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월 평균 3.3개의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갤러리 전시까지 합하면 양적으로는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어느 나라나 미술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인 측면이 강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더 심하다. 이상한 것은 경제학의 원칙에 의거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는데 우리 미술품은 이 기본적인 경제학 원칙도 물리친다. 작가도 많고 작품도 많은데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 가격은 많이 부담스럽다. 미술품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사람들보다 미술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유럽의 경우, 미술품 생산자나 유통업자 본인이 미술품을 소비하는 주체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기획자들이나 작가들을 보면 미술품을 사본 적도 없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본인도 안사는 미술품을 미술에 아무 생각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팔려니 당연히 어렵지 않겠는가? 이러한 공급과잉 때문에 외국 갤러리스트들은 한국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이 많고 미술품을 매우 많이 사는 줄 알고 한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밖에서 보기에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잘 사는 나라이고 돈 잘 쓰고 술 잘 먹는 유쾌한 국민들이기 때문에 미술품도 그렇게 구매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미술경기는 과거 비약적인 경제성장 곡선 그래프와 함께 수직상승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옥에서 아파트로 주거구조가 바뀌면서 한국화 구매율은 뚝 떨어졌고 서양화 구매율이 치솟았다. 기업도 가계도 수중에 돈이 있으니 미술품을 구매해서 기업 로비나 거실 한복판에 걸 수 있었다. 그러나 IMF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한자리 수를 겨우 유지하고 있고 흑자를 내는 기업도 거의 없는 데다가 가계부채는 엄청 늘어서 사도 되고 안 사도 되는 미술품을 굳이 사려고 들지 않는다. 아트페어는 미술작품을 사고 파는 장터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일반 관객들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환영한다고 갤러리스트가 반겨도 판매목적으로 작품을 전시하는 상업용 전시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담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트페어에는 수십, 수백 개의 화랑이 단독부스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소비자 혹은 관람자 입장에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품을 보고 쇼핑할 수 있다. 갤러리 전시에서 아트페어 전시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이이다. 미술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도 아트페어 전시장에 와서 재미있고 신기한 작품들을 보면 감동도 느끼고 흥미도 생긴다. 미술의 대중화라는 측면, 즉 일부 특권층이 아니라 중산층이 삶의 일부로서의 미술품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페어는 필요하다. 다만 양적으로 너무 많다보면 중복되는 작가, 작품이 많아져서 관심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인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집중하면 좋겠다. |