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몇 가지 용어해설 1 - ‘신자유주의’
<복음의 기쁨> 몇 가지 용어의 해설
이어지는 장들에서 교황께서는 현시대를 진단하시면서 다양한 경제 용어를 사용하고 계시다. 이 중 몇 가지만 해설하고자 한다.
⓵ 신자유주의
권고에서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여러 항목이 자유 시장의 절대성을 지지하는 신자유주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2장에서 ‘자유 시장으로 부추겨진 경제성장’(54항), ‘시장의 절대 자율과 금융 투기를 옹호하는 이념’(56항),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56항) ‘시장만 배불리는 무분별한 소비주의’(70항) 등이 그것인데, 제4장에서는 실천적으로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신다.
“시장과 금융 투기의 절대적 자율성을 거부하고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들에 맞서 싸움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문제들, 또는 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202항). “우리는 더 이상 시장의 눈먼 힘과 보이지 않는 손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204항).
언론학자인 로버트 W.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의 말을 빌자면, 신자유주의는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를 정의해주는 패러다임”으로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이익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분야에서 사회를 지배하도록 허용한 정책과 조치를 가리킨다.”
레이건과 대처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래 핵심 정치 세력이 채택해왔고 “우익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좌익까지 동참하면서 전 세계를 지배해 온 정치·경제의 흐름이었다”(로버트 W. 맥체스니, 서문: 노암 촘스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 촘스키의 신자유주의 비판, 강주헌 옮김, 모색 1999, 8).
“신자유주의는 미국에서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결합하여 신보수주의로 전환하였으며, 중국에서는 국가사회주의와도 결합하였다.
이렇듯 신자유주의는 오로지 시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그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가장 반자유주의적인 체제와도 쉽게 융합되었다”(엄기호,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 낮은산 2009, 217)라고 적고 있는 엄기호는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중국의 경제특구,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처럼 자국의 영토 안에 주권의 영역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자율권을 보장하는 지역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구역 안에서는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노동법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작동하지 않고,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인 치안과 복지도 상당 부분 기업의 손에 넘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엄기호, 215).
신자유주의의 귀결은 경제적으로는 양극화이며, 비정규직 확산으로 인한 고용 불안, 경제 위기, 인간의 몸의 상품화, 군비 경쟁으로 인한 지구의 군사화로 이어진다(엄기호, 219-253).
‘고전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사람들이 완전한 자유를 갖고 있으면 시장은 완전한 평등에 이르게 된다’는 신념 때문에 시장을 선호했으면서도,
문명사회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분업이 인간을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러한 사실은 왜곡된 학문 연구에 의해 은폐되었다고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비판한다(노엄 촘스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2 –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관하여, 시대의 창 2005, 210-214).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고전 자유주의와는 달리 강한 정부를 배후로 시장경쟁의 질서를 권력적으로 확정하는 방법을 취한다.
김유정 신부 (대전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