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봉 해오름길을 따라 진해 해안도로를 걷는 남파랑길(#8-7)
2024년 1월 21일 (일) 날씨 : 흐림 기온 : 섭씨 1~9도
거리 : 22km 5시간 30분 동행 : 11명
안민고개-천자암-상리마을-K조선-진해해안도로-명동항-삼포항-제덕사거리
<완벽한 사람>
아마존의 어느 원주민 부족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난 구슬을 한 개씩 끼운다.
그들은 이것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영혼을 지닌 어떤 존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고대 페르시아의 카펫 직조공들 역시 카펫을 짤 때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양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씩 남겼다.
오직 신만이 완벽하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를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한다.
두 이야기는 완벽한 행복과 완전한 삶에 집착하는 우리에게 불완전함이야 말로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애쓰지 말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실수도 하지 않고, 빈틈도 보이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하면 오히려 완벽과 더 멀어진다.
쉽게 지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잘 하려고 해서 오히려 더 잘 할 수 없는 것을 '완벽의 마비'라고 한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면서 가끔 실수도 하고 빈틈을 보일 줄 아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다.
너무 똑똑하거나 완벽하면 사랑받기 어렵다.
가끔은 실수도 하고, 조금은 허술해서 내가 잔소리도 좀 하고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실수 없이 살아가려니 힘들지 않은가?
때로는 일부러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야 상대방도 나를 도와주면서 스스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생각 2024년 1월호 '유노북스의 이민규-관점 하나 바꿨을 뿐인데'에서>
남파랑길 여정에 함께 걷는 일행들 단체 사진
안민고개는 장복산 허리 자락을 돌아 올라가 창원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안민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고갯길 데크 로드를 따라 올라가면 시원한 산 공기와 진해 도심이 내려다보여 아름답다.
진해 드림 로드는 꿈과 희망 비전 도시 진해 친환경 임도의 새로운 명칭으로 2008년 4월 진해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선정된 명칭이다.
전체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꽃과 숲길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장복 하늘마루 산길, 백일 아침고요 산길, 천자봉 해오름길, 소사 생태길)
천자봉 해오름길(11km) : 청룡사 부근 산비탈엔 편백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곧게 솟은 편백나무 사이로 평상과 나무 침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숨을 돌리기에 제격이다. 이곳에서 오솔길을 따라 가면 안민휴게소로 이어진다.
<남녘에 움트는 봄의 향기>
정월의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한파가 아닌 많은 비로 봄을 연상하는 계절의 향기가 난다.
꽁꽁 얼어붙은 안민고개여야 하는데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자전거 타는 모습은 영락없는 봄이다.
해남 땅끝에서 달려온 남파랑길 여정이 진해를 지나는 막바지 여정에 11명이 참석했다.
벚꽃으로 유명한 안민고개에서 시작하는 천자산 해오름길은 예전 임도였는데 4개의 드림 로드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편백 숲이 잘 가꾸어져 울창하게 자랐고, 황톳길과 하늘마루, 생태길 등이 걷기에 편하다.
곧게 뻗은 편백 사이로 쉼터도 적당히 만들어져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천자봉 이야기>
천자봉은 높이가 506.8m로 웅산(709.9m), 시루봉(653m) 능선이 남쪽으로 뻗어 내리며 솟은 산이다.
산기슭이 가파르고 자갈이 많아 성채나 돌산처럼 보인다.
웅장한 산세 때문에 조선시대 태조(이성계), 명나라 태조(주원장), 주 씨, 이 씨, 천자(天子) 등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천자봉 연못의 이무기가 용이 못 되자 마을 사람을 못살게 굴었다.
이에 염라대왕이 이무기에게 용 대신 천자가 되라고 권하여 연못 아래 백일마을의 주(朱)씨 가문 아기로 태어났다.
이 아기가 후에 중국으로 건너가 명나라 태조인 주원장이 되었다고 한다.
편백나무 황톳길
청룡사
남파랑길 8코스 안내도
남파랑길 6-12 코스 안내도
바닥이 시멘트로 만든 것이 아니고, 흙길이어서 걸을 때 상쾌함을 준다.
천자암을 지나기 전 조망이 트였는데 진해만과 주변이 잘 보였다.
해군사관학교와 진해루도 선명히 보여 영상으로 보았던 홍콩 트레킹 코스를 연상하게 했다.
천자봉과 웅산, 시루봉이 이어지는 산행 코스도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바닷가에 500~600m 높이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진해를 안고 있어 예로부터 중요한 군항으로 역사적 중요성을 간직하고 있다.
임진왜란으로 주변에는 왜성도 여러 곳 산재해 있다.
시루봉의 유래 : 멀리서 보면 마치 두부의 긴 쪽을 세운 듯 사각형의 시루처럼 보이기 때문에 시루 바위 혹은 시루봉이라 부른다.
웅산은 조선시대까지 해마다 산신제를 지냈던 신령한 산이며, 명성황후가 세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백일기도를 올렸다고 전하는 곳이다.
천자봉 임도
천자봉 이야기에 태조 이성계와 명나라 주원장이 등장하는데 고개가 갸우뚱 해 진다.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이런 산길이나 바닷길에서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 진지해지기에 의미가 크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교육 및 경제 문제도 서로 논하며 나라 걱정하며 걸으면 덜 힘들다.
오늘도 다리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함께 걸어 주는 덕분에 임도 11km를 잘 지났다.
상리마을
상리마을 경로당
대발령 - 상리마을에서 케이 조선으로 넘어가는 고개
케이(K) 조선
케이 조선
1967년 동양조선공업으로 사업을 시작, 1973년 대동조선과 1980년 쌍용중공업을 거쳐 2001년 STX가 인수하여 STX조선, STX 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조선업 호황기 때인 2000년도 초반기에는 세계 조선업계 4위까지 올랐고 40억 불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었던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선박 발주량 급감, 수주 취소, 파생 상품 손실 등으로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에는 주식 상장폐지, 2016~2017년에는 법정관리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채권단 관리하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2020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으로부터 2,5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2021년 7월 27일 케이 조선으로 상호를 변경해 새롭게 출발했다.
케이 조선 사명은 이 회사를 인수한 KHI 그룹의 앞 글자 'K'를 따온 것으로 추측되며, Korea의 'K'를 따왔다는 설도 있다.
죽곡항은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에 있는 어항
상리마을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또 다른 산길이 있는 코스를 비켜 대발령 쪽으로 향했다.
고개를 넘으니 예전 STX조선의 또 다른 바뀐 회사 케이 조선이 우뚝하다.
한국 조선 공업의 네 번째 회사가 아직도 커다란 선박을 만들고 있어 흐뭇했다.
거제도와 울산이 아닌 진해에서도 조선 공업의 활발한 성장을 볼 수 있어 기뻤고, 목포의 삼호중공업과 군산 현대중공업에서도 수주가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진해 해양 공원이 보이는 언덕의 벤치에서 홀로 간단한 점심을 들며 휴식했다.
진해해양공원(소루도, 송도, 우도, 수도)
진해해양공원은 음지도와 우도가 중심이다. 뭍에서 승용차로 음지도로 건너간 뒤에는 도보로 다리를 건너야 우도에 이른다.
음지도에는 돛단배 모양의 솔라 타워가 있다. 타워의 높이는 136m로 일반건물 45층 정도의 높이다.
솔라 타워란 이름처럼 건물 외벽에 1,949장의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소다.
120m 지점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우도와 독특한 형태의 우도 보도교의 풍경이 일품이다.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풍경이다.
우도는 독버섯이 많이 자생해 벗섬으로 불렸으나 일제 강점기 때 한자가 ‘벗 우(友)’로 잘못 기재돼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우도에서 독버섯을 찾기는 힘들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나오는 주민들이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모습을 보며 괜히 즐거웠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기도했을 모습을 상상해 보는데 청년은 없고, 다리와 허리가 불편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웠다.
언덕을 넘는 자전거 라이더들의 젊음과 패기가 멋있어 괜히 큰 소리로 격려하며 응원해 본다.
경사가 큰 언덕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앞 사람을 따라붙는 여성 라이더의 상큼함도 신선하게 느껴본다.
몇 해 전 다녀갔던 해양 공원 조망대에서 본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 모습이 떠오른다.
명동 마리나 항구가 새로 들어서는데 그 너머로 거가대교의 모습이 웅장하다.
언덕을 넘으니 삼포 항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윽고 도착한 '삼포 가는 길' 노래비에서 한 곡 들으며 심취해 본다.
화재 감시원이 전하는 최종 목적지는 고개만 넘으면 바로 재덕 사거리라고 알려 주기에 힘이 솟는다.
삼포항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 산마루 쉬어가는 길손아! 내 사연 전해 듣겠소.
정든 고행 떠난 지 오래고 내 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아~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창원 사화랑산 봉수대(昌原 沙火郞山 烽燧臺)는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명동에 있는 봉수대이다.
1997년 12월 31일 경상남도의 기념물 제186호로 지정되었다.
사화랑 봉수는 경상도 동래에서 서울 목멱산(지금의 남산) 중앙봉수에 이르는 봉화선로의 중간노선을 연결하는 간봉(間烽)이다.
여기서는 동쪽 가덕도 천성 연대에서 봉수를 받아 장복산 봉수와 창원의 여음포 봉수에 알렸다.
『웅천읍지』를 비롯한 지리지에 따르면 사화랑봉수에는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으로 100명이 있었다고 한다.
전국의 봉수제도를 폐지하던 고종 31년(1894)에 없어졌다.
바다를 메워 만든 골프장
수치해안
봉수대 안내판을 보며 언덕을 넘으니, 바다를 메꿔 만든 골프장과 항구가 보이고 이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진해구 제덕 지구가 나타난다.
바닷가를 비켜 7코스는 아파트 공사장 끝나는 언덕에서 종료되었다.
전체 구간이 거리가 상당함을 느꼈는데 상리마을에서 비켜 온 구간이 의외로 많은 시간을 절약했나 보다.
남파랑길 7코스 안내도
마을복지회관
종점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어 주변을 이리저리 걸어 본다. 새로 항구도 만들고 건물도 지어 황량한 주변이 앞으로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니 가느다란 빗방울이 날린다. 왕족발을 사서 벌인 근처의 공원 파티에서의 뒤풀이는 맛과 정이 어우러져 풍성했다.
비록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어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춥지 않은 날씨에 진해를 흡족하게 만끽한 하루가 즐거웠다.
점점 찐해지는 일행들의 동료애로 인하여 작은 버스 안은 온기로 가득해서 좋았다.
제덕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