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0차 산청 왕산필봉(2022.06.02.)
오늘은 산청의 왕산 필봉을 다녀왔습니다. 산에 올라보니 얼마 전에 갔던 황매산의 건너편에 있는 산이고, 동의보감 한방촌의 뒷산이었습니다. 왕산은 가락국 마지막 왕 구형왕의 능이 있는 산입니다. 왕산 입구에 구형왕능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돌로 봉분을 만든 능이었다. 돌로 만들었으니 이 깊은 산 속에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유지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지도를 보니 좀 먼 것 같아 역산행이나 할까 했는데 총무님이 3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부추겨서 올라갔는데,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왕산 올라가는 길은 험하지는 않아도 4킬로가 넘는 길이 계속 오르막이어서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왕산은 그 이름과는 달리 밋밋하여 큰 봉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이름이니 내가 아무렇게나 가볍게 생각할 산은 아니겠지요?
왕산에 올라서 보는 필봉산은 매우 뾰족한 봉오리였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필봉산이 아니라 팔봉산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팔봉이면 봉이 8개라는 말인데 보이는 것은 한 개뿐이라 이상하다고 했더니 여종택 회장님이 “여덟 봉이 한 군데 보여 있는가 보지.”라고 했는데 모여 있는 봉오리도 보이지 않아서 저는 속으로 獨峰山이라고 비아냥 그렸다. 그런데 올라가서 보니 八峰이 아니라 筆峰山이 아닌가! 봉오리 옆에 있는 바위가 정말 붓처럼 생겼더군요. 저만 잘못 안 것이 아니라 회장님도 잘못 알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올라가는 안내 표시판에 모두 팔봉이 아니라 필봉으로 적혀 있었고, 산행 개념도에도 보니 분명히 필봉으로 되어 있는데도 그렇게 잘못 읽었다니 말입니다. 필봉산 정상에서 여종택 회장님 왈, “그래서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되는겨!”하셨습니다. 그래서 필봉산 이름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날씨도 덥고 바람도 별로 없어서 너무 힘이 들어 필봉산은 올라가지 않고 내려오는 일행에 섞여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여 회장님이 자기가 업고 갈 테니 가자고 강권하셔서 어쩔 수 없이 필봉산 정상까지 갔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계속 팔봉산으로 알고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신순식 대원이 대접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전에도 여러 분이 아이스크림을 대접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유난히 아이스크림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야단들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왜 오늘만 더 야단이냐고 했더니, 총무님 말씀 왈, “예뻐서 그렇다.”고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정말 그래서 그랬을까요? 나는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오늘 아이스크림이 유난이 맛이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시산제가 있습니다. 총무님이 걱정이 많이 되는지, 광고도 여러번 하고, 쌈, 반찬, 등등 자원자를 모집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을 보니 이번 시산제는 거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많이 참석해서 멋진 시산제가 되도록 해 봅시다.
첫댓글 총장님 많이 힘드셨죠?
그래도추억이 남는산 필봉 그이름..
필봉올라가는 안부에서 그냥 내려갈까 망설이시는총장님을보고 안쓰럽기까지했답니다
그런데 업고가신다는 여회장님말씀에 망설이없이그냥 필봉으로 올라가시는데 대단하시단 말밖에..총장님 의지에 찬사를보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항상건강하시고 즐산하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상에 내가 아는 것은 얼마나 될까? 그냥 그렇게 살아도 재미 있을까 ?
오늘(6/4)잘 아는 선배님이. 목요일 어느 산에 다녀왔어 ? 물으시길래 산청 필봉산 다녀왔습니다 했드니 당신의 윗대 산소가 거기 있다고 하면서 동의보감마을 얘기 부터 류인태약수까지 자세하게 말씀 해주시더라구요 !
(예 산청 八峰山 다녀왔습니다.했드라면).....
장로님과는 역사적 인연이 있는 곳이네요. 자칫했으면 조상님 욕되게 할 뻔 했어요. 암튼 득분어 저도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