엔 현실을 도피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단다.“
”.............................“
“참, 배고프겠다.
어서 들어가 밥부터 먹자.“
희영은 식탁을 준비한다.
영인은 어제 밤과는 달리 아주 천천히 밥을 먹으면서 음식 맛을 음미한다.
“엄마!
이 음식 맛, 엄마의 손맛이 얼마나 그립고 먹고 싶었었는지 몰라요.
이제 집에 왔다는 안도감으로 해서 깊은 잠에 빠졌던 모양이에요.“
”그래, 엄마도 우리 영인이 마음을 안다.
허나 영인아!
너도 기억이 날 것이다.
하늘이 때문에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놀래고 심한 고통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니?“
”왜 안 나겠어요?
엄마 아빠의 고통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잠시 그저 잠시만 여행을 한다는 것이 하루 이틀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 보니 죄송한 마음에서 그리고 더없이 큰 죄를 지었다는 마음에서 선뜻 집에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영인은 자신의 마음 한 자락을 내 보인다.
희영은 영인을 다독여준다.
또한 시어머님으로 인해 영인이와 많은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보낼 수도 없고 피곤해 보이는 아들의 모습에 편안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영인아!
며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편안하게 쉬렴!
급한 것도 없으니 우리 영인이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그만 올라가서 쉬어라!“
“네!”
밥을 다 먹고 난 영인이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다.
이제 희영은 편안한 마음을 시어머님을 보살핀다.
그사이 옷을 흠뻑 버려놓은 시어머님이다.
대변을 앉아서 보시고는 당신이 치우신다고 기저귀를 빼는 바람에 대변이 온 방안에 엉망으로 칠해졌다.
“어머님!
가만히 계셨으면 제가 해 드릴 것을요.“
”싫어!
아줌마가 혼내려고 그러지?“
”아닙니다.
가만히 계세요.“
희영은 시어머님을 욕실로 데리고 간다.
목욕을 시켜드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 거실에 계시게 한다.
집안의 모든 문들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
악취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김정숙은 소파에서 잠이 든다.
잠이 든 김정숙의 얼굴은 참으로 평화스러워 보인다.
희영은 그런 시어머님을 보면서 가만히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어머님!
언제까지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계셔주세요.
모든 것을 힘자라는 한 다 해드리겠습니다.
미안해하시지 마시고 그저 편안한 모습으로 그렇게 계셔주시면 됩니다.“
희영은 담요를 가져다 김정숙을 덮어준다.
집안은 잠시 평화로움 속에 젖는다.
며칠 동안 푹 쉬고 난 영인이는 부모의 눈치를 살핀다.
다시 학원에 나가야 하는 것인지 어떨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 영인이의 마음을 의태는 간파를 한다.
“영인아!
이제 학원에 나갈 수 있겠니?“
”아빠!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될까요?“
”무슨 말이냐?
대학을 가지 않으면 뭘 할 것이냐?“
”취직을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공부하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닐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고 대학을 간다는 것이 자꾸만 자신이 없어지고 있고요.“
”영인아!
아빠는 네가 대학을 포기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면 원하는 대학에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지금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면 금년을 쉬도록 해라.“
“..............................”
“취직을 한다는 네 생각에 아빠는 반대를 한다.
아직은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취직이란 가당치도 않는 생각이다.“
의태는 단호하게 반대를 한다.
그러나 영인이는 아빠의 반대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어차피 공부는 이제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다시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을 따라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연히 되지 않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의태와 희영은 다시 영인이의 일로 고심을 한다.
고등학교 졸업으로 어디에 취직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의태는 시간이 나기만 하면 영인이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영인이는 다시 공부할 마음이 없다.
그렇게 부모와 아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이 된다.
공부를 계속하게 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영인은 외면을 한다.
또한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으려는 부모에 대한 서운함이 영인이의 가슴에 쌓여가고 있다.
“영인아!
아빠 엄마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겠니?“
희영이 또한 영인이의 마음을 돌리려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엄마!
저는 하루라도 빨리 취업을 해서 자립을 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부모님의 품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희영은 영인이의 말에 어이가 없다.
아직은 어린아이로만 생각해 왔던 아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 곁을 떠나려하는 아들의 모습에 서운함이 묻어난다.
희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언제 아들이 이렇게 성장을 했는지 멍하니 영인을 바라본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
즐감*^.^*
하고 싶은 데로 ~~
집식구 하나가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네요....
즐감.
이제 다 컷네요.
잘읽고갑니다
잘 보았습니다.
즐~~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