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국화는 청결, 청순, 청초를 나타낸다.
빨강 국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흰색 국화는 정절, 성실, 진실.
노랑 국화는 실망했어요, 순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국화 2 /신원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늘상 그 자리
그렇게 헤매이다
지쳐서 사리분별도
못하고 한나절 보냈다
아무도 오라 말하지
않아도 슬픈기색
보이지 않고서도
절대로 모나지 않게
헤맨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당신의 몸
가을의 진객으로
날 불러 세웟구나
그해 국화꽃 지는 사연 /이기영
봉숭아꽃 시들고 씨맺힐 때야
이웃집 누이가 심었던 국화
꽃 움트나 봐
봉숭아 꽃잎
자근자근 짓이겨 물든 손톱과
피어 있다
첫눈 내릴 때
서울 갔던 형아 데리러 올까
눈 밟는 소리 귀 기울리다 지우듯 같이 떨구겠지
국화꽃 /김경철
머리를
빼꼼 내민
국화꽃
불어오는 바람에
춤을 추며
가을을 전하는데
서늘해진 날씨에
세상 속
푸르던 나뭇잎은
하나둘
붉게
노랗게 물든다
반가움도 잠시던가
힘 없이 떨어진
나뭇잎과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한다
국화꽃 /천상병
오늘만의 밤은 없었어도
달은 떴고
별은 반짝였다.
괴로움만의 날은 없어도
해는 다시 떠오르고
아침은 열렸다.
무심만이 내가 아니라도
탁자 위 컵에 꽂힌
한 송이 국화꽃으로
나는 빛난다!
국화꽃 /미산 윤의섭
창밖에서 들어오는
청랭한 바람
국화꽃 향기를 알맞게 불러온다
자줏빛 꽃잎이
가늘게 떨림은
정든 님의 소식을 기다림이 아닐까?
물을 먹은 꽃송이
작은 이슬 달려있고
푸른 잎이 꽃 밑에서 힘을 보탠다
오늘의 잔치에
귀한 손님 맞아들여
지난여름 애환과 정담을 올려 본다
고난과 시련을
속에 감추고
겸손한 향기를 가득히 품은
아름다운 꽃잎이 수줍어한다
산국화(山菊花) /김정섭
가을바람 된서리에 멍이든 나뭇잎
붉게 익어버린 마음 한 조각 끄집어 내어
멀어진 시간을 한 뼘 당겨 놓는다
산모퉁이 언덕에 샛노란 산국화(山菊花)
그리운 얼굴 그렇게 짙어가고
만남의 간이역 스쳐버린 낙엽은
소슬바람 되어 당신 앞을 스친다
어치의 날갯짓 그리움이 머문 자리
산국화(山菊花) 노란 꽃잎 짙어져 올 무렵
솜털 같은 구름에 찾아오는 외로움
바람 같은 가을볕이 당신을 기다린다
여물어 가는 모과의 노란 향기는
그리움의 울타리 되어
비움의 찻잔에서 채움을 생각하고
붉은 단풍이 짙어진 그리움
가슴 언저리 찬바람에 서리꽃이 피었다.
국화 /이영지
가을이 맑음으로 온 몸을 휘감으면
하늘이 가까이 와 꽃불을 수 놓느라
꽃 속에 가득가득히 국화향기 박히네
내 무딘 손가락에 가을을 국화로만
들고서 기다림이 어울려 일렁이며
하나로 노오란 정이 금 수 놓여 박힌다
노오란 국화이다 송이는 하루해다
들여다 보느라고 가을이 되어가면
그리움 짙어지면서 얼굴까지 노랗다
그리움 국화이다 해송이 하루이다
꽃잎을 보느라고 어른이 되어가면
잎잎이 가을빛이다 하늘이다 꿈이다
들에서 오래 살다 보면 들도 날 닮고
나도 들 닮아가는 서로들 가을 국화
그리움 짙어지면서 붉게 물든 날이지
보는게 들과 산이 보는게 가을하늘
바람은 가을 바람 사랑은 국화사랑
바람이 부는 날에도 손을 잡고 있는데
국화가 코스모스 바람을 보내주면
어 저기 들국화의 향기 숲 가운데에
꽃다발 해바라기로 해바라기 내 사랑
씨앗을 따오라며 가만히 속삭였죠
하늘이 들어있나 우선은 먼저보고
하늘이 꽃피었다며 속삭였죠 그랬죠
국화(菊花)밭에서 /김정자 金亭子
추억(追憶)이 열리는 기인 제방(堤防)을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지펴오르고
눈물 같은 빛이 흐르는 하늘.
계절의 얼굴은
저토록 세포(細胞)가 팽창(膨脹)하는
꽃의 설움.
향기(香氣)도 없는데 왜
저렇게 나비는 덩달아
울먹이고 있을까.
국(菊)이 피는 언덕에서
해는 타는데
노을처럼 조용히 바람이 일고
한(限) 없는 사랑은 계절(季節)을 누빈다.
바람이 멎고 아지랑이 손짓하던
가지에서
너와 나의 대화(對話)는 수줍어 피던 꽃.
저 꽃밭을 안아줄 하늘은 어디에서
누워 있는 것인지.
잃어버린 오늘을 느끼며
피곤한 태양(太陽)이 진다.
미소(微笑)가, 울음과 통곡(痛哭)으로 변신(變身)하는
계절의 모롱이를 돌아
꽃밭에서
가을이 성숙하고
서러운 국화(菊花)가 소리 없이 익어간다.
산국 /이기영
너가 그리운 것은
가슴 뛰지 않고
애틋하게 저미지 않는데도
그리운 것은
달밤에 꽃이듯 아니듯
피어있는 메밀 같아서
볼때기 빨갛게 익도록
뛰어놀다
뜨끈한 아랫목 같아서겠지
화롯가에 둘러 앉아
자잘한 불씨 솔내음 맡으며
밤새 이야기 나누고 픈 너니까
선잠 깬 아이가 엄마 가슴 찾듯
산국은
저녁놀 한자락에 흔들리고 있어
너가 더 그립다
국화꽃 향기 /임재화
자줏빛 고운 꽃망울에는
정갈한 임의 향기가 배어있고
수줍어 고개 숙인 꽃송이에
상큼한 사랑이 피어납니다.
은은한 국화의 모습엔
풋풋한 그리움이 피어나고
자줏빛으로 벙그는 꽃잎 사이로
그대의 모습이 비칩니다.
국화꽃 /윤 효
문풍지
울어
감잎
뜨락에
국화꽃
필 때
국화꽃
몇 잎
문고리 곁에
두었더니
삼동三冬 내내
한지韓紙에 번지던
샛노오란
햇살
꽃 4 /정태중
올망졸망
국화꽃 피었습니다
밤새 그리움의 별들이
소복이 내려앉은 화분에
사랑의 밀어 오밀조밀 피었습니다
수다스러운 말에서 생기가 돌듯
몽울몽울 향기 가득
툭툭 터지며 국화꽃 피었습니다
간밤에 그대 다녀가셨는지요?
내 마음에도 두근두근 국화꽃 피었습니다.
국화꽃 /전영금
북풍에
서리 온단 말 듣고도
철없이 웃고 있는 꽃
국화꽃
된서리 내리는
달밤이면
보석보다 더 화려한 꽃
국화꽃
가는 계절이
서러운 밤
기러기 끼룩끼룩
울고 가는 데도
모르는 척
다소곳 난들 어쩌랴
혼자만 좋아 웃는
인정머리 없는 꽃
국화꽃.
슬픈 국화꽃 /민경교
갈 바람에
허리춤 흔들며
애써 모르는 척 하는
너의 슬픔
허리 꺾겨
대나무에 의지해온
너의 인생
목덜미에 슬픈 링 두르고
끝내
한 잎 두 잎 내려앉는
너의 모습
시골에 계신
우리 엄니 생각에
내
눈동자에 이슬 맺히네
국화 /송정숙
누구의 꽃이었기에
가을 길목에서 기다림
늘 숨 가쁘게 이런저런 일이
순간순간 생기는 그 틈새
끝이 또 다른 시작이라며
꽃 피우는 위로
그 낄 수 있는 수많은 것 중
기다려주는 배려의 힘
우리들의 꽃이 힘내
괜찮아, 다 좋아질 거야
국화 향 /정옥령
하얀 국화향기
곡소리 따라
내를 만들고
노랑 국화향기
감국 되어
찻잔을 데우고
보라빛 국화향기
호롱불 되어
조상님전 향불 피우고
흰, 국화 옆에서 /안현미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환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 일 아닌 일에도 심장이 뛰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벚꽃이 다녀가더니
목련이 오고 목련 뒤에는 라일락이
라일락 다음엔 작약과 아카시아가
아카시아에 이어 장미가 다녀갔다
그제는 마흔 살, 시인이 되고 싶다던 후배가
장미를 따라갔다
빌어먹을 흰, 국화 옆에서
가만히 들여다본다
장미, 아카시아, 작약, 라일락, 목련, 벚꽃……
이어달리기를 하듯 왔다 간
환한 꽃들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녀간다
행복을 찾는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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