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들 <레미제라블을 읽고>
150년이 지난 지금도 위대한 고전이라 불리며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 ‘레미제라블’이다. 1862년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기 불안정한 정국을 배경으로 인간 군상들의 삶과 사랑, 투쟁, 고난 등을 섬세한 묘사로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장발장은 굶주린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것이 죄가 되어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다. 감옥에서 출옥해 새 삶을 살아보려 했으나 전과자임을 표시하는 황색 통행증 때문에 어딜 가나 차별을 받게 되고 잠자리를 찾아도 음식을 먹고 싶어도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갈 곳 없는 장발장을 재워주고 먹여주며 따뜻하게 보살펴 준 사람이 대성당의 비앵브뉘 주교였다. 그러나 장발장은 주교의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가 헌병에게 붙잡히게 된다. 잡혀온 장발장에게 비앵브뉘 주교는 그것은 내가 준 것인데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냐며 끝없는 은총을 베푼다. 주교의 큰 사랑에 감동받은 장발장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후, 장발장은 불쌍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선행을 베풀며 성자다운 모습으로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보석연구로 돈을 벌게 된 장발장은 보석공장 사장이 되고 마들렌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시장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러나 장발장을 붙잡기 위해 혈안이 된 경감 자베르에 의해 다시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되고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죽을 위기에 처한 죄수를 구하고 탈옥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코제트라는 고아를 친딸처럼 키우며 도피생활을 하면서 파리봉기에 가담한 마리우스를 목숨을 걸고 구해낸다. 끝내는 차가운 심장을 지닌 경감 자베르 조차도 장발장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되고 장발장을 용서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장발장으로 인해 가슴쓰리도록 아팠고 행복하기도 했다. 비참한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쳤던 장발장,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성자다운 삶을 살다 간 장발장을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기고 싶다.
프랑스 혁명기, 그 격동의 시기에 일어난 파란만장한 인간들의 삶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 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굶주림과 가난 때문에 비참한 사람을 살고 있는 이웃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존재한다.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이 있고 법이라는 잣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 때문에 인간의 양심이 짓밟히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고 했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고 사회 속에서 올바르게 성장하게 된다. 사회적 환경이 어떠한가에 따라 사람은 악인이 될 수도 있고 선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다시금 묻게 되는 책, 사람다운 삶과 참다운 양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레미제라블>이다. 권정생 선생님 말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양심을 묻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사회에 법률과 관습으로 말미암은 처벌이 존재하여 문명 속에 인위로 지옥을 만들어내어 신성한 인간의 운명을 불행으로 뒤얽히게 하는 한, 그리고 이 시대의 세 가지 문제, 즉 프롤레타리아인 탓으로 남자가 낙오되고, 굶주림으로 여자가 타락하고, 어둠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또 어떤 곳에서든지 사회의 질식 상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한, 이 지상에 무지와 비참이 있는 한 이러한 책들이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